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843화 (843/850)

#843

그렇게 정성국이 박기동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철도국장은 기자들에게 이번에 새로 도입된 경유 기관차에 관한 설명을 끝낸 후, 이 기차 생산 공방과 연결된 선로를 따라 경유 기관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철도 기관사에게 뒤를 맡기고 정성국에게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정성국은 다가오는 철도국장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설명 잘 들었네. 철도국장.”

“아닙니다. 전하. 그보다 바로 인사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철도국장이 정성국에게 사죄하듯 고개를 숙이자, 정성국은 급히 철도국장의 어깨를 잡고, 그의 허리를 펴며 말했다.

“아닐세. 내가 갑작스럽게 나타났다고 예정된 일정을 미루는 것이 더 웃긴 노릇이지.”

“하오나...”

철도국장이 무어라 이야기하려 할 때, 정성국이 한발 먼저 손을 휘휘 내저으며 그의 말을 막았다.

“됐네. 내가 괜찮으니 더는 신경 쓰지 말게. 그보다 기동이와 이야기하면서 간간이 자네의 설명에도 귀를 기울였는데...경유 기관차의 연간 생산량이 생각보다 적은 것 같던데?”

철도국장이 경유 기관차를 기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설명하기를, 한 해에 30량의 경유 기관차가 생산될 거라고 했는데, 정성국이 보기에는 그 숫자가 너무 적지 않은가 싶어 이를 지적했고.

이러한 정성국의 지적에 철도국장은 조금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물론 승객들을 빠르게 수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물자를 수송하는 화물 기차의 생산이다 보니...”

경유 기관차가 투입되면 장거리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고, 자연히 관광객들이 늘어나 관광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

해서 정성국은 관광 산업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경유 기관차의 생산에 관심을 두었지만, 생각해보니 이 기차 생산 공방의 생산량은 한정된 터라 경유 기관차의 생산량을 늘리면 화물을 운반하는 데 투입되는 기존의 증기 기관차의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헌데 북미왕국의 급격한 발전의 원동력 중의 하나가 바로 대량의 물자를 빠르게 수송할 수 있는 철도망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그리고 올해 해안가에 자리한 주요 도시들이 모두 철도로 연결되면서 철도를 통해 수송되는 물자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많은 증기 기관차를 생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

해서 정성국은 철도국장의 대답에 결국 한 가지 결론을 내리고 손으로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흠. 그럼 경유 기관차와 증기 기관차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기차 생산 공방의 규모를 더욱 키워야 하나?”

이에 철도국장이 반색하며 대꾸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조만간 전하께 그 부분을 건의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

“예. 며칠 전 개발청장이 철도 전문 대학교의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면서,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아도 될 거라고 알려왔거든요.”

조선에 이어 시베리아 부족 연합 역시 철도 부설을 확정 짓고 본격적으로 철도 부설 준비를 시작하자, 다른 북미왕국의 동맹국들 역시 철도 부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헌데, 북미왕국으로서는 인력 부족 문제로 인해 다른 동맹국들의 철도 부설 요구를 들어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해서 정성국은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세우고, 동맹국의 인재들을 받아들여 철도 공학을 가르쳐, 이들을 활용해 동맹국들에 철도를 부설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설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이게 반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니 철도 전문 대학교의 착공이 반년 전에 시작되었다는 소리고, 그렇기에 정성국은 당연히 내년 중순쯤에나 철도 전문 대학교의 건물이 완공되어 내년 하반기, 혹은 후년 상반기에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설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그런데 벌써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하니 정성국은 조금 당황한 얼굴로 철도국장에게 되물었다.

“어? 아니. 그게 벌써 마무리 단계라고?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철도국장 역시 처음 개발청장에게 이를 전달받았을 때는, 정성국과 비슷한 심정이었었기에, 공감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저도 개발청장의 연락을 받고 조금 당황했습니다만...개발청에서 나름대로 신경을 썼는지 신공법까지 사용해 최대한 빠르게 공사를 진행해준 모양입니다. 더불어 철도 전문 대학교는 다른 대학교들과는 달리, 그 규모가 큰 편은 아니라 처음부터 공사 기간을 짧게 잡았다는군요.”

그러면서 철도국장이 개발청장에게 들었던 설명을 정성국에게 전해주자, 정성국은 겨우 상황을 이해하며 중얼거렸다.

“아. 그래? 그거 다행이네. 가뜩이나 아국의 철도가 연장되면서 더 많은 철도 운용 인력들이 필요했으니 말이야. 그럼 바로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설립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래야 내년 초에 정식으로 철도 전문 대학교를 개교하고 신입생들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철도 전문 대학교의 교과 과정은 다 세웠고?”

“물론입니다. 전하께서 철도 전문 대학교의 설립을 준비하라고 명령을 내리신 이후 교육청의 도움을 받아 다른 대학교들의 교과 과정을 참고해 철도 전문 대학교만의 교과 과정을 세워두었습니다.”

“그런가.”

철도국장의 자신만만한 얼굴에 정성국은 믿겠다는 시선을 보냈다.

생각해보면, 철도국은 그동안 자체적으로 철도에 관련된 인력을 키워왔었으니, 철도 전문 대학교의 교과 과정을 수립하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다만 정성국은 기차 생산 공방 확장 문제를 의논하는 와중에 철도국장이 철도 전문 대학교의 설립 문제를 꺼낸 이유를 깨닫고 입을 열었다.

“흠. 그럼 내년부터 동맹국의 인재들이 철도 전문 대학교에 입학해, 철도 공학을 배울 테고, 이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기관차의 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테니 미리 대비해야 한다,,,이거지?”

“그렇습니다. 전하. 이미 철도가 어느 정도 부설된 조선이나, 다음 달에 철도 부설 공사가 시작될 시베리아 부족 연합은 당장 더 많은 기관차를 확보하려 들 테고, 그동안 철도 부설에 관심을 두던 동맹국들도 철도 전문 대학교의 졸업생들이 복귀하면 아국의 도움을 받아 하나둘 철도 부설을 시작할 테니까요.”

철도국장의 말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옆에서 조용히 정성국과 철도국장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박기동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아국의 수준 높은 증기기관 제작 기술이나, 기관차 제작 기술을 넘겨줄 것이 아니라면, 동맹국들이 철도를 부설하고 기관차를 확보하려 할 때 아국에서 충분한 양의 기관차를 생산해 넘겨줘야 할 테니...확실히 기차 생산 공방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낫겠네요.”

북미왕국으로서는 조선처럼 객차나 화차의 현지 생산은 허용할지언정 기관차의 현지 생산은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할 생각이었지만, 막상 철도를 부설해놓고 기관차가 없어 철도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면, 동맹국들이 불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원활한 기관차의 생산을 위해 객차나 화차 역시 현지에서 생산할 테니 기술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었고.

철도 부설에 관심을 두는 동맹국들이라면, 기초적인 증기기관 제작 기술은 확보한 상태이고, 여기에 철도 전문 대학교에서 기본적인 기관차의 구조라던가, 기관차 정비에 필요한 지식을 가르칠 테니, 북미왕국이 조금만 도와준다면 현지에서 기관차를 생산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박기동은 미리 충분한 대비를 통해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러한 박기동의 주장에 철도국장이 동의하며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해서 철도국 산하 연구소에서 이에 대비해 슬슬 이 기차 생산 공방의 규모를 더욱 키우던가, 아니면 매사추세츠 지역이나 이로쿼이 지역에 제2의 기차 생산 공방을 건설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올라와서 조만간 전하께 보고드리려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박기동과 철도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확실히 기차 생산량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철도국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단 말이지? 흠. 지금 이 공방에서 한 해에 생산하는 기관차가 몇 대지?”

“총 200량입니다.”

“200량이라...확실히 그 정도로는 동맹국들이 원하는 숫자의 기관차를 생산해 넘겨주기는 힘들겠구만.”

물론 이 거대한 기차 생산 공방에서 고작 200량의 기관차를 생산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곳은 기차 생산 공방이니만큼, 기관차뿐만 아니라 객차, 화차 등, 기차와 관련된 차량을 모두 생산하는 공방이었으니까.

그리고 북미왕국의 기차가 보통 기관차와 객차, 화차를 합해 10량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기차 생산 공방에서 생산되는 차량은 한 해에 2000량에 가까웠고.

이는 이 거대한 기차 생산 공방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생산량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당장 북미왕국의 철도 길이가 배로 늘어나면서, 이 공방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차량을 생산해도 부족한 판국이었으니.

헌데 여기에 동맹국들에 넘겨주어야 할 기관차까지 생각하면, 확실히 공방의 규모를 대폭 키울 필요가 있다고 여긴 정성국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철도국장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허면 일단 이 공방의 크기를 2배로 키우게. 그리고 강철의 수급이 용이한 이로쿼이 지역에도 지금 이 공방 규모의 기차 생산 공방을 건설하도록 하고.”

당장은 동부 지역에 필요한 기차를 만들고, 후에는 유럽에 넘길 기관차를 생산할 기지로 정성국이 이로쿼이 지역을 점찍자, 철도국장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쿼이 지역이라...알겠습니다. 전하.”

그렇게 정성국이 철도국장과 기차 생산량 확대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공방 중앙에 전시되어 있던 경유 기관차는 시동을 걸고 공방과 연결된 선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증기 기관차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에 기자들이 탄성을 지르며 천천히 움직이는 경유 기관차를 따라가는 모습을 정성국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철도국장에게 시선을 돌리고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말이네. 이 녀석에게 듣기로 철도국에서 철도를 부설할 때, 선로를 추가하기 쉽도록 기반 공사를 해 두었다고 하던데 그게 정말인가?”

“예? 아. 그렇습니다. 북미왕국 건국 이후 북미왕국의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산업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터라, 자연스레 더 많은 승객과 물자가 철도에 몰려 이른 시일 내에 선로용량이 꽉 찰 거라 여겼습니다. 해서 개발청 산하에서 처음 철도를 부설할 때부터, 훗날 선로를 추가할 수 있도록 기반 공사의 폭을 넓혀두었지요.”

철도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무척이나 흡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야...정말 잘 했군. 그럼 모든 선로를 복복선화하는 것이 쉽단 소리네?”

“그렇지요. 선로만 깔면 되니까요.”

이러한 철도국장의 대답에 정성국이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가 중얼거렸다.

“선로만 깔면 된다라...그럼 당장 모든 선로의 복복선화는 어려우려나?”

이미 외국인 노동자들이 북미왕국으로 유입되고 있으니, 선로를 깔 인력은 충분했다.

문제는 바로 선로를 만들 강철이 충분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일단 선로의 길이도 길이일뿐더러,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혁명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들여오던 철광석, 석탄 등의 수입이 확 줄어든 상태이니 말이다.

해서 정성국이 이를 걱정하자, 철도국장이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아국의 투자 덕분에, 유럽에서 들어오는 광물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말이지요.”

“그래?”

“예. 물론, 각 구간에서 동시에 선로 공사를 진행해 빠르게 전 선로를 복복선화할 수 있을 정도로 강철이 넘쳐나는 것은 아닙니다만...”

정성국이 혹여 오해라도 할까 저어되어 철도국장이 급히 덧붙이자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야 그렇겠지. 하지만 천천히 진행하면 된다는 소리니...바로 진행하도록 하게.”

“흠.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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