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1
“호오. 과나후아토 인근 요새에 틀어박혀 있던 에스파냐인들이 결국 항복했다고?”
집무실을 찾아온 정보국장인 음흉한 여우가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올라온 따끈따끈한 최신 소식을 전해주자, 정성국은 흥미를 보였고.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음흉한 여우는 빙긋 웃으며 자세한 누에바 에스파냐의 근황을 전달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포위망을 구성하고 장기전을 펼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요새를 점령한 셈이지요.”
이에 정성국은 매끈한 턱을 쓰다듬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중얼거렸다.
“장기전이라...흠. 나쁘지 않네. 좀 느긋하게 움직인 것이 의외긴 한데, 생각해보면 혁명 세력 입장에서는 당장 조직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었으니 말이야.”
“그렇지요. 물론 과나후아토 혁명 세력은 조직을 구성하는 것보다는, 기세를 살려 빠르게 혁명 세력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 움직이길 원했습니다만...”
음흉한 여우의 대답에 정성국은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음을 깨닫고 나직한 탄성을 흘렸다.
“아. 그럼 장기전은 이서빈의 결정이었나 보군?”
“그렇습니다. 당장 자신이 지휘하는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혁명군을 전투가 벌어져도 제 몫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기까지 시간이 걸릴뿐더러, 제대로 된 공성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요새를 공격했다가 큰 피해가 발생하면 혁명군의 기세가 꺾일 것을 우려해 과나후아토 혁명 세력을 설득한 모양입니다.”
“흠. 과나후아토 인근 요새의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라고 들었는데...방어 시설 자체는 괜찮았던 모양이네?”
정성국이 이전에 음흉한 여우가 건네준 이서빈이 작성한 보고서를 머릿속에서 떠올리며 질문을 던지자, 음흉한 여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거기에 화포까지 배치되어 있었기에, 그냥 밀어붙이면 피해가 크다고 여긴 모양이더군요. 해서 포위망을 구축한 후, 요새 안의 식량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되어 항복을 권했는데, 에스파냐인들이 독기가 가득한 눈으로 항복을 거부하고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답니다.”
“음? 아니. 요새에 에스파냐 병사들만 있었다면 모를까, 과나후아토에 살던 민간인들도 요새로 피신했다고 하지 않았나? 헌데 물자가 떨어졌는데도 결사 항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일반적으로 포위당해 퇴로가 끊긴 상황에서 물자까지 떨어졌다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두 가지였다.
죽기 살기로 포위망을 돌파하거나, 아니면 항복하거나.
물론 상대도 그러한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기에, 일반적으로 포위망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에 과나후아토 인근 요새의 경우, 에스파냐군뿐만 아니라 민간인들마저 있었으니, 에스파냐군이 민간인들을 보호하면서 혁명 세력의 포위망을 돌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정성국은 요새에 틀어박힌 에스파냐군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음흉한 여우를 바라보자, 음흉한 여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예. 아마도 둘 중의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항복한 에스파냐인들의 목숨을 보장하겠다는 혁명 세력의 약속을 믿지 못했거나, 아니면 그동안 무시해왔던 누에바 에스파냐 원주민들에게 붙잡혀 포로 생활을 하는 것을 치욕이라고 생각했거나 말입니다.”
음흉한 여우의 추측에 정성국은 에스파냐인들의 선택이 아마도 후자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백인인 에스파냐인들은 누에바 에스파냐의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주민들과는 지위 자체가 달랐다.
그나마 북미왕국의 등장과 전 안토니오 부왕 덕분에 이러한 경향이 조금 옅어지면서 나아지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피부색으로, 그리고 혈통으로 그 사람의 지위를 구분해왔었기에, 누에바 에스파냐에 사는 에스파냐인들로서는 은연중에 원주민들을 깔보고 발밑에 두었고.
그러니 에스파냐인들로서는 그동안 무시했던 원주민들로 인해 도시에서 빠져나와 요새에 틀어박혀 있는 현재의 처지를 충분히 치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요새 안의 에스파냐인들이 대부분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면, 원주민들에게 항복하는 것을 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다만, 에스파냐인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해도, 에스파냐인들의 선택은 꽤나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여겼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거참...그래서? 이서빈은 에스파냐인들을 어떻게 설득한 건가?”
맨 처음, 에스파냐인들이 결국 항복했다고 보고했기에, 정성국은 이서빈이 에스파냐인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를 묻자 음흉한 여우는 묘한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굶주려 독기가 가득한 에스파냐인들을 무슨 수로 설득하겠습니까.”
“응? 아니. 에스파냐인들이 결국 항복했다면서?”
“혁명 세력은 에스파냐인들이 원한 것처럼 요새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에스파냐인들이 요새 안에서 모두 굶어 죽을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겠다는 듯 행동하자 에스파냐인들의 생각이 변한 모양입니다.”
이서빈이 처음 항복을 권했을 때만 해도, 에스파냐인들은 원주민들에게 항복하느니 끝까지 맞서 싸우며 반란을 일으킨 원주민들에게 최대한 큰 피해를 주겠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에스파냐인들은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원주민들을 착취해가며 부유하게 살았었는데, 원주민들의 봉기로 그동안 모은 재산은 대부분 잃어버린 셈이고, 맛없는 육포나 벌레가 가득한 딱딱한 비스킷 따위를 먹으며 겨우 허기를 달래야 했으니, 자신들을 이렇게 몰아넣은 원주민들에게 어떻게든 한 방 먹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달까.
해서 에스파냐인들은 원주민들의 항복 권유를 거절했고, 곧 요새로 밀고 들어올 원주민들에게 최대한 피해를 주기 위해 요새로 피신한 민간인들에게 무기를 쥐게 했다.
여성이나 아이들에게까지 말이다.
헌데, 에스파냐인들의 예상과는 달리 원주민들이 요새를 공격하기는커녕, 포위망을 더욱 두껍게 만들면서 에스파냐인들이 모두 굶어 죽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모습을 보이자, 요새 안의 에스파냐인들은 꽤나 당혹스러워했다.
요새 안에 틀어박혀 있자니, 그대로 굶어 죽을 판이고, 그렇다고 요새에서 나와 원주민들에게 돌격하자니, 제대로 피해도 주지 못하고 박살 날 것이 뻔히 보인 탓이다.
해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논의했는데, 이때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요새에서 나와 원주민들을 공격하자는 이들, 식민지 정부가 반격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테니 그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도 원주민들을 최대한 이곳에 묶어두기 위해 끝까지 요새에서 버티자는 이들, 그리고 요새에서 굶주리는 여인과 아이들을 생각해 그냥 항복하자는 이들로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에스파냐인들이 분열되어 시간을 낭비하는 사이, 요새 안에 비축해둔 식량이 완전히 떨어지게 되고 굶주림이 길어지자, 에스파냐인들은 결국 그냥 아사하기보다는 항복을 택했고.
이러한 흐름을 음흉한 여우가 정성국에게 자세히 설명해주자, 정성국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그러니까 혁명 세력에서 항복을 권했을 때는 아직 덜 굶어서 자존심을 내세우며 버틴 거고, 더 굶게 되자 자존심을 버리고 살기 위해 항복한 셈이로군?”
정성국의 비웃음에 음흉한 여우도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흘러간 덕분에 혁명 세력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요새를 점령했고, 머스킷 2500자루를 확보할 수 있었으니 참으로 다행이지요.”
“음? 머스킷만? 요새에 배치되어 있다는 화포는?”
이서빈이 장기전을 택한 것에는 요새에 배치되어 있는 화포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에스파냐인들이 항복한 이상 요새에 배치되어 있는 화포는 혁명 세력이 노획했으리라고 보았고.
헌데 음흉한 여우는 오로지 머스킷만 입에 올렸기에, 정성국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음흉한 여우가 조금 난감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게...항복하기 전, 에스파냐인들이 파괴했답니다.”
에스파냐인들은 알고 있었다.
만약 원주민들이 대포를 가지고 있었다면, 저렇게 장기전을 펼치진 않았을 거라는 사실을.
그렇기에 에스파냐인들은 살기 위해 항복하더라도, 에스파냐를 위해 요새 안의 대포만큼은 모두 파괴해야 한다고 여겼다.
물론, 일부는 에스파냐를 위해 대포뿐만 아니라 그들이 보유한 머스킷마저 모두 파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대포에 이어 머스킷마저 모두 파괴한다면, 원주민들이 불쾌해하며 항복한 자신들에게 화풀이할 수도 있다고 여겼다.
그리고 머스킷으로 성벽을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원주민들은 상당한 숫자의 머스킷을 보유하고 있어서, 여기에 자신들이 보유한 머스킷을 넘겨준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될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다.
해서 원주민들이 항복을 권유한 후 6일째에, 백기를 들고 항복 의사를 밝히면서, 요새의 대포만 모두 파괴했고,
이러한 사실을 음흉한 여우가 자세히 설명하자, 정성국은 이를 듣고 조금 놀랍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허. 애국심이 참으로 대단하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다만, 저들의 애국심 때문에 조금 곤란해진 것 아닌가 싶은데? 에스파냐인들이 저렇게 화포가 혁명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한다면, 혁명 세력이 노획하는 화포가 적어질 테고, 그럼 이쪽에서 더 많은 화포를 생산해 넘겨줘야 할 텐데...그렇게 되면 정보를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북미왕국은 수많은 동맹국, 그리고 동맹 부족을 보유하고 있는데, 조선이나 유럽의 동맹국들을 제외한 나라들의 경우,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자체적으로 화약 무기를 생산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북미왕국과 동맹국이기에 어느 정도 안전이 보장된 터라, 방어 시설의 건설이나 군을 육성하는 데 굳이 많은 돈을 쓸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국의 방어를 포기하고 동맹국인 북미왕국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법이지 않은가.
해서, 이들은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병력을 육성하고, 수도나 몇몇 중요한 항구에는 방어 시설을 건설했고, 북미왕국에서 군수 물자를 사들였고.
이 군수 물자는 보통 머스킷과 전장식 화포였다.
북미왕국에서는 아직 동맹국에게도 후장식 화포를 판매하지 않았고, 신식 소총 같은 경우에도 주변 상황을 따져가며 판매했기에, 이들이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무기는 머스킷과 전장식 화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머스킷의 경우야 개인 화기라 많은 수를 생산해야 하는데, 북미왕국 입장에서 머스킷 생산까지 직접 하기엔 인력 부족 문제로 부담이 있어 조선의 머스킷을 구매해 동맹국들에 판매했지만, 화포의 경우는 그리 많은 물량을 만들 필요는 없었고, 조선제 화포가 괜찮다고는 하나 북미왕국에서 생산하는 전장식 화포보다는 성능과 내구도가 떨어졌기에, 처음 시베리아 부족 연합에게 넘기기 위해 구축했던 전장식 화포의 생산설비를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 전장식 화포를 생산하고 있었고.
그러니, 정성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많은 수의 화포를 생산해 누에바 에스파냐 혁명군에 넘겨줄 수도 있었다.
다만, 문제는 보안이었다.
아무리 정보국이 안보국과 협조해 정보를 통제한다 하더라도, 많은 수의 화포를 생산해 계속해서 혁명 세력에 넘긴다면, 결국은 북미왕국이 직접 혁명 세력을 지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질 확률이 높았으니 말이다.
해서 정성국이 이 부분을 걱정하자, 음흉한 여우가 자신만만한 미소와 함게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했는데...멕시코인 연합회와 거래하는 잉글랜드 상인이 더 많은 무기를 판매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이 제안에는 머스킷뿐만 아니라 화포도 포함되어 있거든요.”
“어? 그게 정말인가?”
“예. 물론, 조금 비싸기야 합니다만...”
“물량만 확보할 수 있다면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은 충분히 용납할 수 있지. 다만, 조금 놀랍기는 하군. 일개 무기 상인이 그 정도로 대규모 군수 물자를 거래한다는 것이 말이야.”
이미 2만 자루의 머스킷을 구해주기로 한 상황에서, 추가로 머스킷과 화포, 그리고 대량의 화약을 판매할 수 있다고 하니, 누에바 에스파냐 혁명 세력을 비공식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북미왕국 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가우면서도, 그게 정말 가능한 것인지 약간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었고.
이에 음흉한 여우가 정성국의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당연히 일개 무기 상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지요.”
“그럼 역시...”
“예. 무기 상인의 뒤에는 잉글랜드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멕시코인 연합회와 거래하는 잉글랜드 상인이 새한성의 잉글랜드 대사관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이는 음흉한 여우였고.
그 말에 정성국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흐음...뭐 크게 상관은 없으려나?”
“그렇지요. 오히려 저희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에스파냐의 눈길과 비난이 잉글랜드에 집중될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한 덕분인지, 늦어도 올해 안에 모든 군수 물자를 넘겨주겠다고 약조했으니까요.”
음흉한 여우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그렇긴 하군. 그럼 저들이 더 많은 군수 물자를 판매한다고 나올 때, 아예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게.”
“대규모 계약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을 말씀하시는 건지...”
이에 정성국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음...머스킷 2만 자루와 화포 200문 정도를 추가한다면 에스파냐 본국에서 지원군을 보내더라도 혁명 세력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멕시코시티도 함락시킬 수 있을 테고.”
“헉! 그렇게나 많은 물량을요?!”
이미 2만 자루의 머스킷을 계약한 상태고, 북미왕국에서 극비리에 50문의 화포를 생산해 곧 누에바 에스파냐로 보낼 예정이었다.
헌데 여기서 2만 자루의 머스킷과 잉글랜드제 화포 200문을 추가로 주문하라고 하니, 음흉한 여우로서는 그 규모에 기겁했고.
하지만, 정성국은 뭐 그리 놀라냐는 시선으로 음흉한 여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에스파냐에 있어, 누에바 에스파냐라는 식민지는 무척이나 중요한 식민지이잖나. 그러니 쉽사리 포기하긴 어려울 걸세.”
“아. 그럼 에스파냐 본국에서 계속 지원군을 파견할 테니...”
“맞네. 미리 더 많은 군수 물자를 넘겨주어, 저들이 에스파냐 본국에서 건너온 지원군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돕자는 거지.”
정성국의 대답에 음흉한 여우가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알겠습니다. 허면 바로 계약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과나후아토 인근 요새를 점령했으니, 혁명 세력이 확장을 시작할 텐데...이서빈이 지휘하는 혁명군은 어디로 움직인다던가?”
정성국의 물음에 음흉한 여우가 곧바로 대답했다.
“과나후아토 혁명 세력과 함께 남동쪽으로 향한답니다.”
“남동쪽이면...멕시코시티를 공격하겠다고?”
정성국이 화들짝 놀라 되묻자, 음흉한 여우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멕시코시티를 공격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일단 멕시코시티 방면으로 진군하면서, 식민지 정부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마을과 도시들을 해방하겠다더군요.”
“아. 일단 멕시코시티 주변 지역을 장악하겠다?”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아국에서 추가로 보낸 군수 물자로 무장한 과달라하라 혁명 조직의 지원군을 기다린 후, 틀락스칼라 지역으로 이동할 거라고 합니다.”
“틀락스칼라 지역이라면...허.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의 연락을 끊겠다?”
틀락스칼라 지역은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의 중간에 있는 지역으로, 혁명군이 이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면,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는 연락이 끊겨 버린다.
다만, 그렇기에 잘못하면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에 배치된 에스파냐군에 앞뒤로 협공받을 가능성도 있었고.
해서 정성국이 이서빈의 과감한 작전에 놀란 표정을 짓자, 음흉한 여우가 답했다.
“예. 더불어 에스파냐군을 유인하는 겁니다. 에스파냐군이 멕시코시티에 틀어박혀 있으면, 당장은 공략하기 어려우니 말입니다.”
“하지만, 잘못하면 앞뒤로 협공당할 텐데?”
정성국의 지적에 음흉한 여우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식민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그리 많지 않은 터라, 설사 앞뒤로 협공당한다 하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그래?”
“예. 혁명 세력의 병력이 훨씬 많으니까요. 그리고 혁명 세력이 틀락스칼라 지역으로 이동하면, 정보국에서 베라크루즈의 정보를 빠르게 전달해줄 수 있으니, 혹여 에스파냐 본국의 지원군이 베라크루즈에 당도하면 북쪽으로 빠지면 그만이고요.”
그러면서 음흉한 여우는 이서빈이 보고한 앞으로의 작전 계획을 정성국에게 상세히 설명했고, 이를 주의 깊게 듣던 정성국은 음흉한 여우의 설명이 끝나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네 말마따나 정보국에서 빠르게 정보를 전달해준다면, 그리 위험하지는 않겠군. 알겠네. 다만, 다른 변동 사항이 있다면, 즉각 보고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