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807화 (807/850)

#807

그렇게 정성국은 개발청장과 앞으로 발전할 나이아가라 운하 인근 도시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걸리는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아. 헌데 이곳을 새진주에 버금가는 관광 지역으로 만들려면,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에 투입되었던 건설 노동자들을 그대로 투입해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물론입니다. 아마 오늘 저녁부터 언론에서 전하께서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에 참석했다는 사실부터, 개통식에서 말씀하셨던 연설 내용, 그리고 이렇게 여객선을 타고 직접 운하를 이용했다는 사실까지 열심히 떠들어댈 테니, 작년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 테고, 이러한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한 각종 시설을 빠르게 건설하려면, 그 방법 외에는 없지 않습니까.”

개발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끙...그럼 다른 지역에서 불만이 조금 있을 것 같은데?”

“아. 미시간 지역이나 오지브와 지역에서 말이지요?”

“그렇지.”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를 제외한 수로 정비 사업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오대호 가운데 온타리오 호를 제외한 4개의 거대한 호수가 미시시피 강과 연결되었고, 내륙의 물자를 실은 배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오대호에 인접한 미시간 지역, 오지브와 지역, 이로쿼이 지역, 일리노이 지역 등이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고.

다만, 이로쿼이 지역과 일리노이 지역이야 이전부터 많은 이주민이 정착해 꽤 발전한 지역이었다면, 미시간 지역이나 오지브와 지역은 조금 달랐다.

수로 정비 사업 전에는 물류를 운반하기가 불편해 발전이 더뎠고, 막상 수로가 정비되었을 때는, 상당수의 인력이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에 투입되었기에 남는 인력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다만, 정성국이 3년 전 이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 정성국을 보기 위해 이 지역을 방문했던 오지브와 족, 포타와토미 족 등의 대추장들을 만나 자세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고, 이들 역시 나이아가라 운하만 완공되면, 더 많은 선박들이 드나들 테고, 자연스레 자신들의 지역이 발전할 거라는 희망과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될 거라는 계산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정성국의 말에 웃으며 기꺼이 기다리겠다고 이야기할 정도였고.

헌데, 나이아가라 운하 완공으로 관광객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이곳부터 대대적으로 개발하겠다고 한다면, 상대적으로 미주리 지역이나 오지브와 지역의 개발은 뒤로 밀리는 셈이라, 두 지역의 주민들이 불만을 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정성국이 지적하자, 개발청장이 다 생각이 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단 다른 지역에 배치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투입해 두 지역을 개발하고, 정식으로 북미왕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동유럽 출신 이주민들을 두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면서, 이들을 건설 노동자로 유도할 생각이니까요.”

그동안 유럽 출신 이주민들은 주로 북미 동해안 지역과 내륙 지역에 정착시켰지만, 지역에 따라 인종이 너무 나뉘는 것 같아 정성국이 따로 명령을 내려 최근에 유럽 이주민들은 주로 북미 서해안 지역에 정착하곤 했다.

헌데,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걸 잠시 유예하겠다는 개발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 정도면, 두 지역의 주민들도 크게 서운해하지는 않겠군. 알겠네. 그렇게 하도록 하게. 그리고 자네가 두 지역의 대추장들을 만나 저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잘 설명하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전하. 아. 기왕 여기까지 오신 김에, 배를 이용해 오대호 인근 마을들을 방문하셔서 전하께서 직접 옛 대추장들과 백성들을 위무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갑작스러운 개발청장의 제안에 정성국은 팔짱을 끼며 머릿속에서 오대호가 그려진 지도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음? 오대호 인근 마을이면...”

“미시간 지역의 포타와토미 항이나, 오지브와 지역의 메노미니 항이 어떨까 싶습니다. 아. 그리고 일리노이 지역의 세카고우 항도 나쁘지 않고요.”

개발청장이 말한 항구들은 모두 수로 정비 사업 이후에 생긴 항구들로, 먼저 미시간 지역의 포타와토미 항은 전생의 디트로이트가 자리한 곳에 세워진 항구로, 정성국은 나이아가라 운하까지 개통되면, 이 항구가 미시간 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로 성장할 거라 확신하고 미시간 지역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포타와토미 족의 이름을 붙인 항구였다.

그리고 오지브와 지역의 메노미니 항은 휴런 호와 슈페리어 호 사이에 위치한, 전생의 수세인트마리가 자리한 곳에 세워진 항구로, 이 항구를 건설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토착 부족인 메노미니 족의 이름을 붙인 항구였다.

마지막으로 일리노이 지역의 세카고우 항은, 전생의 시카고 자리에 세워진 항구로, 이곳은 이미 프랑스인들이 야생 마늘이 많이 난다는 의미의 일리노이 어인 세카고우를 이름 붙였기에 이걸 그대로 사용했고.

이 3개의 항구는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항구였고, 위치를 생각하면 메노미니 항은 몰라도, 포타와토미 항이나 세카고우는 전생의 디트로이트, 시카고 처럼 거대 도시로 성장할 것이 분명했기에, 그리고 정성국은 지금까지 오지브와 지역이나 미시간 지역에는 방문한 적이 없었기에, 이 기회에 한 번쯤 방문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다만, 오대호의 거대한 크기를 생각하면 배보다는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어서 이를 묻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공항이 없어서 말입니다.”

“어? 공항이 없다고? 물론 일리노이 지역에는 타마로아에 공항이 있으니 세카고우 항에 없는 것은 이해하지만...”

관리를 빠르게 보내려면, 비행기만 한 것이 없기에 정성국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개발청장이 바로 대답했다.

“오지브와 지역이나 미시간 지역에 활주로를 건설해두긴 했습니다. 다만 그 위치가 포타와토미 항이나 메노미니 항과는 거리가 멀어서 말입니다.”

“아...”

“그리고 포타와토미 항이나 메노미니 항 인근에 제대로 된 공항을 건설할 예정이었는데, 아시다시피 인력이 부족한 터라 공항 건설보다는 몰려드는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우선이다보니...”

개발청장의 말에 상황을 이해한 정성국이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어쩔 수 없지. 알겠네. 여객선을 이용해 움직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전하.”

* * *

나이아가라 운하의 길이는 약 40km 정도에 불과하지만, 안전상 운하 안에서 전속력으로 항해할 수는 없었을뿐더러, 이리 호와 온타리오 호의 높이차는 대략 100m 정도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이아가라 운하에는 갑문만 10개가 존재했기에, 여객선이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꽤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해서 처음 여객선 갑판 위에 나와 있던 각국 대사들은 1층 연회장에 마련된 음식이나 술, 차 등을 마시거나,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며 시간을 보냈고.

그러다 시간이 흘러 해가 중천을 지나 기울어지기 시작할 때쯤, 연회장에서 가볍게 북미왕국산 포도주를 마시다가 바람을 쐴 겸 선수 갑판으로 나온 에스파냐 대사는 이미 갑판에 나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각국 대사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다가, 문득 저 멀리 보이는 여러 갑문 너머의 호수를 보고 소리쳤다.

“오! 지금 저 갑문 너머 보이는 호수가 바로 온타리오 호로군요.”

이에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대사들이 일제히 선수 방면으로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이는 온타리오 호를 확인하고 탄성을 질렀다.

“허. 급류와 나이아가라 폭포 때문에 단절되어 있던 이리 호와 온타리오 호가 마침내 연결된 셈이로군요.”

예전에 누벨 프랑스를 운영하면서 오대호 인근 지형을 파악하고 있던 프랑스 대사가 감회가 새롭다는 듯 중얼거리자, 그 옆에 있던 오스만 대사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온타리오 호는 세인트로렌스 강을 통해 대서양과 연결되어 있으니...”

“이전보다 더 많은 북미 내륙 지역의 물자들이 나이아가라 운하를 통해 대서양, 정확히는 북미 동해안 지역으로 유입되겠군요. 그러면서 북미 내륙과 북미 동해안 지역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테고요.”

에스파냐 대사가 오스만 대사의 말을 받아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이 북미왕국에 미칠 영향을 이야기하자 다른 대사들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

가뜩이나 북미왕국과의 격차 때문에 고민이 큰데, 여기서 더욱 빠르게 발전한다니 어찌 부담스럽지 않겠는가.

거기에 북미왕국의 유일한 약점이었던 인구 부족 문제도, 북미왕국에서 꾸준히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이주민들을 받아들임으로써, 약점을 보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이아가라 운하의 개통으로 북미왕국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사는 북미 내륙과 북미 동해안 지역이 연결된 셈이니, 그 파급력은 더욱 강할 것 같았고.

물론, 북미왕국은 유럽 국가가 아니라 대서양 너머에 있는 나라였기에, 그리고 북미왕국은 힘이 있다고 그 힘을 거침없이 투사해 타국을 침공하는 나라는 아니었을뿐더러, 최근 북미왕국이 국영 상단과 왕실 상단을 앞세워 유럽 각국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유럽을 침공할 의사는 전혀 없어 보였기에, 북미왕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해서 크게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언제까지 북미왕국의 눈치만 보고 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해서, 갑판 위에 있는 대사들이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북미왕국과 동맹이라 그나마 북미왕국의 발전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던 네덜란드 대사가 한마디 했다.

“북미왕국이 발전한다라...이거 동맹국으로서 축하할 일이기는 한데, 한편으론 거침없이 성장하게 될 북미왕국이 부럽기도 하군요.”

이에 다른 대사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 덴마크 대사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부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의 개통으로 우리도 약간의 혜택은 볼 수 있을 테니까요.”

“예? 그게 무슨...”

덴마크 대사의 말에 프랑스 대사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북미왕국은 타국의 배가 자국의 해역에 드나드는 것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기에, 유럽의 배들이 내륙 깊숙이 자리한 이 나이아가라 운하를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무슨 수로 혜택을 본다는 말인가.

그리고 이는 다른 대사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런 대사들을 보고 덴마크 대사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방금 에스파냐 대사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아가라 운하가 개통되면서, 북미 내륙 지역의 물자들이 선박을 이용해 이전보다 손쉽게 북미 동해안 지역으로 유입될 수 있게 되었잖습니까. 그리고 북미 내륙 지역에서 수확되는 식량은 어마어마하고요. 그러니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의 개통으로 북미 동해안 지역에 있는 대유럽 무역 거점인 아카디아 항에 더 많은 식량이 유입될 테고, 자연히 가격은 내려가겠지요.”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전까지는 수로에서 육로로, 다시 수로를 통해 북미 내륙의 식량이 아카디아로 운반해야 했기에, 수송 비용도 많이 들었고, 모든 식량을 아카디아로 운반하기도 어려웠지만, 나이아가라 운하가 개통된 이상, 배를 이용해 한 번에 아카디아까지 운반할 수 있을 테니, 식량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부족한 식량을 사들이거나, 북미왕국의 식량을 수입해 식량 가격을 조절함으로써 나라를 안정시키고 있는 서유럽 국가의 대사들은 덴마크 대사의 말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고.

물론 식량이 풍부해 이를 무기로 사용했던 프랑스 대사나, 식량 수출이 주요 수입원인 폴란드-리투아니아 대사 등은 안색이 떨떠름해졌지만, 덴마크 대사는 이들을 신경 쓰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나이아가라 운하의 개통으로 북미 내륙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이 발전한다면, 그만큼 북미 동해안 지역에 수많은 공방이 들어설 테니, 식량 가격뿐만 다른 수입품들의 가격도 꽤 내려가지 않겠습니까?”

“흐음...일리가 있군요. 물론, 사치품의 가격이야 크게 내려갈 것 같지는 않지만, 공산품의 경우에는 꽤 내려가겠어요.”

덴마크 대사의 말에 북미왕국의 면직물을 비롯해 수많은 공산품을 수입하고 있는 스웨덴 대사가 맞장구치자, 덴마크 대사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또한, 북미 내륙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의 발전이 빨라질수록, 철광석을 비롯해 수많은 자원이 필요할 텐데, 북미왕국은 자원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으니 무역 적자 해소는 물론이고, 유럽의 경제도 나아질 거라 봅니다.”

북미왕국은 예전부터 인구가 부족하기도 하고, 또, 무역 수지를 조절하기 위해 유럽에서 자원을 수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북미왕국이 유럽 각국의 광산 등에 투자하면서, 이렇게 수입하는 자원의 양이 많아지고 있었고.

그러니, 인구의 절반이 사는 북미 내륙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자연히 더 많은 자원을 필요로 할 테고, 그러면 자연히 유럽의 경제도 좋아질 테고, 만성적인 무역 적자마저 해소할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들자, 일부 대사들은 이전보다는 확실히 안색이 밝아졌다.

해서, 북미왕국에 각종 자원을 판매하는 잉글랜드 대사가 이야기하는 사이 어느덧 가까워진 온타리오 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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