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806화 (806/850)

#806

정성국은 가족들과 함께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가 성공적으로 완료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리고 북미왕국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해 외무청에서는 개발청과 협의해 각국의 대사들을 초청해 운하 공사 마지막 날,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을 열기로 했고.

이 행사에 정성국이 참석한다는 사실과 정성국이 혼자 다녀올 예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정나리는 파나마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도 아쉬운데,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마저 참석하지 못하면 아쉬움에 잠을 못 이룰 것 같아 정성국에게 달려가 자신도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고 싶다고 졸라댔다.

이에 정성국은 잠깐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파나마 운하 개통식 때야, 말라리아의 위험 때문에 정성국 혼자 참석했지만,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의 참석을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올 초 유럽 방문의 기회를 감기로 인해 놓친 후, 뒤늦게 하얀 들꽃에게 유럽의 이야기를 듣고 무척 억울해하던 정나리의 모습과 정안문이 군사대학에 입학한 후 내심 적적해하는 전아라에게 먼저 다가가 그녀의 적적함을 달래준 정나리가 내심 기특하기도 했기에, 못 이기는 척 허락한 것이다.

그리고 기왕 정나리를 데리고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전아라와 하얀 들꽃에게도 함께 움직이자고 권유했고, 둘 다 완성된 운하를 직접 본 적은 없었기에 기꺼이 정성국의 권유를 받아들였고.

그렇게 군사대학에서 공부와 훈련에 매진하는 정안문을 제외한 왕실 가족이 함께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나이아가라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정성국과 가족들은 미리 준비해 둔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비행으로 인한 피로를 해소한 후, 다음날 미리 준비된 자동차를 타고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이 열리는 나이아가라 운하의 남쪽에 위치한 1번 갑문 인근에 조성된 항구 도시로 이동했고.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리 도착해 대기하고 있던 각국의 대사들과 정성국이 온다는 소식에 몰려든 수많은 북미왕국 백성들 앞에서,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를 위해 고생한 개발청 소속 관리들, 기술자들, 건설 노동자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오늘부로 나이아가라 운하를 정식으로 개통한다는 선언과 함께, 앞으로 이 나이아가라 운하를 통해 북미 내륙 지역들이 더욱 발전할 것이고, 나라에서는 이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천명하자, 나이아가라 운하가 개통됨으로써 직접적으로 수혜를 입게 될 운하 인근 주민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트리며 우레와 같은 갈채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도 북미왕국의 국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자국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에 은근히 부담을 느끼고 있던 각국의 대사들은, 정성국의 연설을 통해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의 개통으로 북미왕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더욱 벌어지리라는 것을 깨닫고 암담한 표정으로 자신을 환호하는 백성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정성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렇게 여러 시선과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연설을 마무리한 정성국은 운하 개통식을 마무리하기 위해 미리 준비된 여객선에 올라탔다.

파나마 운하 개통식 당시, 왕실 여객선이 처음으로 파나마 운하를 이용해 태평양에서 대서양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파나마 운하가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준 것처럼, 이번에는 나이아가라 운하를 이용해 이리 호에서 온타리오 호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나이아가라 운하가 앞으로 얼마나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줄 생각이었고, 여기에 정성국이 탑승한다면 더욱 화제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정성국은 기꺼이 준비된 여객선에 올라탄 것이다.

그리고 배를 타고 운하를 통과한다는 진귀한 경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각국 대사들 역시 급히 여객선에 탑승했고.

그렇게 여객선은 여러 귀빈들을 태우고 선착장을 벗어나 크게 우회해 나이아가라 운하의 1번 갑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거대한 갑문이 닫히고, 수위가 내려가면서, 점차 여객선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자, 운하 옆에서 이를 구경하고 있는 백성들은 탄성을 질렀고, 이는 여객선 안에 탑승하고 있던 각국의 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허어. 이거...이야기는 들었지만, 정말 놀랍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마치 산 위의 호수에서 산 아래의 호수로 안전하게 내려가는 셈 아닙니까.”

“맞습니다. 반대도 가능하고요. 물론, 이론은 간단해 보이기는 하는데, 이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는 북미왕국의 국력이 참으로 무섭군요.”

신성로마제국 대사의 말에 갑판 위에 나와 있던 대사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운하로 연결하려는 두 지역이 높이 차이가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갑문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전문가라면 충분히 떠올릴 수 있었다.

다만, 북미왕국이 아니라면, 그 어느 나라가 이런 대공사를 시작하겠는가.

설사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이렇게 단기간에 이런 거대한 운하를 만들어내지는 못할 테고.

그렇기에 대사들은 운하를 보면서 북미왕국과 자국의 격차가 엄청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이는 여객선이 계속해서 갑문을 이용해가며 운하를 따라 이동할수록, 과연 이런 기술력을 지닌 북미왕국과의 격차를 좁힐 수는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해서 각국 대사들이 나와 있는 갑판의 분위기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하지만, 정성국이 있는 여객선 2층의 응접실의 분위기는 갑판과는 정반대였다.

그동안 내륙의 원활한 물류 운송을 막아왔던 나이아가라 폭포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뚫린 셈이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특히, 이곳에선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고.

해서 정성국은 1층의 연회장과 갑판에서 각국 대사들의 축하에 적당히 화답하다 올라온 후 입가에 걸린 미소를 지우지 못했고, 그러다 문득 창문 밖에 보이는 수많은 건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 전에 한 번 둘러봤을 때와는 풍경이 완전히 다른데?”

이에 정성국과 함께 나이아가라 운하 개통식에 참석한 개발청장이 웃음을 터트리며 답했다.

“하하하. 그때야 한창 공사 중이었을 때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확실히 정성국이 예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기에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말에 수긍하면서도, 약간은 의문스러운 점이 있어 질문을 던졌다.

“하긴...그보다 생각외로 운하 주변에 도시가 많은 것 같은데?”

“아. 그게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는 10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동원된 대공사였고, 또 공사를 끝내기까지 5년 가까이 걸리지 않았습니까.”

개발청장이 처음부터 설명하려는 눈치이자 정성국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고 먼저 말했다.

“그거야 알지. 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건설 노동자들의 가족들이 운하 인근에 정착해 마을이 여럿 생긴 것은 기억하니까. 그리고 개발청에서 이곳을 관광 도시로서 본격적으로 개발할 생각이라는 보고도 기억나고. 헌데, 그렇다 하더라도 도시 규모가 생각보다 큰 것 같은데? 거기에 내 예상과는 달리 도시도 여럿이고?”

지금 정성국이 탄 여객선은 아직 나이아가라 운하의 1/3 지점을 나아가고 있었다.

헌데, 정성국이 창밖을 통해 확인한 도시만 하더라도, 벌써 3개째였기에, 정성국으로서는 운하 주변에 왜 이렇게 도시가 많은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고.

“아하. 그 점이 의아하셨던 모양이군요. 일단 초창기에 개발청에서 나이아가라 운하를 따라 마을을 조성하면서 자그마한 상권이 생겼고, 이를 노린 상인들이 마을에 정착하긴 했지만, 그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해서 마을은 자그마한 편이었고, 아마 전하께서 이곳을 방문하셔서 본 마을들은 다 그런 마을이었겠지요. 헌데, 전하께서 이곳에 방문하신 후,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음? 내가 방문한 후?”

“예. 전하께서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 규모에 감탄하시고, 또, 인근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방문하셔서 그 경치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 북미신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겁니다.”

“뭐? 아직 운하 공사가 다 마무리된 것도 아닌데 말인가?”

정성국도 이곳에 관광객들이 몰려들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했다.

개발청에서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면서, 그리고 북미신문이 이를 널리 알리면서 북미왕국 백성들도 운하에 관한 지식을 습득했고, 그렇기에 파나마 운하가 얼마나 대단한 시설인지, 그런 대단한 시설을 건설한 북미왕국의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깨닫고 자부심마저 품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 파나마 운하는 머나먼 타국에 존재했고, 말라리아를 비롯한 각종 풍토병의 위험성 때문에 이를 직접 구경하기는 어려웠다.

헌데, 나이아가라 운하의 경우 아국에 위치했기에 방문하기도 편할 테고, 풍토병 같은 위험성도 전혀 없었고.

여기에, 나이아가라 운하 인근에는 아직까지 세계 최고의 폭포라 알려진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존재했으니, 관광객들이 몰릴 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관광객들이 몰려들 시기는 어디까지나 운하 공사가 모두 마무리된 후로 생각하고 있었다.

운하 공사가 마무리되면 볼거리가 늘어나는 만큼, 이때 관광객들이 방문할 거라 여긴 것이다.

헌데, 실제로는 정성국에 의해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가 집중 조명받았던 3년 전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고 하니, 정성국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개발청장은 이런 정성국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하는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예. 그 부분은 저희도 의외긴 했지만, 그만큼 전하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의미겠지요.”

물론 정성국도 북미왕국 내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휴가를 이용해 여러 도시나 관광지를 돌아다니면서, 관광 산업을 육성하고 있기도 했으니.

다만, 아무리 자신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이런 공사 현장에까지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고.

그런 정성국의 귓가에 개발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곳에 방문한 관광객들은,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에 감탄하고, 또, 나이아가라 폭포의 장대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해서 관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 관광객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를 이야기했고, 이는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곳의 상권이 무척 커졌고, 이 상권을 노리고 더 많은 이들이 모여들면서, 마을들은 대부분 도시가 되었지요.”

“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개발청장의 설명에 정성국도 대략적인 흐름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것만으로 운하 주변에 조성한 마을들이 모두 도시로 성장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 다시 한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 그런 정성국을 보고 개발청장이 덧붙여 말했다.

“작년에 이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이 거의 40만 명에 달합니다. 그러니 자연히 운하 인근의 마을들이 도시로 발전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뭐? 40만 명?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렇게나 많다고?”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말에 기겁했다.

40만 명이면, 거의 이 지역 인구와 비슷한 수준의 관광객들이 방문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아. 그래서 운하 인근의 마을 전체가 저렇게 커진 거구나. 그 정도의 관광객들을 한두 마을에서 감당하긴 불가능하니까.’

보통 북미왕국의 주요 관광시즌은 추수 이후에서 눈이 내리는 겨울 전까지였다.

아무래도 아직 북미왕국에는 농부들이 많았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이 나이아가라 지역은 고위도에 위치해 겨울이 빨리 찾아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못해도 20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한 달 정도의 기간에 집중되었다는 뜻이니, 이 많은 관광객들이 먹고, 자는 문제 때문에라도 운하 인근의 마을 전체가 이러한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도시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은 정성국의 귓가에 개발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입니다. 어찌 전하께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그리고 오늘 자로 나이아가라 운하가 정식으로 개통되었으니, 그리고 전하께서 이 나이아가라 운하가 북미 내륙 지역을 발전시킬 아주 중요한 시설이라고 말씀하셨으니, 아마 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겠지요.”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정성국은 확실히 개발청장의 말대로 흘러갈 것 같아, 어설프게 웃었다.

“하하하...”

“거기에, 이곳은 새한성, 새진주보다는 비교적 교통이 불편한 편입니다. 그러니 시간이 흘러 본격적으로 민간인들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이곳을 방문하기 더욱 쉬워질 테니,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비행기 생산 공방을 계속 확장하면서 비행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행기는 단숨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북미왕국의 통치를 위해 더 많은 관리들이 각 지역을 오가야 했기에, 아직 비행기는 관리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었고.

운수국의 예상으로는 빨라야 내년, 아니면 후년쯤에나 좌석이 남아 민간인들도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연구보고서를 올린 적이 있었기에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말에 탄성을 질렀다.

“허. 그럼 언젠가는 새한성은 어려워도 새진주는 제칠 수도 있겠는데?”

북미왕국 최고의 관광 도시는 역시 수도인 새한성이었고, 그다음으로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존재하는 새진주였다.

헌데, 개발청장의 말을 들어보니, 충분히 새진주는 제칠 수 있을 것 같아 정성국이 감탄하자, 개발청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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