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801화 (801/850)

#801

“으음...아프리카 지역에 석유가 없는 것 같다?”

북미왕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 이후, 개발청에서는 아프리카 곳곳에 거점 항구를 건설하고, 자원 탐사 부서에서 이 거점 항구 인근 지역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거점 항구 인근에 묻혀 있는 각종 자원을 찾기 위함이었고.

자원 중에 특히 석유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원래 북미왕국에서 사용하는 주요 자원은 석탄이었지만, 점차 석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기에.

그리고 북미왕국 본토의 경우 곳곳에 석유가 묻혀 있었고, 북미 서해안, 동해안 철도 부설 공사가 끝나, 주요 도시들이 철도로 연결되면서 기차를 이용해 손쉽게 북미왕국 각 지역에 석유를 운반할 수 있었고, 아시아 지역의 경우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채취하고 있는 석유를 유조선을 이용해 아시아 지역의 여러 거점 항구에 공급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인도 지역의 경우는 이미 쿠웨이트 지역을 확보해둔 상태이기에, 이곳에서 석유를 채취해서 앞으로 건설할 인도 지역의 거점 항구에 공급하면 그만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은 것은 아프리카 지역뿐이라 개발청 산하의 자원 탐사 부서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석유를 찾기 위해 애를 써 왔고.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거점 항구 인근을 샅샅이 탐색했어도 결국은 석유를 찾지 못했기에, 개발청장은 바로 정성국에게 이를 보고했고, 이 보고에 정성국이 묘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지며 개발청장에게 다시 한번 확인차 묻자, 개발청장이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물론 자원 탐사 부서에서 미처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발청장이 말을 흐리자 정성국이 고개를 저었다.

“자원 탐사 부서에서 아프리카 거점 항구 주변 지역을 샅샅이 탐색해 추가로 금과 다이아몬드, 철광석, 석탄 같은 광물을 꽤 많이 발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없다고 보는 것이 맞겠지. 아니면 우리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이 묻혀 있다던가...”

‘혹은 해양 유전이라는 소린데...’

북미왕국의 거점 항구 중 황금해안 항은 전생의 가나 영토에 속했고, 희망 항은 전생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영토에 속했다.

그리고, 정성국이 기억하기로, 전생에서 가나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대한민국과는 달리, 석유가 존재하긴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헌데, 자원 탐사 부서에서 이 지역을 샅샅이 뒤져, 여러 지하자원을 발견했음에도, 석유는 못 찾았다는 뜻은, 현재 북미왕국의 자원 탐사 기술로는 확인이 어려울 정도로 깊이 매장되어 있거나, 해양 유전이라는 소리였고, 이는 당장은 석유를 채취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었다.

해서 정성국이 곤란하다는 얼굴로 생각에 잠겼을 때, 개발청장이 입을 열었다.

“예. 해서 문제입니다. 최근에 건조되는 배들은 대부분 석유로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연구청장이나 여러 연구소 소장들의 말을 들어보니, 석탄보다는 석유가 연료로서의 효율이 더 높고, 오염물질의 배출이 적은 편이라 장기적으로는 발전소를 제외하면 석유를 주 연료로 사용할 생각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연료로서의 효율은 석탄보다는 석유가 더 좋았다.

같은 무게 대비 열량도 석유가 조금 나았고, 연료를 보급하는 것 역시 고체인 석탄보다는 액체인 석유가 편리했기에.

여기에 정성국은 전생의 기억이 있다 보니, 환경오염과 지구 온난화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러한 문제에 있어서도 석탄보다는 석유가 그나마 나았다.

해서 정성국은 은연중에 연료의 비중을 석탄에서 석유로 옮기고 있었고, 이런 정성국의 뜻을 누구보다 먼저 눈치챈 곳이 바로 연구청에 소속된 이들이었다.

그리고 개발청장은 이들과 자주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자연스레 정성국의 뜻을 알게 되었고, 해서 개발청장이 이를 언급하자 정성국이 어쩔 수 없지 않으냐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긴 하지. 허나,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유조선을 이용해 다른 지역에서 석유를 보내거나, 혹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을 계속 건조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비효율적이지 않습니까.”

“흠...”

개발청장의 말처럼 다른 지역에서 석유를 아프리카 거점 항구까지 보내는 것은 썩 효율적이지는 않았다.

거기에 계속해서 석탄과 석유, 두 종류의 연료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도 비효율적이기는 했고.

물론 상황에 따라선 이런 비효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기는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책을 세우긴 해야 했기에, 정성국은 팔짱을 끼고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산유국이 아마 리비아, 나이지리아, 알제리, 앙골라 정도였던가? 그럼...’

일단, 아프리카의 주요 산유국 가운데 리비아와 알제리는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였고, 북미왕국의 아프리카 거점 항구는 서아프리카, 동아프리카에 위치해 있었기에 정성국은 바로 두 지역을 머리에서 삭제했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지역은 황금해안 동쪽에 위치해 있었고, 정성국이 기억하기로 나이지리아의 석유 산출량이 아프리카에서도 수위를 다툰 만큼, 이곳으로 영향력을 넓혀 석유를 탐사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문제는 현재 이 나이지리아 지역의 토착 세력들이 북미왕국을 내심 적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나이지리아 지역의 토착 세력들은 유럽과의 교역을 통해 세력을 키워 왔는데, 이 교역이라는 것이 바로 노예무역이었다.

처음 유럽인들과 접촉했던 토착 세력들은 인근의 다른 부족들을 공격해 이들을 노예로 만들고, 유럽인들에게 팔아 머스킷과 화약을 비롯한 여러 물자를 확보한 후, 이를 이용해 영역을 넓히며 더 많은 노예를 확보하는 식으로 세력을 키워왔던 것이다.

헌데, 갑자기 등장한 북미왕국으로 인해 노예무역이 전격적으로 금지되었으니, 어찌 북미왕국을 좋게 보겠는가.

물론, 이런 토착 세력들은 6함대를 통해 북미왕국이 자신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함부로 북미왕국에 덤비지야 않았지만, 이 지역을 탐사하고 개발하기엔 여러모로 껄끄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정성국이 머릿속에서 나이지리아 지역까지 제외하고 나자 남은 것은 바로 앙골라 지역뿐이었고, 어차피 앙골라 지역은 아프리카 지역 경제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지역 중 하나였고, 전생에서 앙골라의 석유 생산량이 꽤 많았던 것을 생각하면, 설마 그 많은 석유가 모두 해상 유전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자 정성국은 결정을 내렸다.

“그럼 다른 지역을 찾아보지.”

“다른 지역이요?”

“그래. 물론 석유는 석탄과는 달리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묻혀 있기는 한데...설마 그 드넓은 아프리카 대륙에 석유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 아닌가.”

정성국의 이야기에 개발청장이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야...물론 그렇겠지요. 다만, 전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 드넓은 아프리카 전체를 조사할 수야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에 정성국이 빙긋 웃으며 슬쩍 앙골라를 언급했다.

“그렇지. 그러니 일단은...앙골라 지역만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나.”

“예? 앙골라 지역이요?”

수많은 아프리카 지역 가운데 왜 앙골라 지역을 언급한 것이냐는 개발청장의 시선에 정성국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 이미 포르투갈과 앙골라 지역의 투자 협상은 끝난 상황 아닌가. 그러니 앙골라 지역에 석유가 존재한다면, 손쉽게 개발할 수 있겠지.”

북미왕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하고, 6함대를 창설해 아프리카 해적들을 열심히 토벌했지만, 아프리카 해적들은 끊임없이 등장했다.

해서 원인을 분석해보니, 북미왕국에서 노예무역을 금지하면서, 그동안 노예무역이 번성했던 지역들의 경제가 완전히 망가져 버렸고, 그러다 보니 먹고 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해적질을 하려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프리카 지역 경제가 살아나면, 굳이 목숨을 걸면서까지 해적질하려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고.

해서 노예무역 금지로 지역 경제가 파탄 난 여러 지역 가운데, 일단 가장 피해가 컸던 골드코스트 지역과 앙골라 지역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지역 경제를 되살려 보기로 결정을 내리고, 이 지역들에 기득권을 확보한 여러 유럽 나라들과의 협상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그러니, 앙골라 지역이라면 석유를 탐사하는 것도, 그리고 이를 개발하는 것도, 굳이 포르투갈과 시시콜콜 협상할 필요 없이, 북미왕국에서 알아서 탐사하고 개발하면 그만이었기에, 정성국의 말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건 그렇겠군요. 골드코스트에는 석유가 없는 것이 확실하니...앙골라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게 맞겠군요.”

북미왕국이 아프리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투자하기로 정한 지역은 골드코스트 지역과 앙골라 지역, 이렇게 두 지역이었는데, 골드코스트 지역에는 북미왕국의 아프리카 거점 항구 중 하나인 황금해안 항이 존재했기에, 그동안 개발청에서는 골드코스트 지역에 더 많은 자원 탐사 부서의 관리를 투입했었다.

허나 이렇게 인력을 투입했어도, 결국 석유를 찾지 못한 만큼, 어쩔 수 없이 앙골라 지역에 인력을 투입해야겠다는 생각에 개발청장이 중얼거리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개발청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래. 일단 최대한 많은 인력을 투입해 앙골라 지역을 샅샅이 뒤지게. 일단은 해안가 지역부터 말이지.”

“알겠습니다. 전하.”

“아. 그리고, 골드코스트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거야 이번에 발견한 지하자원이 꽤 많으니, 이를 개발하기만 해도 쉽게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앙골라 지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혹시 아나?”

아프리카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은 관리청, 외무청, 개발청이 함께 진행하는 사업이기에, 개발청장도 모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에 정성국이 질문을 던지자, 역시나 개발청장은 이에 대해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바로 대답했다.

“아. 앙골라 지역에도 지하자원이 꽤 풍부하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호오. 그래?”

“예. 물론, 골드코스트 지역과는 달리 귀금속보다는 철광석과 석탄 등이라, 그 가치가 조금 떨어지기는 합니다만...어차피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함이니, 이를 개발하는 것도 나쁠 것 없겠지요.”

물론 북미왕국은 한창 발전 중이고, 그만큼 막대한 강철을 소모하고 있기에, 그리고 북미왕국에서는 자체적으로 철광석과 석탄 등을 채굴하기보다는, 수입을 통해 이 물량을 해결하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프리카보다 가까운 유럽이나 남미에서 수입하는 물량만 해도 북미왕국에서 필요로 하는 물량을 대부분 감당할 수 있었기에, 먼 아프리카의 철광석, 석탄의 가치는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북미왕국의 목적이 아프리카 지역 경제를 살리는 것이니만큼, 아예 내버려 두기보다는 큰 이득은 없더라도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개발청장의 말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계속해서 북미왕국의 강철 소비량이 폭증하고 있으니, 미리 광산을 개발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지. 다만, 그 정도로 앙골라 지역의 경제를 이전처럼 되살리긴 힘들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앙골라 지역에 건설 장비와 경운차를 수십 대 파견해 본격적으로 논밭을 개간할 생각입니다.”

“아. 논밭을 개간해 대농장을 건설하겠다?”

“그렇습니다. 대농장을 운영하면 꽤 많은 주민들을 고용할 수 있을 테고, 어차피 이익을 크게 남길 생각은 없으니...”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거군. 나쁘지 않네. 알겠네. 그럼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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