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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794화 (794/850)

#794

정성국은 잉글랜드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제임스 2세, 그리고 수많은 잉글랜드인의 배웅을 받고 런던항을 떠나 페로 제도로 향했고.

미리 준비되어 있던 비행기에 탑승했다.

그리고 중간에 몇 번의 비행기를 갈아타고 빠르게 새한성으로 복귀했고.

“오라버니!”

“엄마! 아빠!”

정성국과 하얀 들꽃이 비행기에서 내리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전아라와 정나리가 정성국과 하얀 들꽃에게 다가와 안겼고, 정성국은 오랜만에 보는 전아라와 정나리를 강하게 안아준 후, 자신의 품에서 활짝 웃는 전아라에게 말했다.

“후우. 둘 다 정말 보고 싶었어. 이렇게 일정이 길어질 줄 알았다면, 어떻게든 함께 가는 거였는데...”

“그러게 말이에요.”

전아라가 정성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당시에야 그녀가 진행하던 연구 때문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긴 어려운 상황이었고, 갑자기 정나리가 심한 감기에 걸려 장거리 여행보다는 쉬는 것이 낫다는 왕실 의사의 진단에 그녀를 보살필 겸 남았었지만, 이렇게 정성국이 한 달 넘게 유럽에 체류할 줄 알았다면, 정나리와 함께 이동했으리라.

해서 전아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어느덧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 하얀 들꽃의 품에 안겨 재잘거리는 정나리를 보고 흐뭇하게 웃은 후, 다시 전아라를 보고 물었다.

“그동안 별일 없었지?”

“그럼요.”

전아라의 대답에 정성국은 품에 안겨 있는 전아라의 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그보다 이 자리에 안문이 녀석이 없는 것을 보니...”

“예. 지금쯤 군사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또, 훈련받고 있겠지요.”

“흠. 이거 조금 미안한데?”

원래 정안문이 이번 유럽행에 빠진 것은, 당연히 북미왕국 왕실 전체가 타국을 방문하는 것이 말이 되냐며 반대하는 청장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군사대학에서의 생활과 훈련에 잘 적응하고 좋은 성적을 내려면, 미리 기초 교육과 체력을 기를 필요가 있어서이기도 했다.

일단 정안문은 장남인지라 대외적으로 정성국의 후계자로 알려졌고, 백성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였다.

그리고 지금까지야 궁내에서 지냈기에,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그나마 자유로웠고, 그렇기에 압박을 덜 받을 수 있었지만, 군사대학에 입학한 이상 정안문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시선과 쏟아지는 관심이 주는 압박을 버텨내야 했고.

당연히 군사대학에서의 행실이나 그의 성적에도 관심이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정안문은 그 자신을 위해서라도 군사대학에서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낼 필요가 있었고.

문제는, 북미왕국에서 군의 위상은 높은 편이었고, 덕분에 군사대학 내에서의 경쟁이 정말 만만치 않다는 점이었다.

물론 이러한 경쟁으로 수준 높은 사관을 확보할 수 있어서 북미왕국의 국왕으로서는 만족스럽지만, 아버지로서는 과연 정안문이 좋은 성적을 내서 백성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내심 걱정스러웠던 정성국이었고.

해서 정성국은 정안문이 원하는 자유를 미끼로 군사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체력 단련에 매진하게 했고, 아들 녀석이 군사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이런저런 조언으로 낯선 군사대학에서의 생활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도와줄 생각이었는데, 찰스 2세의 죽음으로 일정이 꼬이면서, 그러지 못했기에 정안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이렇게 중얼거리자, 전아라가 빙긋 웃으며 미안해하는 정성국을 위로했다.

“아.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해서요? 괜찮아요. 그 정도도 이해 못 할 아이는 아니잖아요?”

이에 정성국은 잠깐 눈을 깜빡였다.

그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에.

전생에서야 고등학생만 되어도 머리가 굵어져 입학식 같은 행사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곳에서는 상황이 다르지 않던가.

해서 정성국은 슬쩍 얼버무렸다.

“물론 그렇겠지만, 또 내심 섭섭할 수도 있는 거니까...”

그때, 하얀 들꽃의 품에서 하얀 들꽃에게 유럽에서 있었던 일을 열심히 물어보던 정나리가 끼어들었다.

“에이. 반대일걸요?”

“음? 반대?”

“예. 입학식 전날 오빠와 얘기해 봤는데 오빠는 오히려 저하고 큰어머니가 군사대학의 입학식에 참석하는 것도 은근히 꺼렸는걸요?”

“어? 그랬어?”

“대체 왜?”

정나리의 말에 전아라와 하얀 들꽃이 의아하다는 듯 입을 열었을 때, 정성국은 정안문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했기에 말했다.

“아무래도 더 많은 시선이 쏠릴 테니 부담되었겠지.”

“맞아요. 해서 오빠가 아빠에게 전해 달랬어요. 절대 자신을 보려고 군사대학에 오지 말라고.”

이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어.”

* * *

정성국은 오랫동안 새한성을 비웠기에, 복귀한 다음 날 바로 청장 회의를 열었다.

”다들 오랜만이군?“

정성국이 청장들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을 건네자 행정청장이 청장들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유럽 각국을 방문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전하.”

이에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아닐세. 뭐 국익을 위한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덕분에 유럽 관광도 즐길 수 있었고. 그보다 한 달 가까이 새한성을 비웠기에 예상은 했지만, 표정들을 보아하니 보고할 사항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빨리빨리 보고들 하라고. 다들 바쁘잖나? 나도 밀린 보고서들을 확인하고 처리해야 하고.”

“하하하. 알겠습니다. 전하. 먼저...”

정성국은 청장들의 보고를 듣고 또 들었다.

그러다 잠깐 휴식을 취할 겸 커피와 다과를 먹고 있을 때, 개발청장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철도국장을 데려오자 정성국은 철도국장이 이 자리에 온 이유를 짐작하고 탄성을 질렀다.

“하. 드디어 공사가 다 끝난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

“그럼...”

이에 철도국장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예. 북미 서해안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이 모두 철도로 연결되었으니, 이제부턴 새남포에서 보스턴까지 기차를 타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철도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렸다.

북미 서해안 철도 공사와 북미 동해안 철도 공사가 모두 끝나, 북미 서해안의 도시인 새남포에서 북미 동해안의 도시인 보스턴까지 철도로 연결되었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하하. 아주 좋군. 아주 좋아. 드디어 철도로 북미대륙 전체가 연결된 셈이로군! 덕분에 아국의 발전은 한층 더 빨라질 테고.”

이에 관리청장이 무척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동서가 철도로 연결된 셈이니 물류의 이동이 더욱 활발해질 테고, 자연히 아국의 경제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특히, 아국의 주요 도시들은 주로 북미 서해안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에 밀집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최근에는 내륙 지역의 발전도 가속화되고 있긴 했지만, 아직 북미왕국의 주요 도시들은 주로 북미 서해안, 북미 동해안에 밀집되어 있었기에, 이번 철도 부설로 북미왕국의 주요 도시가 대부분 연결된 셈이었고, 이는 북미왕국의 발전을 가속할 것이 분명했기에 다른 청장들도 무척 기대하는 눈치로 관리청장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정성국 역시 관리청장의 말에 동의했기에 흡족한 표정으로 철도국장을 보고 말을 건넸다.

“아무튼, 그동안 고생 많았네. 철도국장. 솔직히 이번 철도 부설 공사는 내심 걱정했거든. 그동안 진행해왔던 철도 부설 공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기도 했고, 항상 부설 공사를 맡아왔던 개발청이 아니라, 철도국에서 맡아 진행했으니까. 거기에 철도국은 개발청에서 독립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었고. 헌데 이렇게 순조롭게, 그리고 큰 문제 없이 공사를 완료해주어 참으로 고맙네.”

“아닙니다. 전하. 개발청을 비롯한 여러 청에서 많이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철도국장은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관리청과 개발청의 전폭적인 지원이 아니었다면, 막 독립해 철도국의 체계를 정비하는 데만 해도 정신없던 철도국이 이런 대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하지는 못했으리라.

특히 이번 철도 공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철교 건설이었는데 이 부분도 개발청에서 대부분 맡아 주었고.

해서 철도국장이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이것을 겸양으로 해석한 정성국은 철도국장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하하하. 그보다, 앞으로의 일정은 전에 이야기한 대로인가?”

“그렇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대로, 지역 내 추가 노선을 부설해 물자와 인력을 빠르게 수송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돕고, 보스턴에서 아카디아 구간의 철도 부설 공사와 일리노이에서 아카디아까지 연결되는 내륙 철도 부설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철도국장은 앞으로 진행할 철도 부설 공사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고, 앞으로 각지에서 부설될 철도 길이의 총합이 이번 북미 서해안, 북미 동해안 철도 공사로 부설된 철도 길이보다 길었기에, 정성국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질문을 던졌다.

“휘유. 이전에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북미 서해안, 북미 동해안 철도 부설 공사보다 대규모 공사였네?”

“그렇습니다. 물론 그렇기에 쉽지는 않겠지만...”

“아. 잘할 거라 믿네. 헌데 공사는 언제부터 시작할 생각이지?”

정성국이 믿는다는 시선을 보내자 철도국장은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미 준비를 끝내둔 상황이라 바로 새로운 철도 부설 공사를 시작할 생각입니다.”

“응? 바로?”

철도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쉬지도 않고 바로 일할 생각인가 싶어 조금 당황하며 그를 쳐다보았지만, 고개를 숙인 철도국장은 이런 정성국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하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철도가 부설됨으로써 북미왕국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쉴 시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니. 아무리 북미왕국의 발전이 중요해도, 그동안 공사를 진행해 온 기술자나 건설 노동자들에게 휴식은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 말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철도국장은 잠시 당황했다가, 정성국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확인하고 정성국이 무엇을 오해했는지를 이해하고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예? 아. 하하하. 괜찮습니다. 저들은 이미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니까요.”

“음?”

“전하께서 유럽에 떠나실 때쯤에 대부분의 노선 공사는 거의 끝났었습니다. 철교 구간만 제외하면요.”

“아. 그럼...”

정성국이 상황을 이해하고 말을 흐리자, 철도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하께서 짐작하시는 것처럼 철교 공사에 투입된 인원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니, 바로 새로운 노선 공사를 시작해도 될 겁니다.”

“그렇다면야...알겠네. 그리고 시베리아 부족 연합의 철도 부설은?”

시베리아 부족 연합이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했을 때, 정성국은 시베리아 철도 부설을 약속했었다.

그렇기에 정성국이 이를 묻자 철도국장이 바로 대답했다.

“따로 부서를 설립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자를 파견해 실측을 진행하고 있고요.”

이미 시베리아 철도의 대략적인 노선은 정해진 상황이었다.

다만, 이는 지도만 보고 정한 노선이었기에 실측이 필요했고.

해서 정성국이 매끈한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흠. 그럼 시베리아 지역의 철도 부설은 빨라야 내년이려나?”

“상황을 봐야겠지만, 아마 올가을부터 시베리아 철도 부설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가을? 시베리아 지역의 크기를 생각하면 실측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릴 텐데?”

정성국의 의문에 철도국장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시베리아 철도 부설은 순차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니, 모든 지역을 실측한 이후에 공사할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아...”

“그리고 전하의 말씀대로 워낙 넓은 지역이라 순차적으로 철도를 부설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테니, 최대한 일정을 앞당기는 것이 맞기도 하고요.”

“시베리아 부족 연합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무척이나 반기겠구만. 알겠네.”

철도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보고를 잘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철도국장은 아직 보고할 것이 남았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전하. 일전에 전하께서는 동맹국들이 계속 철도 부설을 요구할 테니, 더 많은 기술자들을 키우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정성국이 시베리아 부족 연합에 철도 부설을 약속한 이후, 다른 동맹국들도 철도 부설을 무척이나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베리아 지역에 철도를 부설하기로 한 이상, 언젠가는 다른 동맹국에도 철도를 부설해 약간의 이득과 동맹국의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생각이었고.

문제는, 철도 공학과 관련된 인력이 워낙 부족하다는 점이었기에, 정성국은 철도국장에게 더 많은 기술자들을 키우라고 이야기했었기에, 철도국장의 말에 정성국이 아는체했다.

“아. 기억나네. 헌데?”

“해서 고민하다 한 가지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바로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세우는 거지요.”

“철도 전문 대학교?”

정성국이 철도국장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철도국장이 설명했다.

“예. 조선에서 철도 부설 공사를 위해 건축 전문 대학교를 세운 것처럼, 철도와 관련된 학문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철도 기술자뿐만 아니라, 철도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 전반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키우는 데는 아예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세우는 것이 나을듯싶어서 말입니다.”

이에 정성국은 전생의 철도대학을 떠올리고 바로 철도국장의 말에 찬성했다.

“오! 그거 괜찮군. 바로 진행하도록 하게. 그리고 교육청장.”

“예. 철도국이 철도 전문 대학교를 설립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정성국의 생각을 눈치챈 교육청장이 바로 대답하자, 정성국은 흡족한 표정으로 웃었다.

“하하하. 그래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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