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772화 (772/850)

#772

집무실에서 한창 보고서를 살피다 입이 심심해진 정성국이 막 화로에 가래떡을 굽고 있을 때, 집무실의 문이 열리며 조용한 곰이 들어오다 그 광경을 보고 빙긋 웃으며 말을 건넸다.

“휴식을 취하시는 중이셨습니까.”

“그렇네. 계속 보고서를 살피다 보니 내용도 잘 안 들어오고, 또 입이 심심하기도 해서 말이야. 자네도 온 김에 하나 먹고 가게.”

“하하하. 감사합니다. 전하.”

정성국의 말에 조용한 곰은 웃으며 정성국의 맞은편에 앉았고.

정성국은 집게로 화로 옆에 널린 가래떡을 굴리며 물었다.

“흠. 아직 더 구워야겠군. 헌데 갑자기 무슨 일로 방문한 건가? 아. 혹시 유럽 방문과 관련된 일인가?”

곧 울리카와 칼 11세의 결혼식을 위해 유럽을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정성국이 묻자, 조용한 곰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고...방금 막 에스파냐 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온 길인데, 에스파냐에서 더는 아국과 누에바 에스파냐가 맺은 고용 협정과 이주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그 말에 정성국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가, 조용한 곰이 누에바 에스파냐를 거론한 것과 누에바 에스파냐는 에스파냐의 식민지 정부이기에 에스파냐와는 별개로 북미왕국에 전권대사를 파견하기보다는, 전권을 위임받은 에스파냐 대사가 업무를 대리한다는 것을 떠올리고 기억을 되짚으며 중얼거렸다.

“응? 누에바 에스파냐와 맺은 이주 협정이라면...아.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의 고용과 이주를 더는 허락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그동안은 아국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두 협정을 연장해왔지만, 더는 어렵다며 이해해 달라고 이야기하더군요.”

북미왕국은 최근에 에스파냐와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용을 위해 협정을 맺기도 했지만, 오래전에 철도 부설과 애리조나 지역의 목화 농장에서 일할 인력을 구하기 위해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을 고용하는 협정을 누에바 에스파냐와 맺기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고용한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은 북미왕국에 와서 성실히 일했고, 덕분에 초창기 애리조나 지역의 개발이 손쉬워지자 북미왕국에서는 이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북미왕국에 고용된 이들과 그 가족들을 북미왕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누에바 에스파냐와 협상했다.

이에 누에바 에스파냐에서는 당연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지만,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으로 이주함으로써 발생할 누에바 에스파냐의 손해를 북미왕국에서 지원금으로 지급해 보전해주기로 하면서 결국 누에바 에스파냐는 이를 받아들였고.

해서 이 두 협정을 맺은 이후, 꾸준히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으로 유입되어 북미왕국의 발전과 인구 증가에 크나큰 도움이 되었기에 정성국은 못내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쯧...너무 욕심을 부렸나?”

15년 전만 하더라도 북미왕국의 인구는 무척 적었다.

물론 외무청에서 열심히 북미 대륙의 원주민들을 회유하고 있었지만, 이미 유럽인들이 옮긴 전염병으로 인해 원주민들 대다수는 사망한 지 오래였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멕시코 원주민들의 노동력은 북미왕국의 입장에선 참으로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고.

해서 정성국은 더 많은 멕시코 원주민들을 북미왕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여러 수작을 부렸다.

북미왕국에 고용된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고향에 다녀올 수 있도록 충분한 휴가를 주어 이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북미왕국에서 사는 것이 에스파냐의 지배 아래에서 사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낫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알리기도 했고.

국영 상단을 움직여 멕시코 지역의 원주민들에게 각종 생필품을 싸게 팔면서 북미왕국에선 더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또한, 정보기관의 정보원들이 누에바 에스파냐로 이동해 북미왕국의 우호적인 소문을 마구 퍼트리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북미왕국은 멕시코 원주민들을 북미왕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여러 수작을 부렸고, 덕분에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는 멕시코 원주민은 꾸준히 늘어, 현재 북미왕국의 백성 가운데 멕시코 출신 주민들이 대략 100만 명 정도로 추산될 정도였고.

그러다 보니, 정성국도 누에바 에스파냐가 이를 계속 연장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북미왕국으로 유입되는 멕시코 원주민들의 수를 조절했다면, 전체적으로 더 많은 멕시코 원주민들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정성국이 아쉬워하면서도 혀를 차자, 조용한 곰이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하. 아무래도 그런 면이 있지요. 가뜩이나 인구가 증가하면서 면직물 수요량이 폭증한 상태에서 면직물 수출량마저 급격히 늘어나니, 이를 감당하기 위해 애리조나 지역의 목화 농장을 무제한으로 늘리면서 멕시코 북부 원주민들 역시 무제한으로 고용하고, 이들을 이주시켰으니까요. 덕분에 현재 멕시코 북부는 완전히 비어버릴 정도라...”

처음에 북미왕국이 북미왕국과 누에바 에스파냐의 국경 지역의 마을에 사는 원주민들을 대거 고용하면서 국경 인근의 인구 밀도가 낮아졌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덧 멕시코 북부 지역까지 텅 비어버렸다는 조용한 곰의 설명에 정성국은 조금 적당히 해야 했다는 후회 섞인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고.

그때 조용한 곰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만, 외무청이나 정보기관에서 파악한 현 누에바 에스파냐의 부왕인 멜키오르 부왕은 안토니오 부왕과는 또 달라서, 아국으로 유입되는 멕시코 원주민들의 수를 조절해 멕시코 북부가 텅 비지 않았더라도, 지금처럼 협정은 종료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터라, 어쩌면 안토니오 부왕 시절에 대거 멕시코 원주민들을 데려온 것이 아국에 있어서도, 멕시코 원주민들에게 있어서도 좋은 일이었을 겁니다.”

“음? 그래?”

“예. 멜키오르 부왕은 아국과 맺은 이 두 협정을 두고 안토니오 부왕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누에바 에스파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정에 서명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투덜거렸다는 말이 있으니까요.”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조용한 곰의 말마따나 과감히 멕시코 원주민들을 이주시킨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기에 정성국은 일단 안도하면서도, 이 두 협정을 누에바 에스파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정이라고 평가한 멜키오르 부왕의 판단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거리듯 말했다.

“누에바 에스파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협정이다? 누에바 에스파냐가 크게 손해 본 것은 없잖아? 그래서 전 누에바 에스파냐의 부왕이었던 안토니오 부왕도 두 협정에 대해 별말 없었던 거고.”

애당초 북미왕국에서 누에바 에스파냐에 매년 제공하는 지원금은 북미왕국으로 이주한 원주민들에게서 누에바 에스파냐가 걷을 수 있는 세금과 노역의 가치를 환산해 현물로 내어주는 만큼, 멜키오르 부왕의 말처럼 일방적으로 누에바 에스파냐에 불리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두 협정이 일방적으로 누에바 에스파냐에 불리한 협정이었다면, 아무리 전 안토니오 부왕이라 하더라도 이 협정을 계속 연장할 리가 없었고, 혹 북미왕국에 우호적인 안토니오 부왕이 협정을 연장하려 해도, 에스파냐 본국에서 시정 명령이 내려왔을 테니 말이다.

해서 정성국이 계속 투덜거리자 조용한 곰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긴 합니다만...멜키오르 부왕은 생각이 조금 다른 모양이더군요. 멜키오르 부왕은 에스파냐를 위해 누에바 에스파냐와 멕시코 지역이 더 번성하고 발전하길 원하기에...”

“인구가 유출되는 데 일조한 두 협정은 잘못된 거다 이건가?”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다시 반박하려다 조용한 곰에게 이야기해봐야 의미가 없고, 멜키오르 부왕의 생각이 그렇다는데 어쩌겠는가 싶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열었다.

“휴. 어쨌든, 아쉽구만. 멕시코 원주민들 덕분에 남부 지역의 발전이 무척 빨랐는데 말이야.”

“그렇죠. 그래도, 그동안 충분히 많은 멕시코 원주민들이 애리조나 지역, 텍사스 지역, 미시시피 지역에 정착해 이 지역의 인구가 크게 부족한 상황은 아니기에 남부 지역의 발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야...다행이고.”

정성국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멜키오르 부왕의 성향이 안토니오 부왕과는 많이 달라 보이는 만큼, 누에바 에스파냐와 맺은 다른 협정들이나 거래 조건 등을 다시 확인해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조용한 곰이 그럴 생각이었다면서 바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후 이야기하는 동안 잘 구워진 가래떡을 조용한 곰에게 건넸고, 조용한 곰은 뜨거운 가래떡을 조심스럽게 한입 베어 물고 그 고소한 맛에 빙그레 웃다 문득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네덜란드에 주재하는 북미왕국 대사가 꽤 흥미로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이에 조용한 곰에게 가래떡을 건네주고, 자신도 잘 구워진 가래떡을 하나 입에 물고 있던 정성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우물우물. 무슨 소식인데?”

“신성로마제국의 전권대사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아국의 대사관을 찾아왔다더군요.”

그 말에 정성국은 씹고 있던 가래떡을 바로 삼키고 반문했다.

“응? 신성로마제국의 전권대사가? 왜?”

“정식으로 아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싶답니다.”

이에 정성국은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허. 교황청 때문에 우리와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던 그 신성로마제국이?”

대프랑스 전쟁 당시 반프랑스 동맹에 참여한 신성로마제국에 신식 소총을 판매하면서 북미왕국은 신성로마제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으려 했지만, 이걸 거부한 것은 신성로마제국이었다.

헌데 이제 와서 신성로마제국이 북미왕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가까운 암스테르담에 있는 북미왕국 대사관에 전권대사를 파견했다고 하니, 정성국은 신성로마제국이 무슨 생각으로 이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습니다. 북미왕국 대사의 말로는 신성로마제국에서는 오스만 제국은 아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었고, 신성 동맹에 속한 나라들은 아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지 않았기에, 아국이 오스만 제국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 모양입니다. 특히, 아국이 신성 동맹의 무기 구매 요청을 거절한 것 때문에 이를 확신한 듯싶고요.”

“뭐야. 그럼 아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은 후에 다시 무기 구매 요청을 하겠다 이건가? 그러면 조금 곤란한데?”

아직 인도 지역으로 진출하지 못했고, 오스만 제국에 할양받은 쿠웨이트 지역을 관리마저 오스만 제국에 일임한 상황이라 북미왕국은 오스만 제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신성로마제국이 북미왕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를 맺더라도, 북미왕국은 신성로마제국에 추가로 신식 소총을 팔 생각이 없었고.

해서 정성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조용한 곰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아. 괜찮습니다. 신성로마제국은 더는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으니까요.”

“뭐?”

조용한 곰의 대답에 화들짝 놀란 정성국이 그게 무슨 뜻이냐는 시선을 보내자 조용한 곰이 답했다.

“신성로마제국의 전권대사는 아국에서 신성 동맹과 오스만 제국 사이를 중재해주길 원했답니다.”

그러면서 조용한 곰은 현재 동유럽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주었고.

한때 거침없이 헝가리 지역으로 진입했던 신성 동맹군이 꾸준히 증원되는 오스만 제국군의 압박에 못 이겨 결국 철수해 빈 인근까지 후퇴했고, 오스만 제국은 신성 동맹군을 조금 추격하다 신성 동맹군이 헝가리 지역에서 빠져나가자 추격을 멈추고 진지를 구축해 겨울을 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신성 동맹군 역시 빈으로 이동해 진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들의 사기는 썩 높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왜 신성로마제국의 전권대사가 중재를 요청한 것인지 이해했다.

다만, 아직 신성 동맹이 해체된 것이 아니기에 정성국이 이 부분을 지적했다.

“헌데 그걸 신성로마제국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아니지 않아?”

“그렇습니다. 다만 오스만 제국은 겨울인데도 꾸준히 추가 병력을 헝가리로 보내고 있기에, 신성로마제국에서는 날이 풀리면 오스만 제국군이 다시 빈을 공격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그렇게 되면 신성로마제국의 피해가 큰 만큼 레오폴트 1세가 오스만 제국과의 화친을 강력히 주장한 모양입니다.”

“그걸 교황청을 비롯해 다른 신성 동맹에 가입한 국가들이 받아들였고?”

“교황청이나 베네치아 공화국은 썩 내키지 않아 했답니다. 오스만 제국이 방어전을 통해 승리를 거둔 것처럼, 자신들도 빈을 두고 방어전을 펼쳐 오스만 제국군에게 큰 피해를 주고 다시 헝가리 지역으로 진격하자고 주장했다더군요. 헌데...”

“헌데?”

“얀 3세가 레오폴트 1세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했답니다. 듣자니 지금까지의 전투로 얀 3세가 끌고 온 병력의 피해가 꽤 큰 모양이라...”

이에 정성국은 신성 동맹 내부의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하. 신성 동맹의 주축이 신성로마제국과 폴란드-리투아니아 왕국이니 얀 3세가 레오폴트 1세의 주장에 동의한 순간 상황은 끝난 셈이로군.”

“그렇지요. 얀 3세가 더는 못하겠다고 돌아가는 순간 신성 동맹군은 1/3로 줄어드니까요. 그러면 빈도 위험하고, 빈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되면 끝이니 결국 교황청도 이를 받아들인 거지요.”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가래떡을 씹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중재 요청을 받아들여야 하나? 외무청에서는 어떻게 판단해?”

이 정성국의 질문에 조용한 곰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정성국이라면 유럽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이를 받아들일 거라고 여겼기에.

이에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하며 입을 열었다.

“오스만 제국의 반응이 좀 걸려서 말이야.”

“아...전하께서는 오스만 제국이 아국의 중재에 반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한창 오스만 제국이 기세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재해 전쟁을 끝낸다면, 오스만 제국 입장에선 우리가 신성 동맹의 편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고 불만을 품을 수도 있잖아?”

이에 조용한 곰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대답했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오히려 아국의 중재를 반길 것 같습니다.”

“응?”

“오스만 제국은 대프랑스 전쟁으로 손쉽게 빈을 점령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지만, 신성 동맹이 결성되면서 빈을 점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이 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서 오스만 제국도 이 전쟁을 계속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예. 이스탄불의 분위기나 오스만 대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것 같습니다. 특히, 지금 헝가리 지역에 배치되는 추가 지원 병력은 오스만 제국 입장에서도 쥐어짜서 만든 병력이기에...”

이에 정성국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남은 가래떡을 우물거리며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만 이건 외무청의 추측이지?”

“그렇습니다.”

“허면, 자네가 오스만 대사를 만나서 슬쩍 운을 띄워봐. 그리고 오스만 대사가 긍정적으로 나오면 중재 요청을 받아들이고. 어차피 급한 것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정성국의 제안에 조용한 곰이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이 덧붙여 말했다.

“아. 그리고 신성로마제국과 정식으로 외교 관계는 맺도록 하고.”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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