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756화 (756/850)

#756

“흠. 내년까지는 6함대의 확장에 집중하겠다고?”

청장 회의에 참석한 정성국이 군사청장의 보고를 듣다 질문을 던지자 군사청장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계속해서 6함대에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보면, 당장은 인도 지역에 배치할 8함대의 창설보다 6함대의 확장에 더 주력해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에 정성국이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후. 아프리카 해역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양이군?”

처음 북미왕국이 아프리카 지역에 진출하고, 네덜란드령 골드코스트 인근의 북미왕국 거점 항구인 황금해안 항에 6함대가 배치되면서 서아프리카의 바다에서 활동하던 해적들은 북미왕국 해군을 피해 도망치거나, 일단 활동을 자제하며 북미왕국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고.

황금해안 항에 배치되어 있던 6함대의 규모가 점점 커질수록, 더 많은 해적들이 북미왕국 해군을 피해 북아프리카로 떠나기 시작했다.

덕분에 골드코스트 해역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은 꾸준히 줄어들었고.

헌데 북미왕국이 케이프 식민지, 모잠비크 지역, 마다가스카르 섬에 추가로 거점 항구를 건설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저 세 지역에 거점 항구를 건설하기 위해 물자를 운반하고, 또 거점 항구를 방어해야 했기에, 6함대는 넷으로 쪼개져 배치되었고, 그렇게 거점 항구에 배치된 전선의 숫자가 확 줄어들다 보니, 다시 해적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6함대는 본국에 전선의 추가 배치와 포탄, 탄약 등의 군수 물자를 계속 요청하고 있었고, 이 때문에 강평화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던 정성국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자, 군사청장이 면목이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6함대가 계속 주변을 순찰하면서 해적들을 소탕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거점 항구마다 배치된 전선의 수가 워낙 적다 보니...”

분명 북미왕국의 전선은 강력했다.

특히, 기관총이 개발된 후 북미왕국의 선박에는 기관총이 여러 정 배치되면서, 멀리서는 포탄을, 가까이서는 총알을 퍼부을 수 있었기에, 전선 1척의 전투력은 더욱 올라갔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북미왕국 전선 1척의 전투력이 강하다고 해도 숫자가 너무 적었다.

군사청에서 6함대의 확장을 우선하고 있었지만, 아직 6함대의 규모는 20척에 불과했고, 이는 각 거점 항구마다 고작 5척의 전선을 배치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뭐 드넓은 아프리카 해역을 고작 20척의 전선만으로 통제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지. 다만, 6함대가 계속해서 해적들과 전투를 치르는 건 조금 예상외긴 하네.”

물론 처음에는 충분히 이해했다.

남아프리카 해역과 동아프리카 해역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은 북미왕국 해군의 소문은 들었을지언정, 실제로 경험해보지는 못했을 테니, 얼마 안 되는 북미왕국 전선을 만만히 여길 수 있을 테니까.

더불어 황금해안 항에 배치된 6함대 전선의 숫자가 확 줄어들었고, 덕분에 순찰 영역도 줄어들었으니, 해적들이 잠깐 설치다 6함대의 순찰 영역 안으로 들어올 수도 있었고.

헌데 북미왕국이 아프리카의 다른 거점 항구 건설을 시작한 지도 반년이 흘렀는데, 계속해서 6함대가 순찰하는 북미왕국의 아프리카 거점 항구들 주변에 해적이 알짱거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기에 정성국이 조금은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군사청장이 입을 열었다.

“아. 그게 규모가 큰 대형 해적단들이 6함대의 순찰 영역을 피해 이동하다 보니, 이들에 밀린 소규모 해적들이 계속 6함대의 순찰 영역 내로 흘러들어오고 있어서 말입니다.”

아무리 북미왕국 거점 항구에 배치된 전선의 숫자가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북미왕국 전선은 강력했다.

특히 남아프리카 해역이나 동아프리카 해역에서 홀로 순찰하는 북미왕국 전선을 만만히 봤던 해적들이 죄다 물귀신이 되면서 북미왕국 해군이 강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해적들이었고.

그러니 해적들은, 특히 규모가 큰 대형 해적단들은 최대한 북미왕국의 거점 항구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자리를 잡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대형 해적단들이 자리 잡을 정도의 지역이라면 당연히 기존에 활동하던 해적들이 있었고, 서로 합쳐 해적단의 규모를 더욱 키우거나, 아니면 영역을 두고 다투다 밀린 해적들이 북미왕국 아프리카 거점 항구 주변으로 흘러들어온다는 군사청장의 설명에 정성국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군사청장이 슬쩍 덧붙였다.

“거기에 아국의 전선이 부족해 자주 순찰하기도 어렵다는 것까지 알게 되자, 소규모 해적들은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모양인 것 같다더군요.”

이에 정성국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아니. 막상 해적질로 정말 일확천금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텐데 왜 그렇게 해적질에 미련을 갖는 건지 정말 모르겠네.”

정성국의 투덜거림에 군사청장과 정성국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조용한 곰이 끼어들었다.

“아마 해적질 말고는 먹고 살 방법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응? 그게 무슨 소린가?”

무언가 아는 듯한 조용한 곰의 말에 정성국이 급히 고개를 돌려 조용한 곰을 바라보며 빨리 이야기하라는 듯 재촉하자, 조용한 곰이 설명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지역에 주재하는 외무청 관리들의 보고에 따르면. 해적들 상당수가 이전에는 노예무역에 종사하던 이들이라고 하더군요.”

“어?!”

조용한 곰이 노예무역을 거론하자 정성국은 무언가를 눈치채고 설마 하는 표정으로 조용한 곰을 바라보았다.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이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아국이 노예무역을 금지하면서, 아프리카의 노예 산업은 대부분 붕괴했고, 그동안 노예 산업에 종사하던 이들 역시 대부분은 직업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직업을 찾아야 하는데...노예 상인들이야 노예를 취급하던 상인이었으니, 이제 노예가 아닌 다른 물건들을 거래한다 치더라도, 그동안 다른 부족들을 약탈하며 노예를 공급해오던 노예 사냥꾼들이 칼이 아니라 쟁기를 들고 밭을 일굴 수 있겠습니까?”

“...물론 힘들겠지. 하지만, 노예 사냥꾼들이 직접 밭을 일굴 필요가 있나? 그동안 많이 벌었을 것 같은데?”

이에 조용한 곰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노예 사냥꾼 중에 노후를 생각해 착실히 돈을 모은 이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아...”

조용한 곰의 말에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는 말을 떠올린 정성국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조용한 곰이 덧붙여 말했다.

“여기에 노예무역은 명실상부한 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산업이었습니다. 헌데 노예무역이 갑작스레 금지되면서,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전체가 침체됐고, 이 때문에 먹고 살기 힘들어진 이들까지 일확천금을 노리고 해적질에 가담하고 있기에...”

“허. 그럼 아프리카 경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어야 해적들이 줄어들 거란 소리네?”

조용한 곰의 말에 정성국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탄식했고, 이에 군사청장이 슬쩍 입을 열어 자기 생각을 밝혔다.

“물론 아프리카의 경제가 안정되면 해적들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겁니다. 다만, 그렇지 않더라도 6함대를 계속 확장해 해적들을 철저히 소탕하다 보면, 결국은 줄어들 거라고 봅니다.”

군사청장의 대답에 옆에서 흥미롭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법무청장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지금이야 6함대의 규모가 작기에 바다에서 6함대의 전선과 조우할 확률이 낮고, 그래서 해적들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며 해적질을 하겠지만, 6함대에 더 많은 전선이 배치될수록 6함대의 전선과 조우할 확률이 늘어날 테고, 그러다 보면 해적들은 결국 해적질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목숨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인 만큼, 6함대의 규모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해적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 부담이 커져 아무리 먹고살기 어렵다 하더라도 해적질보다는, 쟁기질을 하지 않겠냐는 법무청장의 의견에 일부 청장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히자, 조용한 곰이 고개를 저었다.

“물론 그렇겠지요. 문제는 아프리카 대륙이 무척 넓다는 점입니다.”

이에 군사청장과 법무청장은 조용한 곰이 왜 아프리카 대륙의 크기를 언급한 것인지 눈치채고 신음을 흘렸고.

“으음...”

“헌데 해적들이 6함대와 조우할 확률이 높아 해적질을 그만둔다? 그러려면 6함대의 규모는 다른 함대에 최소 배 이상은 되어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조용한 곰의 말대로 아프리카 대륙은 무척 넓은 대륙이었다.

아시아 다음으로 큰 대륙이자, 북미 대륙보다 커다란.

헌데 북미왕국이 북미 대륙의 해안가를 지키기 위해 1함대, 2함대, 4함대, 총 3개 함대를 두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북미 대륙보다 큰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가를 어느 정도 통제하려면 6함대의 규모는 다른 함대보다 훨씬 거대해야 할 것이 분명했고.

이에 군사청장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아마 마다가스카르의 메리나 항은 제외하더라도 서아프리카 해안의 거점인 황금해안 항, 남아프리카 해안의 거점인 케이프 지역의 희망 항, 동아프리카 해안의 거점인 모잠비크 지역의 소팔라 항에 최소 20척 정도의 전선은 배치해야 서, 남, 동아프리카 해역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겠지요.”

물론 이건 네덜란드, 덴마크 같은 동맹국뿐만 아니라 잉글랜드, 프랑스, 포르투갈 같은 아프리카 해역을 이용하는 유럽 국가들까지 북미왕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때를 가정한 계산이고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전선이 필요할 거라는 이야기에 관리청장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지 깊은 한숨을 내쉬었고.

“어후...”

그런 관리청장의 반응에 조용한 곰이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예. 전선만 최소 65척인데...전선 건조비나 유지비를 생각해보면, 아무리 부유한 아국이라 하더라도 이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아국이 아프리카 해역을 완전히 장악해 아프리카 무역이 더욱 활발해진다 하더라도, 현재의 아프리카 경제 규모를 생각하면 별다른 이득이 있을 것 같지 않고요.”

조용한 곰의 말에 관리청장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조용한 곰은 그런 관리청장을 보고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더불어 6함대를 그 정도 규모까지 늘리면 8함대의 창설을 미룰 수밖에 없고, 자연히 인도 지역의 진출마저 꽤 늦어지게 될 텐데, 현재 잉글랜드나 프랑스가 인도 지역에서 어떻게든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생각해보면, 인도 지역으로의 진출이 지체되는 것은 안 됩니다.”

정성국 역시 각국에 주재하는 북미왕국 대사들의 보고를 통해 잉글랜드나 프랑스가 인도 지역으로의 진출과 인도 지역에서의 식민지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조용한 곰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러니 자네의 말은, 6함대의 규모를 키워 아프리카 해역을 통제할 생각을 하지 말고,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게끔 돕는 편이 낫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전하.”

조용한 곰이 고개를 끄덕이자 법무청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질문을 던졌다.

“제가 잘 모르기는 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데도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 같습니다만...?”

이에 조용한 곰이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관리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진 않을 겁니다. 노예무역은 서아프리카 해안에 집중된 산업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이 많은 거고요.”

“아...”

북미왕국에서 노예무역을 금지하기 전까지, 가장 노예를 많이 사들인 지역이 바로 신대륙이었고, 그렇기에 노예무역은 신대륙에서 비교적 가까운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린 법무청장이 관리청장의 말에 탄성을 지르며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조용한 곰이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농업 연구소와 개발청의 자원 탐사 부서가 나선다면, 아프리카 서해안 지역의 경제를 살리는 데 그렇게 막대한 돈이 들어가진 않을 겁니다. 더불어 투자를 통해 아프리카 원주민들을 북미왕국에 우호적으로 만들 수도 있고요.”

“예.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가 살아나면, 무역을 통해 이득을 얻을 수도 있으니 오히려 전 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하는 방안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관리청장이 다시 입을 열어 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자 다른 청장들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군사청장과 법무청장마저 그래도 나쁠 것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에 정성국이 결정을 내렸다.

“그럼 아프리카 지역에 투자하기로 하지. 외무청장, 관리청장, 개발청장이 이 일을 맡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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