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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731화 (731/850)

731화

“오! 드디어 새로운 비행기들의 시험 비행이 모두 끝났다고?”

정성국은 연구청장이 가져온 소식에 활짝 웃으며 다시 한번 확인하자 연구청장이 빙긋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전하.”

“헌데...의외로 시간이 꽤 걸렸네? 하얀 수리는 일정을 앞당겨서라도 시험 비행을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했는데 말이지?”

일전에 항공기 연구소를 방문한 이후, 정성국은 새로운 비행기들의 시험 비행이 빨리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시험 비행이 완전히 마무리되어야 본격적으로 새로 개발한 12호 비행기와 14호 비행기를 양산할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정성국이 이를 얼마나 기대하는지를 눈치챈 하얀 수리는 최대한 빠르게 시험 비행을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했었고.

헌데 하얀 수리의 장담과는 달리, 시험 비행을 모두 끝내기까지 거의 반년이 흘렀고, 이는 황새급 비행기의 시험 비행 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니 정성국이 의아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리고 정성국의 의문에 연구청장은 조금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 그게...시험 비행 도중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해서 말입니다.”

“몇 가지 문제?”

“자잘한 문제들입니다. 해서 부품을 교체하거나, 일부 설계를 변경해 개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요.”

시험 비행 도중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에 자신의 관심 때문에 시험 비행의 일정을 앞당겼다가 큰 사고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 싶어 깜짝 놀랐던 정성국은 연구청장의 대답에 조금 안도하며 다시 한번 확인차 물었다.

“그래? 혹시 큰 사고가 일어난 것은 아니고?”

이에 연구청장은 정말 별일 아니었다는 얼굴로 손을 내저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비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계기판의 오류나, 무선 통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으니까요.”

계기판의 오류만 하더라도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던 정성국은 연구청장이 무선 통신 장치를 언급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무선 통신 장치? 비행기에도 무선 통신 장치를 장착했다는 소린가?”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연구청장이 빙긋 웃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기존의 무선 통신 장치는 큰 편이라, 비좁은 황새급 비행기 안에 설치하긴 무리가 있지만, 새로운 비행기들은 상황이 다르잖습니까.”

“암. 새로운 비행기 둘 다 공간이 넓고 출력이 충분해 최대 이륙 중량에 여유가 있으니까. 헌데 내가 하얀 수리와 이야기를 나눴을 때는 그런 얘기를 못 들은 것 같은데?”

비행기에 무선 통신 장치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그러니 새로운 비행기들에 무선 통신 장치를 탑재했다면, 그가 항공기 연구소를 방문해 12호 비행기, 14호 비행기의 조종석을 확인했을 때 설명했을 법한데, 하얀 수리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에 정성국이 의아하다는 기색으로 연구청장을 바라보았고.

연구청장은 정성국의 말에 굳이 숨길 이유가 없는데 하얀 수리가 왜 이것을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어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손뼉을 치며 대답했다.

“아. 무선 통신 장치를 연구하는 부서에서 소형화, 그리고 경량화 연구도 진행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비행기에 탑재하는 장비는 작고 가벼울수록 좋은 터라...”

“시제품이 생산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전하께서 항공기 연구소를 방문해 새로운 비행기들을 보셨을 때는 아마 무선 통신 장치가 없었을 겁니다.”

물론 12호 비행기와 14호 비행기는 황새급 비행기보다 훨씬 고출력의 기관을 여럿 탑재했기에 최대 이륙 중량에 여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더 많은 승객이나 화물을 실으려면 장치를 소형화하고 경량화하는 것은 필수였다.

그러니 새로운 무선 통신 장치가 개발될 때까지 설치를 미뤘다는 연구청장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런가. 뒤늦게 새로운 무선 통신 장치의 시제품을 장착해 시험 비행에 나섰고...아. 그 시제품이 말썽이었나 보군?”

“예. 무선 통신 장치가 말썽이라 이를 완전히 고치느라 시간이 꽤 걸린 것으로 압니다. 다만 새로운 비행기들의 비행 성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연구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래? 무선 통신 장치 때문에 시험 비행 일정이 늘어진 것은 조금 아쉽긴 한데, 그래도 무선 통신 장치를 이용해 비행하면서도 지상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여러모로 유용할 테니 뭐...”

지금까지는 낮에는 깃발로 밤에는 불빛을 이용해 공항에 접근하는 비행기들이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착륙했다.

아직은 전생처럼 공항을 이용하는 비행기가 많지 않기에 가능한 방법이랄까.

하지만 이번에 항공기 연구소에서 개발한 새로운 비행기들의 성능은 정성국의 기대 이상이었고, 그 때문에 정성국은 이를 대량 생산해 본격적으로 항공 수송의 시대를 열 생각이니, 자연히 공항은 수많은 비행기로 북적일 수밖에 없었고, 그만큼 각종 사고의 위험성도 높아질 것이 뻔했다.

허나 무선 통신 장치를 이용해 공항과 비행기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사고의 위험성이 확 낮아질 테니 정성국은 나쁠 것 없다는 얼굴로 중얼거리자 연구청장이 맞장구쳤다.

“그렇지요. 특히 그동안은 착륙할 때, 공항에 걸려 있는 깃발이나 불빛을 보고 활주로의 상황을 파악해야 했는데, 이제는 무선 통신으로 공항에서 조종사에게 기상 정보를 비롯한 여러 정보를 알릴 수 있어, 더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게 되었다더군요. 특히 어두운 밤에도 말이지요.”

“잠깐. 시험 비행 중에 야간 비행도 있었던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비행기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야간 비행은 필수이지 않습니까.”

비행기는 기차나 선박보다 빠르다.

황새급 비행기도 그랬고, 이번에 개발된 새 비행기들은 더욱 빠른 편이었으니까.

문제는 야간 비행의 위험성 때문에, 북미왕국의 비행기들은 야간 비행을 금지했고, 그 때문에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비행기가 빠르게 이동하면 뭘 하겠는가.

해가 지기 전에 착륙해 다음 날 해가 뜰 때까지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데.

그리고 비행기가 야간에 멈춰있는 사이 기차나 선박은 그렇게 벌려진 거리를 따라잡았으니, 비행기의 경쟁력이 생각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야간 비행이 가능해지면, 기차나 선박과는 달리 출발지와 목적지를 최단 거리로 이동할 수 있는 비행기의 경쟁력은 무척이나 올라가기에 정성국이 연구청장의 말에 솔깃하면서도, 조금은 우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으음...그렇긴 한데, 야간 비행은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나?”

“따로 항법사를 두기에 그렇게 위험할 정도는 아니랍니다. 망망대해를 비행하면서 계기 비행에 익숙해졌다면 해볼 만 하다더군요.”

“그래?”

전생에서 기술이 발전하기 전, 그러니까 초창기 항공기들의 경우, 야간 비행을 하다 자주 사고가 발생했었다고 알고 있었기에 정성국이 우려했지만, 의외로 연구청장이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대답하자 정성국은 고개를 갸웃했고.

그런 정성국을 보고 연구청장이 덧붙여 설명했다.

“예. 경험 많은 조종사들은 바다 위를 비행하는 거나 야간 비행이나 거기서 거기고, 멀리서 불빛을 보고 공항을 쉽게 찾을 수 있으니 오히려 야간 비행이 바다 위를 비행하는 것보다 쉽다는 친구도 있는 것을 보면 뭐...”

그러면서 이번 시험 비행의 상당수는 야간 비행이었는데 아무런 사고가 없었다고 강조하는 연구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내심 안도했고.

그러다 시험 비행의 상당수가 야간 비행이었다는 뜻을 파악하고 탄성을 질렀다.

“허. 그럼 새로운 비행기들이 양산되면 본격적으로 야간 비행을?”

이에 연구청장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럴 예정이랍니다. 그러니 먼 거리를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겠지요.”

황새급 비행기로 인해 이전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거리가 멀어질수록 의외로 기차나 선박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건 아까 언급한 것처럼 야간엔 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헌데 야간 비행이 가능해지면서, 그리고 새로운 비행기들은 황새급 비행기보다 배나 빠르기에, 이동 시간을 급격히 단축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황새급 비행기로는 7일이나 걸렸던 포로나이나 9일이나 걸렸던 페로 제도를 이번 시험 비행에서는 단 2일 만에 주파했다는 연구청장의 설명에 정성국은 새삼 감탄했다.

“허. 2일이라고? 끝내주는군.”

“하하하. 그렇지요. 그리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셈이니 통치가 더 수월해질 테고요.”

“그러자면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비행기를 양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정성국의 말에 연구청장은 미리 준비한 듯 씩 웃으며 곧바로 보고를 시작했다.

“이미 전하의 명령에 따라 비행기 생산 공방은 황새급 비행기의 양산을 종료하고, 기러기급 비행기와 두루미급 비행기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곧바로 두 비행기의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응? 아. 두 비행기가 시험 비행을 통과했으니 정식으로 이름을 붙인 건가?”

“그렇습니다. 12호 비행기는 기러기급 비행기로, 14호 비행기는 두루미급 비행기로 결정되었습니다.”

“기러기와 두루미라...”

비행기의 이름은 항공기 연구소의 연구원들이 좋아하는 새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니만큼, 정성국은 비행기의 이름에는 크게 관여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군. 알겠네. 자네는 기러기급 비행기와 두루미급 비행기의 양산에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게. 생각보다 두 비행기의 성능이 훌륭한 터라 엄청나게 많은 비행기를 찍어내야 할 테니 말이야.”

전생에서 기러기급 비행기, 그리고 두루미급 비행기와 비슷한 성능의 비행기는 보잉 247과 dc-1 계열의 비행기들인데, 이중 dc-1의 후계기인 dc-3의 경우는 거의 1만 대 가까이 생산되었고, 21세기에도 후진국의 저가 항공사에선 이 비행기들을 잘만 써먹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기러기급 비행기와 두루미급 비행기는 충분히 쓸만한 비행기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기에 정성국은 이 두 비행기를 연구청장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찍어낼 생각이고.

그리고 이러한 정성국의 말에 연구청장은 무언가를 느꼈는지 움찔하며 정성국을 바라보았고, 정성국이 연구청장을 보고 짓궂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연구청장이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음...역시 기러기급 비행기와 두루미급 비행기가 양산되면, 지금과는 달리 일반 백성들도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물론 당분간은 좌석 수가 적어 관에서 독점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야.”

이번에 새로 개발한 두 비행기 모두 황새급 비행기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만큼, 관에서만 이용한다면 그리 많은 비행기를 생산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허나 일반 백성들도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게 허락한다면, 그리고 북미왕국의 백성들이 대부분 부유하다는 것과, 새로운 경험을 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비행기 여행의 수요는 엄청날 거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그러니 연구청장은 얼마나 많은 비행기를 생산해야 할지 대충 짐작하고, 또 정성국이 왜 새로운 비행기 생산 공방을 건설해두라고 이야기했는지 확실하게 깨닫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우. 알겠습니다. 준비하도록 하지요.”

그리고 연구청장의 항복 선언에 만족한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비행기 생산만큼 중요한 거점 공항의 건설을 떠올리고 질문을 던졌다.

“아. 거점 공항의 건설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혹시 아나?”

“그저께 개발청장을 만나 잠깐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듣긴 했습니다. 거점 공항의 확장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2달 후면 확장 공사가 일단 끝날 것 같다고 말입니다.”

“흠.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나 보네?”

“예. 개발청장이야 곧 새로운 비행기들이 생산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새로운 비행기들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거점 공항의 건설마저 2달 후에 완공되면 본격적으로 항공 수송의 시대가 열리는 셈이라 정성국은 앞으로를 기대하며 히죽 웃었다.

“그런가.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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