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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719화 (719/850)

719화

선장실에서 쉬고 있던 해적선의 선장 파비앙은 몸이 찌뿌둥함을 느끼고 몸을 풀 겸 선장실을 나와 갑판으로 올라갔고.

선원들은 파비앙을 보고 고개를 숙이는 와중에 갑자기 누군가가 파비앙을 불렀다.

“선장님!”

“음?”

우렁찬 목소리도 그렇고, 위에서 들린 것을 보면 분명 돛대 위에 있는 견시수가 자신을 부른 것이 확실하기에 파비앙은 고개를 들며 소리쳤다.

“왜?!”

이에 견시수가 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좀 보십시오! 선단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견시수의 외침에 파비앙은 눈이 번쩍 뜨였다.

“선단? 몇 척인데?”

“대략 10척 가까이는 되어 보입니다!”

“어? 10척?”

“그렇습니다!”

견시수의 대답에 파비앙이 반색하며 중얼거렸다.

“오! 대규모 상선대인가? 제발 네덜란드 상선대였으면 좋겠는데...”

유럽에서의 큰 전쟁으로 네덜란드의 국력이 약해져 이곳에 제대로 된 함대를 파견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파비앙은 견시수가 발견한 선단이 네덜란드의 상선대이기를 바랐다.

다른 나라의 상선대라면 뒷일을 생각해야 하기에 함부로 덤비기 어렵지만, 네덜란드 정도라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기에.

해서 파비앙은 견시수가 발견한 함대가 제발 네덜란드의 상선대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품 안에서 망원경을 꺼내기 시작했을 때, 다시 견시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만...배가 조금 이상합니다.”

“음? 이상하다니? 뭐가 이상한데?”

망원경을 다 꺼낸 파비앙이 망원경을 펴고 눈에 가져다 대려다 견시수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배 모양이요! 돛이 안 보입니다! 요상하게 생겼어요. 그리고 깃발 모양도 처음 보고요.”

견시수의 외침에 함대를 발견했다는 견시수의 보고 이후 무척 흥겨웠던 갑판 위가 싸늘해졌다.

그리고 파비앙 역시 순간 몸이 굳었고.

“...뭐?!”

견시수의 말에서 떠오른 함대는 하나뿐이었으니까.

“설마...”

해서 파비앙은 급히 망원경을 눈에 가져다 대고 서쪽을 바라보았고.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함대의 모습에서 옛 기억이 떠오른 파비앙이 몸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원래 파비앙은 프랑스 사략선 출신의 선원으로 카리브 해를 제집처럼 드나든 인물이었다.

다만 갑작스럽게 북미왕국이 튀어나왔고, 여기에 북미왕국과 프랑스가 전쟁을 벌이면서, 이 전쟁에 당시 사략선의 선장이 프랑스의 편을 들면서 북미왕국 해군을 공격하기 위해 이동했었고.

그리고 막 프랑스 서인도제도 함대와 함께 북미왕국 해군을 공격하려 했을 때, 북미왕국 해군은 프랑스 함대에 무자비한 포탄 세례를 날렸고, 이 포탄 세례에 믿었던 프랑스 함대가 완전히 박살 나자 당시 갑판장이었던 파비앙은 전투를 종용하는 선장의 머리에 총알을 먹이고 부선장과 함께 배를 장악해 뒤도 보지 않고 튀었다.

덕분에 살 수 있었지만, 파비앙에게 있어서 북미왕국 함대는 공포 그 자체였고.

그 후 간간이 북미왕국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역시 그때 선장을 죽이고 도망친 것이 최선이었다고 3년 전 죽은 부선장과 낄낄대곤 했다.

헌데 그 공포의 북미왕국 함대가 아프리카에 나타났으니 파비앙은 공포에 잠길 수밖에 없었고.

그때 그런 파비앙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한 부선장이 망원경을 꺼내 서쪽을 확인하고 기겁하며 소리쳤다.

“야! 저건 북미왕국의 함대잖아! 이 무식한 원주민 놈아! 선장님! 튀어야 합니다! 당장요!”

부선장의 비명에 정신을 차린 파비앙이 바로 외쳤다.

“그...그래! 당장 배를 돌려! 그리고 일반적인 상선인 것처럼 위장하고!”

그렇게 명령을 내리자 해적선의 선원들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때 부선장이 초조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며 파비앙에게 다가와 조용히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북미왕국의 함대가 왜 아프리카 해역에 나타난 걸까요?”

“모르지. 다만...”

“다만?”

“예감이 안 좋아. 바로 다른 곳을 피하는 것이 좋겠어.”

* * *

“오! 드디어 새마포에 짓고 있던 자동차 생산 공방이 완공되었다고?”

정성국은 연구청장의 보고에 눈을 빛냈다.

그동안 도로국을 설립해 각 도시와 마을을 연결하는 제대로 포장된 도로를 건설하고, 동남아시아나 인도, 정확히는 페르시아만 안쪽까지 진출해 석유를 확보하려 한 이유가 바로 자동차가 양산될 때를 대비한 조치들이니만큼, 그리고 자동차가 양산되면 근거리 물류 수송이 더욱 활발해질 테고, 그만큼 북미왕국의 경제가 발전하게 될 테니 정성국은 자동차의 대량 생산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연구청장이 뿌듯해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드디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된 거지요.”

“그럼 이리에 짓고 있는 자동차 생산 공방은?”

전생을 알고 있는 정성국으로서는 자동차 생산 공방을 곳곳에 세우고 싶어했었다.

자동차 공장이 하나 들어서면 얼마나 많은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나는지, 그리고 자동차 공장이 하나 들어섬으로써 지역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다만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게 되면 원료 수급이나 운송비 등도 따져야 하는 터라 결국 제철소와 가까운 새마포와 이로쿼이 지역의 이리에 자동차 생산 공방을 건설했고.

해서 정성국이 이를 묻자 연구청장이 살짝 난처한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이리에 짓고 있는 자동차 생산 공방의 규모가 조금 더 큰 편이라...개발청에서는 한 달 정도 후에 완공될 거라고 하더군요.”

“한 달이라...그 정도면 뭐. 그보다 바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이에 연구청장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얼굴로 대답했다.

“물론 한달 전에 인력을 모집해 기초 교육을 끝내둔 상태입니다. 그러니 바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동안 수많은 가전제품이나, 동력 자전거, 혹은 자동차보다 훨씬 많은 부품이 들어가는 비행기 생산 공방을 운영한 경험이 있기에 미리 준비를 다 맞춰둔 상태고, 그러니 바로 자동차 생산 공방을 운영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연구청장이었고.

그런 연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조만간 시간을 내서 가까운 새마포에 있는 자동차 생산 공방에 들르긴 해야겠군.”

“그러시지요. 아마 작업자들이 무척 기뻐할 겁니다.”

연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피식 웃은 후 진지한 얼굴로 연구청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생산량은 얼마나 되나?”

“일단, 예상대로라면 매년 5천 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연구청장은 정말 대단하지 않으냐는 얼굴을 하며 정성국을 바라보았지만, 정성국은 조금 애매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물었다.

“음...새마포의 자동차 생산 공방에서만?”

정성국의 반응과 질문에 조금 당황한 연구청장이 급히 대답했다.

“아...아닙니다. 새마포와 이리의 자동차 생산 공방을 합한 예상 수치이지요. 새마포 공방에서는 매년 2천 대를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2천 대라...”

연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속으로 혀를 찼다.

‘쯧. 역시 공방이 너무 작은 건가?’

물론 정성국은 이번에 완공한 새마포 자동차 생산 공방이 전생에 울산의 한 자동차 공장처럼 연간 150만대에 달하는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다만 북미왕국은 이미 수많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고, 전생에서 대량 생산에 한 획을 그었던 컨베이어 벨트 조립라인 시스템도 구현한 상태였으니, 포드의 하이랜드 파크 공장에서 하루에 천대의 모델 T를 생산한 것과 비슷하게 생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1/10에도 미치지 못하니 내심 혀를 찰 수밖에 없었고.

해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은 아쉬운 기색이 담긴 얼굴로 투덜거리듯 말했다.

“그 정도면 자동차 생산 공방의 작업자들이 일에 숙달되어도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 같지는 않은데?”

기본적으로 한 달 전에 작업자들을 고용해 기초 교육을 한다 하더라도, 이 교육만으로 일에 숙달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보통은 공방을 운영하면 점차 생산량이 늘어나긴 했고.

다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생산량이 몇 배씩 올라갈 것 같지는 않았기에 정성국이 묻자 연구청장이 예상과는 다른 정성국의 반응에 당황하며 대답했다.

“어...그렇긴 합니다. 예상 생산량도 작업자들이 어느 정도 일에 숙달되었으리라 가정에서 나온 생산량이니까요. 다만 매년 5천 대씩 생산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10년이면 무려 5만 대나 생산할 수 있는데요?”

일단 지금 생산하는 자동차는 대부분 관에서 사용할 자동차들이다.

승객을 수송하든, 물류를 수송하든.

그러니 연구청장은 5만 대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 싶었고.

하지만 정성국은 별다른 대꾸 없이 뚱한 얼굴로 연구청장을 바라보았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연구청장은 곧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설마 자동차를 민간에 판매하실 생각이십니까? 경운차처럼요?”

정성국도 처음 자동차를 타면서 조금 고민을 하긴 했다.

자동차를 대량 생산해서 민간에 판매하기 시작하는 순간, 경유기관을 비롯해 자동차 제작 기술이 어느 정도 알려질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다만 기술이 어느 정도 유출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자동차를 민간에 판매하는 것이 북미왕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정성국이었고.

더불어 북미왕국은 워낙 땅덩이가 넓어 대중교통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터라 언젠가는 민간에 자동차를 판매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관에서 필요한 자동차 물량을 확보하는 대로 민간에 자동차를 판매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켜 북미왕국의 경제 규모를 급격히 키워 나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정성국이었다.

해서 정성국은 연구청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관에서 필요한 물량을 다 생산하면 그래야 하지 않겠어? 개인용 운송 수단이 별로 없잖아. 그렇다고 언제까지 도로에 말똥이 가득한 꼴을 보고 싶지도 않고.”

정성국의 대답에 연구청장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휴우. 그렇긴 한데...전하께서는 기술 유출에 민감하시기에 자동차 역시 관에서만 독점할 거라 생각해서 말입니다.”

“나도 그럴까 싶긴 했는데, 기술 유출을 우려해서 자동차를 내버려 두고 마차를 쓰는 것도 웃기다 싶어서 말이야.”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대답하자 연구청장도 정성국을 따라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건...그렇군요. 솔직히 다른 나라가 어떻게든 아국의 기술력을 따라잡으려 발악한다 해도, 아국은 저들이 입수한 자동차를 분해해 기술을 확보하려 들 때 더 뛰어난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테니까요. 다만 민간에 자동차를 판매하려면...공방을 엄청나게 증축해야 겠는데요?”

“그렇지. 단순하게 계산해서 아국의 인구를 천만으로, 그리고 4인 가족마다 자동차를 한 대씩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250만대가 필요하니까.”

정성국의 이야기에 연구청장은 안색이 완전히 굳어졌다.

물론 가전제품의 경우도 방금 정성국이 계산한 것처럼 수백만 대의 수요가 예상되었기에, 매년 수십만 개의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공방을 확장하며 노력하고 있긴 했다.

다만 가전제품과는 달리 자동차는 그 크기나 들어가는 부품, 그리고 조립 난이도에서 차원이 달랐고, 그런 자동차를 매년 수만 대, 아니 수십만 대씩 생산하려면 어지간한 규모의 공방으로는 불가능했기에, 그리고 그런 공방을 건설하고 제대로 돌아가게 만들려면 수많은 일폭탄을 맞이할 것 같았기에 연구청장은 질린 기색으로 중얼거렸고.

“...생각만해도 끔찍하군요.”

이에 찔리는 것이 많았던 정성국은 애써 웃으며 연구청장을 달랬다.

“하하하. 뭐 끔찍할 것까지야. 차츰차츰 공방을 확장해나가면 되지.”

정성국의 말에 조금 뚱한 표정을 지은 연구청장이었지만, 어쩌겠는가.

정성국의 말대로 매년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이 북미왕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으니, 북미왕국의 발전을 위해 인생을 바치기로 맹세한 청장으로서는 이를 마다할 수도 없었고.

해서 연구청장은 한숨을 내쉬며 힘없이 대답했다.

“으음...알겠습니다. 허면 바로 개발청에 이야기해서 자동차 생산 공방을 계속해서 확장해달라고 이야기하지요.”

“그래. 그리고 그만큼 거대한 공방을 세우게 되면 자연히 새마포와 이리는 지금보다 더 큰 도시가 될 거야. 그러니 미리미리 준비해두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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