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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708화 (708/850)

708화

그렇게 동남아시아 지역의 보고를 마무리한 조용한 곰은 커피로 목을 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홍섭 7함대 사령관이 말라카 항에 도착한 이후, 주변 해역을 정찰하면서 동시에 실론 섬의 현지 사정과 페르시아 만 일대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몇 척의 전선으로 소규모 함대를 구성해 인도 지역으로 파견했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습니까.”

“아. 그랬었지.”

북미왕국은 네덜란드와 협상해 말라카 지역뿐만 아니라, 실론 섬의 영토도 일부 할양받았었다.

다만 북미왕국으로서는 일단 말라카 항에 7함대 사령부와 거점 항구를 건설해 동남아시아 해역을 장악하는 것이 우선이지, 인도 지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우선은 아니라 네덜란드에 할양받은 실론 섬의 해안가 일대를 방치해 둔 상태였고.

다만 언젠가는 인도 지역으로 진출해야 하는 만큼, 그리고 일단은 7함대가 인도 지역까지 담당하기로 한 만큼 이홍섭 7함대 사령관은 인도 지역의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그리고 페르시아 만 일대의 상황을 파악해보라는 외무청의 요청도 받았기에, 말라카 항에 도착한 이후 지급 전선 1척과 인급 전선 2척, 그리고 연료 보급선 2척으로 소규모 정찰 함대를 구성해 인도양으로 파견했었고, 이를 보고했던 만큼, 정성국도 모르지 않아 고개를 끄덕인 후 조용한 곰을 보고 질문을 던졌다.

“헌데 자네가 그 이야기를 꺼낸 것을 보니...인도 지역으로 보낸 그 소규모 함대가 복귀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전하. 소규모 정찰 함대는 먼저 실론 섬을 방문해 네덜란드가 아국에 할양한 지역을 둘러보고, 인도 서쪽의 포르투갈 식민지인 고아 항에 들러 현지의 분위기와 인도 지역의 사정을 잠깐 살핀 후 페르시아 만 안쪽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오스만 제국의 바스라 항까지 이동하면서 페르시아 만 해안가 지역을 유심히 살피고 복귀했으며, 이때 작성한 보고서가 함께 도착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한 곰은 팔렘방 술탄국에 체류하던 외무청 관리가 올렸던 보고서와 함께 들고 온 또 다른 보고서를 정성국에게 건넸고, 정성국은 이를 받아들고 슬쩍 훑어보면서 조용한 곰에게 질문을 던졌다.

“흐음. 네덜란드가 아국에 할양한 콜롬보 인근 지역은 어떻다던가.”

이에 조용한 곰은 슬쩍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네덜란드에서 나름대로 신경 쓴 모양인지 항구를 건설하기 괜찮은 지역이라고 하더군요.”

“오. 그래?”

“예. 수심이 꽤 깊은 편이라 선착장만 건설하면 될 것 같고, 인근에 원주민들도 꽤 많이 사는 터라 항구를 건설할 때 이들의 협조를 얻는다면 분함대 사령부나 각종 시설 등은 빠르게 건설할 수 있을 거라더군요.”

조용한 곰의 설명과 보고서를 확인한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말라카 항의 개발이 끝나면 바로 실론 섬에 항구를 건설해야겠군.”

“예. 해서 관리청과 개발청에 이야기해둘 생각입니다.”

이번에 7함대에서 대대적으로 물자를 풀어 원주민들의 호의를 얻어냈고, 이들의 협조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각종 시설을 건설할 수 있을 거라 예상되는 만큼, 조용한 곰은 1, 2년 후엔 바로 실론 섬을 개발해야 할 것 같아 미리 관리청과 개발청에 이를 이야기해 실론 섬 개발 계획을 세우고 항구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물자들을 옮겨둘 생각이라고 하자, 정성국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게. 그리고 정찰 함대가 고아 항에 들렀다?”

고아 항은 포르투갈이 처음으로 인도 지역에 건설한 식민지이자, 아시아에 있는 포르투갈의 영토를 통치하는 인도 부왕의 소재지이기도 한 곳이다.

그렇기에 뒤늦게 네덜란드, 잉글랜드, 프랑스 같은 유럽 세력들이 인도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그리고 현지인들의 반발로 인도 지역의 수많은 거점 항구를 잃고 지배력을 상실해가던 포르투갈이었지만, 이 고아 만큼은 끝까지 지켰고.

그리고 포르투갈이 노예무역을 결국 포기하면서 북미왕국과의 관계가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들처럼 살가운 관계는 아닌데 정찰 함대가 이 고아 항을 방문했다는 것이 의뢰라 정성국이 고개를 갸웃하자, 조용한 곰이 대답했다.

“원래 고아 항에 들를 예정은 없었는데, 실론 섬을 방문해 네덜란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인도 지역이 생각보다 혼란스럽다는 말을 듣고 정보를 수집하는 차원에서 방문한 모양입니다. 아국이 실론 섬에 아국 전용의 항구를 건설하고 분함대를 배치하려는 것도 다 인도와의 교역 때문인데, 인도 지역이 혼란스럽다면 교역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음? 인도 지역이 혼란스럽다고?”

“인도 북부의 패권국이라 할 수 있는 무굴 제국이 인도 대륙 전체를 통일하기 위해 병력을 남부로 돌리면서 영토를 확장하기 시작했고, 이런 무굴 제국의 움직임에 인도 남부의 마라타인들이 경각심을 느끼고 마라타 동맹이라는 일종의 남인도 국가 연맹을 창설해 무굴 제국과 맞서 싸우면서 인도 대륙의 정세가 꽤 혼란스럽다고 하더군요.”

“아...”

정성국이 인도 지역의 상황에 관심을 보이자 조용한 곰은 현 인도 지역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고, 이를 듣고 정성국은 탄성을 질렀다.

무굴 제국의 전성기가 바로 17세기였으며, 이러한 전성기는 악바르 대제 이후 자한기르, 샤 자한을 거쳐 현 무굴 제국의 황제인 아우랑제브 시기까지 이어진다는 것 정도는 얼핏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기 무굴 제국은 생각보다 대단해 경제력으로는 청나라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되었을 정도였고,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약 100만에 달하는 병력을 유지하며 무굴 제국의 영토를 확장에 결국 인도 대륙 대부분을 점령하게 되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무굴 제국의 전성기를 이룩한 현 황제인 아우랑제브는 선대 황제들과는 다르게 독선적이고 오만해 신하들의 말을 경시했고, 독실한 이슬람 신자라 비이슬람인들을 박해하기 시작하면서 아우랑제브 시기 말년에는 곳곳에서 비이슬람인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러한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무제한적으로 군사력을 투입하면서 국력이 쇠퇴하게 되지만 말이다.

“그래서 겸사겸사 고아 항을 방문해 인도 지역의 상황을 살폈는데, 무굴 제국의 군사력이 생각외로 강력해 마라타 연합은 계속해서 밀리는 상황이고, 마라타 연합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은 어려워 포르투갈인들은 결국 무굴 제국이 인도 전역을 점령할 거라고 예상한다더군요.”

정성국이 한창 무굴 제국의 영토를 최대한 확장한 정복 군주이자 무굴 제국을 말아먹은 암군으로 평가받는 현 무굴 제국의 황제인 아우랑제브를 떠올리고 있을 때, 조용한 곰의 이야기가 들려오자 이를 듣고 살짝 웃으며 중얼거렸다.

“무굴 제국이 말이지?”

“예. 해서 포르투갈인들은 고아 항을 방문한 아국의 외교관에게 무굴 제국이 인도 전역을 점령하면 더욱 기고만장해질 터이니, 기왕 인도 지역으로 진출하려면 하루빨리 무굴 제국과 접촉해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교역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충고했다고 하고요.”

물론 지금 시기의 무굴 제국은 한창 잘나갈 시기이지만, 현 황제인 아우랑제브의 광적인 이슬람주의 덕분에 비이슬람 지역에서 불만이 점차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이 커지고 커져 조금 있으면 곳곳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이를 군사적으로 진압하겠다고 병력을 파병하면서 무굴 제국은 수십 년간 전쟁을 지속하며 끊임없이 재정을 소모해 아우랑제브가 죽자 무굴 제국이 흔들리고 여기에 대내외적인 여러 분쟁으로 인해 고작 10년도 안가 인도 전역의 통제력을 상실하고 도시 국가화되며, 결국 마라타 동맹의 보호국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후엔 잉글랜드의 식민지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정성국으로서는 이러한 포르투갈인들의 예측에 찬성하기 어려웠고.

하지만 이를 알지 못하는 조용한 곰은 포르투갈인들의 평가에 동의하며 무굴 제국과 빠르게 접촉하는 것이 좋겠다는 듯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슬쩍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그건 조금 더 지켜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그보다 페르시아 만 안쪽의 상황은?”

조용한 곰은 정성국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일단 중요한 것은 동남아시아 지역이지 인도 지역은 아니었기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정성국의 질문에 답했다.

“뭐...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오스만 대사와의 말과는 달리, 페르시아 만에서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은 크지 않았습니다.”

“끙...그래?”

오스만 제국은 신성로마제국의 빈을 공격했다가 결국 물러났지만, 여러 나라들이 이를 기회로 보고 오스만 제국을 공격하려 들자 북미왕국에 신식 소총을 추가로 판매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어떤 대가든 지불하겠다고 이야기했었고, 외무청에서는 신식 소총을 추가로 판매하는 대신 페르시아 만에 항구로 사용할 만한 땅을 북미왕국에 할양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오스만 제국은 별다른 고민 없이 이를 수락하면서 사파비 왕조가 장악하고 있는 페르시아 만 북쪽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역은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지역들이니만큼 원하는 땅을 이야기하라고 했었고.

헌데 이런 오스만 제국의 말은 예전 네덜란드와의 말과 무척 흡사했기에 외무청은 일단 신식 소총을 내어주는 대신, 그 대가로 받을 땅은 직접 살펴본 후에 정하겠다고 이야기했었고, 오스만 제국으로서는 신식 소총을 먼저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를 승낙했다.

해서 외무청은 이홍섭 7함대 사령관에게 이 지역의 정보를 수집해달라는 요청을 했었고.

그리고 정찰 함대가 페르시아 만 안쪽의 오스만 제국의 항구인 바스라 항으로 이동하면서 이 지역을 상세히 살핀 결과, 유감스럽게도 이 페르시아 만에서 오스만 제국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에 정성국이 탄식하자 조용한 곰이 자세히 설명했다.

“예. 현재 페르시아 만 남쪽 오만 지역에서 급격히 세력을 확장 중인 무스카트 술탄국 역시 이슬람 국가이기에 오스만 대사의 말처럼 오스만 제국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땅을 내어줄 정도의 영향력은 없다는 거겠지?”

“그렇습니다. 특히 전하께서 말씀하신 아부다비라는 섬은 물이 없어 별다른 가치가 없는 무인도지만, 주변에 진주조개가 많이 사는 터라 종종 진주를 캐기 위해 현지인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보니...”

정성국은 가능하다면 호르무즈 해협에서 비교적 가깝고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아부다비 섬을 원했다.

헌데 이 지역에 하필 진주조개가 많이 사는 터라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무스카트 술탄국이 이를 내어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조용한 곰의 말에 정성국이 탄식했다.

“끙...”

진주는 보석으로 분류되었지만, 실제는 유기체이기에 그 수명이 길지 않았고, 여기에 북미왕국에서 양식 진주를 생산하기 전까지는 최상품의 진주가 무척 희소해 상류층은 진주를 무척 높이 평가했다.

그러니 북미왕국에서 대대적으로 진주를 양식해 최상품의 진주를 판매하기 시작했어도, 그동안 억눌려왔던 진주 수요가 폭발하면서 진주 가격은 오히려 소폭 상승했을 정도였고, 그런 만큼 무스카트 술탄국에서 진주를 캘 수 있는 아부다비 섬을 쉬이 내주진 않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차선으로 생각하던 쿠웨이트 지역에 대해 질문했고.

“페르시아 만 안쪽은 오스만 제국이 확실히 통치하고 있는 영역이기에 전하께서 언급하신 쿠웨이트 지역은 할양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정성국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명령했다.

“뭐 조금이나마 호르무즈 해협과 가까운 곳을 원하긴 했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어려우니 어쩔 수 없겠군. 일단 오스만 대사와 다시 협상해 이 쿠웨이트 지역을 할양받아 우리 북미왕국의 영토로 만들게.”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천천히 무스카트 술탄국과도 접촉해보고.”

후에 오만 제국이 되는 무스카트 술탄국과 접촉해보라는 정성국의 말에 조용한 곰이 질문을 던졌다.

“아부다비 섬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렇기도 하고...이 페르시아 만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은 결국 사파비 제국과 이 무스카트 술탄국의 해역 아닌가. 문제는 사파비 제국은 오스만 제국과 앙숙이라 오스만 제국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신식 소총마저 판매한 우리를 못마땅히 여길 수도 있으니...”

“혹시 모르니 무스카트 술탄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두자는 거군요.”

“그렇지.”

정성국의 대답에 조용한 곰이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말라카 항의 외무청 관리들에게 이를 전달해두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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