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706화 (706/850)

706화

2월의 어느 날.

정성국이 집무실 책상에 쌓여 있는 보고서와 씨름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고.

“들어오게.”

정성국의 허락에 문이 열리며 개발청장과 교육청장이 함께 집무실로 들어오자 정성국은 잠깐 고개를 갸웃했다가, 곧 눈을 크게 뜨며 기대감 섞인 눈빛으로 둘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음? 개발청장과 교육청장. 자네 둘이 이렇게 집무실을 방문했다는 건...”

정성국이 자신들의 방문 목적을 눈치챈 것 같았기에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던 개발청장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전하. 드디어 5곳의 종합 대학교 건설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비록 새한성 종합 대학교나 하버드 종합 대학교가 세계의 그 어느 대학교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수많은 인재를 길러내고는 있었지만, 현 북미왕국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해서 교육청에서는 개발청과 협의해 아이누, 애리조나, 캐롤라이나, 누벨 프랑스, 일리노이 지역에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이 공사들이 모두 끝났으니 이제 5곳의 종합 대학교가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더 많은 인재를 키워내고, 이렇게 키워진 인재들이 북미왕국의 발전을 더욱 가속할 거라는 생각에 정성국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그간 공사 일정에 맞추기 위해 고생한 개발청의 노고를 위로했다.

“하하하. 정말 고생했네. 고생했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거의 작은 도시를 건설하는 일이라 쉽지는 않았을 터인데.”

북미왕국의 땅덩이가 워낙 넓고, 교통수단도 아직 전생에 비할 정도는 아니라 대학생들은 전원 기숙 생활을 해야 했다.

여기에 교직원들과 그 가족들, 그리고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각종 편의 시설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고려하면 북미왕국의 대학교는 일종의 자그마한 교육 도시나 다름없었고.

그만큼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대학교 건설은 쉽지 않았기에 정성국이 이렇게 이야기하자 개발청장이 빙긋 웃으며 겸양했다.

“아닙니다. 전하. 그동안 개발청에서 이 북미 대륙에 건설한 도시가 몇 개인데 그게 어렵겠습니까. 이미 익숙합니다.”

이런 개발청장의 겸양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이런 중요한 공사를 순조롭게 진행한 개발청의 관리들과 일꾼들에게 추가로 포상을 약속한 후, 옆에 있는 교육청장을 보고 입을 열었다.

“그보다 공사가 다 마무리되었으니 예정대로 다음 달에 개교하는 건가?”

이에 교육청장은 들고 온 보고서를 정성국에게 건네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모든 건물이 완공되면서 미리 고용했던 교직원들에게는 전부 연락을 돌렸고, 이들은 이번 주까지 가족들과 함께 종합 대학교에 마련된 교직원 숙소로 거처를 옮기는 중입니다. 또한, 다음 주부터는 입학이 예정된 대학생들의 기숙사 입주가 시작될 테고요.”

정성국은 교육청장의 설명과, 그가 건넨 보고서를 빠르게 훑어보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전부 예정대로 진행될 거란 소리군.”

“예. 5곳의 종합 대학교 개교와 운영은 그동안 교육청에서 철저히 준비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교육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믿겠다는 눈빛을 보낸 후 교육청장이 건넨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서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럼 앞으로 딱 4년만 더 버티면 인재 부족 문제가 조금 풀리려나?”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습니까. 4년 후면 대학교 졸업생이 거의 3배 가까이 늘어나니 말입니다.”

“3배라...그 정도면 숨통이 트이기는 해도 여전히 부족하겠는데?”

교육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조금은 아쉽다는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북미왕국의 인구가 빠르게 늘고 북미 서해안부터 북미 동해안까지 철도를 부설하고, 내륙의 수로를 정비해 이 지역들을 모두 연결하면서 북미왕국 전역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각 청에서도, 현장에서도, 민간에서도 대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을 너도나도 원하고 있는 터라 지금보다 대학교 졸업생이 3배 정도 늘어난다 하더라도, 겨우 숨통이 트일 정도이지 충분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한성에 주재하는 다른 나라의 대사들은 현재 북미왕국의 기술 발전이 기괴할 정도로 빠르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정성국이 생각하기엔 각 청이나 현장, 민간으로 돌리는 인재들을 연구 인력으로 돌리면 지금보다 기술 발전이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니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었고 말이다.

해서 정성국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자 교육청장은

그런 정성국을 달래듯이 말했다.

“당장은 그것만 해도 충분하고...계속해서 대학교를 늘려나가다 보면 언젠간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예.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종합 대학교의 건설이 모두 끝난 터라 추가로 대학교를 건설할 생각으로 교육청과 논의 중이기도 하고요.”

개발청장이 끼어들어 이렇게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이에 흥미를 보였고.

“호오. 그래?”

이에 교육청장이 정성국을 보고 입을 열었다.

“이전에 하도 대학교를 유치하려는 지역이 많다 보니 대학교는 50만 명이 넘는 지역에 건설하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아. 분명 그랬지. 헌데 50만 명이 넘는 지역 중에 아직 대학교가 없는 지역은...”

“우래건 지역과 플로리다 지역, 그리고 미주리 지역이지요. 해서 이 3곳에 종합 대학교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입니다.”

교육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이 살짝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음? 종합 대학교를? 사범 대학교가 아니라?”

“당장 각 청과 연구소, 그리고 현장과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들은 종합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이잖습니까.”

“그렇긴 한데...”

교육청장의 말마따나 당장 필요한 인재들은 종합 대학교를 졸업한 이들이고, 그런 만큼 종합 대학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긴 했다.

다만, 현 북미왕국의 상황에서 종합 대학교를 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사범 대학교를 늘리는 문제였기에 정성국이 떨떠름한 얼굴을 하자 교육청장은 정성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하고 바고 입을 열었다.

“물론 임산부 지원금과 다자녀 가구를 위해 연금을 지급하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어, 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정식으로 교육받은 선생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사범 대학교도 대대적으로 건설할 예정이고요.”

북미왕국은 5년 전 연금 제도를 시행했고, 연금 가운데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임산부 지원금과 다자녀 가구 연금이 존재하는 터라 5년 전부터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출산율이 급격히 증가하고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교육청에서는 이들이 성장한 후 초등학교에 입학할 것을 대비해 개발청과 협의해 초등학교를 확장하거나 추가로 건설했고.

문제는 시설이야 짓기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현재 4곳의 사범 대학교에서 키워내는 선생들만으로 이렇게 늘어난 초등학교를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이었다.

여기에 연금 제도 시행 후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중학교, 고등학교에 입학할 시기에 맞추어 추가로 수십 개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추가로 건설해야 했고, 이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추가로 제대로 교육받은 수많은 선생이 필요했으니.

그래서 교육청에서는 아예 대대적으로 사범 대학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고, 교육청장 역시 이에 동의해 먼저 개발청과 논의를 끝낸 상태였고.

해서 교육청장이 이를 언급하자 정성국은 교육청에서 이미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 슬쩍 미소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 대대적으로라면 몇 개나 건설할 생각인가?”

이 질문에 교육청장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현재 사범 대학교가 없는 모든 지역에 새로이 사범 대학교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헉! 모든 지역에?”

정성국이 예상치 못한 교육청장의 대답에 기겁하며 되묻자 교육청장은 그런 정성국의 반응이 이해되었기에 슬쩍 웃었다.

교육청장 역시 교육청의 산하 연구소에서 올린 보고서에 현 북미왕국의 출산율과 매년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를 고려하면 우선 16개의 사범 대학교를 건설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어 기겁했었으니까.

다만, 교육청의 산하 연구소에서 올린 보고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개발청과도 상의해본 결과, 이 보고서 내용대로 하는 편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기에 교육청장은 이대로 하기로 마음먹었고.

해서 교육청장이 정성국에게 이를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행정청에서도 당분간을 출산율이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고, 설사 오랜 시일 후에 출산율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그때쯤 되면 인구수는 무척 늘어난 상태라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도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니 모든 지역에 작게나마 사범 대학교를 건설하고, 필요에 따라 사범 대학교를 증축하는 것이 대규모 사범 대학교를 서너 개 건설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하더군요.”

정성국이 교육청장의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가 중얼거렸다.

“음. 확실히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까지 생각하면, 대규모 사범 대학교를 서너 개 건설하는 것보다야 모든 지역에 건설하는 게 맞는 선택이긴 한데...개발청장. 이거 가능하겠어?”

정성국이 개발청장을 바라보고 묻자 개발청장은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이번에 건설할 사범 대학교들은 수천 명의 입학생을 받는 기존의 사범 대학교들과는 달리 매년 500명 내외의 입학생을 받을 수 있는 시설로 건설할 예정이라...그리 부담되진 않을 겁니다.”

“어? 그 정도면 고등학교와 거의 비슷하잖아?”

개발청장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사범 대학교를 건설하는 데 그리 부담될 것도 없고, 빠르게 대학교를 건설할 수 있겠다 싶어 정성국이 반색하자 교육청장이 대신 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말씀드린 사범 대학교는 인구 50만 명이 넘는 지역에 건설할 사범 대학교의 규모일 뿐이고,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지역이나 오지브와 지역, 아이슬란드 섬에 건설할 사범 대학교는 훨씬 규모가 작습니다. 기껏해야 매년 100명 정도?”

“허. 그 정도면 커다란 건물 2, 3개만 지어도...”

“예. 바로 개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이렇게 하려는 거구요.”

교육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나쁘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미래를 생각하면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들을 육성하는 사범 대학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만큼, 모든 지역에 사범 대학교를 건설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정성국의 허락에 교육청장은 빙긋 웃었고, 정성국은 그런 교육청장을 보고 덧붙였다.

“그리고 모든 지역에 사범 대학교를 건설하기로 한 만큼...인구 50만이 넘었기에 사범 대학교가 들어선 텍사스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에도 추가로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도록 하게.”

물론 사범 대학교를 건설한 곳은 철저히 위치를 고려해 지었지만, 텍사스 지역이나 이로쿼이 지역의 경우 인구 50만이 넘었음에도 사범 대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지 않았으니, 모든 지역에 사범 대학교가 들어서면 현지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정성국은 어차피 우래건, 플로리다, 미주리 지역에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는 김에 텍사스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에도 추가로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라고 이야기했고.

교육청장이야 고등 교육 기관인 종합 대학교가 많아서 나쁠 것은 없었기에, 하지만 종합 대학교의 건설은 단순히 건물 몇 채를 짓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기에 개발청장을 바라보자, 개발청장은 갑자기 늘어난 일거리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종합 대학교가 북미왕국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알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개발청장의 반응에 교육청장이 활짝 웃으며 정성국에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외국인 학교의 증축은 다 끝났지?”

외국인 학교는 동맹국이나 남태평양의 수많은 군소 부족의 젊은이들을 적당히 가르치기 위해 설립한 학교였지만, 전생보다 빠르게 잉글랜드가 증기선을 개발하자, 정성국도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제대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외국인 학교를 증축하라고 이야기 했었다.

해서 이를 묻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일단 지금보다 2배에 달하는 유학생을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증축했습니다.”

“그리고 인문사회 계열의 학문만 가르쳤던 이전과는 달리 일부 기초 기술과 관련된 학문도 같이 가르칠 계획으로 교과 과정을 개편했고, 일부 동맹국들의 장인들을 가르치기 위한 교과 과정도 새롭게 만들었으니, 외국인 학교에 유학생을 보낸다면 해당 동맹국이나 부족들이 얻는 것이 꽤 많을 겁니다.”

이어서 교육청장이 이렇게 대답하자 정성국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럼 외무청에 이야기해서 더 많은 유학생을 모집하도록 해야겠군. 아. 그리고 조선에서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전문 대학교를 만들 생각이니 건축가들을 일부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던 것은 어떻게 되었나?”

조선에서는 자체적으로 철도를 부설하고 싶어했고, 해서 북미왕국의 기술자들을 초청해 전문 대학교를 설립하고 필요한 인재를 키우고자 했었다.

그리고 정성국은 이를 기꺼이 허락했었고.

해서 이를 묻자 교육청장이 대답했다.

“이번에 북방 항로가 열리면 개발청 소속 기술자 중 5명을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그래? 조만간 조선에서 자체적으로 철도를 부설할 수 있으려나?”

정성국의 의문에 개발청장이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어렵지요. 특히 조선에는 커다란 강과 험난한 산맥들이 꽤 많은 터라 철도 부설이 쉽지 않으니까요. 다만 조선인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또 아국에서 철도 부설을 지휘하며 일부 기술자를 파견해준다면 가능할 겁니다.”

“흠. 뭐 예전처럼 많은 기술자를 파견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라 이거군. 알겠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