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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92화 (692/850)

692화

카유가 항에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한 정성국은 다시 왕실 전용 여객선에 올라 온타리오 호 서쪽으로 향했고.

나이아가라 강을 지나 그 서쪽에서 건설 중인 나이아가라 운하 건설 현장에 도착한 정성국은 물자 하역을 위해 인근에 건설한 선착장에서 내려, 잠시 운하의 입구 부분을 슬쩍 둘러본 후, 나이아가라 운하 건설을 총괄하는 개발청 관리와 함께 미리 준비된 기차에 올랐다.

운하 건설에는 막대한 물자가 필요했고, 이 물자를 원활하게 수송하고자 개발청에서는 파나마 운하를 건설했을 때처럼 운하 양옆에 임시로 철도를 부설해둔 상태였다.

그런 만큼, 이 철도를 이용하면 운하 공사 현장 전체를 빠르게 둘러볼 수 있었고.

해서 정성국은 인력 수송을 위해 의자가 빽빽하게 설치된 기차에 올라 창문을 통해 운하 공사 현장을 살펴보며, 함께 기차에 탑승한 개발청 관리의 설명을 듣기 시작했고.

더 깊고 넓은 운하를 건설하기 위해 운하 안쪽에서 열심히 움직이며 땅을 파고 있는 수많은 건설 장비들과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하고 있는 일꾼들이 가득한 공사 현장을 보고 정성국이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이야. 이렇게 보니 나이아가라 운하 건설이 엄청난 규모의 공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군.”

“하하하.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개발청에서 투입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인력과 건설 장비를 투입한 현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공사 현장의 규모가 다른 곳보다는 크지요.”

이러한 정성국의 감탄은 곧 개발청을 칭찬하는 것과도 같았기에 개발청 관리가 웃으며 답하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운하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지금 저 나이아가라 운하 건설에 투입된 인원이 얼마나 되지?”

“대략 10만 명에 달합니다.”

“허. 나이아가라 운하 길이가 40km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고 우리 북미왕국에 인구가 적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인원을 투입한 셈이네.”

북미왕국에서 꾸준히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그리고 북미왕국으로 합류하는 원주민 부족들이 늘어나 실제 통치하는 영역이 계속해서 커지면서 북미왕국의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고, 덕분에 1차 목표였던 인구 천만을 넘어 어느덧 1100만을 눈앞에 두고 있기는 했지만, 피라미드 형태의 인구 구조를 보이는 북미왕국이다 보니 공사 현장에 투입될만한 성인 남성의 수는 인구수에 비해선 무척 적은 편이었다.

그러니 정성국은 개발청 관리의 말에 감탄하며 중얼거리자 개발청 관리가 정성국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렇습니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을 투입한 거지요. 덕분에 누벨 프랑스, 이로쿼이, 일리노이 지역의 확장은 대부분 중단되었을 정도고요.”

이번 공사에 투입된 인력은 대부분 외무청의 보살핌을 받아 건강을 되찾은 아일랜드 출신 이주민들이었고, 이들이 대부분 이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원래 아일랜드 출신 이주민들이 주로 정착하던 누벨 프랑스, 이로쿼이, 일리노이 지역의 인구 증가는 더뎌졌고, 자연스럽게 세 지역의 확장은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긴 했다.

이 때문에 정성국이 이 지역들을 방문했을 때, 현지 관리들은 이 지역들의 발전이 둔화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고.

다만 정성국은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도 나이아가라 운하는 세 지역의 개발을 잠시 미룰만한 가치가 있으니 뭐...”

이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는 파나마 운하 공사가 끝난 후 진행한 수로 정비 사업의 일부분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야 공사 규모가 워낙 큰 편이라 공사 기간만 5년을 잡았을 뿐이지, 단순히 수로를 정비하는 공사는 비교적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조만간 대부분의 수로 정비는 끝나게 되며, 이 수로 정비 공사가 끝나면 미시시피 강과 오대호가 연결되는 셈이고, 커다란 수송선들이 미시시피 강의 지류를 따라 미시간 호를 비롯해 슈피리어 호, 휴런 호, 이리 호를 드나들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나이아가라 운하가 완공되면 이리 호와 온타리오 호의 뱃길이 연결되며, 이는 북미 내륙과 현재 북미 서해안 지역과 더불어 가장 경제가 발전한 북미 동해안 지역과 연결되는 셈이니만큼, 내륙 지역의 개발에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했고.

비옥한 내륙 지역의 개발과 발전은 북미왕국을 더욱 부유하게 해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정성국은 당장 세 지역의 발전이 정체되는 것 정도는 크게 개의치 않았고.

이러한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 관리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렇긴 하지요. 그리고 나이아가라 운하가 완공되면 내륙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테고, 내륙 개발이 가속화되며 더 많은 배들이 수많은 물자를 싣고 나이아가라 운하를 이용하게 되면 자연히 누벨 프랑스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 그리고 일리노이 지역도 발전하게 될 테니 말입니다.”

“그래. 그래서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들렸던 누벨 프랑스와 이로쿼이 지역의 고위 관리들이나 백성들을 잘 다독였으니 그 문젠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보다 운하를 따라 조성된 저 마을들은 일꾼들을 위해 조성한 마을인가?”

정성국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여러 마을을 목격하기도 했고, 또 지금 창밖에는 꽤 커다란 마을이 보였기에 이를 가리키며 묻자 개발청 관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일꾼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도 머물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써서 건설한 마을들이지요.”

“아. 가족들까지?”

“예.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는 5년간 진행되는데, 이곳에 투입된 일꾼 대부분은 가족들과 함께 북미왕국으로 이주한 유럽 출신 이주민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5년 동안 가족 구성원을 분리해버리면 이주민들이 불안해할 수밖에 없고, 이주민들의 정착에도 악영향이 갈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보통 공사 현장은 아이들이 지내기에 썩 좋지 않은 환경이기도 하고, 북미왕국의 공사는 건설 장비들을 동원해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다 보니 공사가 끝나면 다른 공사 현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개발청 소속 건설 노동자들은 가족들과 잠시 헤어져 지내곤 한다.

다만 이번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는 다른 공사와는 달리 5년에 걸쳐 진행되는 공사다 보니 가장들만 따로 건설 노동자로 고용해 일을 시키면 남은 가족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고, 또 5년 가까이 이산가족이 되는 셈이라 차라리 이들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조치했다는 개발청 관리의 말에 정성국은 오히려 이 선택이 효율적이라 판단하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리가 있군. 그래서 일꾼들의 가족들까지 함께 임시로 정착시켰다는 건가.”

“임시는 아닙니다.”

“음? 설마 운하 공사가 끝나더라도 이곳에 정착시키려고?”

물론 이렇게 조성한 마을을 공사가 끝난 후 그냥 버리는 것이 조금 아쉽긴 했다.

다만 이곳에 투입된 인원이 10만 명에 달한다면, 이들의 가족까지 생각해보면 이 지역의 인구는 3, 40만은 된다는 소린데, 그 정도로 많은 인구가 지내기에 과연 적합한 지역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기에 정성국이 고개를 갸웃하자 개발청 관리가 웃으며 답했다.

“예. 이곳 주변이 꽤 비옥한 편이라 주변을 개간해 농경지로 만드는 것도 괜찮아 보이고, 이 지역 전체를 관광지로 개발하려면 어느 정도의 주민들은 필요하니까요.”

“이 지역 전체? 설마 운하 주변을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건가?”

정성국도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가 끝나면 이곳에 관광지를 조성할 계획이긴 했다.

근처에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훌륭한 자연경관이 존재했으니까.

헌데 개발청 관리의 말은 정성국의 생각과는 달리 운하 주변의 마을들 전체를 관광지로 개발할 것처럼 이야기했기에 의아한 듯 개발청 관리를 바라보며 묻자 개발청 관리가 빙긋 미소지으며 말했다.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아국의 백성들은 타국과는 격이 다른 아국의 건축 기술을 무척 자랑스러워하잖습니까. 그 때문에 북미 동해안 지역에 건설되어 있는 초고층 건물들에도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고요.”

개발청 관리가 그렇게 운을 떼자 정성국은 개발청 관리가 뒤에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하고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그러니 이 나이아가라 운하가 완공되면 이 운하를 직접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 거라고 예상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전하. 그리고 행정청에서 조사해보니, 나이아가라 운하가 완공되면 꼭 한번 방문해보고 싶다는 백성들이 무척 많았다고 하니까요.”

“허. 그래?”

물론 하늘을 찌를듯한 초고층 건물의 위용도 대단하지만, 거대한 운하도 볼 만 하기는 했다.

특히 그냥 운하라면 모를까, 이리 호와 온타리오 호의 높이는 약 100m가량 차이가 나는 터라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나이아가라 운하는 갑문식 운하로 설계되었고, 덕분에 나이아가라 운하에는 무려 10개의 갑문이 설치된 만큼, 커다란 배가 갑문을 이용해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도 꽤 볼만할 것 같기도 했고.

해서 정성국이 백성들의 호기심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개발청 관리가 덧붙였다.

“뭐 백성들은 나이아가라 운하보다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한 파나마 운하에 더 관심을 두고 방문해 보고 싶어하긴 했습니다만, 파나마 운하는 일단 외국 땅이니만큼, 쉽게 방문할 수 없으니 그 대신이랄까요?”

“하하하. 그것 참...”

“또한, 곧 도착할 비버 역에서 동쪽으로 10km 정도 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나이아가라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이니만큼, 새진주와 비견될만한 관광지가 될 거라고 예상하고 있기에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개발청은 이곳을 대대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서 말입니다.”

물론 정성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는 저 남미 대륙에 위치한 이과수 폭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이과수 폭포는 인근 원주민들이나 그 존재를 알 뿐이지 다른 지역에는 알려지지 않았기에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개발청 관리의 말에 별다른 반박은 하지 않고 그저 미소만 짓다가 중얼거렸다.

“동쪽으로 10km? 생각보다 가깝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미 길도 다 정비해두었기에 마차로 이동해도 3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인지 주말이면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려는 이들로 인해 폭포 주변은 항상 사람들로 바글바글하지요.”

개발청 관리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이야기하자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잘 아네? 혹시 자네도 주말마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러 가는 건가?”

“하하하. 종종 방문하곤 합니다. 보기만 해도 무척 시원하거든요.”

“그래? 그거 기대되는군. 헌데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면 혹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나?”

정성국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을 던지자 개발청 관리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일단 저희가 안전하게 나이아가라 폭포를 관람할 수 있도록 안전시설들을 건설해두기도 했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니만큼, 치안국에서 항상 치안대원들을 파견하는 터라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폭포 주변은 절벽에 가까운 터라 조금 걱정했는데 이미 개발청에서 나서서 이 절벽 쪽에 울타리를 쳐 두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그렇게 정성국이 개발청 관리와 이야기하는 사이 기차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다 제동기를 밟았는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완전히 멈추자 정성국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한 후 바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예정이기에 자신을 안내해 준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의 총 책임자인 이 개발청 관리와는 나중에 운하 공사가 끝난 후 새한성에서나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그와 가볍게 악수하며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나이아가라 운하에 관해 상세히 안내해줘서 고마웠네.”

“아닙니다. 전하. 오히려 전하를 안내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정성국은 개발청 관리의 겸양에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그보다 이런 거대한 공사를 지금껏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했으니 자네의 공이 무척 크네. 그래서 난 자네를 꼭 기억할 생각이고 말이지. 하지만 자네도 알지? 아직 운하 공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성국이 자신을 꼭 기억하겠다는 말을 하자 한껏 감동한 눈빛으로 정성국을 바라보던 개발청 관리는 뒤이은 정성국의 말에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이 나이아가라 운하 공사가 끝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현장을 관리해 큰 사고 없이 공사를 마무리 짓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하.”

“그래. 자네를 믿겠네. 그리고 3년 후에 새한성에서 봅세.”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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