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681화 (681/850)

681화

정성국이 치카소를 방문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리가 되지 않았던 각 부족의 옛 추장들도 치카소 행정청으로 하나둘 몰려들었고.

여기에 일정의 문제로 알칸사스 지역은 돌아올 때 들를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알칸사스 지역의 일부 관리들과 옛 추장들도 미시시피 강을 건너 치카소로 몰려들면서 치카소 행정청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이에 정성국은 저녁 늦게까지 이들과 가볍게 술자리를 가지며 여러 이야기들을 경청했고.

이제는 마을 촌장에 가까운 옛 추장들을 통해 북미왕국의 백성이 된 원주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불만이나 건의할 것은 없는지를 물었는데 의외로 옛 추장들은 이런 정성국의 물음에 북미왕국에 합류한 이후 생활 수준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는데 어찌 불만이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였고, 몇 가지 건의하고픈 것이 있긴 한데 이미 행정청을 통해 알렸고, 행정청에서도 이를 알고 조치를 취하고 있는 터라 딱히 정성국에게 직접 건의할 사항은 없다는 옛 추장들의 대답에 정성국은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지방 행정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뜻이었으니 말이다.

그 후 정성국은 예정된 일정대로 치카소 주변의 밭을 둘러보며 폭염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확인한 후, 흉년이 예상되기에 무척 걱정 중인 농부들을 위로하고, 이번 폭염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보상해주겠다고 약속해 농부들을 안심시킨 후 예정된 일정을 모두 마치고 치카소 공항으로 이동했다.

* * *

“이야. 이거 새마포에 있는 제철소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규모인 것 같은데?”

치카소에서 7시간 동안 비행한 끝에 도착한 이로쿼이 지역의 거점 도시 중 하나이자 옛 이리 족의 이름을 딴 이리에 도착한 정성국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비행의 피로를 푼 후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바로 이리의 자랑거리라 할 수 있는 이로쿼이 제철소였고.

김신철을 통해 여러 번 이 이로쿼이 제철소에 관한 보고를 받았고, 그 때문에 이로쿼이 제철소의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정성국이었지만, 짐작보다 더 대단한 규모의 이로쿼이 제철소를 보고 정성국이 감탄사를 토해냈고.

이에 이로쿼이 제철소의 책임자이자 김신철의 밑에서 오랫동안 일했었기에 정성국을 여러 번 만나기도 했던 김민석이 자신만만한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이 맡고 있는 이로쿼이 제철소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렇지요? 이곳 이로쿼이 제철소의 규모는 새마포 제철소의 규모와 거의 비슷합니다. 더불어 이곳 이로쿼이 제철소의 철강 생산량도 새마포 제철소와 엇비슷하고요.”

“어? 정말 이곳 이로쿼이 제철소의 철강 생산량이 그 정도라고? 새마포 제철소도 계속 확장하고 있는데 그걸 따라잡았단 말인가?”

북미왕국 전역이 계속 발전하면서 철강 소모량은 급증했고, 이렇게 급증하는 철강 소모량을 감당하기 위해 이로쿼이 제철소뿐만 아니라 새마포 제철소도 꾸준하게 제철소를 확장했다.

헌데 뒤늦게 건설된 이 이로쿼이 제철소가 새마포 제철소의 철강 생산량을 따라잡았다고 하니 정성국은 쇳물을 뽑아내는 용광로가 존재하는 거대한 건물로 이동하다가 의외라는 얼굴로 김민석을 바라보았고, 이에 김민석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이 이로쿼이 지역에는 수많은 유럽 출신 이주민들이 유입되었고, 덕분에 노동력이 무척 풍부해서 말입니다. 덕분에 제철소 확장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하긴...”

북미왕국에 정착한 아일랜드인들은 북미왕국에서의 생활에 무척 만족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아일랜드는 척박하고, 잉글랜드의 수탈로 인해 생존조차 장담하기 힘든 반면, 이곳은 게으름만 피우지 않는다면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북미왕국에서 새 삶을 살게 된 아일랜드인들은 아일랜드에서 고생하는 자신의 친인척, 지인들을 북미왕국으로 이주시키기 위해 이주선의 선원들을 통해 편지를 보냈고.

이러한 편지 덕분에 아일랜드인들은 너도나도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려 들었고, 이주민의 숫자에 따라 북미왕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아일랜드인들이 줄어들수록 아일랜드의 통치가 수월해지는 잉글랜드가 이를 묵인하면서 계속해서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유입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가장 많이 정착했던 지역이 바로 이 이로쿼이 지역이었고.

그러니 이곳은 노동력이 풍부했고, 이들을 최대한 활용해 제철소 확장 공사에 투입한 덕분에, 이 이로쿼이 제철소가 새마포 제철소의 규모를 따라잡았다는 김민석의 설명에 정성국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김민석은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더불어 오대호 인근에 철광석이 풍부할뿐더러, 잉글랜드에도 수많은 철광석이 묻혀 있는지, 식량 구매를 위해 아카디아를 방문하는 잉글랜드의 상선에는 대부분 철광석이 가득해서 말입니다. 이 철광석들을 모두 소화하기 위해 제철소의 확장을 서둘렀지요.”

“아. 관리청장에게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데...잉글랜드를 통해 수입되는 철광석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지?”

“그럼요. 오대호 인근에서 채굴하는 철광석의 절반가량은 될 겁니다.”

“허. 그렇게 많다고?”

김민석의 설명에 정성국이 놀라 다시 발걸음을 멈추자 김민석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뿐만이 아닙니다.”

“음?”

“최근 잉글랜드의 상인들은 아국의 식량을 저렴한 가격에 가져가 타국에 판매함으로써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고, 이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더 많은 잉글랜드 상인들이 아국과의 무역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헌데 잉글랜드는 팔만한 것이 철광석 같은 원자재밖에 없잖습니까. 자연히 잉글랜드 내의 철광석 가격이 폭등했고, 이 때문에 잉글랜드의 귀족들과 상인들은 너도나도 광산 개발에 뛰어들고 있답니다.”

“이것 참...”

전생에서 잉글랜드가 대영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에는 분명 잉글랜드에 존재하는 풍부한 지하자원 덕분이기도 했다.

증기기관을 돌리는데 필요한 석탄부터,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한 철까지, 나름대로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헌데 북미왕국이 이러한 잉글랜드의 철광석을 무제한으로 수입하게 되었으니 정성국은 표정이 조금 묘해졌다.

아무리 잉글랜드에 철광석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고 해도 분명 유한한 자원이고, 철은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인 존재였는데, 이러한 자원이 북미왕국의 발전을 위해 소모되는 셈이었으니, 훗날 잉글랜드의 산업 발전에 지장이 생길 것은 자명했기에.

다만 정성국으로서는 잉글랜드보다 북미왕국의 발전이 더욱 중요한 만큼, 현재 잉글랜드의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 더 많은 철광석을 수입해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김민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에 잉글랜드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양수장치의 개발로 다른 나라와는 달리 더 깊은 곳에 묻혀 있는 광물마저 캘 수 있는 터라 잉글랜드의 철광석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에 아마 몇 년 안에 오대호 인근에서 직접 캐는 철광석보다 많은 철광석을 수입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고요.”

“허. 그게 정말인가? 잉글랜드에 철광석과 석탄이 많이 묻혀 있다는 보고는 들었는데...”

정성국도 잉글랜드에 철광석이 꽤 묻혀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잉글랜드에 묻혀 있는 철광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양의 철광석이 묻혀 있는 곳이 바로 오대호 인근이었다.

헌데 잉글랜드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의 물량이 오대호 인근에서 직접 캐는 철광석 물량을 앞지를 거란 이야기에 정성국이 놀란 얼굴로 김민석을 바라보자, 김민석은 정성국의 반응에 그가 오해했음을 깨닫고 곧바로 답했다.

“아. 물론 조그마한 섬나라에 불과한 잉글랜드에 철광석이 많이 묻혀 있어 봐야 얼마나 있겠습니까. 다만 아국은 일자리가 넘쳐나는 터라 광산 일을 하려는 이들이 적고, 개발청에서도 북미왕국 전체를 개발하느라 막대한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잉글랜드를 통해 필요한 철광석을 대부분 확보할 수 있다 보니, 굳이 철광산의 확장이나 광부 인력 확충을 고려하지 않기에 그런 것이지요.”

잉글랜드를 조그마한 섬나라로 부르는 김민석의 말에 정성국은 실소하면서도, 그의 말이 이해가 되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 필요한 철광석을 잉글랜드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면 굳이 광부의 수를 늘릴 이유가 없긴 하지. 뭐 그래도 대서양을 건너온 철광석들이니 조금 비싸기야 하겠지만 그 정도야 뭐...”

“그리 비싸지도 않습니다. 아국에서 생산하는 철광석의 가격과 대서양을 건너온 잉글랜드산 철광석의 가격은 비슷한 편이거든요.”

“아...”

북미왕국의 경우 개발청에서 직접 광산을 운영하며 광물을 캤고, 여기에 일자리가 넘쳐나는 터라 굳이 광부가 되려는 사람이 없다 보니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많은 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니 북미왕국에서 직접 캐는 철광석의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고.

그에 반해 잉글랜드에서는 넘쳐나는 빈민들을 싼값에 고용해 광산에 투입할 수 있었으니 철광석의 가격이 북미왕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고, 여기에 운송비가 포함되더라도 직접 캐는 비용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에 정성국은 쓰게 웃었다.

더불어 그렇게 외국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이 저렴하다면, 정성국은 이 수입 물량을 늘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생각해보면 스웨덴이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에 꽤 양질의 철광석이 묻혀 있는 것으로 아는데...어차피 스웨덴은 이번에 외무청에서 접촉하기로 했고, 노르웨이는 일단 덴마크의 영토이고, 덴마크는 이번 전쟁으로 재정적인 피해가 큰 만큼, 이를 잘만 이용하면 손쉽게 철광석을 구할 수 있겠는데?’

전생의 호주, 브라질, 러시아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호주 연합이나 앙골라 장가, 시베리아 부족 연합의 영역에도 막대한 철광석을 비롯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기는 했지만, 인구가 적어 생산량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하니 일단 덴마크와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국가들과 접촉해 자원을 수입하고, 그 이후 동맹국들의 자원을 수입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 정성국이 김민석에게 이를 이야기하자 오히려 김민석은 환영했다.

“무척 환영할만한 일이로군요. 계속해서 철강 소모량이 급증하는 반면 광부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아 개발청에서 꽤 걱정하고 있던데 말입니다.”

“그래?”

“예. 오죽하면 광산을 운영하는 개발청 관리들은 법무청에서 법을 조금 엄격히 집행해서 광산에 투입되는 죄인들의 수를 늘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겠습니까.”

북미왕국은 극악무도한 죄인들이 아니라면 무조건 노역형에 처하는 만큼, 법무청에서 법을 엄격히 집행해 죄인들을 늘리면 광산에 투입할 인원이 늘어나니 당장 급한 일을 해소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개발청 관리들의 농담을 전해 들은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상황이 심각하다면 바로 외무청에 이야기해서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접촉하도록 해야겠군.”

“예. 뭐 스웨덴이든 덴마크든, 철광을 개발하려면 시간이 조금 걸릴 테니 빠르게 접촉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 말에 정성국은 표정을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잉글랜드야 대프랑스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북미왕국과의 교역으로 귀족들과 상인들이 막대한 돈을 벌었고, 그 때문에 곧바로 광산을 개발할 수 있었지만, 스웨덴이든 덴마크든 최근 대프랑스 전쟁으로 인해 재정이 파탄 난 만큼 바로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은 의문이 들었으니까.

해서 정성국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쩝...상황을 봐서 우리가 직접 이들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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