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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73화 (673/850)

673화

청장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정성국은 게으른 곰과의 대화를 마무리한 후 바로 발걸음을 옮겨 회의실로 향했고.

회의에 참석한 정성국은 청장들에게 게으른 곰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어 보라며 권하자 청장들은 고개를 갸웃하며 보고서의 내용을 확인하다 화들짝 놀라며 정성국을 바라보았다.

“전하. 이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입니까?”

“이미 정보기관에서 확인한 사항들일세.”

정성국이 행정청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다른 청장들이 한마디씩 하면서 순간 회의실은 소란스러워졌다.

“허.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가 조선보다 더 증기기관을 제대로 활용하는 듯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이거 놀랍군요.”

“예. 매년 사절단을 보내고 아국에 초기 증기기관 설계도를 받아 이를 연구하는 조선보다도 발전이 더 빠르다니...”

“아무리 설계도가 있다 한들, 조선은 아국을 통해 증기기관을 처음으로 접했고, 유럽은 자체적으로 증기기관을 개발하고, 또 일부 학자들이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었잖습니까. 그러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지요.”

“하긴...그렇군요. 분명 아국은 유럽인들의 공방 출입을 엄금했습니다만...아국의 공방에 증기기관이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저들도 알고 있으니까요.”

북미왕국이 유럽인들의 공방 출입을 금하긴 했지만, 멀리서 공방을 관찰하는 것까지 막을 수야 없었다.

그리고 지금이야 전기가 보편화되면서 전기로 기계를 가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초창기에 지어진 공방들은 아직도 석탄을 이용해 증기기관을 돌려 기계를 움직이고 있었기에 당연히 공방들이 집중된 지역에는 석탄을 가득 실은 마차들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니 유럽에서도 북미왕국의 공방에는 증기기관이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고, 북미왕국이 괜히 공방에 증기기관을 설치하지는 않았을 테니, 그리고 북미왕국의 공방은 고용한 인원에 비해 생산량이 많다 보니 증기기관의 동력을 이용한다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으리라는 연구청장의 추측에 다른 청장들은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관리청장이 들고 있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음...전 그동안 전하께서 은근히 유럽을 경계하는 것이 조금 의아했는데, 이 보고서를 보아하니 왜 전하께서 그토록 유럽을 경계했는지 알겠군요.”

정성국이 은근히 유럽을 경계한다는 것은 청장들도 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초기엔 그런 정성국의 경계를 청장들도 이해했고.

다만 북미왕국이 북미 대륙을 장악하고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그리고 유럽은 전쟁으로 혼란스러워지면서 청장들은 유럽이 연합해도 결코 북미왕국을 상대하지는 못할 거라는 확신에 유럽에 대한 경계를 대부분 내려놓았는데 정성국은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유럽을 신경 썼기에 청장들은 조금 의아해했었다.

헌데 정보기관에서 올린 보고서에 따르면, 잉글랜드는 어느 정도 정보를 차단하면서 증기기관의 활용법을 연구했고 성과가 있어 실제 증기기관을 이용하고 있었으니 앞으로는 더욱 발전할 것이 분명했고, 이는 청나라보다도 유럽을 경계한 정성국의 판단이 정확하다는 뜻이었다.

해서 관리청장이 역시나 하는 얼굴로 정성국을 바라보자, 다른 청장들도 비슷한 생각인지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정성국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그런 청장들의 반응에 정성국은 조금 진지한 얼굴을 하며 입을 열었다.

“맞네. 유럽은 발전 가능성이 풍부해. 그리고 아국과 교류하면서 저들의 발전은 더 가속화될 수도 있다고 보았고. 해서 조금 경계했는데...잉글랜드가 첫발을 내디딘 거지. 그리고 아국이 파악한 사실을 다른 유럽 국가들이 모를 리는 없을 거야. 그러니 다른 나라들도 본격적으로 증기기관을 이용하려 들 테고 유럽 국가들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되겠지. 뭐 서유럽의 일부 국가들에 한정되겠지만 말이야.”

정성국의 예측에 청장들은 안색이 변했고, 회의실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정성국의 예측이 무척 정확하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청장들이 잘 알고 있었기에.

다만 정성국은 너무 유럽을 경시하지 말라는 의미로 주의하라고 경고한 것뿐인데 청장들이 너무 과하게 유럽을 의식하자 조금 당황했다.

해서 정성국은 가라앉은 회의실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하하하. 그렇다고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게. 몇몇 국가가 급격히 발전한다고 해도 이미 궤도에 오른 아국의 발전을 따라오긴 쉽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 말에 청장들이 눈을 번쩍였다.

정성국의 예측처럼 유럽의 발전이 조금 껄끄럽긴 한데, 아무리 유럽이 발전하더라도 이미 급격하게 발전하기 시작한 북미왕국을 따라잡긴 쉽지 않으리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아. 맞습니다. 저들은 분명 아국의 발전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쓸 테지만...그게 어디 쉽겠습니까.”

해서 행정청장이 정성국의 말을 받자 옆에 있던 교육청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청장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예. 아국은 이미 4곳의 사범 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선생들을 육성하고 있고, 내년이면 현재 건설 중인 5곳의 종합 대학교가 문을 열고 아국을 발전시킬 인재들을 가르칠 겁니다. 그러니 5곳의 종합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졸업생을 배출하는 5년 후에는 아국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고, 일부 유럽 국가들은 아국의 발전을 따라잡기는커녕, 뒤따르는 것조차 힘겨울 겁니다. 그러니 전하의 말씀처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교육청장의 말마따나 북미왕국의 발전을 이끄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대학교가 늘어나게 되면 북미왕국의 발전은 더욱 빨라질 것이 분명했기에 다른 청장들은 교육청장의 자신만만한 말투에 안도하며 유럽의 발전을 경계하되 너무 의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정성국은 청장들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보고 청장들의 생각을 대충 짐작하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청장들에게 제대로 자신감을 심어준 교육청장을 보고 말을 건넸다.

“아. 예정대로 내년에 5곳의 종합 대학교가 문을 여는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 개발청에서 많이 신경을 써준 덕분에 종합 대학교의 건설은 거의 8할 가까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종합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들도 대부분 구한 상태이고요.”

내년이 되면 아이누, 애리조나, 캐롤라이나, 누벨 프랑스, 일리노이 지역에 건설 중이던 종합 대학교가 문을 열고 여기에 새한성, 하버드 종합 대학교를 더해 총 7곳의 종합 대학교에서 수많은 인재들을 육성하고, 이들이 북미왕국을 더욱 발전시킬 거라는 기대감에 정성국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유럽의 상황을 떠올리고 저들이 감히 북미왕국을 따라오지 못하도록 더욱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다행이군.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지?”

“물론입니다. 사범 대학교에 배출하는 선생들이 늘어났기에 더 많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건설할 예정이고, 이렇게 늘어난 고등학생들의 수를 고려해 사범 대학교와 종합 대학교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니까요. 해서 각 지역에 대학교를 하나씩 건설할 때까지는 쉬지 않고 확장할 생각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교육청의 목표가 마음에 든 정성국은 활짝 웃으며 교육청장을 보고 말했다.

“하하하. 좋아. 그 부분은 교육청에 일임하도록 하지. 그리고 개발청에서는 교육청을 최대한 돕도록 하고.”

“그야 물론입니다.”

교육청의 계획에 따르면 수많은 학교를 건설해야 했기에 개발청장은 막대한 일 폭탄에 한숨을 내쉬면서도, 교육이 북미왕국의 발전과 직결되었음을 모르지 않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고, 그런 개발청장의 반응에 정성국은 슬슬 민간에 여러 상단들을 키워서 개발청이 도맡고 있는 일들을 넘겨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때 교육청장의 말에도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던 법무청장이 정성국을 보고 입을 열었다.

“헌데 전하. 아국은 그렇다 치고 다른 나라들이 문제 아닙니까? 유럽이 아프리카 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에 원주민 세력을 공격해 굴복시키고 식민지를 만든 것을 생각해보면...”

“음...그건 그렇군요. 지금도 대부분의 나라나 세력들은 저들을 감당하기 어려운데, 저들의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그때는...”

법무청장의 의견에 외무청장인 조용한 곰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을 때, 가만히 있던 관리청장이 조금 심각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그렇습니다. 전하. 특히 저들도 증기기관을 이용하게 되었으니 곧 일부 교역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원료의 수급과 교역품을 판매할 시장인데...유럽 각국은 이를 더 많은 식민지 확보로 해결하려 할 것이 분명합니다.”

관리청장의 의견에 일리가 있었기에 청장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동안, 정성국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음에도 앞으로의 대략적인 흐름을 예측한 관리청장의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관리청장의 말대로 전생에서도 잉글랜드는 증기기관을 이용해 면직물을 대량생산하게 되면서 원료인 목화를 위해 신대륙을, 생산한 면직물을 팔기 위해 인도를 장악하기 위해 움직이면서 대영제국이 탄생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니 정성국은 관리청장의 식견에 감탄하면서 이제 대부분의 일은 청장들에게 완전히 맡겨도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조용한 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일 리가 있군요. 뭐 아국의 동맹인 조선이나 시베리아 부족 연합, 호주 연합, 앙골라 장가, 그리고 남태평양의 여러 군소 부족들이야 괜찮겠지만...저들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는 아프리카 지역이나 저들이 이미 어느 정도 기반을 마련해 둔 인도 지역, 동남아 지역들은...”

조용한 곰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정성국은 즉각 끼어들었다.

“맞네. 그러니 슬슬 이 지역들에도 진출해 현지 세력과 우호 관계를 맺고 도와야 할 거야.”

“으음...”

정성국이 공식적으로 아프리카 지역과 인도 지역, 동남아 지역으로의 진출을 선언하자 이 일을 도맡아야 하는 조용한 곰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그나마 동남아 지역이야 일부 진출하기도 했고, 이번에 중재를 도우면서 네덜란드의 협조를 얻기로 했으니 어려울 것이 없었지만, 아프리카 지역이나 인도 지역은 상황이 달랐으니까.

일전에 정성국이 노예무역을 금지할 뜻을 내비치면서 외무청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의 정보를 수집했는데, 이미 해안가는 대부분 유럽 세력이 장악하고 있었고, 일부 현지 세력들도 대부분 유럽 세력에 거의 복속된 상황이었기에.

더불어 유럽은 북미왕국이 현지 원주민 세력에 무척 우호적이라는 것을 잘 아는 터라 북미왕국이 아프리카 지역으로 진출하면 자신들의 이권이 침해받을 것을 우려해 뒤에서 은근슬쩍 견제하려 들 것은 뻔했다.

그 때문에 외무청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으로 진출해 현지 세력을 지원해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막을 계획을 세웠다가 포기했고, 이를 보고받은 정성국은 북미신문을 이용해 여론을 움직여 명분을 만들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노예무역을 금지시켰던 것이고.

거기에 인도 지역도 여러 세력이 난립해있고, 여기에 유럽 각국이 끼어들면서 더욱 혼란스러운 지역이라 조용한 곰은 골치 아프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이를 눈치챈 정성국이 웃으며 조용한 곰에게 말했다.

“미리부터 너무 걱정하지 말게. 천천히 진출할 생각이고, 이 지역들을 장악한 유럽 각국과 적당히 협상한다면, 저들도 크게 반발하지는 못할 테니까.”

“으음...알겠습니다. 전하.”

정성국의 말에 조용한 곰이 수긍하자 정성국은 빙긋 웃으며 다시 고개를 돌려 교육청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리고 교육청장.”

“말씀하시지요. 전하.”

“외국인 학교를 대폭 확장했으면 좋겠네.”

외국인 학교는 북미왕국의 동맹인 시베리아 부족 연합, 호주 연합, 남태평양의 수많은 군소 부족들의 젊은이들을 쓸만한 인재로 키우는 학교로서 외부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부족들은 북미왕국과 교류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깨닫고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혹은 북미왕국과 친분을 쌓아 이를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영특한 젊은이들이나 자신의 후계자들을 보내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확장하고 있었다.

헌데 이를 잘 알고 있을 정성국이 외국인 학교를 대폭 확장하라는 이야기를 하자 교육청장은 정성국이 무엇을 생각하는지를 짐작하고 신음을 흘리며 말했다.

“으음...더 많은 외국인들을 받아들이실 생각이시로군요. 동맹국이 아니라도 말입니다.”

“그렇지. 외무청에서 아프리카 지역이나 동남아 지역의 현지 세력과 접촉해 우호 관계를 맺으면 이들도 모두 데려와 가르칠 생각이야. 이를 통해 우호 관계를 더욱 증진시킬 수도 있을 테고, 외국인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많을 테니 섣불리 유럽인들의 입발림에 넘어가지도 않겠지. 그리고...기존의 교육 방식도 조금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외국인 학교에서는 여러 학문을 얕게 가르쳤지만, 북미왕국의 영향을 받은 유럽이 본격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짐작되는 만큼, 정성국은 이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이전보단 조금 더 깊이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히자 교육청장은 정성국의 말에 수긍하고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외국인 학교를 확장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외국인 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분류해 후계자가 아닌 일부 뛰어난 학생들은 학자나 기술자로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게 낫겠군. 그럼 그 부분은 부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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