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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65화 (665/850)

665화

5월의 어느 날.

거대한 회의실에서 청장 회의를 진행하던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보고에 반색하며 되물었다.

“아. 드디어 조선에서 진행하던 철도 부설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된 건가?”

“그렇습니다. 전하. 한강철교와 대동강철교가 완공되고 그 위에 철도까지 깔리면서 조선의 철도 부설 공사가 완전히 마무리되었고, 공식적으로 5월 1일에 기차 운행이 시작되었다는군요.”

개발청장의 보고에 옆에 있던 법무청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끼어들었다.

“5월 1일? 조선은 음력을 사용하지 않습니까?”

“조선철도공사의 직원 중 상당수는 아국의 백성들이잖습니까. 그러니 양력에 맞춰서 날짜를 정한 모양입니다. 뭐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요.”

“하긴...”

법무청장이 개발청장의 말에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개발청장이 다시 정성국을 바라보며 보고했다.

“해서 5월 1일에 처음 운행되는 기차를 조선의 국왕과 세자, 그리고 조정 신료들이 탑승하는 행사를 벌였다더군요.”

“하하하. 이전에 우리가 열었던 행사를 따라 한 건가?”

정성국은 예전에 처음으로 철도를 부설한 후 열었던 행사가 떠올라 웃으며 반문하자 개발청장이 살짝 웃으며 답했다.

“뭐 영향이 없지는 않지요. 다만 조선왕은 예전에 온양에 있는 행궁을 가끔 방문했었답니다. 온천에서 피로를 풀기 위해서 말입니다. 해서 이 기회에 기차를 이용해 온양의 행궁을 방문했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정성국은 전생에서 현종이 건강이 좋지 않아 역대 조선왕들 가운데 가장 많이 온양의 행궁을 방문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나직한 탄성을 내질렀을 때, 옆에 있던 관리청장이 말했다.

“오히려 조선 왕실은 온양을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직접 움직인 것이 아닐까요? 아국도 그런 방식으로 관광지를 만들잖습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정성국은 매년 북미왕국 곳곳의 관광지에서 휴가를 보내고 북미신문을 통해 이를 알림으로써 관광지를 개발하고 있었다.

북미왕국 백성들에게 있어 정성국은 단순한 왕이 아니라 거의 구원자에 가까웠으니, 정성국을 열렬히 지지하는 백성들은 정성국이 방문해 즐겼던 관광지라면, 한 번쯤 방문하고 싶어했기에.

더불어 북미왕국의 백성은 무척이나 부유했고, 백성들이 사치품을 계속 사들이는 것도 아니라 점차 돈이 쌓여감에 따라 정성국은 북미왕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백성들의 소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보고 더 많은 상품 개발과 함께 관광 산업의 육성에 애를 썼던 것이다.

해서 정성국은 아직 덜 개발된 지역이나 전생에선 국립 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지역들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직접 방문함으로써 관광 산업을 육성해 내수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었고.

조선에서도 이러한 북미왕국의 정책을 모르지는 않기에 이를 따라 한 것이 아니겠냐는 관리청장의 말에 다른 청장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조선이야 역사가 있으니 관광지를 조성하기도 쉽긴 하겠지요.”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조선의 돈 있는 선비들은 조선 곳곳을 유람하곤 했으니...”

이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정말 조선이 우리처럼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 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할 생각이든, 아니면 단순히 피로를 풀기 위해 온양의 행궁을 방문한 것이든, 이 일로 기차의 존재는 조선 내에 널리 퍼질 테고, 기차를 이용하려는 조선인들이 무척 많아지겠는데?”

“예. 조선철도공사에서도 그렇게 예측하더군요. 해서 더 많은 기관차와 객차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개발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청장을 보고 물었다.

“지금까지 조선철도공사에 판매한 기관차가 몇 대지?”

“총 30대를 판매했습니다. 객차는 300대고요.”

그 말에 정성국은 잠시 매끈한 턱을 매만지다가 중얼거렸다.

“흠. 역시 초기 기관차라 객차를 많이 달지는 못하는 모양이군?”

북미왕국에서 철도를 부설하고 기차를 운용한 지도 벌써 15년 가까이 흘렀다.

그리고 정성국을 비롯해 청장들은 내륙 운송의 핵심인 철도에 지원과 관심을 아끼지 않았고, 덕분에 기관차의 성능은 예전보다 몇 배나 발전할 수 있었다.

해서 계속해서 구형 기관차 대신 신형 기관차를 배치하고 있었고.

하지만 조선엔 이런 신형 기관차를 넘겨줄 수는 없었다.

이를 연구해 조선이 북미왕국의 증기기관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기에.

해서 정성국은 청장들과 논의 끝에 처음으로 철도를 달렸던 단종된 초기 기관차를 다시 생산해 조선으로 보냈고, 초기 기관차는 마력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최근에 생산되어 수많은 객차를 달고 북미왕국의 땅을 누비는 신형 기관차에 비해 객차를 많이 달지 못하는 터라 정성국이 이를 묻자 연구청장이 나서서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해서 기관차와 객차를 생각보다 많이 생산해 판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관차에 객차를 얼마 달지 못하니 그만큼 많은 기관차가 필요하다는 연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조선에 우리의 증기기관 기술을 모두 넘겨줄 수야 없는 법이니.”

정성국은 조선에 무척 호의적이었기에 혹시나 하였던 다른 청장들은 정성국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청장들의 반응에 정성국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조선철도공사가 더 많은 기관차와 객차를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 얼마나 더 판매할 생각인가.”

“조선에서는 일단 기관차 70대와 객차 700대를 추가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정성국은 관리청장의 대답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허. 그렇게 많이?”

“그동안 조선이 자국 내 상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로를 정비하긴 했지만, 아직 대단한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니 조선에서 철도의 가치는 무척 높을 수밖에 없지요.”

조선의 개화파가 북미왕국처럼 조선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상업의 활성화를 위해 도로를 정비하긴 했지만, 북미왕국처럼 제대로 포장된 도로를 건설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제대로 포장된 도로를 건설할 기술도 없었고, 자금도 부족했었으니.

그나마 도로를 정비하면서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고, 덕분에 조선 내에 보부상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 한계는 명확했다.

덕분에 원상을 비롯해 조선의 거대 상단들은 수운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남쪽의 부산에서 북쪽의 의주까지 2일이면 이동할 수 있는 기차가 생겼으니 그 가치는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짐작한 정성국이 관리청장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그렇겠지. 그러니 인력 수송과 물자 수송 모두 철도로 몰릴 테고, 이 때문에 저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기관차와 객차를 구매하겠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당장 수요도 어마어마하거든요.”

“그래?”

“그렇습니다. 전하. 조선인들도 세계신문을 통해, 기차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한 번쯤은 기차를 타보겠다는 생각에 너도나도 몰려들어 탑승권은 연일 매진 상태이고, 원상을 비롯해 각종 조선의 상단 역시 기차를 이용해 상품을 수송하고자 앞다투어 화물 객차의 임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선 정부에서도 세금으로 걷은 쌀 등을 수송하기 위해 화물 객차를 사용해야 하는 터라...”

조용한 곰이 나서서 조선 내의 상황을 설명하자 정성국은 감탄사를 토해냈다.

“이야. 이거 수요가 정말 장난이 아닌데? 그럼 꽤 수익이 나겠는걸?”

그렇게 많은 조선인이 몰려든다면, 당연히 조선철도공사의 수입도 생각보다 대단할 것 같아 정성국이 묻자 개발청장이 웃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조선철도공사의 예상에 따르면 7년 안에 조선의 철도 부설에 들어갔던 비용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허. 7년이라...”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대답에 무척 놀랐다.

물론 정성국도 이번에 조선에 철도를 부설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생각보다 빠르게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했다.

정성국이 기억하기로 전생에서 일제가 조선에 철도를 부설했을 당시 철도의 수익이 대단해 3년이 채 되기 전에 철도부설비용을 모두 회수하고 그 이후 막대한 이익을 취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생과는 철도가 부설되는 시기가 완전히 달랐고, 전생보다 조선인의 숫자도 적었으며, 조선의 땅과 노동력을 강탈함으로써 철도 부설 비용을 극단적으로 낮춘 일제에 비해 북미왕국은 제값을 다 치렀기에 조선의 철도 부설 비용을 회수하기까지는 못해도 10년은 넘게 걸리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그보다 빠르게 비용을 회수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은 정성국으로서도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은 미소지으며 덧붙였다.

“그리고 더 많은 기차를 운용하면 이득이 늘어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요. 그러니 조선에서 조선철도공사를 부추겨 대규모 구매 요청이 발생한 겁니다.”

북미왕국이 조선의 철도 부설 비용을 모두 회수하면 철도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조선철도공사를 조선에 넘기기로 약속했었다.

그렇기에 조선이 조선철도공사를 부추겨 더 많은 기차를 들여오고, 이를 통해 이윤을 늘려 조선철도공사를 조선으로 가져오려고 한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뭐 우리야 철도 부설비만 회수하면 그만이니 크게 상관은 없지만...어휴. 저걸 다 만들고 조선까지 보내려면 고생 좀 하겠어.”

정성국의 말에 다른 청장들은 연구청장을 바라보았고, 연구청장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또한, 조선도 철도가 얼마나 조선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깨닫고 더 많은 노선을 부설하고자 하는 터라...아마 더 많은 기관차와 객차를 구매하려 들 겁니다. 해서 객차 같은 경우는 조선에 따로 공방을 세우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객차를?”

“예. 객차의 축을 비롯해 주요 부품만 이곳에서 생산해 조선으로 보내고, 조선의 공방에서 객차를 마무리하는 거지요. 물론 아국의 공방을 확장하고 더 많은 수송선을 배치한다면야 굳이 이러한 방식을 채택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연구청장이 말을 흐리자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그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공방을 확장해봐야 일손이 부족하다는 거겠지? 거기에 덩치가 큰 객차를 수백 대나 운송하는 것이 부담도 되고?”

“그렇습니다. 전하.”

아무래도 북미왕국의 인구 형태는 피라미드 형태에 가까울 정도로 아이들이 많고, 덕분에 공방을 확장한다고 해서 공방에서 일할 사람을 쉬이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더불어 아무나 채용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니 차라리 조선에 조립 공방을 짓자는 연구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반문했다.

“흠...나쁘지 않은 방법이긴 한데 당장 조선철도공사가 노선을 확장할 수는 없지 않나?”

이에 의외로 교육청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그렇긴 합니다. 다만 아국 역시 계속해서 철도를 부설할 계획이잖습니까.”

“그렇지. 철도국에서 계속 내륙으로 노선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으니...”

철도국이 새로 생겨나면서 철도국의 국장은 북미 서해안과 북미 동해안에 철도를 부설해 북미왕국의 해안가가 모두 철도로 연결되면, 그 이후엔 내륙으로 노선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이에 관한 논의는 이전 청장 회의에서도 다뤘었기에 정성국이 이를 언급하자 교육청장이 답했다.

“이걸 조선에서도 짐작하고 있는 터라...조선에서는 조선철도공사에서 직접 철도 부설 공사를 진행하고 싶어 합니다.”

“문제는 기술자잖나.”

“예. 해서 조선의 예조에서는 조그마한 대학교를 건설하고 아국의 건축 기술자 몇 명을 선생으로 초빙해 일단 아국의 건축 기술을 배울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교육청장은 조선에서는 이번 철도 부설 공사에서 북미왕국의 기술자들 옆에서 수발을 들면서 여러 가지를 배운 일꾼들을 우선해서 가르칠 생각이라는 말을 덧붙이자 정성국은 흥미를 보였다.

“호오. 전문대를 만들겠다?”

“전문대? 아. 맞습니다. 건축 전문 대학교가 되겠군요. 아무튼, 그래서 예조가 나서서 아국에 협조를 요청했습니다만...”

생소한 단어에 잠시 고개를 갸웃했던 교육청장은 곧 단어의 뜻을 파악하고 이렇게 대답하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 이를 수락했다.

“흠. 뭐 나쁘지 않아. 다른 기술이나 학문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어차피 몇 년 후에는 아이누 대학교에 조선인들의 유학을 받아들일 생각이었잖나. 그러니 협조해주게.”

“알겠습니다. 전하.”

교육청장이 정성국의 명령에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다시 고개를 돌려 연구청장에게 말했다.

“그리고...객차를 생산하는 공방은 원상에게 맡기도록 하게.”

객차를 생산하는 공방을 조선철도공사의 산하에 두면, 결국 조선철도공사가 조선에 넘어갈 때 이 공방마저 넘어가는 터라 정성국이 이를 원상에 넘기라고 지시하자 연구청장은 정성국의 속내를 파악하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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