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658화 (658/850)

658화

정성국이 한참 꼬치에 꽂은 가래떡을 화로에 구우며 망중한을 즐기고 있을 때, 집무실이 열리자 정성국은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렸고. 집무실을 들어오는 개발청장을 보고 손짓했다.

“아. 왔나? 이리 오게.”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휴식 중이셨습니까?”

“그렇네. 그리고 슬슬 날이 풀리는 것 같아 화로를 다시 창고에 넣기 전에 뭐라도 구워 먹고 싶어서 말이지.”

어느덧 3월이 되어 기온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겨우내 잘 써먹었던 화로는 치워야 할 시기가 오자 정성국은 화로를 치우기 전 시녀들에게 말해 각종 군것질거리를 왕창 가지고 와 배를 채우고 있었다는 설명에 개발청장이 웃었다.

“하긴. 직접 화로에 구워 먹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으니까요.”

“그렇지. 자. 자네도 받게.”

“오. 감사합니다. 전하.”

정성국이 화로 한쪽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던 가래떡을 개발청장에게 넘겨주자, 개발청장은 황송하다는 얼굴로 이를 받아들고 후후 불며 한입 베어 물고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야...겉은 적당히 바삭하면서도 속은 쫄깃한 것이 정말 맛있군요.”

“내가 먹는다고 왕실 숙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가래떡인데 맛이 없을 리가 있겠나.”

“하하하. 그건 그렇지요.”

그렇게 정성국은 개발청장과 잡담을 하며 화로를 이용해 굽고 있던 가래떡, 밤, 고구마 등을 나눠 먹으며 적당히 배를 채웠고.

마무리로 커피를 마시며 개발청장이 방문한 용건을 물었다.

“그보다 무슨 일로 왔나?”

“몇 가지 보고드릴 것이 있어서 말입니다.”

“해보게.”

이에 개발청장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티테이블 위에 내려 두었던 보고서를 정성국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전하께서 이전에 말씀하신 대로 철도를 부설하고 관리하는 부서와 도로를 내고 정비하는 부서를 독립시켰습니다.”

개발청은 북미왕국의 개발을 총책임지고 있었기에 그 규모가 비대했고,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리 없었다.

그렇기에 개발청장이 업무를 줄이고자 상당수의 권한을 밑으로 떠넘겼어도 그가 맡고 신경 써야 하는 일은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해서 정성국은 자동차를 개발되자 북미왕국 내의 도로 건설을 지시하면서 개발청의 업무 부하를 줄이기 위해 개발청 내에 존재하는 철도와 도로 건설과 관리에 관여하는 부서들을 적당히 통합해 독립시키라는 명령을 내렸었고.

개발청장은 이 명령에 반색하며 빠르게 일을 진행했고, 덕분에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개발청 내 부서가 독립할 수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개발청장이 건넨 보고서를 빠르게 훑고 중얼거렸다.

“철도국과 도로국이라...이름이 꽤나 직관적이군.”

그동안 개발청의 한 부서였다가 새롭게 독립한 관청의 이름을 확인한 정성국이 너무 대충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냐는 얼굴을 하자 개발청장이 민망한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조금 그런 편이지요.”

“헌데 둘 다 청급이 아니네?”

이번에 새로 독립한 관청인 철도국과 도로국은 북미왕국 전역에 철도와 도로망을 깔고 이를 보수해야 하니 관청의 규모 자체는 생각보다 클 테고, 그 정도면 청급 관청이어도 되지 않겠다 싶었는데 개발청에서는 이들을 청급 관청보다 한 단계 낮은 국급 관청으로 독립시켰기에 정성국이 의아하다는 듯 묻자 개발청장이 말했다.

“물론 두 부서의 규모는 큰 편이고, 북미왕국 전역에 철도와 도로를 건설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계속해서 인력을 충원하니 두 부서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은 분명합니다만...그렇다고 다른 청들과 비교하기에는 조금 안 맞는다 싶어서 고민 끝에 한 단계 낮은 국급 관청으로 독립시키기로 했습니다.”

전생의 대한민국에서는 중앙행정기관을 부, 처, 청으로 나눴지만, 북미왕국에서는 단순히 청, 국으로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현재 청급 기관들의 위상은 전생의 부급 기관들과 같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개발청장의 말처럼 철도국과 도로국을 철도청과 도로청으로 만드는 것은 조금 아니다 싶었다.

물론 철도망과 도로망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것이 북미왕국의 발전에 중요하다고는 하나 업무도 단순하고, 이들이 굳이 청장 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있나 싶었고.

해서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하긴...두 부서를 다른 청과 같은 급으로 놓기엔 조금 격이 떨어지긴 하겠군.”

“그렇지요. 그리고 업무의 효율을 위해 부서를 독립시키는 것이 썩 괜찮아 보여서 북미왕국 전역에 통신망을 설치하고 유지하고 보수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부서를 통신국으로 승격시켜 독립시킬 생각입니다.”

그러면서 개발청장이 가지고 온 다른 보고서를 정성국에게 건네주자 정성국은 이를 받아들고 대충 훑어본 후 고개를 끄덕였다.

“통신국? 흠. 이거 나쁘지 않네. 어차피 통신국도 철도국이나 도로국과 비슷한 일을 하는 부서이니 기왕 두 부서를 독립시킨 김에 이들도 독립시키는 것이 맞겠어. 바로 독립시키게.”

이에 개발청장은 그만큼 신경 써야 할 범위가 줄어드는 터라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리고 정성국은 그런 개발청장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철도국, 도로국, 통신 부서는 예정대로 일을 진행하는 거지?”

“물론입니다. 철도국은 기존의 계획대로 당장은 북미 서해안과 북미 동해안에 철도를 부설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도로국은 각 지역 내의 도로 건설에 집중하되, 일부 인력을 돌려 각 지역을 연결하는 대로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각 지역을 연결하는 대로라고?”

정성국이 머릿속에서 고속도로를 떠올렸을 때, 개발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도로국의 책임자인 도로국장이 연구청에 가서 자동차의 성능을 확인했거든요. 해서 도로국장 그 친구는 자동차가 많아지면 지역 내 물류 운송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으로의 물류 운송까지도 맡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각 지역을 연결하는 대로를 미리미리 건설해 두어야 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직 자동차의 성능을 생각하면, 그리고 한 지역의 넓이가 어지간한 나라와 비슷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장은 지역 내 물류 운송에만 투입하는 것이 나았다.

하지만 그동안 고생하며 키운 북미왕국의 인재들이 모두 연구청으로 몰려들고 있었고, 이들이 연구청으로 몰려들면서 북미왕국의 기술발전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자동차의 성능도 점차 나아질 테고, 그때쯤 되면 인접한 지역으로의 물자 운송 역시 자동차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생각한 정성국은 이런 생각을 도로국장도 했으며 이를 대비해 미리 움직인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했다.

“호오. 현명한 선택이야. 이거 도로국장이 생각보다 유능한 친구인가 보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럼요. 새로 독립한 부서들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국장의 역량이 중요하기에 개발청 내에서 유능하고 경험 많은 인재 중에 고르고 골라 임명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국장급 인재들이 개발청에서 빠져나가면서 당분간은 고생 좀 할 것 같다고 투덜거리는 개발청장을 보고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그를 적당히 다독이고 말했다.

“어쩌겠나. 다시 인재를 키워야겠지. 아무튼, 나중을 생각하면 각 지역을 연결해주는 크고 잘 포장된 도로가 있어서 나쁠 것은 전혀 없으니까 도로국장의 말마따나 미리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낫겠지.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테니 제대로 된 대로를 만들어 보라고 전하게.”

“그렇게 전하도록 하지요.”

그렇게 도로국의 일까지 마무리한 정성국은 손에 들고 있던 곧 설립될 통신국의 보고서를 내려놓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내륙 통신망 건설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다른 두 국과는 달리 통신국은 아직 개발청 산하의 일개 부서였기에 정성국이 개발청장에게 내륙 통신망 건설의 진행 상황을 묻자 개발청장이 답했다.

“일단 올해 상반기 안에 누벨 프랑스 지역까지 통신망 구축을 끝낼 수 있을 겁니다.”

“허. 그래? 원래 예정은 올해 12월까지 아니었나?”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보고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북미 동해안 지역의 통신망을 새진주까지 연결한 이후 개발청에서는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륙으로 통신망을 가설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새한성에서 우래건 지역의 중심지인 새남포까지의 통신망 가설도 시작했고.

그리고 새남포까지의 통신망 가설은 그 거리가 짧아 이미 공사를 끝냈지만, 미시시피 강을 따라 미시시피 지역, 일리노이 지역, 이로쿼이 지역, 누벨 프랑스 지역으로 연결되는 통신망 가설은 그 거리가 멀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해서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에나 통신망 가설이 끝날 것으로 짐작했는데, 거의 반년을 앞당겼다고 하니 정성국은 놀랄 수밖에 없었고.

“통신국장으로 내정된 부하 녀석을 비롯해 통신국으로 넘어갈 친구들이 그동안 애를 쓴 덕분이지요.”

그러면서 개발청장은 이들이 예전 북미 동해안 지역의 통신망 가설 당시에도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시켰다는 것을 상기시키자 정성국은 이를 떠올리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생각해보니 그렇군. 그 친구들은 이전에도 1년 가까이 공사 기간을 단축했었지?”

“예. 그걸 고려해서 이번엔 공사 기간을 조금 짧게 잡았는데도 다시 줄였으니...대단하긴 하지요.”

개발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새삼 감탄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 그래? 그럼 누벨 프랑스 지역까지 통신망이 연결되면 통신국에 있는 관리들을 불러 대대적으로 포상을 해야겠군.”

“예. 곧 통신국이 독립할 테니 전하께서 직접 통신국을 방문해 이들의 고생을 위로하신다면 무척 감격할 겁니다.”

“알겠네. 신경 쓰도록 하지. 그리고 누벨 프랑스 지역까지 통신망을 연결한 이후의 계획은 세워뒀다던가?”

정성국의 물음에 개발청장이 바로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이번에 누벨 프랑스 지역까지 통신망을 연결하고 나면, 통신망이 연결되지 못한 지역은 알칸사스 지역, 미주리 지역, 오지브와 지역만 남잖습니까.”

“아. 그 지역들과의 통신망 연결에 집중하겠다는 거군?”

이들 지역은 내륙 통신망 건설 계획을 세웠을 때는 북미왕국의 영토가 아니었기에 계획에서 제외했었다는 거을 떠올린 정성국이 중얼거리자 개발청장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일단 저 알래스카 지역과 아이누 지역, 그리고 일부 섬들을 제외한다면 모든 지역이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더욱 신속하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개발청장은 저 지역들의 경우 아직 제대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거점 도시까지만 통신망을 연결하면 그만이라는 것과 이미 가까운 곳까지는 통신망을 가설해둔 상태이니 공사 기간은 무척 짧을 거라고 덧붙이자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더불어 계속해서 통신 기술자들의 수를 늘려 지역 내 통신망 구축에도 힘쓸 예정입니다.”

“이거 전화기 생산에 더욱 신경 써야겠군.”

민간에 통신망을 개방한 이후, 전화기가 불티나게 팔리는 터라 전화기를 구하기 쉽지 않았고, 한때는 거의 반년 가까이 기다려야 예약한 전화기를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린 정성국이 개발청장의 말에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개발청장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전부터 꾸준히 전화기 제조 공방을 확장하기도 했고, 다른 지역에 추가로 공방을 건설해 최근부터 가동되어 숨통이 트였으니까요.”

“그럼 다행이고.”

“그리고 전하께서도 아시지요? 해저 통신선 연구가 꽤 진행되었다는 것을?”

그 말에 정성국이 눈을 빛냈다.

정성국이 기다리고 있던 해저 통신선 연구가 꽤 진척이 있다는 사실을 이미 보고받았기에.

“아. 지혜로운 나무에게 보고 받았네. 이미 이번에 개발한 해저 통신선을 생산하고 있고, 이를 직접 설치해 시험할 예정이라고 들었네만...”

“그렇습니다. 해서 이 실험이 끝나면 연구청과 협의해 해저 통신선을 이용해 본토와 떨어진 지역들까지 통신망을 연결할 계획입니다.”

개발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잔뜩 기대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바로 아이누 지역까지 해저 통신선을 가설할 계획인 건가?”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은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분명 아이누 지역의 포로나이와 통신망을 연결하는 것이 최우선이긴 합니다만...거리를 생각해보면 만만치 않은 일이라서 말입니다.”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말에서 일단은 가까운 섬까지 통신선을 연결해보고 별문제가 없으면 거리를 점차 늘려나가겠다는 생각임을 깨닫고 아쉬운 얼굴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전생에서도 대서양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은 1858년에 연결되었지만, 케이블에 문제가 있어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8년 후인 1866년에 새로 해저 케이블을 가설한 이후에나 연결되었으니 괜히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떠올랐기에.

“아. 그래. 가뜩이나 해저 통신선의 생산 비용이 꽤 나가던데 무리할 필요는 없겠지. 알겠네. 계획한 대로 일을 진행하라고 곧 통신국장이 될 친구에게 전해 주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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