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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54화 (654/850)

654화

정성국이 한참 각종 보고서에 파묻혀 있을 때, 갑작스럽게 보고할 것이 있다며 조용한 곰이 방문했고, 정성국은 그런 조용한 곰을 반기며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커피를 내리며 조용한 곰의 보고를 듣기 시작했고.

집무실을 채워나가던 커피 향기에 미소짓던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보고에 화들짝 놀랐다.

“뭐? 청나라가 내몽골을 지켜냈다고?”

청나라가 만주 동부 지역을 포기하면서까지 북미왕국, 조선, 시베리아 연합과 화친을 맺어야 했던 이유가 바로 내몽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내몽골을 양분하는 할하부 좌익과 할하부 우익의 분쟁에 준가르가 끼어들면서 준가르가 내몽골을 장악하면 바로 외몽골을 장악하려 들 테고, 외몽골까지 장악하면 수도가 위험해지니 말이다.

해서 청나라는 북미왕국과 협상을 맺자마자 압록강과 아무르 강 유역에 배치했던 병력 중 상당수를 내몽골 지역으로 보냈고.

하지만 이들이 내몽골 지역으로 이동해 할하부 좌익을 돕기 전에 준가르와 할하부 우익은 할하부 좌익을 맹렬히 밀어붙였기에 할하부 좌익의 세력은 무척 약화되었고, 덕분에 청나라가 내몽골 지역으로 이동했을 때는 거의 청나라 단독으로 준가르와 할하부 우익을 상대해야 했다.

거기에 청나라는 오롯이 내몽골 지역에만 신경 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에 정성국은 청나라가 내몽골을 지키긴 쉽지 않으리라 보았고.

헌데 자신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정성국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조용한 곰이 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몇 번의 치열한 전투 끝에 결국 내몽골 지역으로 진출한 준가르 세력을 패퇴시켰다는 보고입니다.”

“허. 이거 놀라운데? 솔직히 청나라가 내몽골 지역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고 봤는데...”

“예. 저도 청나라가 내몽골 지역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고 봤습니다만, 준가르가 내몽골 지역을 장악하면 수도인 북경이 위험하기 때문인지, 남쯕으로 가야 할 물자와 지원 병력을 내몽골 지역으로 집중했고, 결국 준가르와 할하부 우익 연합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고 합니다.”

청나라의 경우 삼면에서 공격받고 있었지만, 준가르 역시 양면 전쟁을 수행 중이었기에 준가르가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준가르는 청나라가 위태로울 때, 내몽골 지역을 장악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입장이었다면, 청나라는 수도 방어를 위해 절대 내몽골 지역을 다른 세력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그렇기에 장강 이남 지역을 포기하면서까지 병력과 물자를 쥐어짜서 내몽골 지역으로 보냈다.

그러니 초기엔 준가르와 할하부 우익 연합이 유리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계속 전투를 치르자 흐름은 청나라로 넘어왔고, 결국 청나라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조용한 곰의 설명으로 이를 이해한 정성국은 내몽골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럼 준가르는 자신들의 영역으로 퇴각했다고 치고, 할하부 우익은? 청나라에 항복한 건가?”

할하부 우익이 청나라에 항복했다면, 내몽골 지역은 할하부 좌익이 완전히 장악하게 되고, 그럼 준가르도 다시 내몽골 지역으로 진출하긴 쉽지 않았기에 이를 묻자 조용한 곰이 그럴 리 있겠느냐는 얼굴을 하며 대답했다.

“할하부 우익은 내부 분쟁에 외세를 끌어들였습니다. 특히 청나라가 힘든 시기에요. 그러니 할하부 우익이 이제 와서 항복한다고 과연 청나라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할하부 우익은 준가르와 함께 내몽골 지역에서 준가르의 영역으로 함께 퇴각했고, 현재 내몽골 지역은 할하부 좌익이 장악한 상태입니다.”

“어라? 그럼...”

“예. 당장 위기는 넘겼습니다만...준가르와 할하부 우익 연합이 다시 내몽골 지역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그러니 청나라는 내몽골 지역에도 병력을 일부 남겨둬야 하겠지요.”

할하부 좌익은 전쟁 초반에 입은 피해가 무척 큰 편이었고, 그렇기에 준가르가 다시 할하부 우익과 함께 덤빈다면 할하부 좌익 혼자서는 내몽골 지역을 방어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당연히 청나라는 내몽골 지역의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음에도 병력을 완전히 뺄 수는 없는 상황이었고.

이러한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애써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큭큭. 청나라도 골치가 아프겠군.”

“그렇죠. 특히 장강 이남에서 청나라의 영향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섬서 지역의 절반이 주나라에 넘어간 상황이라 최대한 많은 병력을 서쪽과 남쪽에 투입해야 하는 현 상황에선 말이지요. 그 때문인지 청나라가 아국에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요청? 무슨 요청?”

정성국이 뜬금없다는 얼굴로 조용한 곰을 바라보자 조용한 곰이 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국에 무기를 팔아달라는 요청을 했습니다.”

“뭐? 무기를? 설마 신식 소총을 수입하고 싶다고 한 건가?”

정성국이 설마 하는 얼굴로 묻자, 조용한 곰이 실소하며 말했다.

“어디 신식 소총뿐이겠습니까. 아국의 화포와 검차, 기관총까지 팔아달라고 요청했답니다. 자신들이 반란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안정시켜야 북미왕국도 개항장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말입니다.”

북미왕국은 청나라와의 종전 협상을 통해 5곳의 개항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산동성의 교주 외엔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웠다.

다른 지역들은 반란으로 치안이 불안하거나 동녕국이 점령하고 있었기에.

그러니 청나라와의 교역으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청나라를 돕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다만 정성국은 그깟 재물 때문에 청나라에 무기를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이런 청나라의 제안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거참...욕심도 많네. 화포에 검차에 기관총까지 탐내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그보다 이런 허무맹랑한 요청은 당연히 거부했겠지?”

“예. 투로시노는 청나라의 요청을 듣고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청나라는 다른 무기는 몰라도 신식 소총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도 팔지 않았느냐면서 신식 소총을 판매해달라고 다시 요청했고요.”

청나라도 선교사들을 통해 유럽의 정보를 조금이나마 수집하고 있었기에, 유럽 각국이 북미왕국의 무기를 사기 위해 애를 쓴다는 것과 신식 소총을 구입해 무장하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를 빌미로 다른 무기는 몰라도 신식 소총은 팔아달라고 강력히 요청했고.

이를 전해 들은 정성국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아니. 다른 나라들에 팔았으면 청나라에도 무조건 팔아야 하는 법이라도 있다던가?”

“그래서 투로시노가 그랬답니다. 유럽의 국가들에 신식 소총을 판매한 것은 이들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고, 북미왕국은 조청 전쟁에 참여하면서 동녕국, 주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은 만큼, 차라리 이 두 나라에 신식 소총을 판매하겠다고 말입니다.”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말에 애써 웃음을 삼켰다.

“큭큭. 청나라가 아주 기겁했겠는데?”

“예. 저희가 주나라, 동녕국과 비교적 우호적으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기에 청나라 예부의 관리는 투로시노의 이야기에 기겁하며 투로시노가 혹시라도 두 나라에 무기를 공급할까 애걸복걸했다더군요.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가져온 예물을 바치며 투로시노를 설득한 끝에 이번 전쟁에서 아국은 청나라와 동녕국, 주나라에 절대로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고요.”

이에 정성국은 더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차피 정성국은 아시아에서 신식 소총을 판매할 생각이 없었고 이를 투로시노도 모르지 않으니까.

“푸하하. 투로시노가 대처를 정말 잘 했네. 이렇게 못 박아두었으니 당분간은 우리를 귀찮게 하지도 못 할 테고.”

“그렇습니다. 해서 당분간은 적당히 거리를 두며 교역에만 집중할 예정입니다.”

“그래. 괜히 청나라 문제에 깊이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그러도록 하게.”

* * *

“그래. 연구소에 가보니 어떻던가.”

정성국이 집무실을 방문한 개발청장에게 질문을 던지자 개발청장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전하께서 말씀하셨던 그 자동차라는 새로운 기물은 동력 자전거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렇지?”

연구청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상용차에 의자를 부착해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은 정성국은 다시 연구소를 방문했고.

상용차에 탑승해 보고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흐뭇해하던 정성국은 만족하며 박기동과 연구원들을 다시 한번 치하했고, 상용차로 불리는 기물의 정식 명칭을 자동차로 명명했다.

정성국이야 이번에 개발하는 자동차는 승합차와 화물차였기에 이를 묶어 상용차를 개발하라고 이야기했던 건데, 상용차를 개발한 연구원들을 치하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이들은 기관을 이용해 노면을 이동하는 기물을 상용차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기에.

아무튼, 그 이후 정성국은 개발청장에게 전화해 시간이 나는 데로 연구청의 연구소를 방문해 자동차를 확인해보라고 이야기했고, 개발청장은 정성국의 명령대로 연구소를 방문해 자동차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자동차의 존재를 알게 된 후 정성국이 왜 자신을 연구소로 보냈는지 깨닫게 된 개발청장이었고.

“예. 그리고 연구소의 연구원들과 대화해보고, 직접 자동차에 탑승해 보니, 하루라도 빨리 자동차를 생산할 준비를 하는 것이 맞겠더군요. 해서 바로 대규모 공방을 건설할 부지를 알아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개발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이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 잘했네. 공방 건설에도 꽤 시간이 걸릴 테니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낫겠지.”

“헌데 전하. 전하께선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여러 곳에 여러 개의 공방을 건설할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만...제가 생각하기엔 딱 2개의 공방만 새롭게 건설하는 편이 나아 보입니다.”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제안에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그의 속뜻을 파악하고 말했다.

“2개? 아. 제철소에 가까운 곳에 공방을 건설하자는 건가?”

“예. 물론 가능하다면 전하께서 원하시는 것처럼 북미왕국 곳곳에 공방을 건설해 각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꾀하고 싶긴 합니다만...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인구가 증가하고 북미왕국의 발전이 빨라지면서 계속 늘어나는 물동량 때문에 고민인 현시점에서 추가로 물동량을 대폭 늘리는 것도 조금 아니잖습니까.”

개발청장의 말마따나 북미왕국이 발전하면서 북미왕국의 물동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고, 덕분에 더 많은 기차, 더 많은 수송선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괜히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북미왕국 곳곳에 공방을 건설했다가는 여러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기에 정성국은 아쉬워하면서도 개발청장의 말에 수긍했다.

“끙...그건 그렇지. 알겠네. 그럼 일단은 두 제철소 인근에 대규모 공방을 짓도록 하게.”

정성국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자 개발청장은 다행이라는 얼굴을 하며 다시 슬쩍 제안했다.

“그리고 빠르게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동력 자전거 제조 공방을 자동차 제조 공방으로 변경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기는 합니다만...”

개발청장이 보기엔 동력 자전거보다는 자동차가 나았다.

아니, 자동차를 개발한 이상 동력 자전거는 쓸모없다고 보았다.

용도는 같은데 자동차는 동력 자전거에 비해 성능도 월등하고 더 안전했으니.

해서 하루라도 빠르게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이 동력 자전거 생산 공방을 자동차 생산 공방으로 변경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생각하고, 이를 슬쩍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뭐 동력 자전거보다야 자동차가 낫긴 하지. 헌데 지금도 도시들이 늘어나면서 동력 자전거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판국인데 동력 자전거 제조 공방을 자동차 제조 공방으로 변경하면 당장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곤란하지.”

“흠. 그건 그렇겠군요. 허면 일단은 동력 자전거 제조 공방은 그냥 내버려 두겠습니다.”

“그래. 그러게.”

그 이후 정성국은 개발청장과 자동차 생산 공방 문제로 한참을 논의했고, 이야기를 대충 정리했을 때쯤 아차 하는 얼굴로 다시 개발청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리고 각 도시와 인근 마을들을 잇는 도로 건설에 더욱 신경을 썼으면 하는데 가능하겠나?”

북미왕국의 땅덩이는 워낙 넓은 탓에 정성국이 나름대로 신경 쓰기는 했어도, 아직 제대로 된 포장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자동차가 개발된 이상, 그리고 승합차와 화물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해 투입할 생각인 이상 제대로 된 도로가 더 많이 필요했기에 정성국이 이를 이야기하자 개발청장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정성국에게 물었다.

“흠...단거리 수송은 아예 화물차에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그러는 게 효율적이겠지. 뭐 단기간에 철도를 북미왕국 영토 전체에 거미줄처럼 까는 것이 가능하다면 모를까...”

기차가 좋긴 하지만, 문제는 철도를 미리 깔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되는 만큼, 단기간에 정성국이 원하는 것처럼 북미 대륙 전체에 노선을 설치할 수는 없어 개발청장은 쓰게 웃으며 답했다.

“확실히 그건 불가능하지요. 알겠습니다. 도로를 건설하고 관리하는 인원을 대폭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개발청장은 대답하면서도 가뜩이나 수많은 공사로 인해 일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다시 신경 쓸 일이 생겨 안색이 파리해졌고, 정성국은 그런 개발청장의 얼굴을 보고 아차 하며 제안했다.

“그래. 아. 차라리 이 기회에 부서의 규모를 키워 독립시키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아. 도로 건설을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철도건설을 담당하는 부서까지도 말이야. 우리는 북미왕국의 발전과 원활한 통치를 위해 더 많은 도로와 철도를 깔아야 하니까.”

이에 개발청장은 잠시 고민했지만, 북미왕국의 광활한 영토를 생각하면, 아예 전문적으로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고 정비하는 관청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그것도 나쁘진 않군요.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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