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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51화 (651/850)

651화

1683년의 새해를 가족들과 함께 보낸 정성국은 바로 청장들을 소집해 회의를 시작했고.

계속된 회의에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손수 커피를 내리며 청장들과 개인적인 잡담을 나누던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조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예. 전하. 조선의 북방 영토, 그러니까 만주 동부 지역으로의 이주 문제로 조선 전체가 들썩이는 모양입니다.”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청나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그 대가로 북방에 조선보다 거대한 땅을 확보했다는 것을 알리자 조선이 한바탕 뒤집혔다는 것은 정성국도 잘 알고 있었다.

더불어 북미왕국의 여러 교과서가 조선으로 흘러 들어갔기에, 이번에 확보한 북방 영토를 단순히 야인들의 땅이 아닌 고토의 회복으로 받아들였기에 조선인들은 더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고.

해서 조선의 비상에 감격한 양반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병자년의 치욕을 갚고 고토를 회복했으니, 이젠 당당히 칭제건원을 해야 한다고 상소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정성국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만주 동부 지역은 척박하고 추운 지역이니만큼, 이곳으로 이주하려는 조선인들은 많지 않으리라고 보았다.

특히 예전 조선이 4군 6진을 개척할 때도, 조정에서는 이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 여러 혜택을 주면서 백성들을 이주시키려 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헌데 조선 조정이 세계신문을 통해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할 백성들을 모집한다고 알리자, 조선 전체가 들썩인다니 정성국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고.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이 입을 열었다.

“물론 얼마나 많은 조선 백성들이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원상이 조선 팔도를 돌며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적어도 올해에만 3, 40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이 이주할 것으로 예측하더군요.”

조용한 곰의 말에 다른 청장들은 감탄하고 조금 놀란 눈치였지만 정성국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3, 40만 명? 그렇게 많은 조선인이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할 거라고? 쌀농사도 불가능한 땅으로?”

어차피 개인이 경작할 수 있는 논밭의 크기는 정해져 있었다.

그렇기에 최대한 가치 있는 작물을 심는 것이 우선이었고, 조선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작물은 역시나 벼라는 것을 생각하면 벼를 재배하지 못하는 만주 동부 지역의 가치는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헌데 이 만주 동부 지역으로 무려 수십만의 조선인들이 이주한다는 사실에 정성국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묻자 조용한 곰 대신 옆에 있던 행정청장이 먼저 대답했다.

“그만큼의 혜택을 제공하니 그렇지 않겠습니까. 듣자니 5년간 각종 세금도 면제고, 저희가 식량과 생필품도 제공하기로 했으며, 조선인들은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면 잘 개간된 땅까지 나눠주니 최소한 소작농들은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나을 거라는 계산이 섰을 겁니다.”

“더불어 아국으로 이주하려던 조선인들도 이젠 아국으로의 이주가 불가능해졌잖습니까. 해서 아국 대신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듯합니다.”

행정청장의 말이 끝나자 조용한 곰이 이렇게 대답하자, 정성국은 그제야 조금은 이해가 간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 그들이 있었군. 못해도 매년 10만 명 이상이 꾸준히 이주했었으니...생각보다 많은 조선인이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겠는데? 이거 조금 아쉽긴 하군. 쩝.”

그동안 북미왕국으로 이주한 조선인들이 얼마나 북미왕국의 발전에 기여했는지를 아는 정성국은 무척 아쉬워하며 괜히 청나라에 영토를 뜯어냈다고 투덜거리자 청장들이 웃으며 정성국을 달랬다.

“뭐 꾸준히 아국으로 이주하던 조선인들의 유입이 끊긴 것이 아쉽기는 하나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조선 조정에서도 만주 동부 지역뿐만 아니라 조선 각지를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속 백성들이 유출되는 것을 용인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어차피 조선인들을 대신해 왜인들을 이주시키기로 막부와 합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북미 서해안의 개발에도 큰 차질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는 마시지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아국으로 이주시킨 조선인들만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청장들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쉬움을 떨쳐냈다.

“그래. 뭐 지금까지 별다른 제제 없이 조선인들을 이주시킨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지. 그보다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조선인들이 그렇게 많다면 우리도 준비를 더 철저히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면서 정성국이 다 내린 커피를 청장들에게 건네자 청장들은 황송하다는 얼굴로 이를 받아들고 한 모금씩 마시기 시작했을 때, 관리청장이 입을 열었다.

“물론 그래야지요. 저희는 많이 이주해봐야 5만 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요. 해서 추가로 수송선을 배정해 각종 생필품과 식량을 수송할 계획입니다.”

관리청장의 말이 끝나자 옆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개발청장이 덧붙였다.

“또한, 상황을 보아하니 단기간에 많은 조선인이 몰릴 테고, 이들에게 개간된 땅을 나눠주려면 더 많은 경운차를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겠지. 남는 경운차를 최대한 보내도록 하게. 헌데...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는 조선인들의 수가 한둘이 아니니 기존의 계획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기존에는 만주 동부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조선인들이 적을 거라 예상했고, 이 적은 인원을 만주 동부 지역 곳곳에 흩뿌려봐야 발전도 더딜 것을 우려해 전생에서 블라디보스토크가 위치한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반도를 해삼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 하여 해삼 반도로 명명하고 이곳에 이주민을 집중시킬 생각이었다.

하지만 원상의 예측대로 3, 40만 명이 이주한다면 굳이 이들을 모두 해삼 반도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나 싶어 정성국이 묻자 개발청장이 커피잔을 내려놓고 대답했다.

“예. 그럴 생각입니다. 물론 해삼 반도가 꽤 넓은 만큼 내년에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3, 40만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을 해삼 반도에 모두 정착시켜 이곳의 발전을 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하루라도 빨리 내륙에 거점 도시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니 말입니다.”

“그럼 전에 말한 내륙 거점 도시 4곳을 모두 건설할 생각인가?”

원래 처음에는 해삼 반도에 이주민을 집중시켜 이곳을 개발하고, 2단계로 아무르 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전생의 하바롭스크 일대를, 마지막으로는 송화강을 통해 이동할 수 있는 전생의 하얼빈, 창춘, 치치하얼이 들어섰던 곳에 거점 도시이자 국경 도시를 세워 혹시 모를 만주인들의 움직임을 막을 생각이었다.

해서 정성국이 이를 동시에 건설할 생각이냐고 질문하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래야 조선이 만주 동부 지역 전체를 장악할 수 있게 될 테니까요. 물론 그만큼 아국이 받는 부담은 더욱 커질 테지만...”

“그래. 뭐 몇 년만 고생하면 되겠지.”

정성국의 대답에 개발청장뿐만 아니라 다른 청장들은 앞으로의 고생이 뻔했기에 일제히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청장들의 반응에 움찔한 정성국이 슬쩍 시선을 피하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을 때, 개발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조선에서 조금은 난감한 요청을 해왔습니다.”

“난감한 요청?”

“예.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약 5개월 후면 조선에서 진행하던 철도 부설 공사가 끝나지 않습니까.”

개발청장의 말에 정성국이 표정을 굳혔다.

조선의 요청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되었기에.

“설마...”

“그렇습니다. 조선에서는 새로운 노선을 건설해주길 원하더군요.”

“...만주 동부 지역까지?”

“예. 일단은 한양에서 해삼위까지, 그 이후엔 내륙의 각 거점을 철도로 연결해주었으면 하더군요.”

해삼위는 해삼 반도에 건설할 거점 도시의 이름이었는데, 한양에서 이 해삼위까지 노선을 건설했으면 한다는 조선의 요청에 정성국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물론 만주 동부 지역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만주 동부 지역의 개발이 가속화될 테니 나쁠 건 없지만...당장은 우리도 여력이 없잖나. 곧 북미 동해안과 북미 서해안을 모두 연결하는 철도를 부설해야 하니까.”

조선 철도 공사가 끝나면 북미왕국의 해안가를 연결하는 2개의 철도 노선을 부설해야 했기에 정성국이 당분간 조선에서의 철도 부설은 없다고 이야기하자 조선에 우호적이라 혹시나 했던 청장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개발청장은 미소를 지었다.

“그야 그렇지요. 허면 조선의 요청은 거절하겠습니다.”

“그래. 사정을 알리고 당장은 어렵다고 잘 달래게. 그리고 기왕 말이 나와서 묻겠는데 북미 동해안, 북미 서해안 철도 부설 공사의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

조선에서의 철도 부설 공사는 공식적으로 올 5월에 완료되지만, 조선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이미 노선 공사는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

그렇기에 철교 부설에 투입된 기술자들을 제외하면 하나둘 북미왕국으로 복귀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정성국이 묻자 개발청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대답했다.

“3개월 후, 바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예. 새마포 제철소와 이로쿼이 제철소에서 생산하는 막대한 양의 강철을 철로로 가공해 북미 각 지역에 운송해 비축해두고 있고, 각 공방에 이야기해 건설 장비의 생산량을 대폭 늘렸으며 건설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인력을 대거 육성하고 있습니다.”

개발청장의 대답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정성국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흐음...그럼 건설 노동자들은?”

“이미 일정을 조율해 35만에 달하는 건설 노동자를 철도 부설 공사에 배정했으며, 올해 아국으로 이주하는 외국인들도 최우선으로 철도 부설 공사에 투입할 예정이라 아마 철도 부설 공사가 시작되는 3월쯤 되면, 건설 노동자들의 수는 적어도 4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허. 적어도 40만 명이라...”

이번 노선 공사 역시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노선을 자잘하게 분리해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었고, 그만큼 많은 건설 노동자가 투입되었기에 정성국이 감탄하자 개발청장이 덧붙여 말했다.

“또한, 공사 중에도 계속 건설 노동자를 늘릴 생각이기도 하니 예정대로 3년이면 철도 부설 공사를 완료할 수 있을 겁니다.”

개발청장의 확신에 찬 대답에 정성국이 흡족한 얼굴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

“흐. 그거 기대되는군. 다만 알지? 공사 일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야 물론이지요.”

정성국은 자부심이 가득한 얼굴의 개발청장을 보고 빙긋 웃었다.

“그래. 그 부분은 그동안 개발청에서 잘 해 왔으니 믿도록 하겠네. 그보다 생산되는 강철 대부분을 철로로 가공하느라 다른 지역의 개발에 차질이 생기진 않겠지?”

이에 개발청장 대신 옆에 있던 관리청장이 나섰다.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전하.”

“음?”

“계속해서 제철소들을 확장해 강철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유럽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의 물량을 늘리기로 했습니다. 또한, 이번에 앙골라 장가에 파견한 개발청 기술자들이 철광석이 대규모로 매장된 지역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정성국은 관리청장의 대답에 반색했다.

개발청 기술자들이 브라질 내륙, 정확히는 전생의 미나스제라이스 지역으로 파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물론 기대했던 금은 아니지만, 북미왕국이 점차 발전하면서 강철 소모량이 급증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강철이 필요한 만큼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던 것이다.

“오! 그게 정말인가?”

그리고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물론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내륙으로 약 200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보니 이곳까지 길을 내고 본격적으로 철광석을 캐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긴 합니다만...철광석의 품위도 좋고 매장량이 대단해 앙골라 장가에서 철광석을 캐내기 시작하면 아국의 강철 생산량이 급증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개발청장의 단언에 다른 청장들, 특히 관리청장이 무척 기뻐했다.

그동안은 북미왕국에서 일방적으로 앙골라 장가를 지원해야 했지만, 앙골라 장가에서 철광석을 생산하기 시작하면 더는 일방적인 지원이 아닌 교역을 하면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정성국은 조금 다른 이유로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앙골라 장가가 본격적으로 철광석을 수출하기 시작하면 포르투갈은 배가 좀 아프겠어.”

포르투갈은 노예무역을 금지하면서 다시 북미왕국과 외교 관계를 맺었지만, 마땅한 수출품이 없는지라 아시아 무역으로 번 돈을 이용해 북미왕국의 물품을 구하고 있는 만큼, 브라질 내륙에서 발견된 대규모 철광을 무척 아쉬워할 것이 분명했기에 조용한 곰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분명 그럴 겁니다만 뭐 어쩌겠습니까. 이미 기차는 떠난 것을요.”

“그렇긴 한데 부러움에 괜히 딴지를 걸진 않겠지?”

“그럼요. 앙골라 장가는 아국의 동맹국이라는 것을 잘 아는 만큼, 포르투갈은 별다른 행동을 취하진 못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얼마 남지 않은 커피를 모두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알겠네. 그보다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회의를 시작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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