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4화
‘퍼퍼퍼퍼펑!’
‘콰쾅!’
탐조등으로 밝히고 있던 아타케부네가 여러 발의 포탄을 맞고 폭발하는 것을 확인한 함교의 견시수가 소리쳤다.
“탐조등으로 확인한 10시 방향의 적선! 굉침!”
이에 3천 톤급 신형 전선인 우티 함의 정현구 함장이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좋았어! 바로 다른 적을 찾아!”
그의 명령대로 탐조등이 다시 주변을 훑기 시작했을 때, 우현의 기관총들이 불을 뿜기 시작했고.
‘타타타타타타탕!’
정현구 함장과 함교의 사관들이 자신도 모르게 우현을 바라보고 있을 때, 곧 기관총 소리가 멎으며 우현에서 보고가 들려왔다.
“방금 발견한 적선! 완전 침묵!”
이에 정현구 함장은 활짝 웃으며 발걸음을 옮겨 함교의 외부 출입문을 통해 상체를 내밀고 우현에서 사격이 끝난 후 기관총을 재장전하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래! 잘했어! 또 주변을 경계하다 보이는 왜선이 있으면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겨!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함장님!”
그때 함교 2층에 있던 견시수가 다시 소리쳤다.
“전면에 적선 발견! 이대로라면 충돌할 것 같습니다!”
견시수의 보고에 정현구 함장은 급히 견시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뭐? 갑자기 적선? 크기는?”
“큰 편은 아닙니다! 세키부네처럼 보입니다!”
견시수의 보고에 정현구 함장은 조타수를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그럼 그냥 무시해! 선회하지 말고 충돌 경보만 내려!”
“알겠습니다.”
정현구 함장의 명령에 조타수는 타륜을 단단히 잡았고, 부함장은 급히 충돌 경보를 울리는 단추를 누르자 곧 확성기를 통해 우티 함 전체에 충돌을 대비하라는 의미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고, 이 경보에 수병 대다수는 급히 주변의 무언가를 붙잡으며 충돌을 대비했다.
‘쿵!’
“어이쿠!”
‘와지끈!’
세키부네와 제대로 충돌한 모양인지 약간의 충격이 배를 뒤흔들었고, 동시에 단단한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자 정현구 함장은 상황이 짐작되었기에 흔들리는 함교 속에서도 씩 미소를 지었고.
“전방의 적선! 굉침!”
그의 예상대로 우티 함과 충돌한 세키부네가 침몰 중이라는 이야기에 정현구 함장이 만족한 얼굴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역시 이 우티 함은 튼튼해서 좋단 말이지? 인급 전선으로는 이런 짓은 못 할 텐데 말이야.”
정현구 함장의 말에 옆에 있던 부함장이 고개를 저었다.
“못하긴요. 할 수야 있죠. 한동안 육지 생활만 감수한다면요.”
부함장의 말마따나 인급 전선도 나름 튼튼하게 건조했기에 충각은 없어도 배의 단단함과 속도를 이용해 이런 돌격 전술을 사용할 수는 있었다.
다만 정성국은 소중한 선원들을 잃는 것을 무척 경계했기에, 일정 충격을 받은 배는 무조건 전수 검사하라고 명령했고, 그 때문에 돌격 전술을 사용했다간 전선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확인될 때까지 항해가 전면 금지되었으며, 전수 검사는 무척 꼼꼼하게 진행되었기에 두세 달은 걸릴뿐더러, 조선소는 언제나 일거리가 넘치는 탓에 바로 전수 검사에 들어갈 수도 없어 못 해도 반년 가까이는 육지에 있어야 했다.
그러니 함장들은 돌격 전술을 꺼릴 수밖에 없었고.
이를 부함장이 거론하자 정현구 함장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인급 전선으로는 못 한다는 거지. 반년 넘게 바다에 못 나가고 육지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버티라고?”
“뭐 그렇긴 해요.”
함교에 있는 사관들은 뱃사람이나 다름없었기에 육지보단 바다가 더 편한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정현구 함장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그때 정현구 함장이 2층에 있는 견시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견시수. 주변의 다른 적은 없나?”
“일단 보이는 적은 없습니다.”
견시수의 보고에 정현구 함장은 급히 출항하느라 면도를 하지 못해 까끌까끌한 턱을 매만지면서 부함장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 이보게. 부함장! 지금이 몇 척 째지?”
“방금 4척을 침몰시키거나 침묵시켰으니...이것으로 총 21척째입니다.”
“21척? 끙. 아직 많이 남았겠군.”
사츠마 번의 함대 규모는 대략 300척 규모로 알려졌고, 원정 함대는 딱 4척에 불과하니 1척마다 대략 70척은 격파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정면으로 맞붙는 상황이었다면 한 절반 정도만 격파해도 알아서 항복하거나 도망치겠지만, 사츠마 번의 함대는 자신들의 공격을 피하고자 뿔뿔이 흩어진 상태였기에 이를 바랄 수도 없어 보였고.
해서 정현구 함장이 한숨을 내쉬자 옆에 있던 부함장이 이에 공감하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적들은 멀리서 탐조등으로 저희의 위치를 파악하고 최대한 멀어지기 위해 애를 쓰고 있어 성과가 더딘 것도 문제고요. 그나마 방금처럼 어느 정도 뭉쳐 있으면 괜찮은데...”
“쯧. 뭐 어쩌겠어. 돌아다니며 보이는 족족 침몰시켜야지. 일단 통신병. 무선 통신으로 함대 사령관님께 조금 전 전투의 전과를 보고하고 우리는 크게 서쪽으로 선회하면서 적선을 찾아보겠다고 전하게.”
정현구 함장의 명령에 통신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 무선 통신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헌데 서쪽으로 크게 선회하면 무선 통신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만...”
우티 함은 적선들을 찾아 조금씩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본 함대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여기서 조금 더 멀어지면 무선 통신이 불가능해지기에 이를 언급하자 정현구 함장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 상관없지 않나? 어차피 적선을 상대하는 것이 어렵지도 않고. 음...적당히 둘러보다 앞으로 2시간 후에 요론 섬 인근으로 합류하면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정현구의 명령에 통신병이 무선 통신 장치를 만지작거리는 사이 함교에서 고요한 바다를 훑어보던 부함장이 조금 떨떠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보다 뭐랄까...실전을 경험한다길래 치열한 전투를 생각했는데 현실은 많이 다르네요.”
이에 함교의 다른 사관들도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을 때, 정현구가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뉴펀들랜드 해전 같은 포격전을 기대하기라도 한 거야? 그건 이제 불가능해.”
“끙...역시 그런가요?”
“그럼. 북미왕국 해군의 강력함이 널리 알려졌는데 감히 누가 정면승부를 하겠어. 뭐 아주 나중에 다른 나라들도 우리처럼 철선을 건조하고 후장식 화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면 모를까...”
정현구 함장의 말에 타륜을 잡고 있던 조타수가 웃으며 끼어들었다.
“하하하. 다른 나라들이 이 신형 전선과 비슷한 수준의 전투선을 만들어낼 때쯤이면, 아국은 그보다 더 대단한 전선을 건조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함장님 말씀처럼 뉴펀들랜드 해전 같은 대규모 해전은 이제 없지 않겠습니까.”
조타수의 말에 함교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다른 나라들의 기술 발전 속도보다 북미왕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훨씬 우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푸하핫! 그건 그렇지. 앞으로도 이런 추격전이 대부분일 거야. 그러니 이번 기회에 제대로 경험을 쌓아 두자고.”
“알겠습니다. 함장님.”
* * *
‘콰쾅!’
‘타타타타타타탕!’
멀리서 폭음과 총성이 들려오자 누각 위에 있던 시마즈 츠나타카는 또 한 척의 배가 침몰했을 거라는 생각에 터져 나오는 신음을 애써 삼켰다.
“크윽...”
동시에 시마즈 츠나타카는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설득해 이번 출병을 막았어야 했다는 생각과 차라리 제대로 한 판 붙어 북미왕국의 강력함을 뼈저리게 깨닫고 항복하거나 후퇴했으면 오히려 손해가 덜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고.
그때 옆에 있던 가신이 조심스럽게 시마즈 츠나타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으셔야 합니다. 소주.”
가신은 시마즈 츠나타카가 현 상황에 분노해 혹여 작전을 변경해 북미왕국의 전선을 공격하지는 않을까 싶어 이렇게 이야기했지만, 시마즈 츠나타카는 그의 말에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며 아마미 군도 최남단의 섬인 요론 섬을 지나 곧 있으면 유구 섬에 도착할 텐데 왜 이제 와서 작전을 바꾸겠는가.
“...알고 있다. 그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지? 슬슬 해가 뜰 시간이야. 그럼 적들은 득달같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 거다.”
그 말에 배를 지휘하던 한 가신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고.
“저길 보시지요.”
슬슬 동틀 때가 되었기에 주변이 어렴풋이 보였는데 덕분에 가신이 가리킨 곳이 대충 보였고, 비록 거리는 떨어져 있었지만, 산의 형태가 보였기에 시마즈 츠나타카가 반색했다.
“음? 저건...드디어 도착한 거냐?”
“그렇습니다. 저 섬이 바로 유구섬이지요. 물론 슈리 성을 공격하려면 가까운 나하 항까지 가야겠습니다만...”
가신의 말에 시마즈 츠나타카는 고개를 저었다.
아마미 군도와 마찬가지로 유구 섬도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뻗을 기다란 섬이고, 나하 항은 남서쪽에 있어 이곳에서 나하 항까지 가려면 또 한참을 항해해야 했던 탓이다.
“여기서 나하 항까지 가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리지 않나. 나하 항에 도착하기 전에 발견되어 공격받을 것이 분명하니 그건 불가하네. 차라리 육로로 이동하는 게 나아.”
“알겠습니다. 허면 바로 상륙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러게. 그보다 다른 배들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동쪽 바다에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하자 시마즈 츠나타가가 뒤쪽을 살피며 다른 배가 없는지 확인하려 할 때 한 가신이 외쳤다.
“오! 소주! 저길 좀 보십시오.”
가신이 가리킨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유구 섬 북쪽에 세키부네와 어선 몇 척이 해안가 인근에 정박해 있었기에 시마즈 츠나타카는 기쁜 기색을 감추지 않고 탄성을 질렀다.
“오오. 이미 저들도 상륙한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수가 적긴 합니다만...”
이에 시마즈 츠나타카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대답했다.
“하하하. 괜찮네. 고작 4척에 불과한 북미왕국 함대에 우리가 동원한 배가 모두 침몰하진 않았을 테니 시간이 흐르면 차차 합류하겠지.”
“예. 분명 그럴 겁니다. 그러니 일단은 저곳으로 이동하시지요.”
“그러지.”
* * *
“그래서 얼마라고?”
김봉길이 되묻자 부관이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입을 열었다.
“방금 우티 함에서 전해진 전과까지 모두 합산하면...총 217척의 적선을 발견해 침몰시키거나 침묵시켰습니다.”
이에 김봉길은 조금 아쉽다는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흠. 그럼 대략 3할은 아직 남았다는 거군. 역시 시야가 제한 되니 별수 없나.”
“그렇습니다. 물론 해가 뜨기 시작했으니 적선을 쉽게 발견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이곳은 유구 섬 인근 해역이니 그게 문제군.”
슬슬 해가 뜨기 시작하며 가시거리가 급격히 늘어났기에 적선을 발견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이미 유구 섬 북쪽의 해역이라 이제 와서 발견하고 침몰시키기는 좀 늦었다고 할 수 있었다.
“예. 저들은 무조건 유구 섬에 상륙하려 들 테니까요. 한 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이곳에서 슈리 성까지 육로로 이동하려면 빨라야 3일은 걸릴 거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내일까지는 유구 섬 북부 해역을 순찰하며 보이는 적선은 족족 공격하고, 그 후 나하 항으로 이동해 수병들을 하선시켜 아이누 경비대와 함께 슈리 성 인근까지 진격하는 왜병을 격파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적들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동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동원한 병력의 7할은 물귀신이 된 상황이라 어차피 적의 사기도 저조할 테니, 굳이 수병까지 하선시킬 필요가 있나 싶었던 김봉길이었다.
다만 부관은 유구국에 북미왕국의 강력함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신들만으로 사츠마 병의 병력을 격파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그게 좋겠군. 좋아. 그리 하도록 하지.”
* * *
“이게 전부인가? 2천 명 정도가 전부라고?”
“송구하옵니다. 소주.”
“허어...”
시마즈 츠나타카는 가신의 보고에 한숨을 내쉬었다.
유구 섬에 상륙한 후 자신들의 배를 발견하고 이를 침몰시키기 위해 다가오는 북미왕국의 함대를 피해 내륙으로 이동해 겨우 포격을 피한 후, 주변에 있는 산에 올라 깃발을 꽂고 자신들이 이곳에 상륙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유구 섬 인근에 도착한 왜선들은 북미왕국의 배를 피해 하나둘 유구 섬에 상륙해 시마즈 차나타카가 세운 진영으로 합류하기 시작했고.
헌데 예상보다 수가 너무 적었다.
이번에 사츠마 번에서 동원한 병력은 8천 명.
사츠마 번의 번주인 시마즈 마츠히사는 야음을 틈타 아마미 군도와 유구 섬 사이의 해역을 지나친다면 북미왕국의 함대에 의해 피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더라도, 못해도 6천 명 정도는 유구 섬에 상륙할 거라 계산했고, 이 정도 병력이라면 고작 200명에 불과한 북미왕국 병력과 화약 무기라고는 전무한 유구국 병력을 상대하고도 남을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이 의견에는 시마즈 츠나타카도 동의했고.
헌데 유구 섬에 상륙한 병력은 대략 2000여 명 정도에 불과했고, 과연 이 병력으로 북미왕국과 유구국의 병력이 철저히 지키고 있을 슈리 성을 함락시킬 수 있겠는가 싶었던 것이다.
더불어 야간에 북미왕국의 배에서 울린 무지막지한 총성을 생각해보면, 커다란 북미왕국의 배에는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한 북미왕국의 수병이 엄청나게 탑승해 있을 것이 분명했는데 이것도 문제였다.
어제까지 이 주변 해역을 어슬렁거리며 유구 섬에 상륙하려던 사츠마 번의 배들을 공격했던 북미왕국의 배들이 한 척을 남기고 나하 항 방면으로 철수한 터라 자신들이 슈리 성까지 진격했을 때는 북미왕국 배에 탑승해 있던 수병들도 대거 상륙해 자신들을 맞이할 것이 뻔히 보였던 탓이다.
해서 시마즈 츠나타카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을 알고 있는 막사 안의 가신들도 답이 없었기에 그저 침묵하고 있을 때, 화려한 갑옷을 입은 한 노가신이 입을 열었다.
“...여기서 계속 머물 수는 없습니다. 물자에도 한계가 있고요. 그러니 일단 슈리 성 인근까지 이동한 후 슈리 성의 방어 태세를 확인하고 앞으로의 일을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시마즈 츠나타카는 쓰게 웃었다.
이미 모든 배를 잃고 유구 섬에 고립된 상황이니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뻔했으니까.
“앞으로의 일이라...슈리 성까지 진격한 후 해볼 만하다 싶으면 공격하고 아니면 항복하자는 건가?”
이에 화려한 갑옷을 입은 노가신이 침통한 얼굴로 시마즈 츠나타카에게 고개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소주.”
“후우. 아니야. 이런 상황에선 별수 없지. 알겠네. 그럼 바로 병력을 추슬러 슈리 성까지 이동하도록 하지.”
* * *
3일에 걸쳐 고생고생해서 슈리 성 인근까지 도착한 사츠마 번의 병력은 눈앞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일단의 병력을 확인하고 곧바로 전투준비를 시작했고.
동시에 시마즈 츠나타카는 평지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병력을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으음...대략 500명 정도인가?”
이때 사나운 눈매의 한 가신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소주! 이건 기회입니다! 적들은 교만에 빠져 방어하기 편한 슈리 성을 버리고 야전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격파하고 슈리 성을 함락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 저 500명은 모두 북미왕국의 병력이요! 빠르게 재장전이 가능한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거요! 그걸 무슨 수로 격파한단 말이오! 그것도 평지에서!”
화려한 갑옷을 입은 노가신은 자신들을 기다기로 있는 북미왕국의 병력이 모두 총으로 무장한 것을 확인하고 저들과 싸우는 것을 글렀다는 것을 직감했기에 공격을 주장하는 가신의 말에 기겁하며 반박하자 다른 가신들도 같은 생각인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씩 덧붙였다.
“맞습니다! 특히 이쪽은 빠르게 거리를 좁히거나 적의 후방을 위협할 수 있는 기병이 전무하고, 대다수는 조총병들입니다! 헌데 어찌 저들을 상대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소주! 남만인들도 그러지 않았습니까! 병력에서 10배 이상 차이 나지 않는다면 북미왕국과 전투를 벌이는 것은 멍청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이미 6천 명을 잃은 상황입니다! 여기서 남은 2천 명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항복하고 협상을 통해 병력을 보존해야 합니다!”
이에 사나운 눈매의 가신이 목소리를 높였다.
“어찌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을 논한다는 거요! 그리고 유구인들은 우리에게 원한이 많은 터라 항복한다고 해서 저들이 우리를 고이 보내준다는 보장이 어디 있소!”
“저들은 북미왕국인이지 유구인들이 아니오. 그러니 충분히 가능하오.”
“맞소이다. 이미 저들은 나하 항에 머물며 유구국을 감시하던 봉행과 병사들을 그냥 추방하지 않았소.”
하지만 가신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기서 더 큰 피해를 본다면 훗날 사츠마 번의 재기가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자 시마즈 츠나타카는 결정을 내렸다.
“후우. 백기를 들어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