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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23화 (623/850)

623화

정성국은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해 청장들의 보고를 듣다가 교육청장의 보고에 눈을 빛냈다.

“오. 새진주에 건설 중이던 사범 대학교를 드디어 완공했다고?”

“그렇습니다. 전하. 그리고 뉴욕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에 건설 중인 사범 대학교 역시 3개월 안에 건설을 끝낼 예정이고요.”

교육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한시름 놨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휴우. 그럼 딱 4년 반만 버티면 숨통이 좀 트이겠군.”

북미왕국의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그리고 북미왕국으로 유입되는 이주민들이 워낙 많은 터라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엄청나게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북미왕국에서 선생들을 키우는 사범 대학교는 새한성에 있는 국립 새한성 사범 대학교 하나가 다였다.

물론 새한성에 건설된 사범 대학교의 경우 최대한 많은 선생을 가르치기 위해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지만, 그렇다고 필요한 선생을 키워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헌데 내년부터 3곳의 사범 대학교가 문을 열고 신입생들을 받게 되면, 그 신입생들이 졸업하게 될 시점에서는 한 해에 1만 5천 명에 달하는 선생들을 배출하게 될 테니 선생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고.

해서 정성국이 안도하며 중얼거리자 교육청장이 활짝 웃었다.

“하하하. 그렇지요. 그리고 임시방편으로 방학 중에 기존의 선생들을 재교육하고 있었잖습니까.”

“아. 그게 있었군. 지금까지야 새한성 사범 대학교에서만 진행했지만...”

“예. 사범 대학교가 3개나 더 생기게 된 만큼, 더 많은 선생을 재교육할 수 있게 되었고, 그만큼 교육의 질이 올라갈 테니 점차 나아질 겁니다.”

북미왕국의 말과 글을 할 줄 안다고 선생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 기존의 선생들의 경우 교육청에서 넘겨준 교과서와 해설서를 보고 독학으로 공부해 아이들을 가르쳤기에, 지식수준도 얕았고, 제대로 가르친다기보단 그냥 해설서를 외어 떠들어대는 수준의 선생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교육청에서는 사범 대학교의 졸업생들을 각 학교에 배정해 이 졸업생들이 선생을 가르치게 했고, 이것으로도 부족하다고 판단했기에 학기가 끝나면 선생 중 일부를 사범 대학교로 불러 단기 교육하고 있었다.

다만 북미 동해안 지역이나 내륙 지역의 선생들은 새한성을 오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터라 단기 교육을 받고 싶어도 불가능했고.

헌데 이번에 뉴욕, 이로쿼이 지역에도 사범 대학교가 건설되었으니 북미 동해안 지역과 오대호 인근의 내륙 지역의 선생들도 단기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선생의 교육 수준이 올라가는 만큼 교육의 수준이 올라갈 거라 예상하는 교육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들의 수준 차이가 큰 편이라, 이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도 차이가 나게 되었는데, 대학교의 경우 입학하려면 전국적으로 경쟁을 해야 했기에 북미 동해안 지역이나 내륙 지역의 학생들이 새한성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이것이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시간이 흐르면 이러한 불평등은 충분히 해소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해서 정성국은 만족한 얼굴로 시선을 돌려 개발청장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번에 사범 대학교의 건설이 끝나면 바로 종합 대학교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

이에 개발청장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미 종합 대학교가 들어설 예정인 아이누, 애리조나, 캐롤라이나, 누벨프랑스, 일리노이 지역에 마련해 둔 대학교가 들어설 부지에 기초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그러니 2년 후에는 5곳의 종합 대학교에서도 신입생을 받을 수 있겠지요.”

“어? 벌써 기초 공사를 시작했다고?”

예정된 착공 시기보다 일찍 공사를 시작했다는 개발청장의 보고에 놀란 정성국이 되묻자 개발청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대학교는 장차 아국의 동량이 될 인재들을 키우는 요람인 만큼, 무엇보다 우선하는 것이 나을 듯해서 공사를 조금 앞당겼습니다. 그리고 기초 공사야 건설 장비를 주로 이용해 작업하는 터라 인력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개발청장의 말이 끝나자 옆에 있던 교육청장이 끼어들었다.

“고등학교가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대학교에 입학하려는 인재들이 무척이나 많습니다. 헌데 아직 종합 대학교는 단 2개뿐이고 여기에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는 공학기술 계열의 학문을 가르치지 않다 보니 대부분 새한성 대학교에 입학하길 원하면서 경쟁이 너무 심해져서 말입니다. 해서 종합 대학교의 건설을 조금 앞당겨달라고 개발청에 부탁했습니다.”

북미신문을 통해 북미왕국의 기술력이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백성들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러한 북미왕국의 기술력에 무척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러니 북미왕국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전기, 철선, 기차, 비행기 등을 연구하고 개발하고 생산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무척 존경했고, 자연히 새한성 대학교에 입학해 공학기술 계열의 학문을 배우고 훗날 이러한 산업에 종사하려는 학생들이 넘쳐나면서 입학 경쟁률이 치솟게 되었고.

이 사실은 정성국도 보고를 받아 잘 알고 있었기에 새로운 종합 대학교의 설립을 앞당기는 선택을 한 것을 이해하면서도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어 질문을 던졌다.

“흠. 뭐 종합 대학교의 건설이 앞당겨진다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긴 한데...종합 대학교의 설립이 단순히 대학교 건물만 건설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잖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들은 어쩌고?”

“연구청에서 조금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연구청에서?”

정성국이 교육청장의 말을 듣고 연구청장을 바라보자 연구청장이 입을 열었다.

“애리조나, 캐롤라이나, 일리노이 지역에 건설될 종합 대학교 내에 연구소를 설립해 일부 연구원들을 이곳에 배치할 생각입니다. 해서 학기 중엔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되면 연구에만 집중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새한성 대학교의 경우 연구원들이 잠깐의 시간을 내 하나의 수업만 진행했다면, 다른 종합 대학교의 경우는 연구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에 학기 중엔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집중하고, 방학 중엔 밀린 업무 과제와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연구청장의 설명에 정성국은 괜찮은 제도라고 생각하면서도 슬쩍 걱정스럽다는 얼굴로 질문했다.

“괜찮긴 한데...연구원들이 너무 혹사당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한 2, 3년만 고생하면 인력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괜찮을 겁니다.”

연구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연구원들의 고생할 것이 뻔히 보여 쓴웃음을 지으며 이들의 고생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야...대신 제대로 된 휴가도 보내지 못하고 죽어라 일만 하게 될 연구원들에게 추가로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게. 그리고...”

그러게 정성국이 연구청장에게 연구원들의 처우를 이야기하는 동안 회의실의 문이 열리며 한 관리가 조용한 곰에게 보고서를 전하며 귓속말을 했고, 조용한 곰은 급히 보고서를 확인하고 화들짝 놀랐다.

“헉!”

이에 정성국은 연구청장과의 대화를 마친 후 의아한 표정으로 조용한 곰을 바라보며 말을 걸었다.

“무슨 보고서길래 그리 놀란 건가?”

정성국이 말을 걸자 정신을 차린 조용한 곰이 급히 입을 열었다.

“방금 새한성에 도착한 긴급 보고서인데 투로시노가 청나라와 평화조약을 체결했답니다!”

“뭐?!”

“헉!”

“평화조약을? 그럼...”

“전쟁배상금 10억 원을 청나라에서 받아들였다는 소리 아니오?”

“청나라에 그만한 돈이 어딨겠습니까. 현물로 넘겼겠지요.”

“허. 그럼 정말 만주를?”

조용한 곰의 보고에 정성국을 비롯한 청장들이 모두 기겁하며 한마디씩 하자 회의실은 꽤 소란스러워졌다.

이에 정성국은 회의실의 탁자를 치며 소란을 가라앉힌 후 조용한 곰에게 눈짓했고, 조용한 곰이 투로시노가 청나라와 맺은 평화조약의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이를 듣고 정성국이 기겁하며 중얼거렸다.

“맙소사...청나라가 정말 만주의 절반을 넘게 포기했다고?”

“그렇습니다. 전하. 투로시노의 말에 따르면 청나라는 심요 지역만큼은 절대 넘겨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기에 전하께서 원하셨던 요동 반도를 포기하는 대신, 토문강, 송화강, 눈강, 우수리강, 아무르 강으로 둘러싸인 만주 중앙의 거대한 영역을 확보했다고 합니다.”

요동 반도의 지정학적인 가치가 높긴 하지만 전생에선 한때 8억 명의 중국인을 먹여 살렸던 비옥한 만주 평야의 절반에 비할 바는 아니었기에, 정성국은 기가 찬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허. 아무리 요동 반도를 지키기 위함이었다지만 만주의 절반을 넘겨주다니...그 정도로 청나라의 사정이 안 좋은 건가?”

“투로시노의 이야기로는 어떻게든 만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버티던 청나라의 예부 상서가 무슨 소식이라도 들었는지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다는군요.”

“갑자기? 청나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정성국이 청나라 내부 사정에 호기심을 보이자 조용한 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만 자세한 정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답니다. 아무튼, 그렇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르게 협상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결국 송화강, 눈강을 기준으로 동쪽의 땅을 넘기고 청나라의 5개 항을 아국에 개항해 아국의 상인들이 자유롭게 청나라 상인들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대신, 아국은 즉각 청나라와 평화조약을 체결해 현재 청나라 해안 도시를 공격하는 3함대를 물리고, 조선과 시베리아 부족 연합이 무조건 청나라와 화친을 맺도록 중재하며, 조선과 연합이 청나라를 공격하지 못하게 막는다는 조건으로 평화조약을 체결했다고 합니다. 전하.”

비옥하고 각종 천연자원이 묻혀 있는 만주 절반을 확보한 것뿐만 아니라 5개의 개항장까지 확보했다는 말에 정성국은 투로시노가 작정하고 청나라를 물어뜯었구나 싶어 피식 웃으면서 개항장의 위치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5개의 개항장?”

“산동성의 교주, 강소성의 상해, 절강성의 영파, 복건성의 복주, 광동성의 광주 이렇게 5곳의 항구입니다.”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머릿속에서 개항장의 위치를 떠올리고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허. 청나라 해안 전체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게 된 셈이잖아? 청나라에서 그걸 허용했다고?”

이에 조용한 곰이 씩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국의 요구를 청나라가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현재 청나라는 계속된 전쟁으로 재정적으로 무척 궁핍한 상황인데 투로시노는 아국에 개방한 항구에 세관을 설치하면 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설득하니 고민하다 받아들였다는군요.”

“오호...”

산동성의 교주는 훗날 칭다오 항이 들어서는 위치고, 이곳을 제외하면 각 성의 물자가 집산하는 중요한 항구인 터라 전생에서도 청나라는 결코 이를 개항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아편 전쟁의 패배로 저 4곳의 항구와 더불어 하문을 개항하게 되었고.

헌데 이 중요한 항구들을 개항했고, 덕분에 북미왕국은 청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만족한 얼굴로 미소짓고 있을 때, 군사청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이미 복건성은 동녕국이 점령하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헌데 왜 복건성에 개항장을...”

“청나라는 잠시 반란군이 점령했을 뿐이지 충분히 탈환할 수 있기에 복건성 역시 청나라의 영토라고 주장했기에 투로시노는 일단 이를 받아들여 복건성에도 개항장을 지정한 겁니다. 그리고 청나라가 3년 안에 복건성을 탈환하지 못한다면 아국이 원하는 다른 항구를 개항장으로 지정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크게 상관은 없을 겁니다.”

“그래요? 그게 복건성의 복주 항에만 해당되는 겁니까?”

3함대의 보고서에 따르면 동녕국은 복건성을 완전히 장악하고, 주나라와 협상해 둘 사이에 낀 강서성을 협공하거나, 아니면 수군을 활용할 수 있는 절강성을 노리고 있었다.

그러니 강서성이 넘어가면 자연히 그 남쪽에 있는 광동성은 청나라의 영향력이 사라지게 되며, 절강성을 공격하면 절강성의 영파 역시 개항장으로 이용하지 못하게 되는 만큼 군사청장이 묻자 조용한 곰이 빙긋 웃었다.

“아. 다른 항구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녕국이 강서성이나 절강성으로 세력을 넓히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투로시노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럼 다행인데...”

조용한 곰의 대답에 군사청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개발청장이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번에 청나라로부터 획득한 만주 땅의 처리가 문제일 것 같습니다만...”

“맞습니다. 아무르 강 북쪽이야 연합에게 넘긴다고 쳐도...아무르 강 남쪽의 거대한 땅을 조선이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행정청장의 말에 다른 청장들도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턱을 매만지며 고민스럽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렇기는 한데...”

이번에 확보한 땅에 훗날 조선의 산업화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석탄, 철광석, 석유 등이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정성국은 어지간하면 이 땅을 조선에 넘겨주고 싶긴 했다.

다만 땅이 워낙 넓어 행정청장의 말대로 이걸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잘못하면 이 땅에 발목 잡혀 조선의 개혁과 개발마저 지체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을 때, 조용한 곰이 말했다.

“일단 투로시노는 청나라와의 협상을 끝낸 이후 조선을 방문해, 청나라와 평화조약을 체결했다는 사실과 전쟁배상금으로 만주 일부를 확보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조선이 원한다면 이번에 획득한 아무르 강 남쪽의 땅을 넘겨주겠다고 제안했답니다.”

“그래? 조선의 반응은?”

“투로시노에게 이야기를 들은 이조판서 유철은 넘겨주겠다는 땅이 워낙 거대한 터라 섣불리 대답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해서 투로시노는 일단 조선 조정에 이 사실을 알리고 상의할 시간을 준 모양이고요.”

조용한 곰의 설명에 정성국은 이번 일은 투로시노의 생각대로 이 만주 지역의 정보를 수집한 후 조선에 넘겨 조선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럼 조선의 선택에 달렸다는 건데...조선이 어떤 선택을 내리든 당분간은 고생 좀 하겠군. 하하하.”

“끙...”

“휴우...”

정성국은 속 편히 웃었지만 다른 청장들은 늘어나는 일거리를 예감하고 땅이 꺼지라고 한숨을 내쉬었고.

그런 청장들을 보고 피식 웃은 정성국은 바로 전쟁의 뒤처리를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병력 배치 문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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