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2화
아직 초여름인데도 무척 후덥지근했기에 정성국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냉방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냉방장치를 가동했고.
잠시 후 냉방장치에서 찬바람이 불어오자 정성국이 과학에 발전에 히죽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고, 정성국이 고개를 돌리자 조용한 곰이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전하.”
“음? 무슨 일인가.
“브라질 지역에 파견된 함대에서 연락을 보내왔습니다.”
브라질 지역에서 파견된 함대에서 보내올 소식은 하나뿐이었기에 정성국은 눈을 빛냈다.
“오. 드디어 살바도르를 점령했다던가?”
“그렇습니다. 별다른 피해 없이 손쉽게 살바도르를 점령할 수 있었다는군요.”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조금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래? 살바도르에 배치된 병력이 꽤 된다고 하지 않았나?”
“예. 기존에 배치되어 있던 병력도 많을뿐더러 흑인들이 무장하고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쪽의 병력이 추가로 배치되고, 살바도르의 주민들도 직접 살바도르를 지키겠답시고 무장하고 나선 덕분에 1만이 넘는 병력이 있었다는군요.”
“허. 방어 병력이 1만이 넘는데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고?”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보고의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물론 줌비를 돕기 위해 신식 소총을 보내기도 했고 소규모 함대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1만이 넘는 병력이 살바도르를 지키고 있었다면 함락하는 데 꽤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이 슬쩍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아국이 파견한 함대가 본대보다 하루 일찍 살바도르에 도착해 저들의 눈앞에서 포르투갈의 함대를 격파해버린 탓에 사기가 완전히 꺾였다는군요.”
“아...”
생각해보면 작열탄의 위력이 널리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포르투갈인들은, 특히 식민지 지역의 포르투갈인들은 작열탄의 위력을 체감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헌데 이들의 눈앞에서 함대가 박살이 나면서 작열탄의 위력을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을뿐더러, 살바도르 인근 해역을 장악한 적들의 함대가 포구를 살바도르로 돌려 작열탄을 퍼부을 것이 뻔하니 포르투갈인들이 앞으로의 일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긴 했다.
이를 이해한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조용한 곰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런 상황에서 줌비가 이끄는 본대가 살바도르에 도착해 완전히 포위되어버리자 포르투갈인들은 저항하지 않고 바로 항복 의사를 밝혔답니다. 그래서 살바도르를 점령하는데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거지요.”
조용한 곰의 설명이 끝나자 정성국은 매끈한 턱을 매만지다가 중얼거렸다.
“흠. 솔직히 조금 의외긴 하군. 포르투갈인들과 흑인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끝까지 버틸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지. 뭐 무의미하게 피를 흘리지 않아서 다행이긴 한데...”
포르투갈인들과 흑인들, 특히 킬롬보의 흑인들과의 관계는 무척이나 험악했다.
포르투갈인들은 다른 노예들도 킬롬보로 도망칠 것을 걱정해 킬롬보를 발견하면 토벌하고 잡은 탈주 노예들을 처형해버렸고, 이 때문에 킬롬보의 노예들도 악에 받쳐 포르투갈인들을 공격하곤 했었으니까.
해서 북미왕국에서는 포르투갈인들이 살바도르의 시가지를 이용해 결사 항전할 것으로 생각했고, 그렇게 되면 병력이 적은 줌비와 병사들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어 차후 브라질 지역을 장악하는 데 어려워질 것이 뻔했기에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포탄을 가득 실어 보냈는데 포르투갈인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항복했다고 하니 정성국은 무의미한 피가 흐르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면서도 묘하게 찝찝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런 정성국의 얼굴을 보고 조용한 곰이 어깨를 으쓱했다.
“살바도르의 요새가 큰 편이고, 살바도르 내에 병영도 몇 개 있기야 합니다만, 그것만으로 살바도르의 모든 주민을 피난시킬 수도 없을뿐더러, 대다수가 해안가에 위치한 터라 아국이 파견한 함대의 포격에 견디기 어렵다는 것을 저들도 인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항복 의사를 밝혀 그나마 나은 조건으로 항복하고 싶었던 모양이고요.”
“나은 조건?”
“살바도르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관리들과 병사들의 경우 노예가 아닌 포로로 대우해주길 원했습니다.”
“줌비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고?”
정성국의 물음에 조용한 곰은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어차피 아국과 동맹을 맺으면서, 더는 노예를 사용하지 않기로 한 터라, 포르투갈인들을 노예로 만들 생각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이번 전쟁에서 함부로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겠다고 아국과 약속하기도 했고요. 해서 줌비는 살바도르와 인근의 모든 흑인, 원주민 노예를 해방하고, 앞으로도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포르투갈의 관리와 병사들은 노예가 아닌 포로로 삼아 몸값을 내거나 5년 동안 노역에 종사하면 풀어주기로 약속했고, 브라질 총독은 이를 받아들이고 항복했다고 하더군요.”
줌비는 백기를 들고 찾아온 포르투갈 사절들의 요청을 흔쾌히 승낙하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를 지키겠다고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후에 포르투갈과의 전쟁이 마무리되면 원하는 자는 유럽으로 되돌아가거나, 혹은 포르투갈의 다른 식민지로 이주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덧붙였고.
이를 보고받은 브라질 총독인 마누엘은 줌비의 관대함에 감사하면서 곧바로 항복하면서, 포르투갈 식민지의 중심 도시인 살바도르는 줌비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다.
이를 조용한 곰이 자세히 설명하자 정성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런가. 그럼 줌비는 바로 살바도르로 입성한 건가?”
“아닙니다. 당장 살바도르에 입성하는 것보다는 포로들의 관리가 우선이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해서 포르투갈 병사들이 요새와 병영에서 나와 무기를 내려놓고, 살바도르 외곽으로 이동해 포로수용소를 건설하는 것을 감독하고 있다더군요. 그 이후에나 살바도르로 입성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포르투갈인들이 항복했다 하더라도 병력이 적은 줌비로서는 바로 살바도르로 입성하는 것은 부담스러웠으리라는 것을 짐작한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말을 듣고 중얼거렸다.
“그래? 그럼 살바도르를 완전히 장악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겠군.”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다만 줌비는 살바도르에서 미적거릴 생각은 없는 모양입니다. 아시다시피 포로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까요.”
조용한 곰의 말마따나 줌비는 이번에 확보한 포로들을 5년 후에 풀어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살바도르를 완전히 장악하겠다고 미적거리기보다는 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포로들을 이용해 확장한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이득이긴 했다.
그러나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기에 정성국은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그럼 그 부족한 병력을 쪼개서 남하하겠다고?”
남미대륙은 워낙 넓은 탓에 포르투갈은 해안가를 따라 곳곳에 항구를 건설해 두었고, 이를 모두 점령하고 장악하려면 현재 살바도르에 있는 줌비와 3천의 병력을 모두 투입하더라도 가능할까 싶었기에 정성국이 묻자 조용한 곰이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예. 살바도르를 지키겠다고 남쪽에 배치된 얼마 안 되는 병력을 모두 살바도르로 이동시킨 터라 살바도르 남쪽의 항구들은 완전히 비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적은 병력을 파견하더라도 충분히 항구를 장악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줌비는 포르투갈인들이 바다에 정박해 있는 인급 전선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인급 전선이 한 척이라도 정박해 있다면 살바도르의 포르투갈인들이 감히 자신들을 공격하진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해서 줌비는 먼저 자신이 데려온 전사 가운데 2천 명을 북미왕국의 도움을 받아 남하시켜 해안가 곳곳에 있는 항구들을 점령하고, 노예에서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된 흑인들과 원주민들을 모병해 병력을 늘려 살바도르를 통제할 생각이며, 그와는 별개로 그동안 노예로 살아가다 해방된 흑인과 원주민들은 줌비를 열렬히 지지할 것이 분명하니 살바도르를 장악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으리라고 조용한 곰이 설명하자 정성국은 곧 수긍했다.
“그렇다면야...”
“다만, 항구를 장악하는 것이 끝이 아니잖습니까. 이후 포로들을 이용해 각종 광물이 묻혀있다는 남미대륙 남동쪽의 고원 지대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 먼 곳까지 육로로 포로들을 이동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니 해로를 이용해야 하는데...아국에서 파견한 함대가 살바도르의 배들을 모조리 침몰시킨 것이 문제입니다.”
북미왕국에서 파견한 함대가 살바도르 선착장에 정박해 있던 범선들을 모두 불태워 강력함을 보여준 것은 좋은데, 그 때문에 당장 이용할 수 있는 배가 없어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조용한 곰의 말에 정성국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투덜거렸다.
“끙...당장 이용할 배가 없으니 우리가 배를 지원해줘야 한다?”
이런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 단순히 인력만 보낸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특히 정보기관에서 넘겨준 정보에 따르면 고원 지대를 개발하기 위해선 일단 포로들을 남쪽에 있는 리우데자네이루 항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 리우데자네이루 항은 조그마한 항구 도시에 불과해 1만이 넘는 포로들이 소모할 식량과 각종 물자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포르투갈인이 1693년에 미나스제라이스에서 금맥을 발견하기 전까지 리우데자네이루 항은 조그마한 항구에 불과했다.
그런 만큼, 1만 명에 달하는 포로들이 소모할 식량과 각종 물자를 현지에서 조달하기는 불가능했고, 결국 자신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휴우. 당분간은 포로들이 소모할 식량과 각종 물자마저 우리가 챙겨야 한다는 거군.”
“그렇습니다. 더불어 리우데자네이루 항에서 북쪽으로 길을 내고, 광산을 건설하려면 여러 도구와 자재들이 필요하니 이것까지 우리 북미왕국에서 지원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허. 이젠 브라질 지역의 개발까지 신경 써야 하니 개발청장이 한소리 하겠군.”
가뜩이나 개발청은 북미왕국뿐만 아니라, 조선, 시베리아 부족 연합, 호주 연합을 개발하는 데도 관여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또 줌비가 장악하는 영역이 추가되는 만큼, 늘어나는 일거리에 개발청장이 볼멘소리를 좀 하겠구나 싶어 정성국이 고개를 젓자 조용한 곰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분명 그럴 겁니다.”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남미대륙의 지도를 떠올리며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흠...어차피 남미대륙 남동쪽의 고원 지대에 묻혀있는 광물들이 필요한 것은 우리니까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자고. 내가 개발청과 관리청에 따로 이야기해둘 테니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모두 리우데자네이루 항으로 보내도록 하게. 아. 수송선과 건설장비, 경운차도 보내도록.”
정성국의 명령에 조용한 곰은 조금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수송선은 그렇다 쳐도...건설장비와 경운차까지 말입니까?”
“인력만으로 빠르게 개발하기는 어렵잖나. 5년 후엔 포로들을 풀어주기로 약속한 만큼, 5년 안에 최대한 내륙을 개발하고 광물을 캐야 하니 이쪽에서 최대한 돕는 것이 낫겠지.”
이번에 획득한 1만에 달하는 포로를 투입할 수 있긴 했지만, 남미대륙의 광활함을 생각하면 충분한 인력이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특히 처음 포르투갈인들이 금을 발견한 이후 100년 가까이 금을 캐낼 정도로 많은 금이 묻혀있다는 에스피타소 산맥 인근을 먼저 개발할 생각이었는데, 이곳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의 거리가 약 280km에 달하는 만큼 제대로 광물을 운반하기 위해 길을 내려면 1만 명으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은 분명했고.
해서 정성국은 건설장비를 함께 투입해 빠르게 내륙으로 길을 내고, 또 이곳에 점차 발전할 것은 자명한 만큼, 경운차를 투입해 주변을 개간해 자체적으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었고, 이를 자세히 조용한 곰에게 설명하자 조용한 곰은 정성국의 의견에 수긍했다.
“흠. 그런 상황이라면 확실히 아국에서 건설장비와 경운차를 투입하는 것이 낫겠군요. 알겠습니다. 허면 개발청과 관리청에 상의해 필요한 물자와 장비를 모두 리우데자네이루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