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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09화 (609/850)

609화

1682년의 새해가 지난 후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던 정성국은 새해 휴가가 끝나자 바로 청장들을 불러 회의를 시작했고.

회의가 시작하자마자 보고할 것이 있다면서 처음으로 말문을 연 조용한 곰이 오세이지 족 전체가 북미왕국에 합류했다는 보고를 하자 정성국은 놀람 반, 기쁨 반이 섞인 얼굴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 허면 그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이 드디어 고집을 꺾은 건가?”

2년 전, 미시시피 남부 지역에 대대적인 가뭄이 들자 정성국은 원주민들이 피해를 볼 것을 우려해 아국과 적대적이었던 오세이지 족을 비롯해 여러 부족에게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었다.

이 결정 덕분에 얼마 안 가 쿼포 족과 키오와 족은 북미왕국에 합류했으며, 다른 부족들 역시 이를 빌미로 계속 식량을 지원하고, 또 교역하면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었고.

다만 오세이지 족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오세이지 족은 이미 북미왕국의 영역에 둘러싸인 상태였고, 미주리 족과 아이오와 족이 북미왕국에 합류하면서 점차 발전하고 있었기에 이들과 가까운 추장들은 하루라도 빨리 북미왕국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때문에 외무청에서는 오세이지 족도 결국 북미왕국에 합류할 거라 여겼지만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이 문제였다.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은 북미왕국의 식량 지원을 통해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피할 수 있었던 만큼, 북미왕국의 식량 지원에 감사하긴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부족의 앞날을 생각하면 북미왕국과는 철저히 거리를 두고 지금처럼 자신들끼리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었던 탓이다.

그리고 오세이지 족의 주술사들도 북미왕국에 합류한 다른 부족들은 점차 부족의 정신을 잃게 될 것이라 예언하며 대추장을 지지했고.

그렇기에 오세이지 족 전체가 북미왕국에 합류했다면, 결국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이 마음을 바꿨다는 뜻이라고 짐작한 정성국의 질문에 조용한 곰이 고개를 저었다.

“음...그건 아닙니다.”

“어? 아니라고?”

“예. 전하께서도 아시다시피 오세이지 족에 식량을 지원해준 뒤로 일부 부족원들이 아국에 합류했고, 이런 부족원들이 점차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이 북미왕국과 철저히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하자 당연히 북미왕국을 호의적으로 바라보던 추장들은 반발했다.

미주리 족, 쿼포 족, 키오와 족 등이 북미왕국에 합류하면서 북미왕국의 지원을 통해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을뿐더러, 이들의 영역이 점차 발전하는 것이 뻔히 보였고, 북미왕국에 합류하기만 하면 자신들도 이러한 혜택을 볼 수 있었으니.

그렇기에 처음엔 부족원 일부가 고향을 떠나 북미왕국의 영역으로 이주했고, 그러다가 북미왕국 인근에 자리한 추장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하기 시작하면서 오세이지 족의 영역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이에 관련된 보고를 머릿속에서 떠올린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용한 곰이 말했다.

“헌데 그 수가 점차 늘어나 어느덧 절반을 넘자 대추장은 추장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오세이지 족이 분열되고 오세이지 족의 영역은 대폭 줄어들었다면서 한탄한 후 대추장의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오세이지 족을 비롯한 원주민 부족들은 대량의 식량을 장기 보관할 창고가 없었다.

그 때문에 북미왕국에서는 일정 식량을 꾸준히 보내주고 있었고.

그렇기에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은 섣불리 북미왕국에 큰 소리를 낼 수 없었고, 그러는 사이 더 많은 오세이지 부족원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하자 결국 책임을 통감하며 대추장 자리에서 물러났고, 그러자 그동안 대추장 때문에 북미왕국과 거리를 두었던 오세이지 부족들이 모두 북미왕국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에 오세이지 족 전체가 북미왕국에 합류한 것과 같다고 덧붙이는 조용한 곰의 설명에 정성국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가. 이거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군.”

“글쎄요. 오세이지 족의 부족원들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했습니다. 그런 부족원들의 뜻에 따라 오세이지 족의 추장들이 하나둘 아국에 합류한 거지요. 그에 반면 대추장은 부족원의 바람보다는 주술사의 주장에 공감했고, 그렇기에 외면받은 겁니다. 그러니 전하께서 오세이지 족의 대추장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용한 곰의 말도 틀리지 않았기에 정성국이 수긍하자 옆에 있던 행정청장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오세이지 족이 완전히 아국에 합류한 만큼, 행정 구역을 개편했으면 합니다.”

“흐음. 그래야겠지. 그동안 여러 부족들이 아국에 합류한 턱에 아국이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영역이 대폭 늘어났으니까.”

행정청장의 말마따나 2년 전의 가뭄으로 인해 여러 원주민 부족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하면서 북미왕국의 영역이 급격히 넓어진 반면, 아직까지 북미왕국에서는 이 내륙 지역 전체를 미시시피 지역으로 뭉뚱그려 부를 뿐이었고, 그 때문에 지역의 개발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미시시피 지역을 분리해 몇 개의 행정 구역을 더 설치하고, 그에 따라 더 많은 관리들을 보내 각 지역의 발전을 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정성국은 조용한 곰에게 각 부족의 영역이 그려진 지도가 있는지 물었고.

조용한 곰에게 건네받은 지도를 보고 잠시 고민하던 정성국이 입을 열었다.

“일단 미시시피 강 하류에 사는 치티마차 족, 촉토 족, 치카소 족 등의 영역을 따로 분리해 하나의 지역으로 만들도록 하지.”

정성국은 전생의 루이지애나 주, 미시시피 주, 앨라배마 주, 테네시 주를 합한 크기의 거대한 지역을 하나로 묶었다.

정성국의 생각 같아선 더 쪼개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인구수도 그렇고, 관리들의 수에도 한계가 있었으니.

그리고 이러한 정성국의 결정에 행정청장을 비롯한 다른 청장들도 별다른 불만은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계속 입을 열었다.

“그리고 쿼포 족, 오세이지 족, 키오와 족, 미주리 족, 아이오와 족, 칸사 족, 오토 족 등의 영역을 묶어 하나의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이에 행정청장이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오세이지 족이나 미주리 족, 아이오와 족의 인구가 꽤 많은 터라 그 지역은 더 나누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남북으로 분리하도록 하지.”

정성국은 행정청장의 말에 어려울 것 없다는 듯 이야기하며 행정 구역을 재조정 했고, 그렇게 전생의 아칸소 주와 오클라호마 주가 합쳐져 하나의 행정 구역이 되었고, 미주리 주, 아이오와 주, 캔자스 주가 하나의 행정 구역으로 묶였다.

그렇게 행정 구역이 정해지자 관리청장이 정성국을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고.

“허면 각 지역의 이름은 어쩔까요?”

이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흠...간단하게 그 지역을 흐르는 강 이름을 따서 짓도록 하자고.”

최근 신설한 우래건 지역 역시 우래건 강에서 이름을 따서 만든 지역이니만큼, 정성국의 의견에 고개를 끄덕인 행정청장이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쿼포 족, 오세이지 족, 키오와 족의 영역을 묶어 알칸사스 지역이라고 칭하고, 미주리 족, 아이오와 족, 칸사 족, 오토 족 등의 영역을 미주리 지역이라 칭하세.”

“알칸사스 강과 미주리 강의 이름을 붙인 거군요.”

“그래. 뭐 미주리 강의 경우 미주리 족의 이름을 딴 강이기에 그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적절한가 싶기는 한데 이 지역을 관통하는 가장 큰 강이 미주리 강이니까...”

정성국이 말을 흐리자 조용한 곰이 입을 열었다.

“미주리 지역의 다른 부족들이 불만을 품지 않도록 잘 설명하겠습니다. 아. 어차피 내륙의 행정 구역들은 워낙 넓은 만큼, 어차피 후에는 더 분리해야 할 테니 그때 부족의 이름을 붙여주겠다고 약속하면 되겠지요.”

“그거 괜찮네. 그리고 아직 아국이 통치하지 못하고 있는 미주리 지역 북부 지역을 대평원 지역으로 명명하지.”

정성국이 이번에 신설한 미시시피 강 하류의 지역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북미왕국이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기존의 미시시피 북부 지역을 가리키며 대평원 지역으로 명명하자 행정청장이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정성국의 생각을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아! 그러면 미시시피 강 하류 지역이 미시시피 지역이 되는 겁니까?”

“그렇지. 물론 이 지역에 여러 강이 있긴 한데 가장 존재감이 강한 강이 바로 미시시피 강이잖나. 그러니 이곳을 미시시피 지역으로 부르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 말이네.”

“흠. 알겠습니다.”

행정청장이 정성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을 때, 옆에 있던 조용한 곰이 끼어들었다.

“그리고 전하. 기왕 행정 구역을 신설하는 김에 한 지역을 더 만들었으면 합니다.”

“음? 어디를 말인가?”

“예전에 가뭄으로 작물이 모두 타버린 포니 족과 아라파호 족을 도와준 이후로 이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어? 설마?”

조용한 곰이 포니 족과 아라파호 족을 언급하자 정성국은 기대 섞인 눈빛으로 조용한 곰을 바라보았고, 조용한 곰은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씩 웃었다.

“맞습니다. 포니 족은 근처의 오토 족과 칸사 족의 변화를 보고, 아라파호 족은 근처의 키오와 족의 변화를 확인하고 아국에 합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었고, 이번에 만장일치로 아국에 합류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오! 두 부족 모두 말인가?”

“예. 그리고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만 두 부족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못해도 20만은 넘을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이로써 우리 북미왕국의 인구도 천만이 넘게 되었지요.”

조용한 곰의 말에 정성국이 웃음을 터트리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하하하. 이거 정말 경축할 일이로군. 뭐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생각해보면 올 상반기에 인구 천만 명이라는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말이지.”

인구가 많아진 만큼 일거리도 늘어날 수밖에 없긴 했지만, 인구 천만 명은 정성국이 예전부터 누누이 이야기해왔던 목표였기에 다른 청장들도 두 부족이 합류한 덕분에 새해가 되자마자 북미왕국의 인구가 천만 명이 넘었다는 사실에 기뻐했고, 그런 가운데 관리청장이 조금 아쉽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다만 그동안 다른 국가들이 아국을 얕보지 못하도록 일부러 아국의 인구를 부풀렸기에 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자축하지 못하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확실히 그건 좀 아쉽긴 하군.”

그 말에 정성국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전부터 정성국은 타국이 북미왕국을 얕잡아보지 못하도록 의도적으로 인구수를 부풀렸으니까.

여기에 북미왕국은 계속해서 유럽 각국과 조선에서 이주민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친 덕분에 타국에서는 북미왕국의 인구를 대략 1천 2백만 명 수준으로 짐작하고 있었고.

그러니 이를 널리 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정성국은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북미왕국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점차 이 오차가 줄어들고 있어 언젠간 제대로 된 인구수를 발표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고.

그때 조용한 곰이 분위기를 환기하듯 입을 열었다.

“아무튼, 포니 족과 아라파호 족이 아국에 합류함에 따라 아국의 영역이 서쪽으로 더욱 넓어졌는데...이들의 영역을 생각해보면 알칸사스 지역이나 미주리 지역에 붙이기보다는 차라리 이들의 영역을 묶어 하나의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정성국은 그 말에 잠시 지도에 그려져 있는 포니 족과 아라파호 족의 영역을 확인해보고 대답했다.

“그래. 그러도록 하지. 그러면 이 지역을 관통하는 강 이름이...네브래스카 강이니 네브래스카 지역이라고 이름 붙이면 되겠군.”

“예. 그러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전생의 네브래스카 주, 와이오밍 주와 콜로라도 주의 일부가 합쳐져 네브래스카 지역이 탄생했고.

처음 북미대륙의 광활한 영토가 그려진 지도를 보고 언제 이 지역을 장악할 수 있겠나 막막했던 정성국은 어느덧 전생의 미국 영토에서 대평원 북부 지역과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로키 산맥 사이의 대분지 지역을 제외하면 모두 장악한 셈이었기에 북미왕국의 빠른 확장에 새삼 놀랍다는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짓던 행정청장은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젓는 정성국을 보고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건 조금 다른 문제긴 한데 오지브와 족의 영역을 따로 떼서 하나의 지역으로 만들었으면 합니다.”

“오지브와 족의 영역을?”

“예. 인구가 적긴 한데 영역이 워낙 넓어서 말입니다. 그렇다고 누벨 프랑스 지역에 붙이기엔 누벨 프랑스 지역 자체도 워낙 큰 편이다보니...”

예전에 북미왕국으로 합류한 범 오지브와 족의 영역은 오대호 중 하나인 슈피리어 호 연안부터 저 북쪽의 허드슨 만 인근에 달하는 거대한 영역이었다.

다만 그런 거대한 영역과는 어울리지 않게 인구수는 무척 적은 편이었고.

그 때문에 그동안은 슈피리어 호 인근의 거점 도시에만 관리를 파견하는 수준이었는데,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행정청장의 반문에 정성국이 동의했다.

“아. 그건 그렇군. 허면 오지브와 족의 영역을 따로 떼서...흠. 어차피 범 오지브와 족의 영역이었으니 오지브와 지역이라 이름 붙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이번에 각 지역을 신설한 만큼, 제대로 된 분청을 개설하고 각 지역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겠지? 아. 말이 나온 김에 각 지역의 개발 계획을 짜도록 하자고. 먼저...”

그렇게 정성국과 청장들은 새해 첫 회의에서부터 북미왕국 내륙 개발 문제를 상의하느라 날이 바뀌고 나서야 회의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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