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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607화 (607/850)

607화

북미왕국의 외교 사절이 줌비와의 대화를 마치고 회의실에서 나가 숙소로 이동하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음베아와 담바는 곧바로 회의실로 들어가 줌비에게 북미왕국의 외교 사절이 왜 방문했는지를 물었고.

줌비가 북미왕국과의 동맹 건을 이야기해주자 음베아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헉! 그...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북미왕국과 동맹을 맺는다고요?”

갑작스럽게 등장한 북미왕국은 에스파냐와 프랑스를 격파하면서 그 강력함이 널리 알려졌고, 그 때문에 유럽 각국은 어떻게든 북미왕국과 동맹을 맺기 위해 애를 썼지만, 결국 북미왕국과의 동맹은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음베아는 그 북미왕국이 제대로 된 나라라고 할 수도 없는 자신들과 동맹을 맺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줌비를 바라보았고.

줌비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음베아는 그저 입을 멍하니 벌릴 뿐이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담바는 그 강력하다는 북미왕국이 동맹국이 된 만큼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히죽 웃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눈을 크게 뜨고 줌비를 보며 물었다.

“어? 그럼 이제 저희는 안전한 것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 북미왕국의 국력은 대단해 유럽국가들이 모두 두려워한다고 들었는데...저희가 북미왕국과 동맹을 맺은 이상 포르투갈도 저희를 공격하지 못할 것 아닙니까?”

북미왕국이 강력하다는 것은 유명했고, 그런 만큼 자신들이 북미왕국과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과연 포르투갈이 자신들을 공격하겠느냐는 생각에, 드디어 포르투갈과의 전쟁이, 그리고 투쟁이 끝났다고 생각해 담바가 급히 묻자 줌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모르지. 북미왕국의 사절에게 듣기로 최근 북미왕국은 노예무역을 금지하지 않으면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선언했고, 이 문제로 포르투갈과의 관계가 틀어진 모양이라더라. 그러니 포르투갈은 북미왕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를 공격할 수도 있어. 그리고 설사 저들이 북미왕국의 눈치를 살펴 우리를 직접 공격하지 않더라도 포르투갈의 식민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노예들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이에 담바는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음베아는 그 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랐고.

“예?! 노예무역 금지요? 그게 무슨...”

그런 음베아의 반응에 줌비는 북미왕국 사절에게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자신도 무척 놀랐었기에 피식 웃으며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고.

이를 듣고 음베아는 정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유럽 각국은 노예무역에 열중해왔고, 그 때문에 자신들의 고향은 파괴되었으며, 아프리카인들은 노예가 되어 고통받아왔는데, 북미왕국이 이러한 비극을 완전히 끝냈다는 소리였으니까.

“허. 그럼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다른 유럽국가들은 노예무역을 금지한 겁니까?”

“아직 노예무역 금지를 선언하지 않은 일부 국가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 곧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은 노예무역을 금지할 거라고 하더군. 그리고 우리가 북미왕국의 지원을 받아 포르투갈 세력을 완전히 몰아낸다면, 노예무역은 대폭 축소되겠지. 노예를 구매할 대상이 대거 사라지는 셈이니까. 그 때문에 북미왕국이 우리를 지원해주려는 것 같고.”

포르투갈이 노예무역을 금지하지 않더라도, 다른 유럽국가들은 노예무역을 금지하고, 여기에 브라질 지역마저 잃게 되면 포르투갈이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을 사냥해 대거 노예를 만들더라도 팔 곳이 없어지게 되며, 그러면 자연스럽게 노예무역이 축소될 거라는 줌비의 이야기에 음베아는 수긍했고, 담바는 북미왕국이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에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그 유명한 북미왕국의 신식 소총도 지원해주는 겁니까?”

“그래. 북미왕국 사절이 타고 온 배에 신식 소총 1천 자루가 있다더군. 일단 그걸 넘겨주기로 했어. 그리고 차후에 더 많은 신식 소총과 대포들도 지원해주기로 했고.”

북미왕국의 신식 소총은 유명했기에 담바가 탄성을 내질렀다.

“오오! 신식 소총이라니! 그것만 있으면 포르투갈 병사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지요!”

비록 포르투갈 병사들과의 전투에서 몇 차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그건 지형을 이용해 기습과 매복으로 거둔 승리였다.

포르투갈 병사들은 화약 무기로 무장했기에 정면에서 맞붙는다면 날아오는 총탄에 의해 일방적으로 패배할 것이 분명했고, 그렇기에 주변에 있는 포르투갈 농장들을 습격하러 갈 때는 언제나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허나 신식 소총으로 무장하게 된다면, 포르투갈 병사들과 정면으로 맞붙어도 충분히 해볼 만했기에 담바가 기대된다는 표정을 짓자 줌비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해서 신식 소총을 넘겨받고 신식 소총에 익숙해지면 내가 직접 병사들을 지휘해 동남쪽에 있는 포르투갈 병영을 모두 공격할 생각이고.”

포르투갈 병영을 직접 공격해 격파할 생각이라는 줌비의 선언에 담바는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음베아는 신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으음...항구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까?”

“그래. 북미왕국과 교류하고 각종 물자를 받기 위해선 항구가 필요하니까.”

줌비의 말에 음베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럼 아예 해안가 인근으로 이주하는 것도 고려해야겠군요. 지킬 곳이 늘어나면 전사들을 쪼갤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위험하긴 하겠습니다만...”

아무래도 해안가 인근은 평지였기에, 포르투갈과 정면으로 싸워야 했으며, 바다에서는 대포를 실은 포르투갈의 배가 나타나 항구를 공격할 수 있는 만큼 해안가 인근으로 이주하는 것은 무척 위험한 선택이긴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까운 항구까지 이동하려면 강행군을 펼쳐도 3일은 걸리는 만큼, 결국 이곳과 항구를 둘 다 지키려면 싸울 수 있는 전사들을 나눠서 배치해야 했는데, 음베아가 생각하기에 잘못하면 각개격파 당하기 딱 좋아 차라리 항구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이런 음베아의 의견에 줌비가 씩 웃었다.

“그렇게 위험하진 않을 거야. 신식 소총으로 무장한다면 포르투갈의 병사들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고, 북미왕국이 해군을 파견해주기로 했으니 바다의 공격은 신경 쓸 필요 없을 테고.”

“어?! 북미왕국이 해군을 파견해주기로 약속했다는 말입니까?”

“그래. 물론 한 척의 군함이 전부긴 한데...외교 사절의 말로는 그 한 척만으로도 혹시 모를 공격을 막기는 충분하다고 장담하더군.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럼요! 그 북미왕국의 해군이잖습니까! 한 척만으로도 포르투갈의 배들을 상대하긴 충분하겠지요!”

북미왕국의 해군이 해적들과 프랑스 해군을 물리친 것은 워낙 유명했기에 잔뜩 흥분한 담바가 기대감에 목소리를 높이며 대꾸하자 옆에 있던 음베아도 밝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잘 되었군요. 담바의 말처럼 북미왕국 해군이 항구에 주둔한다면, 포르투갈은 감히 바다에서 항구를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테니까요. 그럼 해안가 인근에 있는 포르투갈의 병영을 모두 격파하면 바로 이주하면 되겠군요. 솔직히 이곳은 포르투갈의 공격을 막기엔 좋지만, 그게 전부인 곳이니까요.“

이곳은 방어하기엔 좋지만, 개간하기도 쉽지 않고, 땅도 척박해 대규모 인원이 살기엔 결코 좋은 곳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대 지도자였던 강가 줌바가 브라질 총독의 제안을 받고 이주하려 했었던 거고.

또한, 북미왕국의 상인들이 방문하면서 더 많은 재물이 필요해 최근에는 이전과 달리 공격적으로 주변 농장들을 습격하고 농장에 매여 있던 노예들을 해방해 데려왔기에 인구가 상당히 늘어난 터라 걱정이 컸는데 해안가로 이주한다면 이러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었기에 음베아가 무척 기뻐하자 줌비가 말했다.

“그렇지. 그리고 우리가 해안가를 확보하면 다른 킬롬보들도 설득해 해안가로 이주시킬 생각이야.”

브라질 전역에서 도망친 노예들이 모두 이곳으로 오는 것은 아니었기에, 당연히 도망친 노예들이 만든 공동체인 킬롬보도 여럿이었다.

그리고 팔마레스 주변에도 자그마한 킬롬보가 여럿 있었고.

줌비는 이 킬롬보들을 설득해 이들도 해안가에 정착시킬 생각이라고 이야기하자 음베아가 회의적인 얼굴로 반문했다.

“으음...과연 다른 킬롬보들이 우리에게 합류하겠습니까?”

“우리가 포르투갈의 병영들을 격파해 결코 포르투갈 병사들을 상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북미왕국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까지 알리면 기꺼이 합류할 것 같은데? 어차피 다른 킬롬보들도 포르투갈의 병사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전전긍긍하면서 살고 있잖나.”

그동안 포르투갈은 브라질 지역에 수많은 흑인 노예들을 데려왔고, 농장주들은 노예를 가축 취급하며 가혹하게 부렸기에 당연히 노예들은 어떻게든 도망치려 했다.

이를 막기 위해 농장주들은 더 많은 감시 병력을 고용했고, 브라질 총독부에서는 도망친 노예들을 철저히 추격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죽여 노예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려 했다.

그렇기에 규모가 비교적 작은 다른 킬롬보들은 포르투갈을 무척 두려워하며 혹시 포르투갈의 병사들이 들이닥칠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걸핏하면 보금자리를 옮기며 살고 있었고.

그런 만큼 일단 자신들이 포르투갈 병영을 격파해 정면에서 포르투갈과 맞설 힘이 있으며 자신들의 뒤에 북미왕국이 있다는 것까지 알린다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다른 킬롬보들은 곧바로 합류할 거라 판단한 줌비의 이야기에 음베아가 수긍하며 말했다.

“흠. 듣고 보니 또 그럴 것 같긴 하네요. 알겠습니다. 허면 일단 제가 다른 킬롬보들과 일부 물품을 거래하면서 미리 소문을 좀 흘려 두겠습니다.”

“소문? 무슨 소문?”

옆에 있던 담바가 고개를 갸웃하자 음베아가 답했다.

“줌비님께서 북미왕국을 설득해 지원을 받아냈고, 그래서 우리는 더는 포르투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이렇게 소문을 흘려 둔 상태에서 줌비님께서 포르투갈의 병영을 격파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킬롬보들은 기꺼이 우리에게 합류할 거야.”

소규모 킬롬보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안전인 만큼, 팔마레스에 합류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확신만 선다면 소규모 킬롬보들은 바로 팔마레스 킬롬보에 합류하리라고 이야기하는 음베아의 말에 담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겠네. 그리고 다른 킬롬보들이 합류하면 그만큼 인원이 많아지고 싸울 수 있는 전사들도 많아질 테니 포르투갈을 상대하기도 한결 쉬워질 테고.”

“그렇지. 그렇게 전사들의 수를 늘리고 훈련해 해안가를 따라 남하해 살바도르를 칠 생각이고.”

줌비가 입을 열자 음베아가 표정을 굳혔다.

“으음...살바도르를 함락하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요? 배치된 병력도 많을 테고.”

살바도르는 브라질 식민지의 수도였고, 브라질 총독부도 이곳에 자리한 만큼, 당연히 배치된 병력도 많아 섣불리 공격하기엔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에 음베아는 줌비를 바라보며 그 결정을 재고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눈빛을 보냈지만, 줌비는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북미왕국에서 무기만 충분히 공급해준다면 살바도르의 점령이 결코 불가능하진 않아. 그리고 살바도르를 함락하면 포르투갈의 지배력은 대폭 약화되겠지. 그럼 다른 지역들의 점령도 손쉬울 테고. 그러니 기필코 살바도르를 함락시켜야 해.”

이에 음베아는 줌비의 결정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허면 살바도르를 공격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전사를 모으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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