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575화 (575/850)

575화

정성국은 청장들과 회의를 하는 도중 관리청장의 보고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허. 호주 연합의 금 생산량이 더 늘었네?”

북미왕국의 경제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었기에 충분한 귀금속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해서 정성국이 이에 관해 묻자 관리청장은 빙긋 웃으며 당분간 귀금속 걱정은 크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며 호주에서 생산되는 금 생산량을 보고했는데 이 금 생산량이 전년보다 2배는 늘었기에 정성국이 놀라며 되묻자 관리청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예. 호주 연합은 금광 일대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그 때문에 사람이 모여들며 각종 상품과 일자리가 넘쳐나니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금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상황을 보면 당분간 금 생산량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호주 동해안 지역의 원주민들이 모여 호주 연합을 결성한 이후, 호주 연합은 금광 개발에 집중했다.

호주 연합을 결성한 후, 북미왕국의 조언에 따라 각 지역을 개발하고 또 호주 연합 직속의 군까지 만들어 운용하다 보니 많은 비용이 발생했고, 자연스레 더 많은 금을 캐기 위해 금광 개발에 힘을 쏟은 것이다.

더불어 호주 연합 내의 원주민들에게도 금광에서 일하면 금 일부를 보상으로 얻을 수 있고, 그 금으로 그동안은 교환할 물품이 마땅치 않아 구경만 해야 했던 북미왕국의 각종 물품을 살 수 있다고 알리니 많은 원주민이 금을 얻기 위해 몰려들면서 금 생산량이 대폭 늘어났고.

관리청장은 이런 호주의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최근 호주 곳곳을 탐사하는 북미왕국의 개발청 관리들이 새로운 금광도 몇 개 더 발견한 상황이라 차후에는 금 생산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고.

이에 정성국은 점차 늘어나는 인구와 급격히 성장하는 경제 규모에 걸맞게 충분한 화폐를 찍어낼 필요가 있었는데 호주에서 생산하는 금 덕분에 그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어 새삼 안도하면서도 여기서 몇 배나 많은 금을 캐게 되면 그걸 다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 중얼거렸다.

“휴우. 그거 다행이긴 한데...호주 연합의 금 생산량이 이렇게 계속 늘어나면 그거 다 흡수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하지만 관리청장은 이런 정성국의 중얼거림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건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음?”

어리둥절한 정성국을 보고 관리청장이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호주 연합 주민들의 사치품, 기호품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각종 교역품의 수출량이 꽤 늘어났거든요.”

“호오. 그래?”

“예. 도자기나 비단 같은 사치품을 찾는 원주민들이 꽤 늘었고, 커피나 설탕, 초콜릿 등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동안 호주로 수출하는 교역품의 물량은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지역과는 원주민들과 거래할만한 것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그동안은 사치품이나 기호품보다는 주로 생활용품 정도만 판매했고, 이것들은 정성국의 명령에 따라 비싼 값을 받지 않았기에 원주민들과의 교역으로 큰 이득을 본 것은 없었다.

하지만 호주에서 금광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북미왕국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주로 유럽에 판매되는 각종 사치품과 기호품을 호주로 보냈는데, 이것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어, 최소한 원주민들에게 풀린 금은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소득이 늘어나니 사치품과 기호품의 수요도 폭증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이전에야 마땅히 거래할 것이 없어 그냥 바라만 봐야 했던 물품들이었습니다만...이젠 상황이 다르니까요.”

그때 관리청장 옆에 있던 교육청장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최근에 호주 연합 역시 기초 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학교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아국의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헌데 이게 규모가 꽤 큰 편이라 말입니다.”

이에 정성국은 놀란 표정으로 교육청장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어? 학교를 건설하겠다고? 초등학교?”

“일단 호주 연합은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설립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학문을 가르칠 선생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을 쌓은 학생도 없는 터라 잘 설득해 10년에 걸쳐 천천히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를 건설할 예정입니다.”

호주 연합을 구성하는 주요 부족 족장들의 자제 중 일부는 외무청 관리들의 권유로 태평양을 건너 북미왕국에 있는 외국인 학교에 입학해 여러 가지를 배웠고, 이들은 북미왕국이 건국된 지 얼마 안 되었음에도 이렇게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다 북미왕국의 체계적인 교육 체계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은 북미왕국의 배편을 통해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호주 연합이 자체적으로 발전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주민들을 교육하는 것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이야기했고, 자식들의 편지를 본 호주 연합의 족장들은 북미왕국의 교육 체계를 그대로 이식하기를 원했다.

해서 외무청에서는 이 문제를 교육청과 논의했고 결국 호주 연합에 여러 학교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건물을 건설하거나 학생들이 사용할 물품들, 그리고 교과서까지 북미왕국에서 만들어 판매하기로 했기에 호주 연합의 금을 흡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교육청장의 말을 듣고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거 좋네. 호주 연합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헌데 그러자면 생각보다 많은 선생이 필요할 것 같은데 그게 감당이 되려나?”

아직 북미왕국에도 선생이 부족한 판에 호주로 선생을 보낼 수도 없었고, 어지간한 선생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하더라도 과연 각종 문명의 이기를 누릴 수 있는 북미왕국을 떠나 전기조차 없는 호주로 갈지 의문이었기에 정성국이 머리를 긁적이며 의문을 표하자 교육청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당장이야 예전의 저희처럼 선생들이 교과서로 해당 과목을 독학해 학생들을 가르쳐야겠지요. 다만 이번에 외국인 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호주 출신 학생들이 있으니, 이들이 다른 선생들을 돕는다면 선생들도 수월하게 해당 과목을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외국인 학교가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했지?”

교육청에선 북미왕국과 우호적으로 교류 중인 원주민들에게 여러 지식을 가르쳐 원주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외국인 학교를 운영 중이었고, 이번에 처음으로 졸업생을 배출했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밀린 보고서 처리에 허덕이는 정성국을 대신해 하얀 들꽃이 외국인 학교를 방문해 졸업식에 참석했었기에 정성국이 아는 체하자 교육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뭐 단기 교육에 가깝고 워낙 광범위한 것을 다루다 보니 지식수준이 얕긴 합니다만...그래도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만큼, 교과서로 독학해야 하는 선생들을 돕기엔 충분할 겁니다.”

외국인 학교는 학생들에게 전문적인 지식을 가르치기보다는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필요한 여러 지식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외국인 학교에 입학하는 원주민들의 경우 대부분은 고립되어 있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거기에 오랫동안 가르칠 수도 없어 지식수준이 얕은 편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초등학교 교과서를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라는 이야기와 중학교, 고등학교 설립에 필요한 선생들은 새한성 사범 대학교에 호주 연합 출신의 유학생을 받아들여 육성할 계획이라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고.

그렇게 교육청장의 말이 끝나자 군사청장이 입을 열었다.

“또한, 호주 연합은 연합 직속의 육군을 창설한 김에 해군 역시 창설하고 싶어하더군요.”

“어? 해군을?”

“예. 저희가 호주의 북쪽과 서쪽에 새로운 거점 항구를 건설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라라키아 항과 와드주크 항이라고 했던가?”

5함대는 정성국의 명령에 따라 호주 북쪽과 서쪽, 전생의 다윈 항과 퍼스 항의 위치에 새로운 거점 항구를 건설했고, 5함대는 이 거점 항구를 건설하는 것을 허락하고 도움을 준 원주민 부족의 이름을 따 각각 라라키아 항과 와드주크 항이라고 이름 붙였다.

물론 두 항구는 기껏해야 선착장과 창고, 그리고 몇 채의 숙소 건물 정도에 불과했지만, 제대로 된 항구가 생기면서 원주민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한 북미왕국의 각종 물품이 풀리기 시작했고, 이를 원하는 주변 원주민들이 모여들면서 두 항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새한성을 비웠을 때 집무실 책상 위에 쌓여 있던 보고서 더미를 처리하다 읽은 기억이 있었기에 아는 체하자 군사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리고 호주 연합은 라라키아 항과 와드주크 항이 건설된 후 두 항구 주변의 원주민 부족들과 접촉해 연합에 들어오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으며, 원주민 부족들도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더군요.”

군사청장의 말처럼 두 항구 주변의 원주민들은 호주 연합의 권유에 꽤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들어 해안가에 그동안 못 보던 커다란 배들이 가끔씩 보였고, 특히 호주 북쪽에 자리한 라라키아 족의 경우 동남아 지역과 비교적 가깝다 보니 동남아 지역의 원주민들과 가끔 이런저런 거래를 하며 교류를 해왔기에 현재 동남아의 상황이 혼란스럽고, 피부가 하얀 이들이 커다란 배를 타고 나타나 일부 주민들을 노예로 삼고 부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내심 걱정이 컸으니까.

그래서 북미왕국이 방문했을 때는 무척 경계할 수밖에 없었고, 북미왕국은 단지 항구와 물품을 거래할 장소를 원한다는 것과 북미왕국의 커다란 배가 이곳에 드나들면, 북쪽에서 행패를 부리고 있다는 피부가 하얀 이들이 이곳을 공격하지 못할 거라는 이야기에 바로 북미왕국의 항구 건설 제안을 받아들였을 정도였고.

그리고 북미왕국은 약속대로 한 척의 배를 라라키아 항에 남겨두어 만약을 대비하기도 했고, 북미왕국이 항구를 건설하는 것을 도운 대가로 각종 생필품을 얻을 수 있었기에 만족했지만, 이들이 언제까지 자신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없지 않았다.

헌데 항구가 건설된 후 자신들과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등장해 자신들은 호주 연합이고, 라라키아 족도 호주 연합에 합류하면 얻을 수 있는 각종 혜택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라라키아 족은 혹시 모를 침략자에 맞설 수 있는 무기를 지급하거나, 혹은 군대를 배치할 수 있다는 말에 호주 연합에 합류하는 것을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와드주크 족은 안전도 안전이지만, 호주 연합에 합류하면 호주 연합의 배가 드나들며 교역이 활성화된다는 점에 매력을 느끼고 호주 연합에 합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부족과 주변 부족들까지 모두 호주 연합에 합류하는 것은 시간문제에 가깝다는 군사청장의 설명에 정성국은 호주 연합의 급격한 확장세에 새삼 감탄했다.

“허. 라라키아 항과 와드주크 항 주변의 원주민 부족들이 연합에 합류한다면 호주의 영역이 급격히 넓어지겠군.”

“그렇습니다. 두 항구의 위치를 생각하면 호주 대륙 전체가 호주 연합의 영역이 된다고 봐도 되겠지요. 다만 두 항구는 호주 연합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호주 동해안과는 꽤 멀리 떨어져 있어 교류는 주로 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고, 항로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요.”

“아. 그래서 호주 연합에서 자체적으로 해군을 육성하려는 건가?”

“그렇습니다. 물론 5함대가 각 항구에 주둔하고 있고 가끔은 호주 해안가를 순찰해주고 있기는 한데...호주 연합도 5함대가 남태평양 전역을 담당하고 있어 호주의 방위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고, 해군의 육성에는 오랜 시일이 걸린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조금 이른 것 같지만 호주 연합 직속의 해군을 창설하고 싶어하더군요.”

이에 정성국은 나쁠 것 없다는 표정이었다.

호주 연합이 직속 해군을 창설하면 호주 해안의 방어는 호주 연합에 맡길 수 있으니 오히려 북미왕국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 없었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군사청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해서 군사청에서는 호주 연합의 해군 창설을 최대한 도울 생각이고...해군을 창설하려면 전선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이 전선을 판매한다면 호주 연합에서 캐내는 금의 양이 늘어난다고 해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에 정성국이 조금 고민스럽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렇긴 한데...이제 와서 범선을 다시 건조해 팔아야 하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남는 전선을 적당히 개조해 판매하면 될 것 같습니다만...”

“남는 전선이라고?”

정성국은 대체 남는 전선이 어디 있느냐는 당황한 표정으로 군사청장을 바라보자 군사청장이 답했다.

“지금 기존의 전선들을 대체할 새로운 신규 전선을 건조 중이잖습니까. 이 신규 전선의 건조가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기존의 노후 전선들은 모두 교체되겠지요.”

프랑스에서 작열탄을 개발한 이후, 다른 유럽 국가들도 하나둘 작열탄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었기에 전선의 방어력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정성국은 철선으로 신규 전선을 만들어보라고 최주명에게 이야기했었고, 이 새로운 전선의 건조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기억한 정성국이 군사청장의 의도를 눈치채고 말했다.

“아. 그렇게 남는 노후 전선들을 호주 연합에 팔자는 거지?”

“그렇습니다.”

군사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해 입을 열었다.

“괜찮네. 어느 수준까지 개조하는가는 여러 전문가와 논의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알겠네. 일단 우리가 사용하던 전선을 판매하는 것으로 호주 연합과 협상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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