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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559화 (559/850)

559화

색액도의 명령으로 남하하는 조선군 주변을 배회하며 틈만 나면 공격하는 척 접근해 조선군의 진을 빼는데 집중하던 용대각은 해가 진 이후에도 조심스럽게 남하하던 조선군이 드디어 이동을 멈추었다는 부관의 보고에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흠. 조선군이 이동을 멈췄다고?”

“그렇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나서도 어떻게든 이동하려 했던 조선군이었습니다만 가시거리가 줄어 저희가 더욱 접근하자 더는 이동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모양인지 원형진을 펼쳤습니다. 아마 병력을 교대로 쉬게 하면서 해가 뜰 때까지 버틸 작정인 듯합니다.”

“그래? 그럼 슬슬 한번 제대로 찔러볼까?”

거의 온종일 조선군 주변을 배회하고 틈만 나면 공격하는 척 접근했기에 조선군은 이런 청나라군을 의식하며 이동해야 했고, 덕분에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거기에 해가 진 이후에는 가시거리가 줄어 청나라군이 조금만 접근한다고, 혹은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지면 병사들이 멋대로 발포하다 보니 총알과 화약 소모량이 급증할 것을 우려한 조선군은 사격통제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발포가 줄어들어 청나라군은 더욱 접근할 수 있었고.

그렇게 접근한 청나라군은 멀리서 화살을 끊임없이 날렸기에 조선군은 계속해서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어, 그만큼 피로가 컸다.

그에 반해 청나라군은 처음부터 병력을 둘로 나누어 한쪽이 조선군을 공격할 때, 다른 한쪽은 휴식을 취했기에 비교적 쌩쌩한 편이었고.

그런 만큼, 용대각은 슬슬 조선군을 공격할 시기라고 판단해 이를 언급하자 부관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예? 선봉대가 조선군에 패퇴한 이후 총사령관님께서 장군께 병력을 맡기며 이미 진형을 이룬 조선군을 절대 공격하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부관이 색액도의 명령을 상기시켰지만, 용대각은 크게 개의치 않는 눈치로 입을 열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대인께서 진형을 갖춘 조선군을 공격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리신 것은 거리를 좁히기 전에 저들의 사격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돌격에 실패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지금 상황이라면 약간의 피해만 감수한다면 돌격에 성공하고 조선군을 짓밟아 버릴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데?”

“으음...분명 그렇기는 합니다만...”

부관이 생각하기에도 조선군은 많이 지쳤고, 여기에 야간이고 달빛이 밝은 편은 아니라 청나라군은 조선군에 더욱 가까이서 배회하고 있었기에 약간의 피해만 감수한다면 충분히 근접전으로 들어갈 수 있어 보이기는 했다.

아무리 조선군이 북미왕국의 무기로 무장하고 있어 재장전이 빠르다 한들 그 이점을 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다만 부관은 용대각이 색액도의 명령을 어긴 것 때문에 차후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기에 용대각이 이를 눈치채고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걱정하지 말게. 지금 저기 있는 조선군이 북진해 현재는 남서쪽에 자리 잡고 진을 치고 있다는 조선군과 합류한다면, 그리고 조선군이 모두 북미왕국의 무기로 무장했다면, 동로군 전체가 상륙을 끝낸다고 해도 공격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그러니 지금 조선군을 공격해 그 수를 줄인다면 대인께서도 명령을 어긴 것을 굳이 지적하지 않으실 걸세.”

용대각의 판단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부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허면 바로 공격하실 겁니까”

“일단은...”

“장군!”

용대각이 작전을 설명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멀리서 전령이 급하게 다가왔기에 용대각이 고개를 갸웃했다.

“음? 무슨 일인가.”

“조선군 기병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 말에 용대각과 부관은 안색을 굳히고 급히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묻기 시작했다.

“뭐? 조선군 기병? 저기 남서쪽에 주둔해 있던 조선군 말인가?”

“그렇습니다. 장군.”

“얼마나?”

“날이 어둡기에 정확한 것은 모르겠습니다만, 그 수가 적지 않다는 보고입니다.”

이에 용대각이 혀를 차며 중얼거렸다.

“허. 그럼 남서쪽에 주둔하고 있던 조선군의 기병들이 모두 움직였다고 봐야겠군. 한 3천 명 정도라고 파악했었지?”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저들의 목적은 저기 있는 조선군의 구원이겠지요. 그러니 조선군을 공격한다는 계획은 취소하고 병력을 뒤로 물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색액도가 남쪽에서 북진하던 조선군의 존재를 알리며 협공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하기도 한 만큼, 부관은 용대각이 바로 작전을 취소하고 병력을 뒤로 물리라는 명령을 내릴 줄 알았지만, 오히려 용대각은 무언가 고심하다가 중얼거렸다.

“흐음...조선군 기병들은 총기병이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조총은 달리는 말 위에서 사격이 어려운 만큼 조선군 기병들은 북미왕국의 무기로 무장한 것이 확실하고요. 그러니...”

다시 한번 용대각을 재촉하려는 부관이었고, 그런 부관을 보고 용대각은 손을 들어 입을 막은 후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전투력은 알 수 없지. 그러니 조선군 기병들을 친다.”

“예?!”

아무리 조선군 기병들의 수가 적긴 하지만, 북미왕국의 무기로 무장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너무 위험한 결정이 아닌가 싶어 부관이 용대각의 명령에 놀라며 무어라 말하려 할 때 용대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물론 저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는데 진심으로 공격하겠다는 뜻은 아니네. 살짝만 건드려 북미왕국의 무기로 무장한 조선군 기병들의 전력을 파악하자는 거지.”

색액도는 자신에게 두 조선군이 합류한 후 그 배후에서 조선군의 신경을 분산시켜주길 원하고 있고, 청나라군이 색액도의 명령대로 움직인다면 조선군은 지금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기병대를 이용해 자신들을 견제하려 들 것이 뻔했다.

그러니 일단 저들과 초전을 벌여, 저들의 전투력을 파악하겠다는 뜻까지 밝히자 부관은 더는 반대하지 못했다.

“아. 그런 의미의 공격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면 병력을 얼마나 동원할까요?”

“지금 후방에서 쉬고 있는 병력 7천 명을 모두 동원하게. 2천 명씩 나눠 세 방향으로 돌격해 조선 기병들이 어떻게 전투를 치르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고 1천 명은 예비대로 빼서 만약의 경우 투입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장군.”

* * *

‘타타타타타타탕!’

훈련대장인 유혁연은 조선군의 원형진 안을 돌아다니면서 지친 기색이 역력한 병사들을 살피다가 적막을 깨고 멀리서 들려오는 아련한 총성에 움찔했다.

“어?!”

“갑자기 웬 총성이...”

유혁연의 뒤를 따라오던 부관이 총성이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빼며 중얼거리자 유혁연이 눈을 빛냈다.

“북미왕국이다! 조선 지원군이 근처에 온 거야!”

이 근처에서 화약 무기로 무장한 이들은 자신과 조선 지원군뿐이었기에 유혁연이 주먹을 불끈 쥐며 외치자 부관이 눈을 크게 뜨며 대꾸했다.

“아! 저희가 합류하지 않아서 지원군을 보낸 모양입니다!”

“그렇지! 아마도 탐사대를 보냈을 테고, 우리에게 접근하는 탐사대를 보고 청나라군이 덤벼든 모양이군.”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히던 청나라군을 생각하면, 자신들을 돕기 위해 달려오는 탐사대를 그냥 두고 볼 것 같진 않았기에 상황을 짐작한 유혁연의 이야기에 부관이 계속해서 총성이 들려오는 남서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어...이거 지금 총성이 나는 곳으로 진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탐사대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자신들을 견제하던 청나라군의 규모는 못해도 1만이 넘었고, 현재는 야간이라 거리를 두고 화력으로 적이 붙기 전에 제압해야 하는 자신들은 더욱 불리한 만큼 지금이라도 계속해서 총성이 울리는 남서쪽으로 진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유혁연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괜찮을 걸세. 탐사대는 연발로 사격할 수 있는 회전 단총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회전 단총은 사거리가 짧은 편이라 오히려 근거리 전투에 유리하니 우리가 돕지 않더라도 청나라 기병들을 상대할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지금까지 청나라 기병들이 최대한 몸을 사렸던 것을 생각해보면 탐사대의 화력에 곧바로 도망치지 않을까 싶군.”

더불어 지금 청나라군 전체가 탐사대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탐사대를 돕겠다고 이동하다가 청나라군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었으며, 지금은 야간이다 보니 적과 아군을 구분하기가 어려워 지금 전투가 벌어지는 곳까지 무사히 이동한다 하더라도 섣불리 사격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대기하는 것이 오히려 탐사대를 돕는 거라고 덧붙이자 부관이 수긍했다.

“아! 그건 또 그렇군요.”

“그러니 지금 총성이 울리는 곳으로 갈 필요는 없지만...탐사대와 합류하면 곧바로 이동해야 하니 지금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사들을 잘 다독여 이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알겠습니다. 훈련대장님.”

유혁연은 자신의 명령에 곧바로 움직이려는 부관에게 급히 덧붙였다.

“그리고 군관들에게 내 명령 없이는 절대로 발포하지 말라고 꼭 전하고.”

부관 역시 유혁연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파악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알겠습니다. 오인 사격을 조심하라고 꼭 당부하겠습니다.”

부관이 군관들에게 자신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을 잠깐 바라보던 유혁연은 계속해서 울리던 총성이 어느덧 멎은 것은 인지하고 남서쪽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고.

잠시 후 일말의 기병대가 이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자 유혁연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조선군을 향해 다가오던 기병대는 어느 정도 다가오자 점차 속도를 늦춘 후 앞쪽에 있던 기병들이 횃불을 켠 후 다가오기 시작했고, 이들의 복식을 확인한 유혁연은 그제야 긴장을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복식을 보니 탐사대가 확실하군. 부관. 군관들에게 경계 태세를 해제하라고 전하게.”

“알겠습니다.”

조선군이 조선 지원군을 보고 안도하는 사이, 아이누 탐사대장의 부재로 아이누 탐사대를 지휘하던 가장 선임이었던 총 조장이 조선군의 안내를 받아 유혁연에게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유혁연 역시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구원하러 와 준 이 아이누 탐사대의 총 조장을 반겼다.

“우리를 돕기 위해 이곳까지 와 주셔서 정말 고맙소이다.”

“아닙니다. 동맹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자신을 보고 빙긋 웃은 탐사대의 총 조장을 보고 유혁연이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방금까지 총성이 계속해서 울린 것을 보면 청나라군과 전투를 치른 모양인데...”

이에 총 조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가 접근한 것은 눈치채고 세 방향에서 빠르게 접근하더군요. 해서 대응을 했습니다만...무리하게 공격하지 않고 곧바로 빠진 것을 보면, 아마도 저희의 전력을 가늠하기 위해 한번 찔러본 것 같았습니다.”

처음 세 방향에서 청나라군이 빠르게 접근할 때는 내심 긴장하기도 했었다.

일단 이들도 첫 실전이니만큼, 혹여 실수하지 않을까 싶어 아무래도 불안했던 것이다.

특히나 달빛이 어두운 편이라 말 위에서 갑오 소총을 재장전하는 것이 쉬울 것 같지도 않았고.

해서 총 조장은 적들이 다가오면 갑오 소총을 발사한 후 재장전하지 말고 곧바로 회전 단총을 꺼내 사용하라고 명령을 내렸고, 청나라군은 일제 사격 후 어마어마한 총알 세례에 기겁하며 급히 후퇴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자 유혁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나...”

유혁연은 역시 청나라군의 움직임이 극히 조심스러웠기에 이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하고 있을 때 총 조장이 그런 유혁연을 보고 말했다.

“그보다 더 늦기 전에 이동하시지요. 병사들이 많이 피곤해 보이는 만큼, 빠르게 합류해 쉴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유혁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아. 그렇지요. 얼마나 이동해야 합니까?”

“흐음...보병의 이동 속도를 고려하면 넉넉잡고 2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미 이동 준비는 맞췄으니 바로 이동하도록 하지요. 다만 이동 중 경계는...”

“아.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주변을 정찰하며 접근하는 청나라군을 공격할 테니 조선군은 일단 이동에만 집중하시지요.”

총 조장의 말에 유혁연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 그래 주시면 고맙지요. 알겠습니다.”

* * *

조선 기병대와 잠깐의 전투를 벌인 병력이 복귀한 후 용대각은 곧바로 부관을 보내 실제로 병력을 지휘했던 하급 지휘관들을 소집했고.

이들이 보고를 시작하자 용대각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흐음...사격 후 다시 재장전을 하는 게 아니라 허리춤에서 조그마한 조총을 꺼내 발사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헌데...”

아무래도 기다란 조총을 마상에서 계속 사용하기는 불편하니 기병들은 따로 조그마한 조총을 만들어 사용하는 모양이라고 짐작한 용대각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하급 지휘관이 말을 흐리자 용대각이 하급 지휘관을 재촉했다.

“헌데? 또 보고할 것이 있는 건가?”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조선 기병들은 그 조총을 계속해서 발사했다고 합니다.”

“뭐?! 재장전도 없이 말인가?”

용대각은 이게 무슨 헛소린가 싶어 지금 네가 제정신이냐는 표정을 짓자 다른 하급 지휘관들도 한마디씩 했다.

“그렇습니다.”

“앞쪽에서 달리다 생존한 병사들의 보고가 다 같았습니다. 조선 기병들은 계속해서 사격했다고요.”

“맞습니다. 총구에서 계속 불이 뿜어져 나왔다더군요. 해서 적들이 기병인데도 불구하고 저희의 돌격에 멈춰 섰기에 비교적 손쉽게 거리를 좁힐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화력이 남달라 아마 그대로 돌격했어도 실패했을 거라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예. 정말 잠깐의 전투에서 거의 500명을 잃었으니...”

“뭐?! 그 잠깐의 전투로 500명이나?”

잠깐의 전투로 사망한 인원이 예상보다 많았기에 용대각이 기겁하며 되묻자 하급 지휘관들은 안색을 흐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를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가는 사기가 흐트러질 것을 우려한 용대각은 급히 표정을 관리하며 말했다.

“적들의 화력이 예상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미리 파악한 덕분에 나중의 전투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로군.”

용대각의 말마따나 이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조선 기병들과 대대적으로 전투를 벌였다면 더 큰 피해를 보았을 것이 분명했기에 하급 지휘관들의 안색이 조금 풀어지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들의 반응에 만족한 용대각은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조선 기병들이 조선군과 합류해 함께 움직이고 있으니 더는 견제할 필요가 없겠지. 오늘은 쉬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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