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화
정성국은 김봉길과 대화를 마무리한 후 밖에서 정성국에게 인사라도 하기 위해 대기 중인 인원의 숫자가 꽤 된다는 것을 호위대장에게 전해 듣고 이들을 모두 응접실로 불렀다.
이들은 모두 각 청에서 보낸 산아구스틴의 고위급 관리들로 이곳 산아구스틴은 플로리다 지역의 중심지나 다름없었기에 이들이 새한성의 명령을 전달받아 실질적으로 플로리다 지역을 통치하고 관리하고 있었기에 정성국은 이들과 인사를 나눈 후 함께 커피를 마시면서 플로리다 지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러다 정성국은 산아구스틴의 행정청 관리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플로리다 지역의 전체 인구가 60만 명에 달한다고? 허. 전에 플로리다 지역의 대부분 부족이 합류하면서 결국 50만 명을 넘었다는 보고를 받은 기억이 있기는 한데...”
플로리다 지역은 예전 잉글랜드가 통치했던 북미 동해안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에스파냐가 이곳을 제대로 통치하지 못했기에 원주민들의 수가 꽤 되는 편이었다.
그리고 이 플로리다 원주민들은 북미왕국이 플로리다로 진출하면서 그동안 자신들을 약탈하던 해적들이 사라지자 북미왕국을 우호적으로 바라보고 교류해왔고, 그러면서 이들이 하나둘 북미왕국으로 합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특히 플로리다 지역이 열대 기후이다 보니 여러 작물을 재배하기 적합하다고 판단한 행정청에서 개발청에 이야기해 이곳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생겨나자 부족의 젊은이들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자연스럽게 북미왕국으로 떠나면서 원주민 부족들의 북미왕국 합류는 더욱 빨라졌고.
더불어 플로리다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다는 것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미시시피 지역의 원주민들 일부도 플로리다 지역으로 이주해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해, 약 2년 전에 플로리다 지역의 인구가 50만 정도로 추산된다는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었다.
헌데 2년 만에 10만 명 가까이 늘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무척 놀란 표정을 짓자 행정청 관리가 웃으며 설명했다.
“작년에 연금 제도가 시행되면서 아이를 낳아도 경제적인 부담이 훨씬 줄어들게 되면서 출산율이 무척 늘었습니다. 거기에 플로리다 지역의 주민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한 지도 꽤 시간이 흘렀기에 위생관념이 머릿속에 박혀있어 이를 신경 쓰는 편이라 유아 사망률도 대폭 줄어들어 인구가 급증했습니다. 덕분에 60만 명을 넘었고요.”
“허어...대단하군.”
정성국의 옆에 있던 푸른 안개가 감탄하자 행정청 관리는 조금은 민망한 표정으로 슬쩍 덧붙였다.
“물론 60만 명 가운데 거의 30만 명이 아이들인 무척 기형적인 구조이기는 합니다만...”
“그거야 북미왕국의 어느 지역이나 다 마찬가지인 상황 아닌가. 그나마 이주민들이 주로 정착하는 지역들을 제외하면야.”
그동안 북미왕국은 인구를 늘리기 위해 각종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북미 대륙의 내륙으로 진출해 내륙 지역의 원주민들을 북미왕국으로 합류시켰고, 조선, 프랑스, 아일랜드,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이주민들을 받아들여 정착시키기도 했으며, 인구를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아이슬란드나 페로 제도 등을 구매할 정도였고.
여기에 위생과 청결에 강박적으로 신경 써가며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의 사망률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했고, 식량 가격을 비교적 저렴하게 유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만들어 북미왕국의 백성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 썼고, 최근엔 연금 제도까지 시행하면서 인구는 급격히 증가해 행정청에서는 최근 북미왕국의 인구가 700만을 넘겼다고 추산하고 있었고.
다만 그러다 보니 북미왕국의 인구 중 아직 성인이 되지 못한 아이들의 비율이 무척 높을 수밖에 없었는데 정성국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뭐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할 수 있다면 피라미드 모양의 인구 구조가 나쁠 것은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물론 피라미드라고 하기엔 하단부가 조금 극단적이기야 한데 한 10년만 고생하면 조금 나아질 테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정성국이 행정청 관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이 플로리다 지역은 비교적 초창기에 확장된 영역이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는 오히려 상황이 나은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 지역이 아국의 영역이 된 후로 태어난 아이들은 이제 내년이면 성인이 되니까요. 물론 그리 많은 수는 아닙니다만...”
행정청 관리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자 정성국이 감탄하며 새삼 기대된다는 듯 중얼거렸다.
“휴우. 내년부터 슬슬 성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플로리다 지역은 더 빠르게 발전하겠군. 인구도 계속 늘어날 테고.”
“그렇습니다. 해서 많은 관리들이 이를 기대하고, 또 대비하고 있지요.”
행정청 관리의 말에 미소지은 정성국은 다른 관리들과도 대화를 나누었고, 그중 농업 연구소 분소의 소장이 후추 재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후추를 수확했다고?”
“그렇습니다. 농업 연구소에서는 이곳의 기후라면 여러 열대작물도 충분히 재배할 수 있을 거라 여겨 열대작물의 종자를 구해 플로리다 농업 연구소 분소에 계속해서 보내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후추나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5년 전쯤 구한 종자를 심어 후추나무를 기르는 데 노력했고, 최근 후추를 수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에 정성국은 예전 연구청장이 보고했던 내용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 예전에 유럽의 상인들과 접촉해 각종 종자를 구했을 때 후추나무의 묘목도 구했다는 이야기는 듣긴 했었는데...결국 재배에 성공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해서 한 5년 정도만 지나면 더는 에스파냐를 통해 후추를 구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슬쩍 가슴을 펴면서 자랑하듯 이야기하는 농업 연구소 분소의 소장을 보고 정성국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거 좋은 일이로군. 혹시 농업 연구소 분소가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나?”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습니다. 대략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지요.”
“그럼 직접 방문해서 농업 연구소 분소에서 키운 후추나무도 구경하고 연구원들에게 직접 포상을 내려야겠군.”
이에 농업 연구소 분소의 소장은 무척 감격한 얼굴로 대답했다.
“예. 전하께서 직접 농업 연구소 분소를 방문하신다면 연구원들도 감격할 겁니다.”
“그보다 이곳의 기후라면 후추 말고 다른 향신료들도 재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향이라던가, 육두구라던가?”
물론 북미왕국에서는 정향과 육두구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향신료들은 유럽에서 무척 인기 있는 향신료 중 하나였고, 이곳에서 이들 향신료의 재배가 성공한다면 또 다른 짭짤한 수출품이 생기는 만큼 정성국이 이를 묻자 한참 의기양양하던 농업 연구소 분소의 소장이 한숨을 내쉬며 정성국에게 대답했다.
“정향과 육두구는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향신료이기에 농업 연구소의 연구원들도 당연히 아국에 이 향신료들도 재배하려 했습니다만...이들 종자를 구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듣기로는 이 향신료를 독점하고 있는 네덜란드에서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세 시대에만 하더라도 후추에 열광했던 유럽은 시간이 흐르며 다른 향신료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정향과 육두구였고, 향신료의 유행이 바뀌는 것을 파악한 네덜란드는 당시 향료 제도를 장악하고 있던 포르투갈 세력을 내쫓고 향료 제도를 장악했다.
그 후 네덜란드는 이 향신료 무역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향신료 가격이 비싸지면 육두구, 정향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향신료 가격이 싸지면 이 나무들을 모조리 뽑아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랬으니 네덜란드는 이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기를 썼고, 네덜란드의 관리들은 원주민들이 혹시 이 향신료들의 종자나 묘목을 반출할까 봐 나름대로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다.
나중에는 종자가 퍼져 다른 곳에서 재배되기 시작하면서 네덜란드의 향신료 독점은 깨지게 되지만 아직 그런 시기는 아니었고.
이를 떠올린 정성국은 연구청에서 노력해도 이들 종자를 구하지 못한 것을 이해하고 아쉬워하는 농업 연구소 분소의 소장에게 손을 내저었다.
“아. 그런가. 어차피 그 향신료가 없어도 유럽과의 무역은 항상 흑자니 괜찮네. 그리고 아국에서는 정향과 향신료는 거의 사용하지 않으니까.”
이에 푸른 안개가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아국에서 그나마 많이 사용하는 후추를 직접 생산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지요. 그리고 이곳에서 후추를 대량생산하게 되면 유럽과의 거리가 가까운 만큼, 후추 무역을 독점할 수도 있겠지요.”
“아. 확실히 그렇군요. 최근에 해적들이 기승을 부려 아시아 무역이 위축되고 운송료는 올라갔으니 아국에서 후추를 대량 생산해 비교적 저렴하게 풀기 시작하면 아국에서 생산하는 후추가 유럽을 장악하겠군요.”
“예. 다른 향신료와는 달리 후추는 귀족들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사는 평민들도 찾는 만큼, 짭짤한 이익을 얻을 수 있겠지요.”
푸른 안개의 대답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고 농업 연구소 분소의 소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들었지?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후추 재배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자네들은 아국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준 셈이니까 어깨를 펴고.”
“알겠습니다. 전하.”
자신의 말에 다시 히죽거리며 웃는 농업 연구소의 소장을 보고 피식 웃은 정성국은 시선을 돌려 개발청 관리를 보고 말했다.
“이곳에 직접 와보니 해안가의 풍경이 무척 아름답더군.”
“그렇지요. 다른 곳과 비교해도 확실히 아름답지요.”
개발청 관리뿐만 아니라 이 응접실에 있는 다른 관리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기에 정성국은 미소짓고 계속 이야기했다.
“그리고 열대 기후라 겨울에도 비교적 따뜻하지 않나. 그러니 이 플로리다 지역에 대규모 휴양지를 만드는 것이 어떤가?”
이에 개발청 관리는 슬쩍 옆에 있는 행정청 관리를 보고 웃은 후 다시 정성국을 바라보고 답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겨울이 되면 저 북쪽의 백성들이 추위를 피해 이곳으로 와서 한두 달 정도 머무르는 경우가 많아서 겨울에는 항상 숙소가 무척 부족해 숙소를 대량으로 건설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행정청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해서 이곳과 남쪽에 대규모 휴양지를 건설하기 위해 본청과 의논 중이었지요.”
“호오. 그래?”
“그렇습니다. 전하. 숙소가 부족해 민박하거나, 혹은 새진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많다 보니 차라리 휴양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 말입니다. 새한성 인근에도 휴양 도시를 건설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요.”
행정청 관리가 개발청 관리를 대신해 대답하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가 개발청장에게 따로 이야기해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 줄 테니 이 플로리다 지역에 근사한 휴양 도시를 건설해 보게.”
“감사합니다. 전하.”
그 후로도 여러 관리와 대화를 나누면서 플로리다 지역의 현황을 상세히 파악하고, 향후 이 지역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를 의논하고 나니 어느덧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붉게 변했다는 것을 깨닫고 정성국은 슬슬 이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 할 때 교육청 관리가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을 눈치챘다.
해서 정성국은 웃는 얼굴로 교육청 관리를 보고 물었다.
“내게 할 말이라도 있나? 있으면 이야기해보게.”
이에 교육청 관리는 조금 머뭇거렸지만, 주변 관리들이 등을 떠밀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전하. 소신이 듣기로 현재 곳곳에 짓고 있는 사범 대학교가 모두 건설되면 종합 대학교도 추가로 건설한다고 들었습니다.”
그제야 정성국은 왜 교육청 관리뿐만 아니라 다른 관리들도 교육청 관리를 떠밀었는지 깨닫고 피식 웃었다.
“그럴 생각이기는 한데...그 말을 꺼내는 것은 이 플로리다 지역에도 종합 대학교를 건설해달라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인구가 적은 뉴욕 지역과 매사추세츠 지역에도 대학교가 있으니 플로리다 지역에도 대학교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다른 관리들도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이 오해하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 이번에 건설 중인 사범 대학교들은 위치를 보고 결정한 걸세. 뭐 하버드 대학교야 원래부터 존재했던 대학교이니 논외로 치고. 나도 지역마다 종합 대학교와 사범 대학교를 모두 짓고는 싶은데 현실적으로 그게 불가능하니 주변 지역에서 대학교에 입학하기 쉽도록 위치를 정한 거지.”
“아...”
그 말에 응접실에 있는 관리들은 조금 실망했는데 어떻게 보면 비교적 가까운 새진주에 사범 대학교가 있으니 이곳에 새로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런 관리들의 반응에 정성국은 조금 고민하다가 말했다.
“다만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는 것은 몇 년 후일 텐데 그때쯤 되면 이곳의 인구는 더욱 많아질 테고, 플로리다 지역에서 새한성이나 보스턴이 가까운 편은 아니지. 그러니 이 플로리다 지역에 종합 대학교를 건설하도록 하지.”
“오오!”
정성국은 무척 기뻐하는 관리들을 보고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아니네. 그보다 이 지역에 종합 대학교가 건설되면 이 지역은 더욱 발전할 테고 주변의 인구들도 유입될 걸세. 그러니 미리미리 대비를 해두도록 하게.”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중년 기사 에이츠
조선의 인간 백정
다시 사는 재벌
창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