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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540화 (540/850)

540화

토르투가 섬을 둘러본 정성국은 다시 배에 올라타 플로리다 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 도시인 산아구스틴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산아구스틴에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정성국은 설레는 마음으로 갑판으로 나왔고.

지금까지 정성국은 기차를 이용해 빠르게 오갈 수 있는 새진주까지만 방문했었기에 플로리다 지역은 처음 방문하는 것이기도 했고, 전생의 세인트오거스틴은 부유층의 리조트가 즐비한 휴양지였기에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달까.

그리고 산아구스틴의 풍경은 정성국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주었다.

물론 전생처럼 에스파냐풍의 저택이나 고급 호텔 건물들 대신 전형적인 북미왕국의 건물들과 고층 건물의 존재로 인해 얼핏 보면 새진주와 비슷해 보였지만, 주변 해안가의 풍경과 새진주에 지어진 고층 건물과는 전혀 다른 외형의 고층 건물 덕분에 새진주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해서 정성국은 점차 가까워지는 산아구스틴 항구를 보고 감탄하듯 중얼거렸다.

“이야. 도시가 정말 멋지네요.”

“허허허.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 이 지역은 겨울에도 따뜻한 것으로 아는데 이곳에 휴양지를 건설하면 겨울에 찾는 사람이 꽤 많겠군요.”

함께 나왔던 푸른 안개가 산아구스틴의 풍경에 감탄하며 이렇게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나쁘지 않다고 여겨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죠. 특히 저 북쪽의 뉴욕 지역 정도만 하더라도 겨울이 되면 무척 추운 만큼, 이곳에 커다란 휴양지를 건설하면 이용객이 많겠어요. 물론 이곳보다는 조금 더 남쪽에 세우는 것이 나을 것 같긴 한데...”

플로리다 반도는 남북으로 긴 편이었고, 이 산아구스틴은 플로리다 반도의 북쪽에 위치해 있는 터라 정성국은 기왕 휴양지를 건설할 바에는 더 남쪽의 따뜻한 곳에 만드는 것이 낫겠다 싶어 이렇게 이야기하자 푸른 안개가 대꾸했다.

“그것도 괜찮겠지요. 남쪽에 있다면 더 따뜻할 테니까요. 최근 플로리다 지역이 개발되고 곳곳에 여러 항구가 건설되지 않았습니까. 그중에 한 곳을 선정해 휴양지로 개발하면 되겠군요.”

플로리다 지역은 북미 대륙의 다른 곳과는 달리 열대 몬순 기후였기에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 작물을 재배하는 데 최적의 장소였고, 덕분에 개발청에서는 플로리다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해 수많은 대규모 농장이 들어서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이 농작물들을 운반할 수단이 필요했는데 북미 동해안 지역은 아직 철도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안가 곳곳에 선착장을 건설할 수밖에 없었고.

푸른 안개가 이를 언급하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예. 전에 듣기로 플로리다 반도 남동쪽의 항구이자 2함대의 중간 기착지이자 보급 기지이기도 한 마이애미 항구의 해안가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들었고, 겨울에도 바다에서 헤엄을 칠 수 있을 정도로 기온이 따뜻하다고 하니 개발청과 이야기해 그곳을 휴양지로 개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게 정성국이 푸른 안개와 대화하고 있을 때 정성국이 타고 있는 배는 천천히 속도를 줄여 산아구스틴의 선착장으로 이동했고.

정성국이 방문한다는 사실을 알음알음 알고 있던 산아구스틴의 주민들은 정성국의 얼굴을 먼발치서나마 보기 위해 선착장으로 몰려들어 왕실기를 펄럭이며 다가오는 거대한 선박을 보고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성국은 그런 산아구스틴 주민들의 반응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이를 크게 내색하지 않고 갑판 위에서 주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산아구스틴의 주민들은 더욱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푸른 안개가 흐뭇한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산아구스틴의 주민들이 전하의 행차를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 같군요.”

“어...그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기는 한데 백성들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뭐 다른 왕실 가족이 이미 도착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예정대로라면 어제자 북미신문에 전하께서 새한성을 떠나 파나마 운하를 방문한다는 사실까지 알려졌을 테니...전하께서 이곳을 방문하실 수도 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주변 지역의 백성들까지 전하의 용안을 먼발치서나마 보기 위해 이렇게 몰려들었겠지요.”

“아...”

상황을 이해한 정성국이 계속 손을 흔들어 주다가 선착장 한 곳을 바라보고 환하게 미소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1만 톤급 철선이 선착장에 정박하고 선착장에 계단을 연결하자마자 정성국은 곧바로 배에서 내렸고.

“오라버니!”

“전하!”

“아버지!”

환한 미소와 함께 자신의 품으로 달려드는 여전히 사랑스러운 두 아내와 귀여운 딸을 두 팔 벌려 모두 안으면서 입을 열었다.

“뭘 나와 있어. 아직 더운데 건물 안에서 기다리지.”

이에 하얀 들꽃이 정성국을 보고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전하께서 도착하셨다는데 당연히 마중 나와야지요.”

그리고 정성국의 품 안에 있던 전아라가 오랜만에 정성국의 얼굴을 봐서 기쁜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오라버니 얼굴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나와 있었어요. 최근엔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적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자꾸 오라버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네! 보고 싶었어요!”

정나리가 옆에서 대답하자 정성국은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그래. 나도 다들 보고 싶었단다. 그보다 이곳까지 오는 데 별다른 문제는 없었어? 아라나 하얀 들꽃은 몰라도 안문이나 나리는 배를 탄 경험이 없어서 조금 걱정했었는데.”

그 말에 이제는 나이를 좀 먹었다고 정성국에게 달려오기보다는 뒤쪽에서 어머니들과 동생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던 정안문이 정성국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처음엔 속이 조금 울렁거리긴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익숙해지더군요. 나리 쟤는 처음부터 쌩쌩해서 열심히 배 구석구석을 돌아다녔고요.”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럼 예정대로 움직이면 되겠네.”

그렇게 정성국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동 준비가 끝났다는 호위대장의 말을 듣고 미리 준비된 마차를 타고 선착장을 빠져나와 행정청에서 준비한 관사로 이동했다.

그리고 마차 안에서 가족들과 그동안 못한 이야기를 잠깐 나눈 정성국은 선착장에서 관사까지 따라온 플로리다 지역의 관리들을 만나기 위해 응접실로 이동했고.

처음으로 들어오는 인물을 보고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하하하. 오랜만이군. 2함대 사령관.”

“오랜만에 뵙습니다. 전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응접실로 들어온 2함대 사령관인 김봉길이 정성국을 보고 인사하자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지. 그보다 왕실 가족이 움직일 때 2함대가 호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네가 직접 이곳으로 올 것으로 생각했는데 역시나로군.”

“어휴. 왕실 가족을 호위하는데 당연히 제가 직접 움직여야 하지요. 거기에 그동안은 전하의 옥음만 들었던 터라 이 기회에 전하의 용안을 볼 영광을 누리고 싶기도 했고요.”

능글맞은 표정으로 아부하는 김봉길을 보고 정성국은 네 속셈을 뻔히 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심심해서가 아니고?”

“하하하. 뭐 그것도 없진 않고요. 아시다시피 이곳이 요새 영 평온해서...”

이에 정성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토르투가 분함대의 최종명 그 친구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던데?”

“아. 최근 프랑스가 움직이고 있는 것 말입니까?”

“알긴 아는군?”

“물론이죠. 프랑스 해군이 네덜란드의 섬들을 공격했을 때부터 그에 관한 보고를 받았으니까요. 다만 당장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음?”

토르투가 분함대의 지휘관인 최종명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김봉길을 보고 정성국이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자 김봉길이 설명을 시작했다.

“이곳 카리브 해에 배치된 프랑스 해군은 겨우 10척 정도에 불과하고, 프랑스는 설탕을 비롯해 각종 작물을 재배할 카리브 해의 식민지가 꼭 필요한 만큼 절대 아국에 덤비지는 못할 테니까요.”

김봉길은 프랑스가 고작 작열탄 하나만 믿고 북미왕국에 덤빌 리는 없다고 확신하는 눈치였고, 정성국 역시 그 부분은 이견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물론 그야 그렇지. 다만 프랑스가 네덜란드의 소앤틸리스 제도를 모두 점령한 것에 만족하지 않고 히스파니올라 섬이나 푸에르토리코 섬을 공격하면 우리가 이용하는 항로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잖나.”

하지만 김봉길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야 그렇긴 합니다만...프랑스도 저희가 이용하고 있는 항로 주변에서 전투를 벌였다가는 저희가 항로의 안전을 이유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쯤은 알 겁니다. 그러니 저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저희가 이용하는 항로 주변에 함대를 보내지는 못할 테니 결국 프랑스가 공격할 곳은 산토도밍고뿐인데...산토도밍고의 요새는 튼튼하고 이곳에 배치된 에스파냐의 병력도 꽤 되는 터라 프랑스군이 과연 산토도밍고를 공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산토도밍고는 히스파니올라 섬 남서쪽에 위치한 항구로 히스파니올라 섬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곳이었다.

그렇기에 에스파냐는 히스파니올라 섬을 노리는 이들을 막기 위해 이곳에 튼튼한 요새를 건설하고 꽤 많은 병력을 배치하기도 했고, 프랑스는 이 산토도밍고에 배치된 병력이 부담스러워서 산토도밍고와 떨어진 서쪽을 공략했던 만큼 프랑스가 아무리 히스파니올라 섬을 탐낸다 하더라도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산토도밍고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김봉길의 예측이었다.

그리고 정성국은 김봉길의 의견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여겼고.

“흐음...듣고 보니 그 말도 일리가 있군. 그러니 당분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이거지?”

“그렇지요. 프랑스가 주변의 네덜란드 섬들을 점령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꽤 걸릴 텐데요. 뭐. 그리고 그 섬들을 안정시키고, 또 병력 일부를 각 섬에 묶어둬야 하니 프랑스 본토에서 추가로 함대나 병력을 파견하지 않는다면 산토도밍고를 공격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헌데 프랑스는 이곳에 추가로 함대나 병력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잖습니까.”

김봉길의 말처럼 프랑스는 현재 주변의 대부분 국가와 전쟁 중이었다.

물론 주변 국가가 연합해 프랑스를 공격하는데도 프랑스는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버텨내고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기는 했지만, 최근에 다른 국가들도 하나둘 작열탄을 개발해 배치하면서 그동안 압도적인 우위를 누리며 활개를 치던 해군의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서 조금씩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현재 유럽의 상황이 확 바뀌지 않는다면 프랑스 본국에서 이곳에 추가적인 지원을 하지는 못할 테니 프랑스는 네덜란드가 장악하고 있던 소앤틸리스 제도의 몇몇 섬들을 점령하는 것 정도로 만족할 거라는 김봉길의 의견에 정성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러니 당분간은 카리브 해는 평온하고 심심하니 날 따라오겠다 이거겠지?”

“하하하. 뭐 그렇죠. 그리고 북미 동해안 인근은 저희의 앞바다나 다름없으니 전하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저희가 임시 호위함대에 합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하와 왕실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만큼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북미 동해안이야 우리 북미왕국의 배 외엔 없고 상세한 해도까지 있으니 안전하고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기야 한데...뭐 상황을 보니 북미 동해안의 주민들도 내가 방문하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만큼 함대의 규모를 키워 볼거리를 만들어주는 것도 나쁠 것 없겠지. 이 기회에 연합 함대의 경험을 쌓는 것도 괜찮겠고. 특히 지금 임시 호위함대를 통솔하는 함대장은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조금 버거워하는 눈치라...”

그동안 1함대를 통솔해오던 부사령관은 당연히 새한성에 남았기에 임시 호위함대 소속의 함장 중 가장 선임이 임시 호위함대의 함대장을 맡았지만, 이런 대규모 함대를 맡아 본 경험이 없다 보니 여러모로 애를 먹는 눈치였다.

그것 때문에 약간의 잡음도 있었고.

물론 그런 경험을 쌓기 위해 이번에 임시 호위함대의 규모를 키운 것이었고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거라 믿고 있었지만, 김봉길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더욱 빠르게 그러한 경험을 습득할 거라 여겨 정성국이 김봉길과 2함대의 임시 호위함대 합류를 승인하자 김봉길은 자신만 믿으라는 듯 웃었다.

“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어차피 2함대에서도 할 것이 없어 2함대 사령부에서 행정 일만 줄창 하고 있으니 슬슬 1함대로 복귀하지 그러나. 슬슬 1함대를 재정비하고 지금처럼 군사청에서 각 함대에게 명령을 내리는 구조가 아니라 중간에 통합 해군 사령부를 하나 더 만들 생각인데.”

정성국의 말에 김봉길이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아. 최근 라위터르 제독이 이야기했던 대로 군사청을 개편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어느 정도는 개편할 생각이네.”

라위터르는 군사대학의 선생으로 예비 해군 사관들을 가르치면서도 정성국이 자신과 가족들에게 배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틈틈이 북미왕국의 군사 제도나 군사 행정 문제도 연구하면서 개선해야 할 점등을 상세히 적어 군사청으로 올렸고, 이 보고서의 내용은 정성국뿐만 아니라 여러 고위 무관들도 접한 터라 김봉길이 정성국의 이야기에 라위터르의 보고서를 떠올리고 묻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보고서대로 완전히 갈아엎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나둘 개편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나.”

“그건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1함대로 복귀해야지요. 다만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려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습니다만...”

“그거야 당연하지. 충분히 시간을 주겠네. 헌데 차기 2함대 사령관은 누구를 생각하고 있나?”

이에 김봉길은 미리 정해둔 이가 있었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지금 토르투가 분함대를 맡은 최종명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경험도 많은 편이고 인간관계도 괜찮은 편이라 더 경험을 쌓으라고 토르투가 분함대의 지휘관을 맡긴 것이기도 하고요.”

“흐음...뭐 괜찮겠군. 그러도록 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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