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8화
정성국은 대서양 방면 파나마 항구에서 이틀간 안토니오 부왕의 극진한 대접을 받은 후 안토니오 부왕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 배에 올랐다.
그리고 안토니오 부왕과 이곳에서 헤어져 다른 배편으로 새진주로 귀환할 대사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대서양 방면 파나마 항구에서 빠져나왔고.
이틀 후 중간 기착지인 토르투가 섬에 도착했다는 보고에 정성국은 갑판으로 나와 북미왕국의 영토 중 하나인 토르투가 섬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허. 이거 조금 의외군요.”
“예? 무엇이 말씀입니까.”
함께 갑판으로 나온 푸른 안개가 의아한 듯 묻자 정성국이 손으로 토르투가 섬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 저 토르투가 섬은 이전부터 해적섬으로 유명하지 않았습니까. 해서 섬 풍경이 조금 으스스하거나 살풍경하지 않을까 싶었는데...무척 아름다운 섬이로군요.”
함대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었기에, 지금 정성국과 푸른 안개가 보는 곳은 섬의 남쪽 해안이었고, 이곳의 풍경은 정성국의 말처럼 확실히 아름다웠기에 푸른 안개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확실히 그렇군요. 저 하와이 제도의 섬들도 무척 아름다운 섬들이었는데...지금 보니 이 토르투가 섬도 그에 못지않군요.”
“예. 일종의 휴양지로 개발해도 나쁘지 않아 보이는데요? 일단 하와이 제도 보다는 본토에서 가까운 편이기도 하고. 섬이 작은 편이라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흠. 그것도 괜찮겠군요. 특히 나중에 플로리다 지역까지 철도가 부설되고, 남쪽에 항구가 들어서면 거의 하루면 도착하는 곳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정성국과 푸른 안개가 토르투가 섬을 보고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함대가 토르투가 섬의 선착장에 정박했고, 배에 올라와 자신을 알현하려는 2함대 소속 토르투가 분함대의 지휘관을 보고 정성국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누군가. 종명이 아닌가. 오랜만일세.”
정성국이 자신을 기억하는 눈치이자 최종명은 감동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정성국을 바라보았다.
“...시일이 흘렀는데도 소장을 기억하시는군요. 전하.”
“하하하. 기억하다마다. 원상 시절부터 김봉길을 따라 배를 타지 않았었나. 그리고 내가 처음으로 태평양을 횡단해 북미 대륙을 탐사했을 때 자네는 조타를 맡았었고?”
“그...그렇습니다. 전하.”
“뭐 나중에 2함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통해 자네가 이 토르투가 분함대의 지휘관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안심하기도 했네. 자네라면 분함대를 잘 지휘할 거라 믿었거든.”
시간이 흘렀고 북미왕국의 국왕이 된 정성국이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고 있는 것도 감동적이었는데 정성국이 자신을 믿는다는 이야기까지 듣자 최종명은 감격스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그런 최종명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은 정성국은 그의 어깨를 슬쩍 두드려 준 후 이곳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그래. 2함대를 통해 새한성으로 보내지는 보고로는 요새 카리브 해 전체가 무척 평온하다면서?”
이에 최종명은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보고를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프랑스와의 전쟁 이후 이 토르투가 섬과 생크루아 섬이 북미왕국의 영토가 되면서, 그리고 저희 토르투가 분함대가 활동하고, 그 이후 생크루아 분함대가 창설되어 활동하면서 그동안 카리브 해에서 활동하던 해적들과 사략선들은 대부분 카리브해를 떠나거나 아니면 저희를 피해 카리브 해 남쪽에서만 제한적으로 활동했었습니다. 그러나 3년 전부터 파나마 운하 공사가 시작되었고 2함대에서 파나마 운하로 물자를 수송하는 수송선들을 호위한다는 명목으로 파나마 인근까지 돌아다니면서 해적들의 활동 범위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지요. 그러다 보니 남아있던 해적들도 결국 다른 지역으로 떠나 최근에는 해적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다만?”
“최근에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의 불길이 이곳으로 번지는 기미가 보여 조금 걱정입니다.”
최종명의 보고에 정성국은 신음을 흘렸다.
“끙...프랑스가 움직이고 있는 건가? 이 카리브 해에서?”
“그렇습니다. 처음 전쟁이 벌어질 때만 하더라도 이 카리브 해에 배치된 프랑스 해군의 경우 본국의 명령을 받았는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에스파냐나 네덜란드야 프랑스 해군이 개발한 작열탄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기에 감히 프랑스를 공격하지 못했고, 그래서 카리브 해는 무척 조용한 편이었지요. 헌데 최근 프랑스 해군이 움직이면서 상황이 조금 변했습니다.”
“프랑스 해군이 움직였다라...그럼 저 히스파니올라 섬을 노리는 건가?”
토르투가 섬 바로 남쪽에 있는 히스파니올라 섬은 이전부터 프랑스가 신대륙의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탐내던 섬이었다.
그 때문에 이 토르투가 섬을 점유한 후 이곳에서 세력을 키워 남하해 히스파니올라 섬 서쪽을 점유했었고.
그러다 북미왕국과의 충돌로 카리브 해에 배치된 프랑스 해군들도 2함대에 의해 태반이 가라앉자 에스파냐는 이를 기회로 보고 히스파니올라 섬을 점유하고 있던 서쪽의 프랑스인들을 공격해 모두 내쫓았었고.
그런 만큼 프랑스가 이 카리브 해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당연히 히스파니올라 섬을 노릴 거라 생각해 정성국이 시선을 돌려 남쪽에 있는 거대한 섬을 바라보며 묻자 의외의 대답이 들려왔다.
“아닙니다. 주변의 네덜란드가 장악한 섬들을 노리고 있더군요.”
“음? 네덜란드가 장악한 소앤틸리스 제도의 섬들 말인가?”
정성국이 의아한 표정으로 최종명을 바라보며 되묻자 최종명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프랑스로서는 그런 작은 섬들보다야 에스파냐의 히스파니올라 섬이나 푸에르토리코 섬 같은 커다란 섬이 더 탐나겠지만, 아무래도 이들 섬 주변 해역은 저희가 순찰하고 있다 보니 잘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판단한듯합니다.”
프랑스는, 특히 프랑스령 서인도 제도에 배치된 프랑스 해군의 경우는 일방적으로 깨진 기억이 있었기에 북미왕국 해군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토르투가 분함대와 생크루아 분함대가 주변 해역을 순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있는 히스파니올라 섬이나 푸에르토리코 섬의 해역도 순찰했고, 그 때문에 프랑스는 이쪽을 공격하기보다는 가까운 소앤틸리스 제도의 섬들을 공격한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네덜란드엔 안된 일이지만 그나마 다행이로군. 파나마 운하가 개통된 상황에서 프랑스가 히스파니올라 섬을 다시 탈환하겠다며 공격하면 항로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프랑스가 히스파니올라 섬을 공격한다 하더라도 미치지 않고서야 주변 해역을 이동하는 북미왕국의 선박을 공격하지는 못할 테지만, 포탄에는 눈이 없고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해역 근처를 이동하는 것은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해서 그렇게 이야기하자 최종명은 비슷한 심정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혹시나 하는 얼굴로 덧붙였다.
“그렇지요. 다만 프랑스가 네덜란드가 장악한 소앤틸리스 제도의 섬들을 점령하면 그 기세를 몰아 히스파니올라 섬이나 푸에르토리코 섬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흐음...뭐 네덜란드가 장악한 소앤틸리스 제도를 다 점령한다고 해도 푸에르토리코 섬 하나에 미치지 못하는 판국이니 당연히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알겠네. 일단은 프랑스의 움직임을 상세히 파악하도록 하고...정말 프랑스가 히스파니올라 섬을 공격하면 곧바로 알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 * *
그렇게 정성국이 최종명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호위대는 모두 배에서 내려 선착장 주변에 자리 잡고 경계를 시작했다.
이를 호위대장이 보고하자 정성국은 곧바로 배에서 내려 항구를 둘러보았고.
전형적인 북미왕국의 항구 도시로 보이는 토르투가 항의 모습에 정성국이 조금 아쉬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흐음...이전에 프랑스가 지었던 건물들은 모두 부순 건가?”
“아. 저쪽에 상태가 괜찮은 건물들 몇 개는 남겨두긴 했습니다만...대부분은 철거했습니다. 이곳은 따뜻하다 보니 큰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개발청 관리들이 보기엔 비도 제대로 못 막을 건물을 남겨둘 필요가 있느냐면서 다 철거해버렸지요.”
정성국을 따라온 토르투가의 행정청 관리가 대답하자 정성국이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었겠지. 그보다 이 섬의 주민들이 얼마나 되나?”
“최근에 3천 명을 조금 넘겼습니다.”
“그래? 의외로 꽤 많네?”
프랑스와 조약을 통해 이 섬을 얻었을 때는 거의 무인도에 가까웠기에 정성국이 의외라는 듯 중얼거리자 행정청 관리가 대답했다.
“위장 상단을 동원해 서인도 제도 인근의 노예들을 사들여 해방해 이들을 백성으로 삼은 지도 벌써 3년이 넘었으니까요. 이곳 말고 생크루아 섬의 인구는 최근 5천 명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 생크루아 섬의 인구가 더 많다고?”
생크루아 섬의 경우는 이곳 토르투가 섬보다 개발이 조금 늦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곳보다 인구가 더 많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의아한 듯 질문을 던지자 행정청 관리가 주변의 산맥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곳과는 달리 생크루아 섬은 평지가 넓어 각종 작물을 재배하기에 적합하다 보니 최근에 사들이는 노예들은 주로 생크루아 섬으로 보내고 있어서 말입니다.”
확실히 토르투가 섬은 대규모 농장을 짓기엔 지형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정성국은 상황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뭐 생크루아 섬은 본국과 멀긴 하니 자체적으로 식량을 생산하면 나쁠 것 없으니 괜찮은 선택이네.”
“그렇지요. 그리고 인구가 더 늘어난다면 상품 작물들도 재배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상품 작물이라...뭐 나쁠 것 없겠지. 그보다 저기 저 백인들은 뭐야? 복식을 보아하니 저들도 우리의 백성인 것 같은데?”
정성국이 저 멀리서 북미왕국의 복식을 하고 정성국을 보고 환영하듯 손을 벌리고 있는 백인 무리를 보고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이 토르투가 섬은 무인도였기에 이곳의 주민들은 위장 상단에서 사들인 노예들이었기에 모두 흑인만 존재할 거라 여겼는데 생각외로 백인들의 규모도 꽤 되었기에.
“위장 상단이 사들인 유럽 출신 노예들입니다.”
“음? 유럽 출신 노예? 남성 노예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다고?”
“그렇습니다. 카리브 해 지역과 남미의 노예 수요는 무척 큰 편이기도 하고, 최근에는 유럽 내의 전쟁이 벌어지면서 유럽 출신 백인 노예들이 급증한 상황이라서 말입니다.”
신대륙에서 나는 설탕, 담배, 카카오 같은 작물들은 유럽에 무척 비싸게 팔렸다.
당연히 유럽 각국은 자신들이 보유한 식민지에 대규모 농장을 건설해 이러한 상품 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노예 수요는 점차 커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럽인들은 노예를 일종의 소모품으로 보고 가혹하게 일을 시킨 후 병이 들거나 쇠약해지면 그냥 새로운 건장한 노예를 사자는 마인드였으니까.
여기에 북미왕국에서 캐롤라이나 지역이나 토르투가 섬, 생크루아 섬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여러 위장 상단을 통해 노예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노예 수요는 폭증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최근에 유럽에서 전쟁이 벌어지면서 다른 곳으로 관심이 쏠리자 바르바리 해적들이 더 활개를 치면서 유럽 출신 백인 노예가 많아졌고, 이들이 모두 카리브 해로 보내진다는 행정청 관리의 설명에 정성국은 혀를 찼다.
“그것 참...그래서 위장 상단에서 유럽 출신 백인 노예들을 사들여 이곳에다 해방한 건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백인 노예들의 경우 유럽 출신이라 북미 동해안 지역이나 내륙 지역으로 보내는 것도 고려하긴 했습니다만...최근 유럽 출신 백인 노예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출신 백인 노예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보내면 토르투가 섬이나 생크루아 섬의 발전이 더뎌질 수도 있을뿐더러, 북미 동해안 지역과는 달리 어차피 백인이든 흑인이든 다 노예였으니 한 지역에 섞어둔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판단했습니다. 실제로도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고요.”
정성국이 북미 동해안 지역의 흑인 노예들을 캐롤라이나 지역으로 이주시킨 것은 이전에 북미 동해안 지역의 백인들이 흑인 노예들의 주인이었기에 그냥 내버려 두면 악영향이 있을 거라고 여겨 분리했었지만, 이곳의 경우는 피부색에 상관없이 결국은 다 노예 출신이었다.
그리고 언제까지 인종에 따라, 출신에 따라, 피부색에 따라 정착 지역을 분리할 수도 없었기에 정성국은 오히려 행정청 관리의 조치에 만족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그거 다행이군. 헌데...유럽 출신 노예들은 아프리카 출신의 노예들과는 달리 고향이 파괴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러니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을 터인데?”
백인 노예들의 경우 이미 고향이 모두 파괴되어 고향에 별다른 미련이 없는 흑인들과는 상황이 조금 달랐기에 정성국이 묻자 행정청 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족들이 고향에 남아있는 이들의 경우 위장 상단에 의해 이곳으로 팔려온 후 노예 신분에서 해방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본국으로 돌아갈 방법이 있는지 묻는 이들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원한다면 유럽으로 가는 배편을 주선해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라 세비야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여비가 필요할 테니 당분간은 이곳에서 일하면서 여비를 번 후 돌아갈 것을 제안했고요.”
조금 묘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행정청 관리를 보고 정성국은 피식 웃었다.
“일단 잡아두고 정착하라고 설득한 모양이군.”
이에 행정청 관리가 씩 웃으며 답했다.
“굳이 설득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여비를 벌면서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미왕국의 백성이 되면 얻게 될 여러 혜택 등을 알게 되었고...유럽에도 북미왕국이 부유하고 북미왕국 백성들이 무척 풍족하게 산다는 사실 정도는 잘 알려져 있었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고향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킬 방법은 없는지 묻기 시작했지요.”
“역시나...”
외무청에서 유럽에 대사관을 설립한 이후로, 정보기관에서도 외무청 관리로 위장하고 이곳에 사람을 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북미왕국의 정보를 퍼트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유럽의 평민들도 북미왕국이 무척 부유하다는 소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확실히 북미왕국은 부유했고, 본국에서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부드러운 빵과 고기, 설탕으로 만든 잼 등을 먹을 수 있으니 고향으로 돌아가기보다는 가족들을 이곳으로 불러오고 싶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짐작한 정성국이 고개를 젓자 행정청 관리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해서 외무청의 협조를 받아 유럽의 상인들을 통해 북미왕국의 백성이 된 이들의 가족을 수소문해 이곳으로 이주시키고 있고요.”
“흐음...그게 가능한가? 저들 중에는 에스파냐 출신도 있을 텐데?”
바르바리 해적들은 보통 지중해 연안을 약탈하는 만큼, 저기 보이는 백인 노예들 가운데는 에스파냐 출신도 있을 테고, 에스파냐 백성들은 북미왕국의 사정에 비교적 해박해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려는 이들이 꽤 많았기에 에스파냐와 논의 끝에 이들의 이주는 받지 않겠다고 약속한 터라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자 행정청 관리가 답했다.
“맞습니다. 저들 중 일부는 에스파냐 출신이고 에스파냐는 자국인이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는 것을 꺼리지요. 다만 외무청에서 에스파냐를 설득해 저들의 직계 가족에 한하여 북미왕국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협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에 옆에 있던 푸른 안개가 슬쩍 입을 열었다.
“지금 에스파냐의 사정을 생각하면 저희의 제안을 매몰차게 거절하기도 어렵잖습니까. 그래서 협상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으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행정청 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의 가족들이 하나둘 이 섬에 정착하다 보면 인구가 늘어날 것 같으니 미리 준비해 두게.”
“알겠습니다. 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