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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534화 (534/850)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도 북미왕국의 함대는 빠르게 이 태평양 방면의 파나마 항으로 다가왔고, 덕분에 북미왕국의 배를 자세히 살필 수 있었던 안토니오 부왕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 저거 어째 수송선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말에 관리가 급히 망원경으로 북미왕국 함대를 관찰한 후 신음을 흘렸다.

“으음...겉으로 봐선 지급 전선과 인급 전선으로 보입니다.”

관리의 대답에 안토니오 부왕과 보좌관은 놀란 표정으로 관리를 바라보았다.

“북미왕국 해군이라고?”

“그렇습니다.”

아무런 사전 설명도 없이 북미왕국 해군이 나타났기에 안토니오 부왕이 조금 굳은 표정으로 북미왕국 함대를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북미왕국 해군이 왜 이곳에 나타난 거지?”

“그건 저도 잘...”

관리가 고개를 저을 때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아마도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저 전선들을 대서양 방면의 2, 4함대에 배치하기 위함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해군을 보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북미왕국이 이 파나마 운하를 건설한 이유도 태평양과 대서양의 배들을 자유롭게 이동시키기 위해서였으니까요.”

“그렇긴 한데...”

그런 경우라면 북미왕국에서 에스파냐에 미리 통보할 수도 있었는데, 북미왕국에서 해군 함대의 이동 계획을 미리 알리지 않은 것이 조금은 걸리기는 했다.

다만 북미왕국이 지금 이 시점에서 파나마 지역을 점령하겠다고 군대를 보낼 리도 없는 만큼 에스파냐 부왕이 보좌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망원경을 통해 그 강력하기로 소문난 북미왕국의 해군 전선들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음? 저 함대 가운데에 있는 배. 저거 5천 톤급 수송선이 맞나? 조금 큰 것 같은데?”

“어? 아닙니다. 처음 보는 선박입니다.”

“호오. 그래?”

관리의 대답에 안토니오 부왕은 북미왕국이 새로 건조한 선박을 흥미로운 눈초리로 자세히 관찰하다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어느덧 꽤 가까워진 북미왕국 함대를 바고 중얼거렸다.

“허.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장관이로군. 특히 가운데에 있는 저 커다란 배는 마치 바다를 떠다니는 요새처럼 보이기도 하고.”

“확실히...”

보좌관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고, 북미왕국 함대가 항구에 다가오면서 북미왕국 함대를 인식한 본국의 귀족들도 북미왕국 함대의 위용을 보고 감탄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북미왕국 함대는 항구에 가까이 다가온 후 함대 진형을 풀고 배의 속도를 줄이고 있었고, 이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관리는 가장 커다란 배에서 깃발이 올라오자 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몹시 당황하기 시작했다.

“어?!”

그런 관리의 반응에 옆에 있던 안토니오 부왕이 의아하다는 듯 관리를 바라보았고.

“왜 그러나?”

“지금 저 커다란 배에 올라오고 있는 깃발을 보십시오. 부왕 전하.”

“음? 저건...독수리 깃발인가? 잠깐만. 독수리 깃발은 북미왕국의 왕실기 아닌가?”

안토니오 부왕이 가장 큰 배에서 올라오고 있는 깃발을 확인 후 고개를 갸웃하자 관리가 대답했다.

“마...맞습니다. 북미왕국의 왕실기. 맙소사...”

그런 관리의 반응에 안토니오 부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관리를 바라보았다.

“음? 뭘 그렇게 놀라는 건가? 푸른 안개가 타고 있을 테니 왕실기가 올라올 수도 있지 않나?”

푸른 안개도 왕실 인사였고, 그런 푸른 안개가 저 배에 탑승했을 테니 왕실기가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안토니오 부왕이었다.

그리고 관리는 그런 부왕의 말에 급히 저 왕실기의 의미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아닙니다. 북미왕국 국기와 같은 검은색, 흰색, 노란색, 이렇게 3색이 들어간 왕실기는 오로지 북미왕국의 국왕만이 사용할 수 있는 깃발입니다.”

그 말에 순간 안토니오 부왕은 당황했다.

“...뭐?! 그럼 지금 저 배에 북미왕국의 국왕이 타고 있다는 소린가?!”

“그...그런 것 같습니다.”

관리의 대답에 안토니오 부왕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하고 있을 때 보좌관이 안토니오 부왕을 보고 말했다.

“부왕 전하. 저기 북미왕국인들의 반응을 보십시오.”

안토니오 부왕이 보좌관이 가리키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한창 5천 톤급 수송선에 건설 장비를 비롯한 각종 화물을 싣고 있다가 북미왕국의 함대가 나타나자 잠시 휴식을 취하며 느긋하게 이를 구경하고 있던 북미왕국인들이 무척 당황하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보였다.

더불어 근처 창고를 지키고 있던 북미왕국의 병사들도 부랴부랴 선착장으로 달려 나오기 시작했고.

그 혼란스러운 광경을 보면서 안토니오 부왕은 정말 저 배에 북미왕국의 국왕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관리가 안토니오 부왕에게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저...부왕 전하. 어쩔까요?”

그 말에 안토니오 부왕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뭘 어쩌나. 당장 관리를 보내 저 배에 정말 북미왕국의 국왕이 탑승했는지 알아보게.”

“아...알겠습니다.”

관리가 급히 달리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안토니오 부왕은 다시 커다란 왕실기가 펄럭이는 커다란 북미왕국의 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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