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2화
“허. 정말 3년 만에 운하를 완성할 줄이야...북미왕국의 기술력이 새삼 무섭군.”
누에바 에스파냐의 안토니오 부왕이 공사가 끝난 파나마 운하를 바라보고 나직하게 감탄사를 내뱉자 옆에 있던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더불어 이건 일반적인 운하도 아니잖습니까. 무려 산 위에 운하를 만든 셈이니까요.”
“그렇지. 여기서 보니 운하가 산 위에 있다는 것이 확실히 실감 나는군. 이곳도 생각보다 높은 것 같은데?”
안토니오 부왕과 보좌관의 대화에 뒤쪽에 있던 파나마 지역의 관리가 입을 열었다.
“예. 저 대서양과 이곳의 높이 차이는 무려 26m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시범 운행을 했을 때 저 밑에서 보면 배가 마치 산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라 무척 경이로웠습니다.”
“허허허...”
안토니오 부왕이 관리의 말에 고개를 젓고 있을 때 파나마 운하 공사가 거의 완료되어 개통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에스파냐 본국에서 파나마 운하를 방문한 풍채가 좋은 한 귀족이 관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딱 봐도 이 운하와 저 대서양 사이에는 높이 차이가 심한데 어떻게 배가 이 운하를 이용할 수 있는 건가?”
이에 파나마 운하 주변을 둘러보던 다른 귀족들도 궁금했는지 관리를 바라보았고, 귀족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느낀 관리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손을 들어 대서양과 파나마 운하 사이에 존재하는 3개의 갑문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 보이는 갑문들이 수위를 조절해 배를 해발 26m 위에 있는 이 파나마 운하로 올려보내는 겁니다. 일종의 승강기라고 해야 할까요?”
“승강기라고?”
승강기 자체야 인력으로 움직이는 승강기가 유럽에도 이미 존재했고, 전기를 이용해 움직인다는 북미왕국의 승강기도 많이 알려졌기에 이렇게 설명하면 귀족들이 다들 이해할 거라고 여긴 관리였지만, 귀족들의 표정은 아리송해 보였기에 관리는 자세히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일단 저 갑문의 구조에 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갑문은 바깥쪽에 있는 외측 갑문, 안쪽에 있는 내측 갑문, 그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인 선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 갑문이 저 공간 전체를 의미하는 거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만약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려는 배가 대서양 방면에서 온다면 저 대서양 쪽에 있는 외측 갑문이 열리고 배는 대서양 1번 갑문 안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그 후 외측 갑문은 닫히고 운하의 물을 아래로 흘리면 저 갑문 안쪽의 선거에는 물이 차오르게 되지요.”
관리가 거기까지 설명하자 처음 질문을 던졌던 풍채 좋은 귀족이 그제야 파나마 운하의 구조에 대해 이해한 것인지 탄성을 터트렸다.
“아! 물이 차오르면 자연스럽게 배도 지상보다 높게 뜨는 셈이로군!”
“그렇습니다. 그렇게 물이 차올라 배가 지상에서 10m 정도 올라가게 되면 내측 갑문이 열리고 배는 다시 안쪽으로 이동해 대서양 2번 갑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 대서양 2번 갑문에서 다시 8m 정도 올라가게 됩니다. 그 후 대서양 3번 갑문에서 다시 8m 정도 올라가면 인공적으로 조성한 가툰 호수에 도달하게 됩니다.”
관리의 설명에 옆에 있던 키가 크고 화려한 복식이 인상적인 귀족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어...지금 이 호수가 인공적으로 조성한 호수라고 말한 건가? 원래 존재하던 호수가 아니고?”
다른 귀족들도 놀란 표정으로 옆에 보이는 가툰 호수를 바라보고 있을 때 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곳의 지형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물만 채우면 산중 호수를 만들 수 있고 그러면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운하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저쪽에 가툰 댐이라는 거대한 댐을 건설해 이곳으로 흘러드는 강물을 가둘 수 있게 만들었지요. 그리고 운하 공사가 끝난 후엔 댐을 닫아 이곳에 물을 채웠고요.”
“허어...”
물론 호수를 만든다는 것 자체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귀족들도 정원을 가꾸기 위해 호수를 만들기야 했으니까.
하지만 정원에 존재하는 조그마한 호수와 수십, 아니 수백 척의 배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거대한 가툰 호수를 만들고 그 인공 호수를 운하의 일부로 써먹는 북미왕국의 스케일에 본국에서 온 귀족들은 새삼 질린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고.
관리 역시 처음 이 계획을 들었을 때는 북미왕국이 미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던 만큼, 그런 귀족들의 얼굴에 나타나는 감정을 충분히 이해했기에 살짝 미소지으며 계속해서 운하에 관해 설명했다.
“그리고 이 가툰 호수에서 약 24km 정도 남쪽으로 항해하다 보면 파나마 통로가 나오게 되는데 그건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운하의 모습과 무척 흡사할 겁니다.”
“그런가?”
“예. 그리고 그 파나마 통로를 따라 약 21km 이동하게 되면 태평양 2번 갑문과 1번 갑문을 거쳐 다시 26m 밑으로 내려가 태평양에 도달하게 되지요.”
“아. 태평양 쪽의 갑문은 2개뿐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경사 문제 때문에 그렇게 지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관리가 파나마 운하에 관한 설명을 마치자 본국의 귀족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그보다 설명을 들어보니 정말 놀랍군요. 단순히 그냥 양 해협 사이를 뚫어 운하를 만든 것이 아니었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엔 파나마 지역에 운하를 판다길래 그냥 배 한두 척 정도가 지나갈 조그마한 통로를 생각했었는데...”
“예. 이 파나마 운하는 정말 경이로울 정도군요,”
“더불어 이런 운하를 설계하고, 3년 만에 완공시킨 북미왕국의 능력은...허. 정말 놀라울 정도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일반적인 운하도 아니고 이런 정교한 운하라니...”
그렇게 본국의 귀족들이 말만 들어왔던 북미왕국의 기술력을 실감하고 있었을 때, 풍채 좋은 귀족이 바로 눈앞에 있는 대서양 3번 갑문의 내측 갑문을 바라보고 관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헌데 지금 여기 보이는 이 내측 갑문은 재질이 철인가?”
“그렇습니다. 무려 2m 두께의 강철이지요.”
“폭이나 높이도 정말 대단한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갑문의 폭이 40m에 달하다 보니 지금 보시는 저 2개의 내측 갑문 하나의 폭은 20m에 달하고, 높이는 10m 정도입니다. 다만 이 대서양 3번 갑문의 내측 갑문이 제일 작고 가장 큰 태평양 1번 갑문의 외측 갑문의 높이는 무려 19m에 달하지요.”
관리의 설명에 질문을 던진 풍채 좋은 귀족은 거대한 강철 갑문을 상상하고 다시 한번 탄성을 질렀다.
“허. 대단하군.”
관리의 설명에 본국의 귀족들이 가까이에 있는 갑문을 바라보고 있을 때 키가 큰 화려한 복식의 귀족이 질문을 던졌다.
“그런 거대한 강철 갑문들을 이곳에서 직접 만들진 않았을 테고...설마 북미왕국에서 만들어서 이곳까지 가져온 건가?”
“그렇습니다. 북미왕국은 저 갑문을 수송하기 위해 전용 수송선까지 건조해 이곳으로 가지고 왔지요.”
갑문을 수송하기 위해 전용 수송선까지 건조해 이곳까지 운반했다는 이야기에 키가 큰 귀족이 질린 표정을 지었을 때 풍채 좋은 귀족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헌데 그 거대한 무게의 갑문을 정말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건가?”
“그렇습니다.”
“놀랍군. 북미왕국의 증기기관 기술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알지만, 그 정도의 갑문이라면 무게가 장난 아닐 텐데...”
그 말에 키가 큰 귀족이 뭐 그리 놀랄 일이냐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뭐 북미왕국이야 거대한 철선을 건조해 그걸 증기기관으로 움직이고 있잖습니까. 그것에 비하면 저 갑문을 여닫는 증기기관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지요.”
“아...”
북미왕국에서 5천 톤급 수송선이라는, 거대한 철선을 대량 건조해 운용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기에 귀족들이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을 때 키가 큰 귀족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관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보다 그 갑문과 연결된 증기기관을 잘 관찰해 연구하면 우리 에스파냐의 증기기관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겠군?”
이에 관리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쉽게도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음? 어째서?”
키가 큰 귀족이 관리의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자 관리가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북미왕국에서도 기술 유출을 우려한 탓인지 이곳에 남겨두는 모든 증기기관은 바깥에서 그 구조를 살펴보기 어렵게 개조한 모양입니다.”
“아니. 그게 정말인가?”
“그렇습니다. 갑문을 이용하는 장치 말고도 지금 저기 보이는 예인선들도 모두 증기기관이 장착되어 있습니다만...저기에 있는 증기기관들도 그 구조를 제대로 보기 어렵게 철판으로 안쪽을 메워버린지라...증기기관을 부수지 않고서는 내부 구조를 살피기는 어렵다는 것이 기술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그 말에 북미왕국의 증기기관을 연구해 북미왕국처럼 커다란 배를 증기기관으로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던 본국의 귀족들이 혀를 차며 아쉬워하고 있을 때 키가 큰 귀족이 고개를 돌려 호수의 선착장에 나란히 정박해 있는 예인선들을 바라보고 말했다.
“갑문에 설치된 증기기관이야 중요하니 섣불리 건드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 예인선은 여러 대나 되는데...그중에 한 대 정도는 분해해도 괜찮지 않나?”
그 말에 관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일단 저 예인선은 북미왕국에서 아국과 북미왕국이 공동으로 지분을 가진 파나마 운하 운영 회사에 대여해준 것입니다. 그런 만큼 저희 마음대로 예인선을 빼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으음...”
북미왕국에서도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이런저런 조처는 다 해두었다는 이야기에 키가 큰 관리가 신음을 흘리고 있을 때 옆에서 관리의 설명을 듣고 있던 안토니오 부왕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예인선을 어떻게 빼돌려 분해해 북미왕국이 사용하는 증기기관 설계도를 얻었다고 칩시다. 그렇게 되면 예인선의 숫자가 빌 수밖에 없어 북미왕국도 그 사실을 곧 알아차릴 텐데 기술 유출에 민감한 북미왕국이 과연 가만히 있겠습니까?”
“아...”
“북미왕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이 신대륙에서 우리 에스파냐의 영향력은 순식간에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합니다.”
안토니오 부왕의 말에 키가 큰 귀족은 인상을 찌푸렸다.
“허. 부왕 전하. 그건 북미왕국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닙니까?”
“전혀요. 우리 에스파냐의 해군은 북미왕국의 해군을 당해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북미왕국이 1함대와 2함대를 움직이는 순간 우리는 이 신대륙에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으음...”
강력한 북미왕국 해군을 에스파냐 해군으로 막는 것은 무리라는 사실을 잘 아는 키가 큰 귀족이 별다른 반박을 못 하고 신음을 흘리고 있을 때 그 옆에 있던 풍채 좋은 귀족이 심각한 표정으로 안토니오 부왕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 신대륙에 배치된 병사들로 북미왕국의 육군을 물리치기는 어렵다는 뜻이로군요.”
이에 북미왕국의 병사들은 모두 후장식 소총으로 무장했고, 탐사대의 경우는 회전 단총이라고 불리는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무기까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본국의 귀족들이 신음을 삼키고 있을 때 오히려 안토니오 부왕은 씁쓸히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한데...제 생각에 아마 그런 경우라면 북미왕국은 굳이 육군을 움직이지도 않을 겁니다.”
“예? 그게 무슨 뜻입니까?”
“북미왕국이 우리를 이 신대륙에서 몰아낼 마음을 먹었다면 저 시베리아 지역에 했던 것처럼 멕시코 원주민들을 선동하고 무기와 식량을 제공하겠지요. 그러면 멕시코 원주민들은 북미왕국이 원하는 대로 우리를 공격할 테고...순식간에 우리는 이 지역에 대한 지배권을 잃게 될 겁니다.”
“허...”
키가 큰 귀족은 안토니오 부왕의 말에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풍채 좋은 귀족은 안토니오 부왕이 본국으로 보낸 보고서들을 떠올리고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왕께서는 그렇게 북미왕국과 우호적으로 지내야 한다고 하신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북미왕국의 국왕은 온건한 편이고 영토 확장에 커다란 욕심은 없어 지금까지 우호적으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만...굳이 저희가 먼저 북미왕국을 건드려 저들이 움직일 빌미를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북미왕국의 증기기관 기술은 분명 대단한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 가치가 과연 신대륙 전체일지는 의문일뿐더러 본국에서도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는 시점 아닙니까.”
안토니오 부왕의 말처럼 북미왕국의 증기기관을 보고 그 효용성을 깨달은 에스파냐에서는 지금까지 학자와 기술자들을 불러 증기기관을 연구했고, 그 결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러니 북미왕국의 증기기관 기술을 탐내다 북미왕국과 척을 지는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안토니오 부왕의 이야기에 풍채 좋은 귀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확실히 그렇군요. 조금 더 빠르게 증기기관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북미왕국과 척을 지는 것은 확실히 수지타산이 안 맞는 느낌이에요.”
이에 다른 귀족들도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누에바 에스파냐의 가치는 무척 컸기에.
다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고, 이를 느낀 풍채 좋은 귀족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야기의 주제를 바꾸었다.
“그보다 개통식은 모래였지요?”
이에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조금 곤란함을 느꼈던 안토니오 부왕은 이를 반기며 직접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때 여러분께서는 배가 실제로 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모습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호오...”
“오. 그거 기대되는군요.”
안토니오 부왕의 설명에 다른 귀족들 사이에는 개통식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퍼져나갔고, 이에 안토니오 부왕이 안도하고 있을 때 풍채 좋은 귀족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헌데 이곳에서 개통식을 진행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이 대서양 방면에서 하는 것이 아닌 저 남쪽의 태평양 방면 파나마 운하에서 진행됩니다.”
“그래요?”
굳이 이곳이 아니라 저 남쪽의 태평양 방면에서 개통식을 하는 이유라도 있느냐는 표정이었기에 안토니오 부왕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 처음으로 이 파나마 운하를 이용하는 배는 북미왕국의 배였으면 좋겠다고 북미왕국 측에서 요청하기도 했고...작은 갤리온보다는 커다란 북미왕국의 배가 처음으로 운하를 이용하는 것이 더 인상적일 것 같아서 북미왕국의 요청을 받아들였지요.”
“허허허. 갤리온이 작다니...”
풍채 좋은 귀족은 자신들이 타고 온 커다란 갤리온을 작다고 표현하는 안토니오 부왕의 말에 헛웃음을 짓자 안토니오 부왕이 그런 풍채 좋은 귀족을 보고 슬쩍 미소지으며 말했다.
“이번에 북미왕국의 왕실 인사인 푸른 안개가 직접 개통식에 참석한다고 알려왔는데, 푸른 안개가 타고 오는 배를 직접 본다면 더는 갤리온이 크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마닐라 갤리온보다도 클 테니까요.”
북미왕국의 배가 거대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만큼 안토니오 부왕의 말에 수긍한 풍채 좋은 귀족은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어 질문을 던졌다.
“헌데 태평양 방면은 이곳에서 약 60km 떨어져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개통식을 모래에 태평양 방면에서 하려면 빨리 이동해야 할 것 같은데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됩니까?”
아무래도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마차의 이동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은 이상 지금이라도 빨리 마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표정을 짓는 풍채 좋은 귀족을 보고 안토니오 부왕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시지요. 태평양 방면으로 이동하는 것은 3시간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예? 3시간이요?”
“그렇습니다. 기차를 이용하면 되거든요.”
안토니오 부왕의 말에 본국의 귀족들은 눈이 번쩍 떠졌다.
북미왕국의 기차는 워낙 유명했었으니까.
“기차! 북미왕국의 그 기차 말입니까?”
“이곳에도 설치되어 있다더니!”
그런 귀족들의 반응에 안토니오 부왕은 웃음을 터트리고 진정하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예. 내일 기차를 타고 곧바로 이동하면 되니 일단 오늘은 저곳에 마련된 숙소에서 편히 쉬시고 내일 기차에 탑승하시면 됩니다. 그러니 일단 숙소로 이동하시지요.”
그러면서 관리에게 눈치를 준 후 발걸음을 옮기는 안토니오 부왕이었고 귀족들은 안토니오 부왕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며 웃음을 터트렸다.
“드디어 그 기차를 직접 보는군요. 이번에 이곳에 오길 참으로 잘한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러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