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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514화 (514/850)

514화

정성국은 강평화의 연락을 받고 즉각 집무실을 나와 연구청으로 방문했다.

강평화와 장인들이 마침내 기관총의 개발을 완료했다는 보고에 직접 실물을 보고 싶었기에.

그렇게 정성국은 연구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수많은 연구원, 장인들에게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이며 급히 연구청 뒤편에 있는 사격 시험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스승님. 오셨습니까.”

무기 시험장에는 이미 정성국을 기다리고 있던 박기동, 강평화가 정성국을 보고 인사했고, 정성국은 두 제자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오랜만이네. 헌데 평화야. 너는 어째 좀 마른 것 같은데?”

“기관총을 만드느라 고생하다보니...”

강평화가 슬쩍 정성국의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자 정성국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타박했다.

“쯧쯧. 내가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연구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너희들의 건강이니 항상 건강을 챙기라고.”

자신을 걱정해 잔소리하는 스승을 보고 강평화가 멋쩍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개발에 시간이 걸려 조급하다 보니 조금 무리했습니다. 앞으로는 건강에도 신경 쓰겠습니다.”

이 대답에 정성국은 더 잔소리하지는 않고 강평화의 어깨를 살짝 두드려주며 기관총 개발에 대해 치하했다.

“아무튼, 기관총 개발에 그렇게 애를 먹더니 결국 개발해냈구나. 정말 고생했다.”

“아닙니다. 스승님께서 해주신 조언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기관총의 개발이 늦어져서 죄송할 따름이죠. 그나마 청나라와의 전쟁 전에 개발할 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입니다.”

아무래도 강평화나 장인들은 청나라가 조선을 침공하면 북미왕국도 조선을 돕기 위해 출병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전에 기관총을 개발하기 위해 조금 무리한 것 같았기에 정성국은 속으로 괜한 고생을 했다 싶었다.

기관총이 없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으니.

다만 이를 언급해 괜히 초를 칠 필요야 없었기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어깨를 두드려준 후 고개를 돌렸다.

“저건가? 이번에 개발한 기관총이?”

“그렇습니다. 스승님.”

전생에서는 영화나 사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맥심 기관총과 무척 유사한 외형을 지닌 커다란 기관총을 보고 정성국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봐도 저 두꺼운 것이 그냥 총신은 아닌 것 같고...냉각수가 들어가는 공간인가?”

“그렇습니다. 연속으로 총알을 발사하다 보니 총신이 쉽게 달아올라서 말입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계속 발사하니 총신이 휘고 내부의 강선도 마모되며 내부 부품들도 망가져 기관총을 그냥 폐기해야 할 정도가 되어버리고요.”

“적당히 발사하고 총신을 교체해도 되지 않나?”

공기로 냉각하는 공랭식 기관총은 강평화가 말한 단점을 총신을 교체해 해결했기에 정성국이 슬쩍 이야기하자 강평화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한데 1분도 사용하지 못하고 총신을 교체하는 것도 조금 아니다 싶어서 말입니다. 거기에 기관총은 검차의 무장으로 채택되었는데 전투 시에 혼자서 총신을 교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요.”

경유기관으로 움직이는 검차는 그 크기가 작은 편이었고, 검차의 탑승 인원은 달랑 2명이었으며 한 명은 검차를 조종하는 조종사였으니 무기를 다루는 1명이 기관총을 발사하고, 중간에 총신을 교체해야 했는데 움직이는 검차 위에서 총신을 교체하는 것이 쉬울 리 없다는 것을 이해한 정성국이 수긍했다.

“그렇긴 하지.”

“그리고 기관총은 거치식 무기고 방어형 무기다 보니 무게를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전투 지속능력을 위해 수랭식을 채택했습니다.”

그때 옆에 있던 박기동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예. 저도 저거 공랭식일 때도 써보고 수랭식일 때도 써봤는데 비교가 안 됩니다. 전투 지속능력이 생각보다 대단해요.”

“그래?”

“예. 지금 저 녀석은 10분 넘게 쏴도 잘만 나가더라고요. 고장도 없고.”

확실히 수랭식 기관총은 무겁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전투 지속능력은 압도적이었다.

장기간의 사격으로 냉각수가 증발하더라도 다시 냉각수만 채워주면 무한정 사격이 가능하니까.

그렇기에 거치식 무기로서는 수랭식 기관총도 나쁠 것이 없었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저거 분당 몇 발이나 나가는데?”

“분당 500발을 발사할 수 있습니다.”

“휘유. 생각보다 괜찮네?”

전생의 맥심 기관총과 같은 발사속도였기에 정성국이 그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여겨 만족하자 강평화가 말했다.

“그렇지요. 저거 하나로 갑오 소총으로 무장한 숙련된 병사 50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뭐 가격을 생각하면 갑오 소총 50개가 더 싸기야 합니다만...”

강평화의 말에 정성국은 상관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우리야 인구가 부족하니 비싸더라도 저거 하나를 운용하는 편이 나아. 헌데 저거 무게가 얼마쯤 되냐?”

“일단 본체 무게는 20kg 정도입니다. 다만 냉각수를 채우면 25kg까지 늘어나고 저 거치대 무기와 탄통 무게까지 더하면 약 55kg 정도가 되지요.”

수랭식 기관총답게 확실히 무겁긴 했기에 정성국이 중얼거렸다.

“생각보다 무거워서 이동도 쉽지 않겠네.”

“그렇긴 하지요.”

그 외에도 정성국은 몇 가지 질문을 더 던져 기관총의 제원을 파악한 후 강평화에게 말했다.

“뭐 대충 설명은 들었으니 시범 사격을 보고 싶은데?”

이에 강평화는 직접 기관총을 잡았고.

‘타타타타타타타타탕!’

총소리가 연속으로 울려 퍼지면서 앞쪽에 있던 표적이 순식간에 박살 나자 강평화는 그대로 기관총을 움직였고, 계속해서 표적이 산산이 조각나는 모습을 보고 정성국이 새삼 감탄사를 토해냈다.

“와우. 표적이 순식간에 박살 나네?”

이에 옆에 있던 박기동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대답했다.

“그렇지요. 뭐 나무 표적이라...”

예광탄이 없기에 총알이 발사되는 것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연속으로 발사되는 총성과 계속해서 파편을 흩날리며 산산조각이 나는 표적을 보고 기관총의 위력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정성국은 마침내 사격이 모두 끝나자 흡족한 표정으로 손뼉 치며 강평화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기관총 개발을 치하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겠다. 위력이 정말 대단하네. 저거 개발하느라 정말 고생했다.”

이에 강평화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스승님.”

“저거 바로 양산할 수 있니?”

“대량 양산은 어려워도 어느 정도라면 가능할 겁니다.”

“그래? 그럼 몇 대 정도 만들어 조선으로 보내면...”

그때 박기동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 스승님. 그거 말인데요. 차라리 검차를 보내면 안 됩니까?”

“음? 검차를?”

“예. 현재 각지에서 굴리고 있는 검차에 기관총을 장착하고 조선으로 보내 실전에 투입하면 여러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검차를 더욱 개량하고 발전시키려면 실전에서도 투입해 운용해볼 필요가 있었는데 이미 북미왕국의 상황은 안정되었고, 북미왕국이 직접 전쟁을 벌일 일도 많지는 않았기에 이 기회를 놓치기가 조금 아쉽다고 생각한 정성국이 박기동의 말에 수긍하며 중얼거렸다.

“흐음...그렇긴 하겠네. 특히 검차는 실전에 투입할 일이 많지 않을 테니. 지금 각지에서 운용하고 있는 게 총 10대던가?”

“그렇습니다.”

박기동의 대답에 정성국은 바로 강평화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 달 안에 기관총 10자루. 만들 수 있겠어?”

“해보겠습니다. 아니. 해내겠습니다.”

그런 강평화의 대답에 정성국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어차피 실전에서의 운용을 경험해보는 것이 목적이니 부족해도 상관없어. 그보다는 기관총을 개발했으니 총알 소모가 더욱 극심해질 것 같은데...”

“예. 해서 화약 제조 공방의 규모도 더 키울 생각입니다. 이미 개발청과 이야기를 끝내둔 상태이고요.”

미리 준비를 마쳤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일단 기관총 양산을 시작하고 기관총 양산이 끝나면 너나 장인들은 장기 휴가를 줄 테니 푹 쉬면서 그동안의 피로를 풀도록 해. 이건 명령이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강평화와 장인들이 정성국의 말에 활짝 웃고 있을 때 박기동이 정성국에게 다가와 슬쩍 요청했다.

“스승님. 그리고 검차도 투입하는 김에 비행기도 투입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 말에 정성국은 박기동을 보고 혀를 찼다.

“신무기를 모조리 조선에 투입할 생각이냐?”

“실전 운용 자료를 얻을 기회니까 그렇지요.”

이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긴 한데...들인 노력에 비해 얻을 것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비행기를 조선까지 배로 운반하고 후방에 활주로까지 건설해봐야 비행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항공 폭탄을 하나 떨어뜨리는 게 다였다.

아무리 실전이라 하더라도 여기서 무슨 경험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해서 정성국이 이를 이야기하자 박기동은 조금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네요. 알겠습니다.”

* * *

정성국이 집무실로 돌아왔을 때 조용한 곰이 정성국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에 정성국은 무슨 일이냐며 물었고 조용한 곰이 정성국을 방문한 용건을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눈을 번뜩 빛냈다.

“오지브와 족이?”

“그렇습니다. 이번에 마지막으로 남은 부족이 북미왕국에 합류함에 따라 오지브와 족 전체가 북미왕국에 합류했고, 덕분에 북미왕국의 통치 영역은 허드슨 만까지 넓어진 셈입니다.”

오지브와 족은 전생의 캐나다 온타리오 주와 매니토바 주를 영역으로 하는 대부족이었다.

그리고 북미왕국에 합류한 포타와토미 족이 이들과의 친분이 있어 차근차근 설득해 근처의 오지브와 족을 하나둘 북미왕국에 합류시켰고.

슈피리어 호 인근의 오지브와 족이 북미왕국에 합류한 지 2년 만에 범 오지브와 족은 모두 설득해 북미왕국에 합류시켰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감탄사를 토했다.

범 오지브와 족이 차지한 영역은 그 옆의 거대한 누벨 프랑스 지역과 비견될 정도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허. 덕분에 통치 영역이 급격히 늘어났군.”

“그렇습니다. 뭐 실속은 없지만 말입니다.”

조용한 곰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하자 정성국은 상황을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역시 오지브와 족의 규모가 그리 대단하진 않나 보군.”

“예. 저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족원을 다 합쳐도 10만도 채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수렵 부족이다 보니 마을 간의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어 통치하기가 영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끙...”

남쪽의 슈피리어 호 인근을 제외하면 수렵으로 먹고 사는 터라 오지브와 족의 인구가 많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예상보다 적었기에 정성국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현재는 소빙하기였기에 남쪽의 슈피리어 호 인근을 제외한 북쪽은 제대로 개발하기도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고.

해서 정성국은 한숨을 쉰 후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슈피리어 호 인근에 거점을 만들고 이곳을 집중적으로 개발해서 오지브와 족을 거점으로 유인하는 수밖에. 거점 개발은 개발청장에게 이야기해두겠네.”

이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조용한 곰은 아직 보고할 것이 남아있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북대서양 탐사대를 통해 교류하던 허드슨 만 동쪽의 이누이트 족들도 북미왕국으로의 합류를 원하고 있습니다.”

“어? 그들이?”

정성국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허드슨 만 동쪽의 이누이트 족들의 경우 굳이 북미왕국으로의 합류를 재촉할 필요가 없기에 따로 외무청 관리도 파견하지 않고 북대서양 탐사대가 1년에 한두 번 방문해 교역하는 것이 전부였고, 그들도 그것에 만족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용한 곰이 웃으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 꽤 오랫동안 교류하면서 북미왕국에 대해 어느 정도 알기도 하고...아시다시피 그린란드에 사는 원주민들도 이누이트 족이잖습니까.”

“어? 거리가 꽤 될 텐데 설마 같은 이누이트 족이라 계속해서 교류해온 건가?”

“그건 아니고 저들 중 일부는 북미왕국을 궁금해해서 북대서양 탐사대의 배에 올라 북미왕국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스턴에서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족을 만나 북미왕국에 합류한 후로 자신들이 얼마나 풍족하게 살게 되었는지 자랑한 모양입니다.”

그제야 정성국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던 허드슨 만 동쪽의 이누이트 족들이 북미왕국으로 합류를 결정했는지 이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래서 자신들도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족처럼 풍족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합류를 요청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뭐 그들도 저희와 모피를 거래하면서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부유해지긴 했는데...아무래도 개발청에서 직접 지어준 집에서 겨울에도 따뜻하게 지내고 온실을 통해 신선한 채소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그린란드의 이누이트 족의 생활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조금 떨어지지 않습니까.”

물론 추운 지역에 사는 이누이트들의 집도 난방을 무척 신경 쓴 집이기는 한데 개발청에서 최대한 난방을 신경 써서 지은 집과는 비교하기 어려웠기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이를 알게 된 이누이트 족의 족장들이 북대서양 탐사대에 요청해 직접 그린란드를 방문해 부족원이 들었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그린란드의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한 것을 무척 만족하고 있다는 것까지 알게 되면서 즉각 합류를 선언했고요.”

“저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따듯한 집과 온실일 테니 개발청이 고생 좀 해야겠군.”

“하하하. 그렇지요.”

새로운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할 때마다 고생하는 개발청을 마음속으로 잠시 애도한 정성국은 곧바로 조용한 곰에게 이야기했다.

“자네가 이누이트 족들의 북미왕국 합류를 행정청, 개발청, 교육청에 알려 즉각 이곳에 관리를 파견하도록 하고...추운 지역이니만큼 이들의 지원에 최대한 신경 쓰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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