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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490화 (490/850)

490화

정성국은 보고서를 확인하다 눈이 피로한 것을 느끼고 잠시 쉴 겸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냉장고의 문을 열기 전 냉차와 아이스크림 중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집무실의 문을 두드렸기에 고개를 돌렸고.

정성국은 집무실을 들어오는 개발청장을 보고 피식 웃으며 손짓했다.

“마침 한숨 돌릴 생각이었는데 잘 됐군. 냉차? 아이스크림?”

“어...아이스크림이 먹을 땐 맛있는데 먹고 나면 더 갈증 나는 느낌이라서요. 차라리 냉차가 나을 것 같습니다.”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말에 피식 웃으며 냉장고를 열어 매실청으로 만든 냉차가 담겨있는 병을 꺼내 개발청장 앞에 놓인 찻잔에 따르며 물었다.

“그래. 갑자기 무슨 일인가.”

이에 개발청장은 자신만만한 미소로 정성국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새나주-새목포 구간 철도 부설 공사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정성국은 자신의 찻잔에도 냉차를 따르다 개발청장의 말에 멈칫하며 놀란 얼굴로 개발청장을 바라보았다.

“어? 그래? 완공 예정일은 11월 아니었나?”

새목포를 어느 정도 발전시키기 위해선 철도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새나주-새목포 구간 철도 부설 공사를 허락했고 올봄에 새목포의 재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새목포 재개발에 투입되었던 인원들이 전부 새나주-새목포 구간 철도 부설 공사에 투입되었다.

약 150km 구간 공사였고 지형도 나쁘지 않았기에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도 반년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한 개발청장이었고 정성국이 보기에도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은 공사였지만 그렇다고 공사에 들어간 지 4개월 만에 공사를 완료할 줄은 몰랐기에 정성국이 놀란 표정을 짓자 개발청장이 씩 웃으며 답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조선과는 달리 공사 환경이 무척 좋은 편이라서 말입니다. 더불어 조선으로 보낼 건설 장비 중 일부를 투입했기에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조선의 철도 공사를 위해 여러 물자와 장비를 비축해두었고 이 장비들을 꺼내 공사를 진행해 빠르게 완료했다는 말에 정성국은 만족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면서 대답했다.

“허. 물론 구간이 짧은 편이긴 한데 이렇게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했다니...정말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전하.”

하지만 정성국은 빠르게 공사를 마무리한 개발청의 노고를 다시 한번 치하한 후 조금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새목포까지 철도로 연결된 이상 이제 새목포까지 기차를 이용해 목화를 편하게 수송할 수 있게 된 건가?”

이번에 새목포까지 철도를 연결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목화 수송 때문이었다.

새목포까지 철도가 연결되지 않았을 때는 기차로 새한성까지 운반된 목화를 배에 실어 새목포로 운송하고, 이 목화로 면직물을 만들어 다시 배에 싣고 새진도에 보내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철도가 연결된 이상 기차를 통해 목화를 곧바로 새목포로 보내 새목포의 공방에서 면직물로 만들고, 바로 배에 싣고 새진도로 보낼 수 있었으니 훨씬 효율적이었으니 정성국은 이번 철도 부설로 새목포의 직물 산업이 점차 발전할 거라고 확신해 미소를 짓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더군다나 새목포는 새한성보다 남쪽에 있는 만큼 목화 산지에서도, 그리고 새진도와도 가까운 터라 운송비가 꽤 줄어드는 셈이지요.”

이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냉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그럼 누에바 에스파냐에 수출할 면직물 대부분은 새목포의 공방에서 생산되겠군?”

“그럴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행정청과 국영 상단의 요청으로 새나주-새목포 구간 철도 부설 공사에 투입되었던 일꾼들이 다시 새목포의 방직, 방적 공방의 확장에 투입된 상태이고요.”

“흠. 확장 공사가 오래 걸릴까?”

“걱정하지 마시지요. 올해 목화 수확 전까지 공방 확장 공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겁니다.”

올 초 제초제 개발에 성공한 이상 상등품의 목화를 더 많이 수확할 수 있게 되었는데 새목포의 면직물 공방들도 확장 중이라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새삼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호. 그럼 올해부터 더 많은 면직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거군.”

“그렇지요. 새목포의 공방뿐만 아니라 새나주에 있는 공방들도 추가로 확장 중일뿐더러 치카소에도 추가로 방직, 방적 공방들을 건설 중이니까요. 그리고 계속해서 밭을 개간해 목화 재배 면적을 늘리고 있으니 면직물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겁니다. 아니. 오히려 면직물이 너무 많이 생산되어 면직물 가격이 폭락할까 걱정이죠.”

계속해서 늘어나는 면직물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치카소 인근에도 대량으로 목화밭을 조성 중이었고, 이미 미시시피 강 동쪽은 모두 북미왕국의 영역이 되었기에 치카소에서 생산한 목화를 새진주까지 운반해 다시 미시시피 강을 이용해 내륙에 판매하는 것은 무척 비효율적인 만큼 치카소에도 방직, 방적 공방들을 세우고 있었다.

그런 만큼 새목포의 공방 확장 공사와 치카소에 건설 중인 공방 건설 공사가 완료된다면 면직물 생산량은 대폭 증가해 오히려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개발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괜찮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어차피 북미왕국산 면직물은 유럽에서도, 왜국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아 없어서 못 팔 정도 아닌가. 그러니 그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걸세. 오히려 면직물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그 막대한 물량으로 유럽과 왜국의 면직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테니 나쁠 것 없어.”

면직물을 수출해 유럽과 왜국의 면직물 시장을 장악하고, 그 돈으로 각종 원자재를 수입할 생각에 정성국이 미소를 감추지 못하자 개발청장은 그런 정성국을 보고 냉차로 목을 축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리고 또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뭔가?”

“드디어 보스턴까지 전화선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헉! 보스턴까지 통신망을 구축했다고? 벌써?”

전화를 개발한 이후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는 무척 빠르게 전화선을 깔 수 있었다.

기차로 각종 자재를 운반하고 주변 땅도 기반 공사를 해 두었으니 어려울 것이 없었고.

하지만 새진주에서 북미 동해안 지역을 전화선으로 연결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새진주와 북미 동해안 지역을 연결하는 제대로 된 도로조차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기에 공사 기간 단축은 딱히 기대하지 않고 있었는데 벌써 보스턴까지 통신망 구축이 완료되었다는 말에 정성국이 놀란 표정을 짓자 개발청장이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전화가 얼마나 편리한지 알게 되었기에 관리청이나 행정청에서도 최대한 지원해주었거든요. 그리고 북미 동해안 지역의 경우 철도로 연결되지도 않은 터라 전화가 무척 요긴하게 쓰일 것이 분명했기에 최대한 빠르게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덕분에 보스턴까지 전화선 설치를 완료할 수 있었지요.”

아무래도 북미 동해안 지역은 배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터라 연락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더불어 플로리다 반도로 인해 배로 새진주와 북미 동해안을 오가려면 이동 거리는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보스턴에서 새진주까지 빠르게 연락을 주고받는다 쳐도 최소 5일이 걸렸고.

단순히 직선거리로만 따지자면 새진주에서 새한성까지의 거리나, 보스턴까지의 거리나 비슷했는데 철도의 유무로 연락 속도가 3, 4배 가까이 차이 났고, 전화선을 깔면서 이 차이는 더욱 벌어지자 행정청에서는 이를 무척 불편하게 여기며 하루라도 빨리 북미왕국 전역에 통신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연구청을 지원했고 그건 다른 청들도 비슷했다.

덕분에 연구청은 공사 완공 예정일을 크게 앞당길 수 있었다는 설명에 정성국은 아무리 다른 청들이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어도 공사 완공 예정일을 거의 1년 가까이 단축한 개발청 관리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짐작해서 탄식을 내뱉었다.

“허.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단축할 줄은...정말 고생 많았네. 그리고 고생한 만큼 그 보답을 받아야겠지. 내가 따로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겠네.”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생했던 관리들이 이 소식을 듣는다면 무척 기뻐하겠군요. 그보다는 새진주에서 보스턴까지 전화선 설치가 끝났으니 이젠 예정대로 보스턴에서 누벨 프랑스 지역, 이로쿼이 지역까지 통신망을 연결해야 하는데 상황이 조금 변하지 않았습니까.”

개발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처음 계획을 짤 때와 지금 북미왕국의 영역은 전혀 다르니까.”

“예. 그리고 행정청에서는 기존의 계획 대신 통신망이 연결된 치티마차에서 미시시피 강을 따라 북쪽으로 전화선을 설치하길 원하더군요.”

치티마차는 미시시피 강 하구에 위치한 전생 뉴올리언스 위치의 거점이었다.

처음에는 미시시피 탐사대가 임시로 이용한 거점이었지만 점차 북미왕국의 내륙 영역이 넓어지며 미시시피 강을 이용하는 배들이 많아지자 미시시피 강 하구의 거점은 자연스럽게 발전했고.

이 지역의 옛 원주민 부족의 이름을 따 치티마차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리고 행정청에서는 이 치티마차에서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륙으로 통신망을 구축했으면 한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입을 열었다.

“아. 치티마차에서 치카소를 거쳐 일리노이 지역, 이로쿼이 지역, 누벨 프랑스 지역으로 말인가?”

“그렇습니다. 물론 이런 경로라면 기존의 경로보다 월등히 길어지긴 합니다만...”

“훗날 내륙 곳곳을 연결할 것을 생각하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행정청이 이야기한 경로가 더 낫겠지. 그렇게 하도록 하게. 그보다 전기 기술자 양성은 잘 되어 가나?”

정성국의 질문에 개발청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꾸준히 양성하고는 있습니다만...왜 그러십니까?”

이에 정성국은 다시 냉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 후 개발청장을 바라보고 씩 웃으며 답했다.

“막대한 돈을 들여 통신망을 깔았으니 슬슬 제대로 사용해야 하지 않겠나?”

아직 북미왕국에선 전화기를 민간에 판매하지는 않았다.

당장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신망 구축이 우선이었으니까.

하지만 일단 중요한 북미 동해안 지역까지는 통신망을 연결했고, 내륙 전체에 통신망을 구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분명했다.

물론 개발청에서 꾸준히 양성하고 있는 전기 기술자들을 통신망 구축에 투입한다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신망 구축이 조금은 빨라지겠지만 북미 동해안 지역과는 달리 내륙의 경우 화급히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급할 것이 없다고 판단한 정성국은 슬슬 민간에 통신망을 개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고.

그 말에 개발청장은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으음...슬슬 민간에 전화기를 판매하시겠다는 거군요.”

“그렇지. 그러자면 다시 곳곳에 전화선을 설치할 전기 기술자들이 더 많이 필요해질 테고.”

다른 가전제품과는 달리 전화기의 경우 전화기만 판매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기 기술자들이 직접 각 가정마다 전화선을 연결할 필요가 있었기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개발청장은 냉차를 마시며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해보다가 입을 열었다.

“물론 열심히 전기 기술자들을 양성하고야 있습니다만...현실적으로 통신망이 구축된 지역에 전화기를 판매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에 정성국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거야 그렇겠지. 하지만 새한성만이라면?”

“흐음. 그 정도라면야 가능할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따로 기술자들을 빼두도록 하지요.”

“좋았어. 그럼 슬슬 전화기를 양산하고 전화기의 존재도 알려야겠군.”

이런 정성국의 말에 개발청장이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행기에 이어 거리에 상관없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화의 존재가 알려진다라...이 소식을 접한 유럽인들의 반응이 참으로 궁금해지는군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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