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480화 (480/850)

480화

레나 강을 건넌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은 레나 강을 따라 빠르게 북진했다.

그러다 원주민 마을에 어느 정도 접근했을 때 이동을 멈추고 앞으로 있을 전투를 대비해 잠시 쉬게 하면서 이고르는 보좌관과 함께 조심스럽게 앞으로 이동했고.

저 멀리서 원주민의 마을이 보이자 이고르는 몸을 낮추고 망원경을 꺼내 원주민 마을을 자세히 살펴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흠. 방벽이 정말 낮군.”

“그러게 말입니다. 그리고 장애물도 거의 없으니 그냥 돌격해서 방벽에 붙고 말 위에서 방벽 위로 오르면 될 것 같습니다.”

“거기에 보고대로 이쪽을 겨냥해 배치한 대포는 하나도 없고. 뭐지? 생각외로 간단히 함락할 수 있어 보이는데?”

이고르는 원주민 마을의 방비 태세를 확인하고 생각보다 점령하기 쉬워 보였기에 오히려 의문스럽다는 표정을 짓자 보좌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물론 별다른 피해 없이 접근해 방벽 위로 올라가면 비교적 손쉽게 승리할 수 있을 것 같긴 한데...문제는 저희의 존재를 눈치채고 원주민들이 머스킷을 들고 방벽 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사격하기 시작하면 돌격 하다 막대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겁니다.”

확실히 일부 원주민들이 방벽 위를 순찰하고 있었는데 저들을 보아하니 방벽 위의 공간이 꽤 넓은 듯 보여 이고르는 신음을 흘렸다.

“으음...확실히 방벽 위 공간이 넓어 보이는군. 그럼 원주민들이 먼저 방벽에 올라 사격 준비를 끝내기 전에 최고 속도로 달려서 방벽에 달라붙어야 한다는 건데...”

그러면서 이고르는 뒤로 고개를 돌렸고 탁 트인 시야에 혀를 찼다.

방벽 위를 순찰하는 원주민들이 있으니 분명 자신들이 말을 달려 접근하면 접근하기 전에 한두 번의 총알 세례는 감수해야 할 것 같았기에.

보좌관 역시 그 점을 눈치채고 심각한 표정으로 이고르를 바라보았다.

“어쩌시겠습니까?”

보좌관의 물음에 이고르는 한참을 고민하며 원주민 마을을 망원경으로 살펴보다 마음을 정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돌격한다.”

이에 보좌관은 걱정스럽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으음...괜찮을까요? 피해가 클 것 같습니다만...”

“저들은 원주민들일 뿐이지 훈련받은 병사는 아니지 않나. 우리의 습격을 눈치채고 모든 원주민이 일사불란하게 머스킷을 들고 방벽 위로 올라와 사격 준비를 할까? 아닐 것 같은데?”

“흐음...확실히 그건 그렇지요. 분명 저희가 접근하기 전에 일부는 머스킷을 발사하겠지만...”

“그래. 그 수가 많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천천히 접근해 사격전으로 가면...최소한 저들은 몸의 절반은 가릴 수 있으니 우리가 불리할뿐더러 전투가 길어지면 저들은 분명 대포를 재배치해 우리를 향해 발사하겠지. 그러면 함락이 쉽지 않을뿐더러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할 테고. 그러니 기습 공격을 통해 승기를 가져오는 것이 더 나아.”

저기 보이는 원주민 마을이 최종 목표라면 모를까 첫 번째 목표인데 저걸 함락하겠다고 사격전을 통해 큰 피해를 감수하기보다는 약간의 위험이 있더라도 성공하기만 한다면 적은 피해로 마을을 점령할 방법을 택하겠다는 이고르의 이야기에 보좌관은 조금은 불안감을 느꼈지만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그건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이에 이고르는 마지막으로 원주민 마을을 다시 한번 살펴본 후 망원경을 품에 넣으며 보좌관에게 말했다.

“자. 바로 돌아가지. 근처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들은 우리의 존재를 눈치챌 테고 그렇게 되면 모든 작전이 허사로 돌아갈 테니.”

* * *

‘땡땡땡땡!’

아이누 탐사대장은 비상종이 시끄럽게 울리자 러시아 차르국의 병사들이 왔음을 직감하고 즉각 집무실을 나섰고 밖에서 병사들에게 이런저런 명령을 내리고 있던 부관은 그런 아이누 탐사대장을 발견하고 즉각 다가와 소리쳤다.

“대장님! 남쪽에서 러시아 차르국의 병사들이 말을 타고 접근 중입니다!”

“그래? 병사들은?”

“대기 중이던 병사들을 모두 무장시킨 후 방벽 위에 배치했습니다!”

물론 당장은 거점을 건설하는 것이 더 중요해 작업 시간이 많긴 했지만 언젠가 올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과의 전투를 대비해 여러 훈련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었다.

거기에 이미 옛 야쿠츠크 요새 인근에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이 나타난 것을 보고받고 예정되어 있던 작업을 모두 중지하고 마을 안에서 비상 대기 중이었으니 종이 울리자마자 연합의 원주민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머스킷을 들고 방벽 위에 올라가는 모습에 아이누 탐사대장은 그동안 병사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킨 것이 빛을 발하는구나 싶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시 부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봉화는?”

“올렸습니다.”

“잘 했네.”

아이누 탐사대장은 굳이 명령하지 않아도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한 부관을 칭찬하며 방벽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먼지구름과 함께 거점을 향해 달려오는 코사크인들을 보고 나지막히 탄성을 질렀다.

“허. 이렇게 보니 장관이로군.”

“그러게 말입니다. 말을 타고 아주 미친 듯이 달려오는군요.”

“헌데 넓게 펼쳐서 오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일정 대형으로 이곳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면...”

부관이 묘한 표정과 함께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예. 코사크인들이 말을 다루는 데 능숙하다고 하더니 그냥 달려들어 말을 밟고 방벽 위로 올라와 근접전을 벌이겠다는 수작 같습니다만...”

부관 역시 자신과 같은 판단을 내리자 아이누 탐사대장은 씩 웃었다.

“하하하. 이거 월척이네. 제대로 낚인 모양이야. 이거 생각보다 피해가 적겠군.”

“그러게 말입니다.”

아이누 탐사대장이 낮은 방벽을 건설하고 야쿠츠크 요새에서 노획한 대포들을 모두 강가를 겨냥해 배치한 것은 적들을 안심시키고 적들의 접근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애초에 적을 요격하지 않고 거점에서 방어한다는 것은 그만큼 규모에서 밀린다는 뜻이었고, 원주민들은 머스킷으로 무장한 만큼 개인 무장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도 없었다.

그런 만큼 피해를 줄이고 확실히 승리하기 위해서는 우위에 있는 포병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고 이를 위해선 저들이 접근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전술이야 아니었지만, 최소한 이번 전투는 덕분에 적은 피해로 승리할 수 있겠다 싶은 아이누 탐사대장이 부관에게 확인했다.

“60mm 화포의 발사 준비는 끝났지?”

“그렇습니다. 명령만 내리면 포구를 열고 포격할 수 있습니다.”

거점의 방벽은 일종의 물자 보관 창고였다.

직사각형 모양의 창고를 거점 외곽에 쭉 건설하고 이를 이어놓은 형태였달까.

그렇기에 안쪽에도 공간이 있었고 공간 대부분은 물자 창고로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공간에는 60mm 화포가 배치되어 있었고.

부관의 보고에 아이누 탐사대장은 점차 접근하는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을 바라보며 명령을 내렸다.

“좋아. 그럼 적들이 100m까지 접근하면 일단 저들의 돌격을 막기 위해 대열의 앞부분을 노리고 포격하라고 하게.”

“예? 저들의 대형을 생각하면 중앙을 노리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저들은 길게 늘어서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뭉쳐서 이곳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중앙을 노리고 포탄을 발사면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었는데 적들의 돌격을 막기 위해 앞쪽에 포탄을 발사하라는 명령에 부관의 의문을 품자 아이누 탐사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그렇기야 하지. 다만 그렇게 되면 쓰러지는 적이 무척 많을 거야.”

“그거야...아. 설마 더 많은 포로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까?”

부관의 말에 아이누 탐사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곳을 더욱 확장하려면 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지. 그리고 지금 저기엔 건장한 사내들이 넘쳐나고.”

물론 쿠나킨이 최대한 많은 포로를 잡아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아이누 탐사대장이 거점을 개발하면서 느낀 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성인 남성 2천 명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자신의 예상과는 달리 턱없이 부족해 주변 지역 개발은 엄두도 못 낼 정도였으니.

그렇기에 아이누 탐사대장은 이 거점을 점령하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말을 달려 접근하는 코사크인들을 최대한 포로로 삼아 그들로 거점 주변을 개발할 뜻을 밝히자 부관도 인력 부족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 아예 지금 곧바로 포격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생각지도 못한 포격과 터지는 폭탄이라면 저들은 즉각 돌격을 멈출 텐데요?”

최대한 많은 포로를 확보하기 위해 적당히 위협만 하는 것이 어떠냐는 부관의 말에 아이누 탐사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의 포격으로 겁을 먹고 즉각 항복할 거라는 보장이 없잖나. 저들이 그대로 내빼면 토벌하는 것이 골치지. 숫자도 많을뿐더러 기마술에도 능숙하니.”

“아...”

“물론 만약을 대비해 야쿠트인들이 대기 중이긴 한데...과연 야쿠트인들이 코사크인들의 도주를 제대로 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옛 야쿠츠크 요새에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이 나타난 이후 아이누 탐사대장은 즉각 전령을 파견해 이 사실을 주변에 알렸다.

물론 다른 부족들이야 꽤 먼 곳에 있는 만큼 아직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이 나타났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을 테지만 비교적 가까운 곳에 살던 야쿠트인들은 달랐다.

그리고 그동안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에 의해 시달렸던 야쿠트인들은 그 소식에 치를 떨며 연합을 돕기 위해 무기를 들고 찾아왔고.

자신들을 돕겠다고 찾아온 야쿠트인들이 무척 고마웠던 아이누 탐사대장이었지만 전투는 거리를 두고 원거리 전투가 될 것이 분명했는데 머스킷도 없는 야쿠트인들을 방벽 위로 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에게 복수할 기회라고 잔뜩 들뜬 야쿠트인들에게 당신들이 필요 없으니 그냥 돌아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해서 아이누 탐사대장은 고민 끝에 야쿠트인들을 일종의 별동대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거점 안이 아닌 거점 바깥의 꽤 멀리 떨어진 곳에 대기시켰다.

그리고 거점에서 봉화가 올라오면 천천히 이동해 거점을 공격하는 러시아 차르국의 뒤를 치거나, 혹은 도망치는 적을 공격하면 된다고 이야기했고.

부관이 비상종이 울리자마자 이 야쿠트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봉화를 피운 만큼 곧 야쿠트인들도 이곳에 나타나긴 할 텐데 이들의 수가 1천 명 내외인 것을 생각해보면 온전한 3천여 명의 코사크인들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기에 아이누 탐사대장이 이야기하자 부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군요. 허면 일단 포격으로 돌격을 막고 사격을 통해 적의 기세를 완전히 꺾겠다는 뜻이군요.”

“그렇지.”

“알겠습니다.”

* * *

이고르에게 작전을 전달받은 코사크인들은 원주민 마을이 보이고 이고르에게 전해 들었던 대로 방벽의 높이가 낮아 말 등을 밟으면 손쉽게 방벽 위로 올라갈 수 있어 보였기에 작전대로 차츰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달려! 더 빨리!”

“최대한 빠르게 붙어야 총알 세례를 덜 받는다!”

“저 커다란 마을을 약탈할 기회다! 더 빠르게 달려!”

“슬슬 몸을 낮춰! 적들이 사격해도 무시하고 달려!”

경험이 풍부한 코사크인들이 다른 코사크인들을 독려하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치며 달리고 있을 때

‘퍼퍼퍼퍼펑!’

갑작스럽게 앞쪽에서 포격음이 들렸기에 코사크인들을 기겁했다.

“뭣?!”

“포격이닷!”

“이런 빌어먹을! 포격은 없을 거라며!”

코사크인들이 포격음을 듣고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이고르에게 분통을 터트리며 제발 자신에게만 날아오지 말라고 간절히 바랐고

‘콰콰콰콰쾅!’

앞쪽에서 굉음과 함께 땅이 폭발했다.

“끄아아악!”

“컥!”

예상치 못한 폭발에 말들은 얼어붙어 발걸음을 멈췄고 말을 독려해야 할 코사크인들조차 눈앞의 참혹한 광경에 빠르게 방벽에 붙어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앞쪽에서 용맹하게 달리다가 폭발에 휘말려 널브러진 동료들의 참상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대체...”

“맙소사...”

앞쪽이 멈추자 충돌을 우려해 돌격하던 부대 전체가 멈춰버릴 수밖에 없었고 부대를 지휘하겠다는 명목으로 뒤쪽에서 달리던 이고르는 부대가 마을에 꽤 근접한 상태에서 멈춰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즉각 소리쳤다.

“안돼! 멈추면 안 돼! 다시 달려! 여기서 멈췄다간 총알 세례를 받는다고!”

“헉! 맞다! 달려! 당장 다시 달리라고!”

이고르의 외침에 부관과 다른 고참병들은 정신을 차리고 즉각 얼타고 있는 병사들에게 고함을 치며 다시 말에 박차를 가했지만

‘타타타타타타탕!’

방벽위에서 머스킷의 총성이 들려오며 납탄들이 아직 멈춰있는 코사크인들에게 날아들기 시작했다.

“켁!”

“아악!”

그리고 이 총알 세례에 앞쪽에서 다른 병사들을 다그치던 고참병들이 다수 쓰러졌고 이를 확인한 다른 코사크인들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어어? 어쩌지?”

“젠장! 완전히 꼬였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코사크인들이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재차 사격을 가했다.

‘타타타타타타탕!’

“읔!”

“쿨럭.”

한 번의 포격과 두 번의 사격으로 기세가 완전히 꺾여 버린 코사크인들은 각자 행동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지금이라도 반격해!”

말이 총알에 맞아 당장 이동하기 어려운 일부는 원주민에게 분노를 불태우며 머스킷을 장전하기 시작했고.

“아냐...이건 글렀어! 일단 튀어!”

그나마 아직 피해를 입지 않고 도망칠 수 있다고 여긴 일부는 급히 말의 머리를 돌렸다.

“어? 어?! 야! 어디가!”

부대 전체가 혼란에 빠지자 뒤쪽에 있던 이고르는 어떻게든 부대를 지휘하기 위해 목이 찢어져라 소리쳤다.

“도망가지 마! 고작 원주민 따위에게 등을 보일 셈이냐! 당장 말에서 내려! 말을 방패 삼아 원주민들을 향해 쏘라고!”

하지만 부관은 원주민들의 화력이 예상보다 대단했고 이미 기세가 꺾인 코사크인들로 저 마을을 점령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에 이고르에게 외쳤다.

“정신 차리십시오! 사령관님! 이미 글렀습니다! 일단은 퇴각해서 재정비해야 합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말에서 내리면 몰살입니다!”

“아...”

고함을 치며 어떻게든 주변의 코사크인들을 독려하던 이고르는 부관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을 때 말머리를 돌려 뒤쪽으로 도망치려던 코사크인들은 저 멀리 보이는 먼지구름을 확인하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저길 봐!”

“맙소사! 원주민이다! 이미 포위됐어!”

“퇴로가 막혔다고?!”

“어...어쩌지?”

도망치려던 코사크 병사들은 후방의 원주민들을 보고 당황하며 멈춰섰고.

부관도 앞뒤로 포위된 셈이라는 것을 깨닫고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는 생각에 즉각 옆에 있는 이고르에게 소리쳤다.

“사령관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이고르는 뒤쪽의 원주민들을 보고 당황하고 있다가 부관의 재촉에 정신을 차리고 방벽 위에서 다시 사격 준비를 하는 원주민과 자신들을 향해 말을 달리는 원주민을 번갈아 바라보다 소리쳤다.

“일단 재정비하고 퇴로를 막은 원주민 기병을 돌파한다!”

“예?!”

이고르의 명령에 부관과 주변의 코사크인들은 제정신이냐는 듯 이고르의 얼굴을 바라보자 이고르가 손으로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원주민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똑바로 봐라! 원주민 기병의 수는 많지 않아! 재정비해서 한 번에 밀어붙이면 충분히 돌파할 수 있다!”

“그...그렇긴 한데...”

이고르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코사크인들이 적을 돌파하기 위해 말머리를 돌리고 있을 때

‘퍼퍼퍼퍼펑!’

뒤쪽에서 포격음이 다시 들려오자 코사크인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며 욕설을 내뱉고 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젠장! 또 포격이닷!”

“몸을 숙여!”

“피해라!”

‘콰콰콰콰쾅!’

다행히도 이번엔 명중탄이 없었기에 피해가 크진 않았지만, 곳곳이 울퉁불퉁해진 땅을 보고 코사크인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휴우. 살았다...”

“맙소사! 대체 뭐야! 저 말도 안 되는 포탄은!”

“젠장! 이대론 다 죽겠어! 그냥 도망치자!”

계속 여기서 얼쩡대봐야 죽는다는 것을 깨달은 일부 코사크인들은 차라리 강을 건너는 편이 더 안전할 거라고 판단해 레나 강을 향해 달려나가자 그 광경을 목격한 이고르는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에 소리쳤다.

“으아악! 이 빌어먹을 북미왕국!”

“아...”

처음에 터지는 포탄을 봤을 때는 놀라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지만 두 번째 포탄에는 이고르도 시베리아 원주민 연합 뒤에 누가 있는지 눈치챘다.

북미왕국의 포탄이 폭발한다는 소문은 널리 퍼졌었으니까.

그리고 일부가 주장하던 북미왕국 개입설이 맞았다는 것을 깨닫고 북미왕국에 분노하는 이고르를 보고 부관은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세등등하게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원주민 기병들은 이미 충분히 속력이 붙었지만, 자신들은 포격으로 인해 돌격 타이밍을 놓쳐버린 터라 이대로 원주민 기병들을 향해 달려봐야 개죽음이라는 것을 직감한 이고르는 탄식을 터트리며 살기 위해 명령을 내렸다.

“강가로 도망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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