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화
아이누 탐사대장은 야쿠츠크 요새에 떨어진 포탄들의 위치를 확인하고 턱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흠. 생각보다 명중률이 낮은데? 아무리 거리가 좀 있다고 해도 2번의 포격 30발 가운데 고작 12발 명중이라니...”
물론 표적과의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어차피 최대 사거리 안쪽이고 표적은 커다란 건축물인데도 불구하고 상당수는 요새 인근에 떨어져 폭발했고, 요새에 명중한 포탄도 요새 위에 있는 화포에 명중한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탐사대장이 살짝 불만스럽다는 듯 이야기하자 옆에서 이동형 60mm 화포를 조작하는 탐사대원들에게 무어라 이야기하던 총 조장이 탐사대장을 보고 타박하듯 답했다.
“그럼 이 거리에서 한두 발로 정확하게 화포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신 겁니까? 그건 매일같이 화포를 다루는 친구들이나 가능한 일이고 우리 탐사대원들이 포를 다룬 건 훈련소에서 잠깐 교육받았을 때뿐이잖습니까. 그러니 어쩔 수 없지요.”
아무래도 탐사대다 보니 훈련소에서도 기마술에 신경을 쓰는 편이었지 포술을 가르치는 데 공을 들이지는 않았고 이번에 시베리아로 파견된 탐사대원들은 다들 화포를 다룬 경험이 거의 없으니 당연한 것 아니냐는 총 조장의 대답에 탐사대장도 딱히 할 말이 없었기에 그저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쯧. 이래서야 생각외로 시간이 걸리겠어. 나중을 생각해서 포격 훈련도 좀 시켜야...음?”
‘퍼퍼퍼펑!’
포성과 함께 요새 위가 하얀 연기로 자욱해지자 탐사대장이 피식 웃었다.
“드디어 대응하는 건가?”
자신들의 포격에 즉각 대응할 거라 생각했던 탐사대장이었지만 처음 북미왕국의 화포에서 발사한 포탄이 폭발하자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은 생각보다 놀란 모양인지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망원경으로 요새 위를 슬쩍 확인해봐도 혼란스러운 분위기였고.
헌데 두 번째 포격까지 끝나자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도 정신을 차린 모양인지 화포를 발사하기 시작했고.
야쿠츠크 요새에서 날아온 포탄은 자신들이 자리한 곳의 앞쪽에 떨어졌고, 날이 추워 땅이 얼었기에 태반은 땅에 박히기보단 주변으로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포탄 일부는 탐사대원들이 있는 곳까지 굴러왔고.
총 조장은 이렇게 굴러온 포탄을 보고 의외라는 듯 중얼거렸다.
“허. 생각보다 사거리가 길군요. 이 근처까지 날아올 줄은 몰랐는데...”
“뭐 적들의 대포는 요새 위에 올려져 있으니 사거리가 조금 더 나오기야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사거리도 부족해 보이네. 거기에 명중률도 영 별로고.”
탐사대장의 혹평에 총 조장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뭐 저들도 대포를 쏴봐야 얼마나 쏴봤겠습니까. 그리고 듣기로 저들의 화포는 500m가 넘어가면 거의 맞추기 어렵다고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일부가 여기까지 굴러온 것을 보면 어쩌면 눈먼 쇳덩이가 날아올 수 있으니 대장님께선 뒤로 물러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지만 탐사대장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됐네. 그보다 탐사대원들을 독려해서 최대한 빠르게 요새 위의 화포를 침묵시키고 벽을 무너뜨리도록 하게. 방한 장비를 철저히 갖췄는데도 생각보다 추워서...아무리 원주민들이라도 이곳에서 오래 대기 하고 있어 봐야 좋을 것 없을 테니.”
“알겠습니다. 허면 명중률보다는 빠르게 포탄을 재장전하는 것에 집중하겠습니다.”
총 조장의 대답에 탐사대장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흠. 포탄을 퍼부어 요새 자체를 무너뜨리겠다 이거지? 그래. 차라리 그편이 낫겠어. 그러도록 하게.”
* * *
‘콰콰콰쾅!’
다시 한번 일제히 폭음이 들리면서 요새 벽이 흔들리자 부관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야쿠츠크 요새 사령관을 보고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으아아! 사령관님! 적들의 포격이 서쪽 벽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저들의 포탄은 터지는 만큼 언제까지 벽이 버텨줄지 알 수 없습니다!”
“빌어먹을! 대체 우리 대포들은 뭐 하는 거야! 이러다가 요새가 무너지기라도 하면 우린 원주민들에게 다 죽는 것 몰라?!”
사령관이 버럭대는 것과 동시에 요새 위에 있던 대포들이 일제히 포연을 내뿜었다.
하지만 역시나 명중탄은 하나도 없고 죄다 근처에만 떨어졌기에 부관은 고개를 저으며 사령관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열심히 쏘고는 있습니다만 거리가 멀어 명중률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그리고 대포의 수는 비슷한데 저들의 대포는 후장식 대포라 발사속도에서 차이가 너무 심합니다!”
발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다시 멀리서 들리는 포성에 사령관은 치를 떨며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북미왕국! 원주민에게 머스킷을 팔아넘긴 것으로 부족해 후장식 대포까지 팔아넘기다니!”
처음에만 하더라도 과연 누가 원주민들에게 대량의 머스킷과 대포까지 팔았나 싶었지만, 포탄이 터지는 것을 보고 북미왕국이 개입한 것을 알아차린 사령관이었다.
비록 이곳이 유럽과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사령관은 본국의 지인들과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았기에 유럽의 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고 덕분에 북미왕국에 관한 여러 소문도 접할 수 있었으며, 그 소문 가운데는 후장식 대포나 폭발하는 포탄에 관한 소문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신대륙에 있는 북미왕국이 왜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시베리아 원주민들을 돕나 했는데 이전에 아무르 강 근처의 현지 지휘관이 겁도 없이 북미왕국의 배를 건드렸고 이 문제로 북미왕국에서 본국에 항의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르자 요새 사령관은 북미왕국이 작정하고 이번 일에 개입했음을 깨닫고 겁도 없이 북미왕국을 건드린 멍청한 니키포르와, 안일한 대응으로 일을 키운 본국의 고위 관리들을 자신도 모르게 욕할 수밖에 없었고.
듣던 대로 생각보다 빠르게 재장전하는 후장식 화포와 포탄이 터져서 기존의 포탄과는 전혀 다른 파괴력을 보여주는 광경에 아무리 러시아 차르국의 대응에 화가 났어도 저런 최신식 무기를 곧바로 시베리아 원주민들에게 내어 준 북미왕국의 행동에도 욕이 치밀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콰콰콰콰쾅!’
그렇게 사령관이 허공에 대고 욕설을 내뱉을 때 저들이 쏜 포탄이 요새에 직격 했는지 폭발과 함께 요새가 다시 흔들렸고.
“또 맞았다!”
“어!?”
“어...흔들린다?!”
“벽이 무너진다! 도망쳐!”
“으악!”
요새 벽이 와르르 무너지는 광경에 사령관이 입을 다물지 못했을 때 부관이 비명을 질렀다.
“맙소사! 사령관님! 서쪽 벽이 무너졌습니다! 그리고 서쪽 벽에 있던 대포 6문도 잃었습니다!”
처음 저 포탄의 위력에 놀라 사령관은 요새 위에서 대포를 조작하는 병사들을 제외하면 주민들과 병사들을 일단 요새 위에서 내려보냈다.
저들이 포격과 함께 진격했으면 모를까 원주민들 태반은 뒤쪽에서 대기하고 포격만 하는 광경에 일단 요새를 무너뜨린 다음에 돌격할 속셈이라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새 벽 전체가 무너졌어도 인명 피해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서쪽 요새 벽 위에 올려져 있던 대포 6문을 잃은 것은 타격이 컸기에 사령관은 탄식했다.
“빌어먹을! 가뜩이나 저들의 접근을 막으려면 대포가 필요한데!”
그때 다른 병사가 사령관을 향해 소리쳤다.
“사...사령관님! 저길 보십시오! 원주민들이 움직입니다!”
그 말에 사령관과 부관은 급히 고개를 돌렸고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원주민들이 마침내 발걸음을 옮기며 요새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급히 부관에게 소리쳤다.
“젠장! 일단 빼둔 일부 병사들을 무너진 서쪽 벽 안쪽에 대기시켜! 저들은 분명 무너진 서쪽 벽을 공격할 테니!”
“아...알겠습니다!”
부관이 급히 병사들을 지휘하기 위해 내려가는 모습과 잔해 속에서 신음을 흘리는 병사들을 구조하려는 다른 병사들의 모습을 보고 입술을 깨물던 사령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원주민들을 바라보다 당황했다.
그대로 진군해 서쪽 벽을 공격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원주민들은 다시 멈췄고, 그동안 서쪽 벽을 조준하고 날아왔던 포탄은 동쪽 벽으로 날아오기 시작했기에.
이를 확인한 사령관은 원주민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다시 한번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허. 설마 아예 요새를 모두 무너뜨리고 진군할 생각인 건가?!”
* * *
‘콰콰콰쾅!’
‘콰르릉!’
폭음과 함께 요새 벽 태반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탐사대장이 중얼거렸다.
“하. 드디어 무너지는군.”
“이거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그러게 말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카무이 항에 보관되어있는 화포도 모조리 가져올 걸 그랬어.”
탐사대장의 말에 총 조장은 품 안에서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그래도 30분 만에 요새를 무너뜨린 셈이니 나쁘지 않잖습니까.”
“저게 제대로 된 요새도 아닌데 30분씩이나 걸린 것이 문제 아닐까 싶은데...뭐 됐어. 곧바로 화포를 이동하도록 하게.”
“예? 이미 요새 벽이 대부분 무너졌는데 포격을 더 하실 생각이십니까?”
요새를 무너뜨린 만큼 자신들도 원주민들과 함께 총을 들고 요새로 돌격할 거라 여겼던 총 조장은 탐사대장의 명령에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고.
“포격에 곧바로 요새가 무너져 요새 위에 있던 러시아 차르국의 병사들이 모두 죽거나 다쳤다면 모를까 자네도 확인하지 않았나. 포격이 시작되고 얼마 안 돼서 요새 위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 다수가 철수하는 모습을.”
그 말에 총 조장은 신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으음...저 잔해 너머에서 우리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릴 거라는 뜻이군요.”
“그렇지. 솔직히 이 정도면 백기를 들어 올릴 줄 알았는데...생각보다 저 요새의 사령관이 꽤 완고한 모양이야. 그러니 가까이 가서 포격으로 안쪽을 좀 쓸어준 뒤에 원주민들에게 공격 명령을 내릴 걸세.”
“흠. 알겠습니다. 바로 화포를 이동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요새의 잔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삐쩍 마른 한 사내는 마지막으로 남은 요새 벽마저 무너지는 광경에 머스킷을 만지작거리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길 수 있을까?”
그의 말에 옆에 있던 사내가 들고 있는 머스킷을 꽉 움켜쥐며 소리쳤다.
“그럼! 어떻게든 막아야지! 우리가 뚫리면 가족들까지 미개한 원주민들에게 살해당할 거야!”
원주민들의 포격으로 모든 요새가 무너지자 무장한 주민들은 이거 항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지만, 사내의 외침에 현 상황을 직시하고 머스킷을 꽉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든 막아야지!”
“원주민들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 줄 알고!”
“암!”
그렇게 주민들이 전의를 불태우자 병사들도 이에 영향을 받은 듯 머스킷을 손질하기 시작했고 그런 분위기를 파악한 사령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 그나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다행이군.”
하지만 부관의 생각은 조금 다른지 주변을 살피다 사령관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하지만 사령관님. 이대로는...승산이 없습니다. 그냥 백기를 들어 올리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사령관은 부관의 말에 잠시 멈칫하고 주변을 살펴보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글쎄? 자넨 원주민들을 믿고 무장을 해제할 수 있겠나?”
그동안 자신들은 원주민들에게 공물을 강요했고 이를 거절하는 부족은 철저히 짓밟아왔다.
물론 그로부터 시간이 꽤 지나기는 했지만, 원주민들은 그때의 원한을 잊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컸고.
그러니 무장을 해제했다가는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부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고.
“으음...”
그런 부관의 반응에 사령관이 다시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저들이 우리의 항복을 받아 주고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다고 한들 우린 기약 없이 저들의 노예로 살아가야 할 걸세. 그러니 최대한...버텨봐야지.”
사령관도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것은 모르지 않았다.
다만 저들을 믿고 항복할 수는 없었고 살기 위해 도망친다고 한들 저들의 추격을 벗어나기도 어려웠다.
그러니 최대한 버텨 저들의 피해를 강요하고 자신들이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원주민들에게 보여준 후 저들의 기세가 조금 꺾였을 때 협상을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퇴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고.
부관 역시 사령관의 생각을 눈치채고 그 길만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들이 돌격하면 곧바로 머스킷을 발사하도록 준비하라고 명령해두겠습니다.”
“그러게.”
사령관이 고개를 끄덕였을 때 잔해 위에서 적을 살피던 한 병사가 사령관을 향해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보고했다.
“사령관님! 원주민들이 거의 접근했습니다!”
그 말에 사령관은 즉각 명령을 내렸다.
“사격 준비!”
사령관의 명령에 요새 안쪽에 있었던 병사와 주민들은 일제히 장전 준비를 마친 머스킷을 들어 올렸고.
‘퍼퍼퍼퍼펑!’
잔해를 넘어올 원주민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가까운 곳에서 지겹도록 들었던 포격음이 다시 울리자 사령관을 비롯한 러시아 차르국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헉! 포격이닷!”
포탄이 바람을 가르는 살벌한 소리와 함께 포탄이 잔해를 넘어 요새 안쪽에 떨어졌고.
‘콰콰콰콰쾅!’
“끄아아악!”
“으아아아! 내 다리!”
“아...앞이 안 보여!”
운이 없게도 그중 몇 발이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에 떨어지면서 목불인견의 참상이 펼쳐졌다.
그동안은 적들의 포탄이 요새에 집중되었기에 이러한 광경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일제히 얼어붙었고.
“우웩!”
“여긴...지옥이야...”
부상자들의 신음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참혹한 광경에 질린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부상자들에게 다가갔을 때.
‘퍼퍼퍼퍼펑!’
다시 포성이 울리자 살아남은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흩어지기 시작했고 그 광경을 바라보던 사령관은 허공에 대고 분노했다.
“이...이...빌어먹을 원주민 놈들이! 그만 좀 쏴라! 이 비겁한 놈들아!”
* * *
“그 값비싼 포탄을 아예 들이붓는 모양새로군.”
에벤 족 족장 투란이 곡사로 잔해 뒤쪽에 날아가는 포탄을 보고 중얼거리자 알류트 족 족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부족원들의 피해가 적으면 적을수록 좋긴 한데...이거 상대가 남아 있긴 하려나 모르겠는데?”
이에 투란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보다 많을 거야. 저들은 적이 어디에 있을 거라는 것을 확인하고 포를 쏘는 것이 아니라 대충 잔해 너머에 적이 있다고 가정하고 발사하는 것이니만큼. 그러니 방심하지 말라고. 눈먼 총알에 맞지 말고.”
그 말에 알류트 족 족장은 들고 있던 머스킷을 강하게 움켜쥐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앞으로 변화할 미래를 생각하면 절대 죽을 수야 없지.”
“그래. 그럼 좀 이따가 보자고.”
이번 포격의 목적은 적들을 혼란하게 하고 대열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얼마 쏘지 않을 거라는 것은 미리 전해 들었기에 알류트 족 족장은 투란의 어깨를 툭툭 치고 부족원들에게 돌아갔고.
투란은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하고 있을 때 부족원이 소리쳤다.
“족장님! 검은 깃발이 올라왔습니다!”
이에 투란은 고개를 돌려 검은 깃발을 확인한 후 부족원들에게 소리쳤다.
“저들이 한창 혼란스러울 때 잔해를 넘어야 한다! 바로 달려!”
이 말과 함께 투란은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고.
“와아아아!”
자신들을 따라오며 함성을 내지르는 부족원들 앞에서 거침없이 달려나가던 투란은 잔뜩 긴장하고 잔해 위로 올라가 슬쩍 고개를 들어 안쪽을 바라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헉!”
용병들의 포격이 정확한 탓인지, 아니면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이 운이 없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포격으로 곳곳에 시체 파편이 널브러진 참상에 투란이 순간 멈칫하고 투란의 뒤를 따라 잔해 위에서 안쪽을 바라본 원주민들도 처음 보는 광경에 기겁한 표정을 지었을 때 원주민들이 잔해를 넘은 것을 확인한 러시아 차르국 병사 중 일부가 머스킷을 발사했고.
‘타탕! 타타타탕!’
총소리에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도 정신을 차렸고 그건 투란과 원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은 전투 중이라는 것을 깨달은 투란이 급히 머스킷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사격 개시!”
‘타타타탕!’
그렇게 잔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과 원주민들은 전투를 벌였지만, 러시아 차르국 병사들은 포격으로 인해 피해가 컸고 제대로 대열을 이루지도 못해 산발적으로 사격했기에 사방에서 밀려드는 원주민을 감당하지 못했고.
이대로는 전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통감한 사령관은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어 올렸고 그렇게 1678년 12월 11일에 벌어진 야쿠츠크 요새의 전투는 시베리아 부족 연합의 압승으로 종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