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2화
살을 베어내는 것 같은 칼날 같은 찬 바람이 망루 안으로 들어오자 턱수염이 덥수룩한 러시아 차르국 병사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옷 위에 덮고 있던 가죽을 목까지 끌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으. 추워.”
“그러게. 젠장. 이렇게 추워죽겠는데 바깥에서 망을 봐야 하는 신세라니.”
이에 함께 망루 안에서 망을 보던 왜소한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치자 산적 수염 병사는 왜소한 사내에게 이 추운 12월에 자신들을 야쿠츠크 요새 망루 위에 근무하게 만든 야쿠츠크 요새 사령관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령관이 미친 것 같아. 물론 원주민들이 머스킷으로 무장했고 이미 충돌한 상태이니 저들이 이곳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만약을 대비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아무리 추위에 익숙한 원주민들이라도 이런 날씨에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여기는 건가?”
이에 근무를 설 때부터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던 왜소한 병사도 격하게 공감하며 투덜대기 시작했고.
“내 말이. 젠장. 그리고 설령 저들이 이 추운 겨울에 우리 요새를 공격하러 온다 하더라도 망이야 소수의 인원만 보면 그만 아닌가? 헌데 왜 이전보다 망을 보는 병사를 늘린 거냐고. 가뜩이나 병사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엣취!”
“그러니까. 그리고 원주민들이 이곳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나타난다 하더라도 우린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럼. 일단 얼어붙은 이 손을 좀 녹인 후에 머스킷이라도 사용할 수 있겠지. 젠장.”
왜소한 사내는 계속된 찬바람에 싸늘해진 손을 슬쩍 들어 올렸다가 다시 들어오는 찬 바람에 몸을 부르르 떨고 더는 못 버티겠다는 표정으로 산적 수염 사내를 바라보았다.
“후우. 이거 도저히 못 버티겠는데? 혹시 보드카 좀 있어?”
하지만 산적 수염 사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없어. 요새 매일같이 망을 봤잖아. 망을 보는 동안 계속 마셔대서 보급받은 건 이미 다 떨어진 지 오래야.”
그나마 병사들이 이 추운 겨울에도 바깥 근무를 버틸 수 있게 도와준 것이 바로 한 모금만 마셔도 몸이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보드카였다.
하지만 계속된 근무로 인해 이미 보급받은 보드카는 다 마셨기에 혹시나 하고 질문을 던졌던 왜소한 사내였지만 산적 수염 병사 역시 비슷한 처지였기에 이미 보드카를 다 마셨다고 이야기하자 왜소한 사내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끙...아직 교대 시간은 꽤 남았는데 보드카도 없이 이 추위를 무슨 수로 버텨. 안 되겠다.”
“어쩌게?”
“뭘 어째. 밑에 내려가서 보드카 좀 구해올게.”
“있을까? 보급품도 넉넉지 않아서...”
“그럼 창고에서라도 가져올게. 얼어 죽기 직전이라는데 설마 안 주겠어?”
그 말에 산적 수염 병사는 보드카를 떠올리고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좀 넉넉히 받아와. 젠장. 근무는 대폭 늘리고선 보급품을 가져올 병사도 없으니 보급품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로 보드카 지급을 대폭 줄이는 미친놈이 어딨어?”
산적 수염 병사가 다시 그러한 결정을 내린 야쿠츠크 요새 사령관을 욕하자 왜소한 사내는 피식 웃으며 망루에서 내려갈 준비를 했다.
“알았어. 그럼 갔다 올 테니 한눈팔지 말고 망이나 잘 보라고.”
이에 산적 수염 병사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잠시 고개를 돌려 레나 강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얼어붙은 레나 강뿐인데 볼 게 뭐 있...음?”
“왜?”
왜소한 사내는 산적 수염 병사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 사다리를 잡고 내려가려다 멈추고 질문을 던졌지만, 산적 수염 병사는 눈을 찌푸리며 레나 강 쪽을 바라보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기...저거 원주민들 같은데?”
“뭐?”
왜소한 사내는 다시 망루로 들어와 레나 강 쪽을 바라보았고 저 멀리서 보이는 원주민들의 행렬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뭐야. 저거. 생각보다 사람이 많은데?”
“아무리 봐도 1천 명은 가볍게 넘고...거의 2천 명에 달하는 규모인데? 이 근처에 저 정도 규모의 부족이 있었나?”
산적 수염 병사의 말에 왜소한 사내가 타박했다.
“이 추운 겨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부족이라고? 그게 말이 돼?”
“그럼 설마...”
산적 수염 병사와 왜소한 사내는 서로를 바라보다 자신들이 이 추운 겨울에 이곳에 망루에 올라온 이유를 깨닫고 급히 망루 한쪽에 비치된 망원경을 찾았다.
그리고 왜소한 사내가 망원경을 들어 이 원주민 행렬을 자세히 살피고 욕설을 뱉어냈다.
“이런 젠장. 머스킷이다! 죄다 머스킷으로 무장했어! 저들이야! 우리 동료들을 죽인 그 에벤 족 놈들이 확실해!”
산적 수염 병사는 멍한 표정으로 왜소한 사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맙소사. 이 추운 겨울 날씨에 이곳을 공격하겠다고 그 먼 거리를 이동했다고? 이런 미친!”
왜소한 사내는 계속 망원경으로 저 멀리서 얼어붙은 레나 강을 건너는 원주민 행렬을 바라보다 그런 산적 수염 병사를 바라보고 소리쳤다.
“뭐해! 당장 종을 쳐!”
“아...알았어!”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산적 수염 병사는 망루에 비치된 줄을 힘차게 당겼고.
‘땡땡땡땡!’
곧 시끄러운 종소리와 함께 적막이 가득했던 요새가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 * *
한창 꽝꽝 얼어붙은 레나 강 위를 조심스럽게 이동하던 에벤 족 족장 투란은 아련하게 들리는 종소리에 쿠나킨에게 받은 망원경을 꺼내 눈에 가져다 대고 저 멀리 보이는 야쿠츠크 요새를 살핀 후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흠. 저쪽에서도 우리의 접근을 눈치챈 모양이군.”
그 말에 함께 이동하던 족장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야쿠츠크 요새 쪽을 살폈고 코랴크 족 족장이 투란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렇군요. 요새가 꽤 부산스럽습니다. 더불어 즉각 병사들이 요새 위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 저들도 저희의 공격을 예상한 모양이군요.”
그 말에 용병 대장으로 알려진 아이누 탐사대장이 입을 열었다.
“주변 원주민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강이 얼어붙은 지도 2주 가까이 흘렀다고 들었으니 튼튼할 것 같기야 합니다만...저들이 우리를 공격하겠다고 화포를 쏘기 시작하면 얼음이 일부 깨질 수도 있으니 일단 이동 속도를 올려 빠르게 강을 건너도록 하지요.”
“알겠소.”
아이누 탐사대장 말처럼 괜히 이 얼음이 깨지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곤란한 것은 사실이었기에 다른 족장들도 이에 동의하며 자신들의 부족원들을 독려하기 위해 급히 움직였다.
* * *
종소리가 들려오자 즉각 요새 위로 올라온 야쿠츠크 요새 사령관은 저 멀리서 얼어붙은 레나 강을 건너는 원주민 행렬을 확인하고 자신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빌어먹을! 대체 왜 멀뚱히 구경만 하는 거야! 저들을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대포를 쐈어야지!”
“그게 사거리 밖이어서...”
“그래도 쏴! 혹시 포격에 강의 얼음이 깨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한 사령관의 명령에 함께 나온 부관이 조심스럽게 사령관에게 말을 걸었다.
“저...사령관님. 이미 저들은 강을 거의 건넌 상태라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차라리 화약과 대포알을 아낄 겸 저들이 접근할 때 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사령관의 생각은 다른 듯싶었다.
“일단 쏘게. 그래야 저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할 테니까.”
사령관도 이번 포격이 큰 의미가 없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들에게 대포의 위력을 과시해 저들이 섣불리 접근하지 못하도록 만들 속셈이라는 것을 깨달은 부관은 곧바로 수긍했다.
“음...알겠습니다.”
부관이 주변 병사들에게 눈짓하자 병사들은 즉각 요새 곳곳에 배치된 대포를 향해 달렸고 그 광경을 지켜본 사령관이 다시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어차피 포격음이 울리면 요새 안의 주민들도 적이 등장했다는 것을 눈치챌 거야. 그러니 전에 이야기한 대로 무기고를 열고 주민들에게 무장을 건네주게.”
사령관이 지휘하던 병사는 500명 남짓이었는데 에벤 족의 기습 공격으로 이미 300명을 잃은 상태였기에, 그리고 원주민들이 대량의 머스킷을 구한 이상 시간을 주면 머스킷으로 무장한 원주민들이 더 늘어날 테니 이 야쿠츠크 요새를 지키기 위한 병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던 야쿠츠크 요새 사령관이었다.
해서 사령관은 야쿠츠크 요새의 주민들을 징집해 요새 방어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미 주민들에게도 통보한 상태였고 어차피 주민들도 이 야쿠츠크 요새가 원주민들에게 무너지면 목숨이 위태로웠기에 기꺼이 응했던 터라 사령관이 이를 언급했고.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부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고 사령관은 고개를 돌려 저 멀리 보이는 원주민 행렬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저놈들이란 말이지? 으드득. 어디 한번 와 봐라. 대포 맛을 보여주마.”
* * *
야쿠츠크 요새에서 포성이 들리자 강을 건너기 위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시베리아 부족 연합 원주민들은 일제히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고.
‘콰직!’
꽤 거리가 떨어진 곳에 포탄이 떨어지며 일부는 튕겨 나가고 일부는 얼음에 박히는 모습을 보고 최근 머스킷으로 무장한 원주민을 끌고 온 축치 족 족장이 고개를 저었다.
“어휴. 이거 섬뜩하군요.”
이에 알류트 족 족장이 축치 족 족장의 반응에 맞장구쳤다.
“예. 북미왕국의 화포처럼 터지지는 않지만...거대한 쇳덩이가 날라오는 모습은 꽤 위협적이군요.”
다른 족장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누 탐사대장은 혹시라도 분위기가 처질 것을 우려해 즉각 입을 열었다.
“하지만 화약 낭비에 가깝습니다. 사거리도 되지 않고 레나 강은 두껍게 얼어 저 포격으로도 별다른 손상은 없으니까요. 저희를 견제하기 위해 최대 사거리로 쏜 탓인지 포탄의 위력이 현저히 떨어지는군요.”
아이누 탐사대장의 말은 저들의 화포를 과하게 경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고 이러한 이야기에 다른 족장들이 고개를 끄덕일 때 코랴크 족 족장이 표정을 찌푸리며 말했다.
“헌데 포로들에게 파악한 정보로는 저 요새에 10문의 화포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보다 많은 것 같은데...”
확실히 요새에서 발사된 포탄은 10발보단 많았기에 다른 족장들도 고개를 끄덕일 때 아이누 탐사대장이 어깨를 으쓱했다.
“흠. 아무래도 주변에서 병력과 물자를 일부 지원해준 모양이군요.”
“끙...역시 너무 늦은 건가.”
투란이 한탄하고 다른 족장들도 얼굴을 흐렸지만, 아이누 탐사대장은 그런 족장들을 바라보고 전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습니다. 그래 봐야 얼마나 지원해주었겠습니까. 어차피 저들의 병력 규모는 적은 편이니 저 요새를 함락시키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겁니다. 그보다 거의 강을 다 건넜으니 일단 강을 건너는 데 집중하지요.”
이에 다른 족장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멈춘 부족원들을 독려했고 강을 건너기까지 야쿠츠크 요새에서 추가로 포탄을 발사했지만 별다른 피해 없이 레나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강을 건너고 나서 축치 족 족장이 아이누 탐사대장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럼 이제 우리는 당신들이 화포로 저 요새를 무너뜨릴 때까지 대기하면 되겠소?”
이에 아이누 탐사대장은 씩 웃으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화포를 이용해 요새를 부수는 동안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시지요.”
* * *
야쿠츠크 요새 위에서 사령관은 망원경을 통해 원주민들의 무장을 자세히 살피고 탄식했다.
“젠장. 역시 원주민들에게 시간을 줘선 안 됐어. 얼핏 봐도 2천 명에 가까운 원주민들이 죄다 머스킷으로 무장하고 있는 광경이라니.”
지금 그가 지휘할 수 있는 병사들은 고작 남은 병사 200명뿐이고 이르쿠츠크의 요새 사령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든 병사를 지원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지만, 이르쿠츠크 요새에도 병력이 많은 편은 아니라 병력이 아닌 물자만 일부 지원해준 상황이었다.
헌데 머스킷으로 무장하고 자신들을 공격하러 온 원주민들은 2천 명에 가까웠으니 사령관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사령관을 보고 부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분명 저 숫자가 위협적이기는 합니다만...주민들도 머스킷으로 무장하고 요새 방어를 도울 테고 대포가 있으니 저들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후라고 생각합니다. 본국에서 지원을 보내준다 해도 과연 저들을 제압할 수 있는가인데...”
“어지간히 많은 병력과 물자를 지원해주지 않으면 어려울 텐데 그게 가능할까 싶군.”
사령관이 원주민들을 살피며 회의적인 표정으로 답하자 그건 부관도 마찬가지였기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요새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원주민들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하자 부관이 조심스럽게 사령관을 바라보았다.
“슬슬 공격하려는 걸까요?”
“그런 것 같은데? 주민들은?”
“이미 밑에서 무장하고 대기 중입니다.”
사령관은 잠시 원주민들을 바라보다가 부관에게 명령했다.
“그럼 바로 요새 위에 배치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부관이 전령에게 명령을 내리는 동안 원주민들을 바라보고 있던 사령관은 조금씩 요새로 접근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기가 찬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 이것 보게? 진형을 이루고 천천히 접근한다고?”
원주민들은 요새를 두고 2줄로 서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기에 부관이 이를 확인하고 무척 놀랍다는 듯 입을 열었다.
“으음...정말 의외군요. 누군가가 머스킷만 판 것이 아니라 머스킷을 이용한 전술을 제대로 알려준 무양입니다만...”
“어떤 빌어먹을 놈이...”
사령관도 부관과 같은 생각이었기에 욕을 하려는 찰나 원주민들이 요새에서 약 1.5km가량 떨어진 곳에서 멈췄지만 뒤따라오던 마차는 오히려 원주민들을 지나쳐 요새로 조금 더 다가왔기에 부관은 희한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 마차가 왜 앞으로 나오는 거지?”
하지만 사령관은 점차 안색이 창백해졌고.
“설마...?”
마차 안의 물품을 가린 천을 원주민들이 치우자 마차 안에 있던 대포를 확인한 부관이 기겁했다.
“맙소사! 사령관님! 대포입니다! 저들도 대포가 있습니다! 그것도 한두 문이 아닙니다!”
딱 봐도 요새 근처까지 전진한 마차는 15대나 있었고 이 마차에 모두 대포가 실려 있었기에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빌어먹을. 당장 대포를 발사할 준비를 해! 그리고 주민들에게도 저들이 포탄을 발사하더라도 요새를 믿고 절대 동요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알겠습니다!”
사령관은 명령을 내리고 망원경을 통해 저들의 마차에 실린 대포를 확인하고 자신들의 데미컬버린과 비슷해 보였기에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보아하니 우리와 비슷한 급의 대포로 보이는데 왜 저기서 발사 준비를 하는 거지?”
대포의 크기가 비슷하면 사거리도 비슷할 것이 분명했다.
헌데 저들은 생각보다 먼 곳에서 대포를 사용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양새였기에 사령관이 의문을 표하자 부관이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음...저들이 아직 대포를 제대로 운용할 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마 발사 후 사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 대포를 밀면서 다가오겠지요.”
“역시 그럴까...”
그나마 자신들은 요새 위에 대포를 올려둔 터라 사거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을 테니 저들이 조금만 더 다가온다면 포격을 통해 일단 저 대포부터 처리해야겠다고 사령관이 생각하고 있을 때 어느덧 발사 준비가 끝난 모양인지 원주민들이 즉각 대포를 발사했고.
‘퍼퍼퍼퍼펑!’
사령관은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대포의 장전 방식이 자신들과는 조금 다른 것처럼 보여 저게 뭔가 하는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예상과는 달리 저들의 포탄은 허공을 가로질러 요새 인근에 떨어지거나 몇 발은 요새에 명중한 모양인지 약간의 충격이 있어 놀란 표정을 지었고.
‘콰콰콰콰쾅!’
폭발음과 함께 요새의 벽 일부가 흔들리자 그 위에 있던 병사들과 주민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이게 뭐야!”
“맙소사! 이거 무너지는 것 아냐?!”
사령관은 그런 광경을 보고 놀란 표정으로 입을 쫙 벌리며 중얼거렸다.
“맙소사...이게 대체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