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1화
정성국은 오랜만에 얼굴을 비친 해군 탐사대장을 반겼다.
특히 올해 해군 탐사대장의 귀환은 꽤 늦었기에 조금 걱정하기도 했던 터라 정성국은 자신을 보고 미소짓는 해군 탐사대장을 보고 안도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해군 탐사대장에게 내어 줄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고.
헌데 해군 탐사대장은 평소와는 달리 꽤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기에 정성국은 상자를 흘깃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근데 그건 무슨 상자인가?”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정성국을 바라보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상자를 티테이블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보면 놀라실 겁니다. 이것 때문에 귀환이 좀 늦었지요.”
“음? 헉!”
해군 탐사대장의 말에 대체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가 싶어 정성국이 상자 안을 살폈고 화들짝 놀랐다.
“맙소사...이거 금인가?”
“그렇습니다.”
“허어...”
정성국은 자신을 보고 의기양양하게 웃는 해군 탐사대장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홀린 듯 상자 안을 바라보았다.
정성국도 그동안 금을 많이 보긴 했었다.
전생과는 달리 금을 실제로 사용해 거래하는 만큼 금을 볼 일이 많았던 탓이다.
다만 정성국이 보았던 금은 대부분 사금이나 금을 가공해 만든 금화, 금괴 정도였는데 상자 안에 들어있는 금은 말 그대로 금덩어리였다.
작게는 아이 주먹만 한 크기부터 가운데 있는 가장 커다란 금덩어리는 사람 머리만 할 정도였고.
이러한 커다란 자연산 금덩어리는 전생에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었기에 정성국은 멍한 표정으로 이 금덩어리를 바라보다가 손으로 이를 매만지고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자신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해군 탐사대장을 바라보고 질문을 던졌다.
“헌데 이것 때문에 귀환이 늦었다는 소리는...”
“전에 호주에 새로운 거점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미안진 남쪽과 북쪽에. 아. 설마 거기서?”
생각해보면 미안진 남쪽에 새로 건설한 거점은 전생의 멜버른 인근이었고 이 멜버른이 급격히 발전하게 되었던 것은 근처에서 발견된 금광 때문이라는 것을 떠올린 정성국이 탄성을 지르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미안진 남쪽의 쿨린 연맹은 미안진 같은 거점을 만들고 싶다는 저희의 제안에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해서 미안진 남쪽에 거점을 건설하고 그 주변을 파악하기 위해 살폈는데...그러다 강가에서 이런 금덩어리들을 발견했고 인근을 파 보니 거대한 금맥을 발견한 겁니다.”
“거대한 금맥이라...”
“거기에 이 금맥은 지표면에 가까워 이를 캐기도 쉬울뿐더러 잠깐 채굴했는데도 이렇게 통짜 금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금맥이었습니다.”
해군 탐사대장이 잔뜩 흥분하며 설명하자 정성국은 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호주의 금은 깊은 곳이 아닌 얕은 곳에 묻혀 있어 약간의 땅만 파더라도 쉽게 캘 수 있었고 덕분에 전생에서는 고작 반년 만에 240만 파운드에 달하는 금을 캐낼 수 있었다.
물론 이는 한창 골드러시 열풍이 불 때라 캘리포니아로 향하려던 유럽인들이 이 소식을 듣고 호주로 몰려왔기에 가능한 채굴량이긴 했지만 다른 곳처럼 쉽게 채굴하기 어렵다면 불가능한 채굴량이기도 했다.
이를 떠올린 정성국은 비록 원주민들만으로 금을 캐야 하니 전생과 비교하면 채굴량은 적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 자신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북미왕국이 발전하면서 경제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었기에 경제의 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려면 더 많은 금을 캐야 했기에 꾸준히 금광을 개발하고 더 많은 인력을 금광에 투입하곤 있었지만, 북미왕국의 경제 규모는 급격히 커지고 있어 이를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고 잘못하면 경제에 악영향을 줄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조만간 호주에 대대적으로 개발청 관리를 보내 금광을 개발하고, 조선의 금광들도 어떻게든 개발하며 교역 규모를 늘려 이 금들을 북미왕국으로 가져올 생각을 했던 정성국은 안도하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 정도로 생산성이 좋단 말이지?”
헌데 해군 탐사대장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정성국이 해군 탐사대장을 바라보자 해군 탐사대장은 씩 웃으며 정성국에게 건네며 말했다.
“미안진 근처에서도 금맥을 발견했습니다.”
“어? 미안진 근처에서도?”
정성국이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되묻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뭐 미안진 근처라고 해도 땅이 넓어 며칠은 이동해야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기야 합니다만...아무튼, 그곳에도 금맥이 있더군요. 물론 쿨린 연맹의 영역에서 발견한 금맥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생산성 있는 금맥이었습니다.”
이러한 보고에 정성국은 새삼 놀랐다는 듯 중얼거렸다.
“허. 두 군데서 금이 나왔다니...호주에 금이 많이 묻혀 있나 보군.”
“예.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해서 개발청 관리들은 엄청 흥분해서 호주 전역을 샅샅이 탐사할 작정이라고 합니다.”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다 내린 커피를 해군 탐사대장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나쁘지 않네. 이 기회에 호주에 여러 광산을 개발해서 이를 통해 교역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고.”
“그렇지요. 지금까지는 원주민들과 제대로 교역하기에는 딱히 물건이 없어 한계가 있었습니다만...호주에 여러 광산이 개발되기 시작하고 이곳에서 각종 광물을 캐내면 상황이 전혀 달라질 테니까요.”
정성국은 행정청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헌데 이렇게 되면 남쪽의 거점에도 개발청 관리를 일부 파견하긴 해야겠는데,,,?”
원래는 남쪽의 거점에는 사람을 전혀 파견하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금이 발견된 이상 체계적으로 금을 캐야 했기에 정성국이 입을 열자 해군 탐사대장이 대답했다.
“그렇지요. 사금과는 달리 제대로 광산을 세워야 할 테니까요. 다만 거점을 방문한 선원들이 잠시 쉴 수 있는 숙소도 만들어둔 만큼 개발청 관리들은 그곳에서 지내면 될 겁니다.”
“그리고 미안진 근처의 금광은 터발 족의 영역인가? 거리가 꽤 멀다고 한 것을 보면 아닌 것 같은데...”
“그게 조금 애매합니다. 터발 족을 비롯해 여러 부족의 경계에 가깝거든요. 해서 터발 족이 나서서 주변 부족들과 교섭 중인데 다들 꽤 긍정적입니다.”
그래서 금광 개발에 큰 문제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고 해군 탐사대장이 덧붙이자 정성국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예. 터발 족이 나서서 금광을 제대로 개발하면 이곳에서 나오는 금으로 북미왕국과 교역해 더 많은 북미왕국의 물품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니 그동안 북미왕국의 물품이 탐은 나지만 거래할 것이 마땅치 않아 아쉬운 감정을 지우지 못했던 원주민들로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지요.”
원주민들은 주로 가죽이나 진주, 해삼 등을 이용해 북미왕국과 거래했지만, 그 양이 많지도 않았고 가죽이나 해삼은 품질이 낮은 편이라 교역에는 한계가 있었다.
헌데 터발 족이 북미왕국이 금을 원한다는 사실을 주변 부족에게 알리며 저 금광을 함께 개발한다면 원하는 북미왕국의 물품을 모두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다른 부족들은 이에 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부 부족은 이를 독차지하고 싶어 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북미왕국과 교역한 터발 족은 어느덧 주변에서 가장 강한 부족이 되어 있었고 이들이 금광을 독차지하지 않고 함께 개발하자고 제의한 것 자체가 자비로운 제안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은 다른 부족들은 기꺼이 이에 응했고.
터발 족도 세가 강한 것을 이용해 금이 나오는 지역을 독차지하고 싶긴 했지만, 괜히 금이 나오는 지역을 독차지하려다 주변 부족이 연합해 자신들을 공격하면 곤란하기도 했고 북미왕국에서 금을 캐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이를 포기했고.
이러한 상황 설명에 정성국은 무척 만족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거 다행이군. 그럼 남쪽의 거점과 미안진은 그렇고...북쪽의 거점은?”
“아. 북쪽의 거점 만바라 항의 건설도 끝났습니다.”
“만바라? 아. 그곳이 만바라 족의 영역이라고 했던가?”
정성국이 기억을 더듬어보고 대답하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만바라 족도 새로 건설한 항구에 자신들 부족 이름을 붙여주자 무척 좋아했지요. 참고로 남쪽의 거점은 분어룽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분어룽이라면...이전에 이야기한 그 쿨린 연맹의 일원 말이군? 남쪽 거점이 분어룽의 영역 안에 있나 보지?”
“예. 그리고 쿨린 연맹이 시설을 관리해주기로 했지만...실질적으로는 분어룽 족이 시설을 관리하는 만큼 항구 이름을 분어룽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해군 탐사대장의 설명에 정성국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혹시나 하는 표정으로 해군 탐사대장을 바라보았다.
“그보다 만바라 항은 뭐 없나?”
정성국이 기억하기로 북쪽 거점 인근인 퀸즐랜드 주에도 여러 금광이 발견되기도 했다는 것을 떠올려 혹시나 하고 묻자 해군 탐사대장이 웃었다.
“하하하. 쿨린 연맹의 영역에도 금맥이 발견되고 미안진 근처에서도 금맥이 발견되었기에 개발청 관리들이 만바라 항 인근을 열심히 살피고는 있습니다만...아쉽게도 별다른 광맥을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개발청 관리들은 내륙의 지형을 살펴볼 때 광맥이 있긴 할 것 같다고 추측하긴 했습니다만...”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 아쉽긴 한데 어차피 호주 원주민들의 수가 적어 여러 광산을 개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 이번에 발견한 금맥에 집중해야겠군.”
“예. 어차피 만바라 족은 약소 부족이라 광맥을 발견해도 당장은 광산을 개발하기도 힘든 상황이라서요. 해서 개발청 관리들도 만바라 인근의 정밀 탐사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호주의 광산 개발에 대해 논의한 정성국은 문득 분어룽 항, 만바라 항 외에도 이번에 또 다른 거점을 건설하기로 한 지역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그러도록 하고...타히티는?”
“타히티의 원주민들과 협상해 해안가 일부를 저희가 이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선착장을 비롯해 각종 시설을 세웠고 가장 중요한 진주 양식장도 건설했지요.”
흑진주를 생산하는 흑접패가 하와이에서 자라지 못해 결국 타히티에도 거점을 세우게 된 만큼 원주민들과 협상해 해안가를 얻어 곧바로 진주 양식장부터 건설했다는 해군 탐사대장의 보고에 정성국은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어업 연구소의 연구원이 상주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와이에서 진주를 양식하던 연구원 일부가 타히티로 이동해 어업 연구소 분소를 세웠습니다.”
“흠...흑진주를 위해서라지만 연구원들은 타히티에서 오랫동안 머물러야 할 테니 왠지 미안하군. 연구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연구원들이 사용할 여러 물자를 풍족히 수송하도록 하게.”
정성국이 하와이에서 졸지에 본토와 더 멀리 떨어진 타히티로 이동하게 된 어업 연구소의 연구원들의 처지가 안타까워 덧붙이자 해군 탐사대장이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그리고 하와이도 아름답긴 합니다만...타히티도 이에 못지않아서 말입니다. 처음 타히티로 이동할 때만 하더라도 조금 툴툴대던 연구원들도 타히티에 도착하고 섬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만족했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렇게 타히티 섬에 대한 보고를 끝낸 해군 탐사대장이 정성국을 보고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자세한 것은 외무청을 통해 보고가 올라갈 겁니다만...올해는 전하의 말씀대로 그동안 발견한 섬들을 돌아다니며 원주민들과의 교류에 힘썼고 덕분에 꽤 많은 부족과 우호 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동안 해군 탐사대는 남태평양 탐사에 주력했지만, 어차피 대부분의 섬은 다 발견하기도 했고 조만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면 지금과는 달리 유럽의 더 많은 유럽의 배들이 태평양에 진출할 것이 뻔했기에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여겨 정성국이 원주민들과의 교류에 집중하라고 명령했고, 남태평양 탐사대는 이 명령대로 원주민들과 교류하며 우호 관계를 맺었다는 보고에 정성국이 반색했다.
“오. 그래?”
“예. 외무청에서는 내년이나 내후년쯤에 저희가 탐사한 태평양 지도를 유럽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기에 최대한 노력했지요.”
그러면서 해군 탐사대장은 품에서 지도를 꺼내 정성국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빗금 처져 있는 섬들은 저희 북미왕국과 우호 관계의 부족들이 장악한 섬들입니다.”
정성국은 남태평양의 지도를 살펴보고 조금 감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호. 의외로 꽤 많네? 한 40프로 정도는 되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열심히 노력해 더 많은 원주민 부족과 우호 관계를 맺도록 노력할 셈이고요. 물론 내후년까지 모든 남태평양의 원주민들과 우호 관계를 맺기야 어렵겠습니다만...”
내후년이면 파나마 운하가 개통될 시기라 해군 탐사대장이 말을 흐렸지만, 정성국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괜찮아. 지도를 공개할 때 적당히 뭉뚱그려 이쪽의 원주민들은 우리 북미왕국과 우호 관계이니 섣불리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면 알아듣겠지. 그리고 유럽에 지도를 공개할 때 5함대의 창설 소식도 함께 알릴 생각이니 섣불리 남태평양에 접근하지 못할 테니 걱정 말게.”
“하하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