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460화 (460/850)

460화

“부르셨습니까? 전하.”

“아. 개발청장. 앉게.”

정성국은 자신의 부름에 즉각 집무실을 방문한 개발청장과 함께 티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내려 넘겨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에 행정청장에게 새나주-새목포 구간 철도 부설 공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 말이네. 구간은 비교적 짧은 편이라 공사 자체는 금방 끝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정성국이 운을 떼자 커피를 마시던 개발청장은 왜 자신을 부른 것인지 짐작하고 웃으며 답했다.

“전하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은 역시 이번 새나주-새목포 구간 철도 부설 공사가 조선의 철도 부설 공사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까 염려하시는 것이지요?”

“아무래도 그렇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선의 철도 부설 공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겁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개발청장을 보고 정성국이 되물었다.

“그래?”

“예. 동시에 진행한다면 모를까...조선의 경우 철도 부설 공사에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전혀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조선에 가져가려고 만들어 창고에 보관 중인 각종 건설 장비를 투입하면 생각보다 단기간에 철도 부설 공사를 끝낼 수도 있고요. 지형도 공사하기 딱 좋은 지형이다 보니...”

파나마 지역에도 가져갔는데 조선에 건설 장비를 가져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건설 장비를 이용해야 빠르게 철도를 부설할 수 있었고.

그런 만큼 조선의 철도 부설 공사가 결정되면서 개발청에서는 건설 장비를 잔뜩 발주하고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조선에 보낼 계획을 짜 두었고.

헌데 이를 이용하면 더 빠르게 정말 빠르게 철도를 부설할 수 있다고 자신하니 정성국은 혹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 그렇긴 하겠네. 헌데 건설 장비야 그렇다 쳐도 선로는? 지금 창고에 보관 중인 선로를 가져가도 지장이 없나?”

“그럼요. 계속해서 제철소를 확장하고 이전에 이로쿼이 지역에 건설한 제철소마저 가동하면서 강철을 쏟아내고 있는 터라 곧바로 만들면 그만이라 전혀 문제없습니다.”

이미 개발청장이 김신철에게도 확인해본 사항이라고 덧붙이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렸다.

“흐음...알겠네. 그럼 준비해서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도록 하게. 자네 말마따나 조선에 철도를 부설하기 전에 완공하려면 빠르게 착수하는 게 낫겠지.”

“이미 그 노선은 측량마저 끝낸 상태이기에 행정청장과 이야기해서 곧바로 착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성국이 개발청장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을 때 개발청장이 온 김에 보고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이번에 보스턴 지역에 건설 중이던 고층 건물이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새진주에 관공서 건물을 건설한 후 정성국은 생각보다 관광 효과가 크고 선전 효과도 나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북미 동해안의 다른 지역에도 고층 건물을 건설하라고 지시했고, 개발청에서는 북미 동해안 지역마다 고층 건물을 건설하기 시작해 총 5개의 고층 건물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달 전 버지니아 지역에 건설된 고층 건물을 시작으로 플로리다, 뉴욕, 그리고 이번에 보스턴 지역의 건물까지 완성되었다는 보고에 정성국은 활짝 웃으며 되물었다.

“호. 그래? 그럼 이제...캐롤라이나 지역의 고층 건물만 남은 건가?”

고층 건물은 일종의 도시의 상징물이나 다름없었기에 똑같은 건물을 복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외형도, 높이도 다른 5개의 건물을 짓기로 했는데 이 사실을 보고받은 정성국은 설계상 가장 높은 건물을 캐롤라이나 지역에 건설하라고 지시했다.

관공서 건물을 짓고 나니 새진주 주민들은 관공서 건물이 자부심을 나타냈고 이를 구경하러 온 다른 주민들은 무척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보고받은 정성국은 캐롤라이나 지역에 노예 출신의 흑인들이 대거 거주하는 만큼 이곳에 가장 높은 건물을 지어 이들에게 일종의 자랑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캐롤라이나 지역에는 설계도 가운데 가장 높은, 그리고 북미왕국에서 처음으로 100m가 넘는 높이의 35층 건물이 건설되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보다 높은 만큼 건설 기간이 길어지나 싶어 정성국이 묻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캐롤라이나 지역의 공사도 순조롭기에 예정대로 내년 가을 정도면 완공될 것 같습니다.”

“허. 솔직히 걱정했는데 그래도 큰 사고 없이 건설을 완료할 수 있어 다행이로군.”

정성국은 이번에 고층 건물을 여럿 건설하면서 혹시 사고라도 날까 꽤 걱정했지만 자잘한 사고는 피할 수 없어도 큰 사고는 없었기에 일단 안도하자 개발청장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뭐 전하께서 말씀하신 안전 수칙 덕분에 더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었습니다.”

정성국은 그런 개발청장의 아부에 피식 웃으면서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 개발청장이 그런 정성국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헌데...전하. 캐롤라이나 지역에 건설 중인 고층 건물까지 완공하고 나면 새로운 고층 건물을 건설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또 짓자고?”

“예. 캐롤라이나 지역에 건설 중인 고층 건물이 완공되면 북미왕국 내에서야 가장 높은 건물이 되기는 합니다만...그래도 피라미드라던가 유럽의 성당들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잖습니까.”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꼭 지어야겠다 이건가?”

“그렇습니다. 이번에 여러 고층 건물을 올리면서 경험도 쌓았으니...이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흠. 그러려면 못해도 150m 높이는 되어야 할 건데...지금 캐롤라이나에 건설 중인 고층 건물보다 1.5배나 높은 건물을 짓겠다고?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개발청 소속 건축가들에게 유럽의 건축물에 대한 정보를 넘겨줬을 때부터 이들이 어떻게든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것은 짐작했다.

그리고 높이 제한도 해제했으니 더욱 집착할 테고.

하지만 처음으로 새진주에 고층 건물을 건설한 지 10년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이를 노릴 줄은 몰랐기에 정성국이 조금 우려스럽다는 듯 이야기하자 개발청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지금 캐롤라이나에 건설 중인 고층 건물은 새진주의 관공서 건물 높이에 2배에 달합니다만...”

개발청장의 이야기는 관공서 건물을 짓고 곧바로 그 2배가 넘는 높이의 건물을 짓고 있는데 여기서 다시 1.5배 정도 높이의 건물을 건설하는 것이 과연 성급한 것이냐고 조심스럽게 반문하자 정성국은 할 말이 없었기에 쓴웃음을 지었다.

또한, 생각해보면 전생에서도 40m 높이의 인듀어런스 빌딩이 처음으로 건축된 후 50년도 채 되지 않아 거의 10배에 달하는 380m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건설되기도 한 것을 보면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기도 했고.

해서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건 그렇네. 알겠네. 어차피 안전하게만 설계한다면 높이 제한을 두지도 않겠다고 이야기했으니. 다만 어디다 건설하느냐가 문젠데...”

정성국이 허락하자 반색한 개발청장은 즉각 입을 열었다.

“이로쿼이 지역에 건설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습니다만...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새진주에 건설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새진주에?”

정성국이 이유를 묻자 개발청장이 말했다.

“일단 고층 건축물을 짓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북미왕국의 국력을 과시하기 위함인데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이 바로 새진주 아니겠습니까. 물론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새한성에 짓는 것도 나쁘지야 않겠지만...”

“위험하니 자제하자고.”

정성국이 단호히 대답하자 개발청장은 이미 짐작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렇지요. 그러니 새진주가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관공서 건물의 경우 보안 문제 때문에 관광객들이 건물을 완전히 이용하긴 어렵습니다만 새로 건물을 짓는다면 조금 낫겠지요.”

“다른 건물들처럼 일부를 숙소나 찻집, 음식점을 만들자는 이야기군?”

현재 플로리다, 버지니아, 뉴욕에 건설된 고층 건물은 일부 고층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었고 반응이 무척 좋다는 것은 정성국도 잘 알고 있었기에 묻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흠. 알겠네. 그러도록 하게.”

* * *

정성국은 아시아, 정확히는 청나라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조용한 곰을 불러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가 원하는 정보는 없었고 슬슬 북방 항로는 닫힐 시기라 내년에나 다시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용한 곰과 커피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었다.

그러다 정성국이 문득 생각난 듯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면 여전히 미시시피 서부 지역의 확장에는 진척이 없나?”

“송구합니다. 전하.”

그동안 외무청에서는 미시시피 강 서부 지역의 원주민들과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섣불리 접촉하지 않고 이들의 언어를 익히는 데 주력했고 최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고 여겨 미시시피 강 서부 지역의 원주민들과 본격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했다.

허나 말이 통하면 별다른 오해 없이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미시시피 강 서부 지역에 자리한 원주민 부족들은 북미왕국을 꽤 경계하고 배척했고.

정성국은 조금 어두운 조용한 곰의 표정에 씁쓸한 미소로 중얼거렸다.

“여전히 오세이지 족, 미주리 족, 아이오와 족이 꽤 강경한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저희가 미시시피 강 유역으로 진출하면서 손쉽게 약탈할 수 있는 부족이 사라진 셈이니까요. 그리고 저들은 우리 북미왕국을 일종의 정복자로 보기에 꽤 경계하는 편이다 보니...”

북미왕국의 등장으로 이들은 부족 내의 식량 사정이 안 좋을 때 손쉽게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사냥터를 잃은 셈이었으니 북미왕국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더불어 탐사대가 이곳에 배치되면서 이들은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그동안 해온 일이 있는 만큼 미시시피 강 동부 지역의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을 등에 업고 보복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 때문에 이들은 북미왕국을 과하게 경계했고.

이를 일전에 보고받았던 정성국은 아직도 그렇다는 이야기에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쩝...”

“그나마 저들과의 교섭을 잘 마무리해서 강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지요.”

이들이 북미왕국을 경계해 자신들의 영역에 있는 강의 출입을 통제했다면 조금 곤란했겠지만, 다행히 이들은 북미왕국의 거대한 선박을 꽤 두려워했기에 자신들의 영역에서 배를 오랫동안 정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를 허락했기에 외무청에서도 더는 이들과 섣불리 접촉하지는 않았다.

“그렇긴 하지. 강을 이용하면 내륙 탐사는 가능하니까. 허면 당분간은 미시시피 강 동쪽 지역의 개발에나 힘써야겠군.”

“예. 그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들도 일리노이 족이나 치카소 족이 점차 발전하는 모습을 본다면, 그리고 미시시피 강 서쪽의 부족 가운데 어느 부족이라도 저희와 교류해 발전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결국 저희의 손을 잡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 정성국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있을 때 조용한 곰이 입을 열었다.

“아. 그리고 정식으로 보고서가 올라오면 보고할 생각이었습니다만...일리노이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 북쪽의 거대한 반도를 장악하고 있던 포타와토미 족이 이번에 북미왕국으로의 합류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 그래?”

포타와토미 족이 장악하고 있던 영역은 미시간 호와 휴런 호 사이에 있는 전생의 미시간 주의 로어 반도였다.

그리고 포타와토미 족이 북미왕국에 합류함에 따라 이 미시간 주의 로어 반도 전체가 북미왕국의 영역이 된 셈이었기에 정성국이 반색하자 조용한 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 포타와토미 족도 결국 범 알곤킨 족이다 보니 이리 족이 북미왕국에 합류했을 때만 하더라도 조금 경계하는 눈치였습니다만...일리노이 지역의 원주민들이 합류하고 이들 남쪽에 자리한 마이애미 족마저 북미왕국에 합류한 이후 빠르게 생활이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한 포타와토미 족은 부족의 미래를 위해 논의한 끝에 북미왕국으로 합류하겠다고 결정한 모양입니다.”

“이거 정말 기분 좋은 소식인데? 내가 알기로 포타와토미 족은 규모가 꽤 크지 않아?”

정성국은 포타와토미 족이 합류했다는 이야기에 무척 기뻐했는데 그가 알기로 포타와토미 족도 농경 부족에 가까워서 의외로 인구가 많은 편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습니다. 대략 15만 명으로 추정하니까요.”

“휘유. 좋은데?”

물론 거대한 로어 반도에 15만 명은 정말 빈약한 인구이긴 한데 원래 이 지역의 인구가 많지 않다 보니 그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는 정성국이었고.

“아. 그리고 작년에 탐사대가 오대호 연안을 탐사하다 접촉한 오지브와 족 말입니다. 이들도 포타와토미 족과 꽤 친분이 있었나 봅니다.”

“그래?”

오지브와 족은 흔히 오지브 족, 치페와 족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슈페리어 호 북쪽에 자리한 대부족이었다.

이들도 프랑스인들의 존재를 모르지 않았고 이들에게 모피를 일부 거래한 적도 있었기에 프랑스 세력이 사라지고 등장한 북미왕국을 꽤 경계했었고.

다만 북미왕국은 호전적이지는 않았기에 조금 안도하던 상황에서 오대호를 탐사하던 탐사대와 접촉하자 다시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자 외무청에서는 탐사대에 이야기해 슈페리어 호 연안 조사는 일단 중지되었고.

헌데 이번에 북미왕국에 합류한 포타와토미 족 덕분에 이들과도 우호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보고에 정성국이 반색하자 조용한 곰이 말했다.

“예. 해서 잘만하면 오지브와 족 전체는 아니더라도...일부 부족은 북미왕국에 합류시킬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북미왕국의 영역이 오대호 전체로 확대되겠지요.”

“하하하. 그거 좋구만. 그리고 북미왕국에 합류한 오지브와 족 추장들은 외무청 관리로 만들어 다른 오지브와 족도 모두 끌어들이면 거의 허드슨 만 인근 지역까지 영역이 확장될 테고 말이지.”

이에 조용한 곰은 빙그레 웃으며 슬쩍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다만 오지브와 족은 수렵 생활을 하는 부족이라 인구가 무척 적다는 것이 조금 문제긴 합니다만...”

“끙. 그건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다른 부족들도 북미왕국에 합류한 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 아니겠어?”

“그렇긴 하지요.”

조용한 곰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이 입을 열었다.

“좋아. 우리를 과도하게 경계하는 미시시피 강 서부 지역의 원주민들은 일단 무시하고 북쪽으로 확장해보자고.”

“알겠습니다. 전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