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427화 (427/850)

427화

더위가 완전히 가신 9월의 어느 날.

정성국은 집무실을 찾아온 교육청장의 보고에 반색했다.

“그래? 드디어 하버드 대학교의 재단장이 끝났다고?”

“그렇습니다. 각종 건물을 추가 건설해 새한성 대학교처럼 보스턴 외곽에 일종의 거대 대학 도시를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하버드 대학교는 총 4천 명의 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되었지요.”

“흠. 새한성 대학교의 절반 수준인가?”

그러면서 정성국이 조금 규모가 작지 않은가 하는 표정을 짓자 교육청장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새한성 대학교보다 학과도 적고 해서 말입니다. 다만 훗날을 위해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은 충분히 마련해두었으니 상황에 따라 확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고. 그럼 내년부턴 하버드 대학교도 입학생을 받는 건가?”

준비되었느냐는 정성국의 물음에 교육청장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습니다. 이미 하버드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선생들을 마련해두었으니까요. 물론 많지는 않지만 당장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학생이 적은 만큼 큰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그 말에 정성국은 조금 의아한 기색으로 질문을 던졌다.

“음? 입학할 학생이 적다고? 물론 당장 북미 동해안 지역에서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정도로 교육을 받은 학생은 많지 않겠지만...이 근처만 하더라도 학생들이 적진 않잖아? 어차피 기숙사도 완비해뒀으니 신입생을 채우는 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작년에 북미 동해안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에 중등 교육 기관을 건설했고 올해 추가로 누벨 프랑스 지역과 일리노이 지역에도 중등 교육 기관을 건설한 만큼 아직 이 중등 교육 기관에서 배우고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만한 학생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정성국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북미 동해안 지역에나 해당하는 문제고 북미 서해안 지역의 경우는 상황이 달랐다.

꾸준히 중등 교육 기관을 늘려왔기에 이전과는 달리 새한성 대학교와 사범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의 숫자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수가 훨씬 많은 상황이었기에.

그러니 이들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겠느냐는 정성국의 이야기에 교육청장이 학생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하버드 대학교가 워낙 멀잖습니까. 방학이나 명절 때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고향을 방문하기도 쉽지 않다 보니 이 근처 고등학생들 대부분은 새한성 대학교나 사범대학교의 입학에 실패하면 그냥 일자리를 찾지 굳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아...”

전생과는 달리 아직 북미왕국에선 중학교만 졸업하더라도 인재나 다름없었고 연구청을 제외하면 어디든 취직하는 것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니 고급 인력이 부족한 북미왕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모셔가야 할 대상이나 다름없었고.

그런 만큼 고등학생들은 굳이 먼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하려 들지 않는다는 교육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아차 싶었다.

“그리고 전하께서도 아시겠지만, 연구청의 위상이 워낙 높다 보니 뛰어난 인재들은 주로 자연과학 계열이나 공학기술 계열을 선호하는데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 일부 학과를 제외하면 개설이 되어 있지 않지요. 그래서 의학, 생물학, 건축학을 공부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의사가 있다는 학생은 일부 있는데 그 외의 학과는...”

“끙...이해했네.”

북미왕국의 백성들은 연구청에서 개발한 각종 기물을 통해 기술의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기술의 발전으로 자신들이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그렇기에 연구청의 위상은 무척 높았고 연구청에 들어가기 위해 자연과학 계열이나 공학기술 계열의 학과에는 항상 지원자가 넘쳐난다는 것은 정성국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정성국은 교육청장의 설명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모처럼 고등 교육 기관을 추가로 세웠는데 당분간은 이곳이 한산할 거라는 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교육청장이 입을 열었다.

“헌데 전하. 이렇게 하버드 대학교의 정원이 당분간은 여유로울 것 같으니...외국인들을 이곳에 입학시키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외국인들?”

“최근 북미왕국의 학문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새진주를 방문하고 있어서요.”

교육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음? 이거 전에 들어본 소리 같은데?”

이에 교육청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이전에는 북미왕국의 의학을 배우려는 유럽의 의원들이 새진주를 방문했었지요. 헌데 우리가 이들을 받아주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북미왕국의 학문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도 새진주에 도착하기만 하면 자신들을 받아줄 것으로 생각하고 배를 타고 새진주로 몰려든 겁니다. 이들 때문에 새진주의 외국인 거주 구역이 점차 북적거린다고 하더군요.”

그때는 유럽의 의학 발전을 위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받아들였을 뿐인데 이를 전해 듣고 자신들도 받아들여 줄 거라 믿고 대서양을 건넜다는 유럽인들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찼다.

“그것 참...”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교육청장이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다만 새한성 대학교의 경우 정원이 항상 부족한 터라 저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고민이었지만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는 정원이 남아돌잖습니까. 그러니 저들을 하버드 대학교로 보내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미왕국에서 공부하다가 그대로 눌러앉을 수도 있고 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돌아가 북미왕국에 관한 이야기를 열심히 떠들어댈 테니 말입니다.”

그런 교육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잠시 고민했지만, 정원이 부족하면 모를까 정원이 남는 만큼 교육청장의 말처럼 유럽인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러도록 하게. 물론 저들이 이야기하는 북미왕국의 학문이라는 것을 하버드 대학교에서는 배우기 어려울 테니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지만.”

아마 저들이 배우길 원하는 학문은 주로 자연과학 계열이나 공학기술 계열의 학문일 텐데 하버드에선 가르치지도 않고 생물학, 건축학, 의학의 경우 어차피 정원이 꽉 차 지금 새진주에 와 있다는 유럽인들이 이 학과에 입학하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래도 무료로 대학교에 다니고 졸업장을 딸 수 있으니 당연히 받아들일 거라고 봅니다.”

유럽에서 대학교의 졸업장을 따려면 비싼 수업료와 집세,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

하지만 북미왕국의 경우 대학교는 결국 나라의 인재를 키우는 곳이고 이곳을 졸업한 인재들은 북미왕국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는 만큼 대학교 등록금을 받지 않았고 기숙사도 지어두었기에 약간의 관리비만 내면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었고 식사도 제공했으니 재정적인 부담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교육청장은 유럽인들이 비록 원하는 학문을 배우지는 못하더라도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할 것으로 생각해 이야기하자 정성국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음? 북미왕국 백성들이야 당연히 등록금이 면제지만 외국인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지. 어느 정도의 등록금은 받도록 하게. 그리고 우리 말을 하지 못하면 어차피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도 없으니 거르도록 하고. 아. 기초 지식이 없는 자도 마찬가지일세.”

“음...물론 대학교의 수업을 듣지 못하거나 기초 지식이 아예 없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 예상된다면 하버드 대학교에 입학시킬 생각은 없었습니다만 이들에게 등록금을 받으란 말씀입니까?”

교육청장이 조금 당황한 기색으로 정성국에게 묻자 정성국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야지. 저들을 재우고 먹이는데 들어가는 돈은 나라의 돈일세. 북미왕국의 백성이라면 모를까 외국인들의 교육을 위해 나랏돈을 쓸 수야 없잖나.”

“어...하지만 이전의 의원들에게도 따로 학비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초청을 받아 북미왕국으로 온 외국인 학자들의 가족들도 문제가 될 테고요.”

그 말에 정성국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뭐 유럽에서 의학을 배우기 위해 온 의원들은 왕실에서 학비를 대납한 것으로 처리하게. 외국인 학자들의 경우는 외무청에서 가족들의 학비를 대납한 것으로 처리하고. 다만 원칙은 북미왕국의 백성에게는 무료로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외국인에게는 그렇지 않다는 걸세.”

“음...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 * *

“전하! 드디어 새진주까지 통신망을 연결했습니다.”

개발청장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집무실을 찾아와 소리치듯 보고하자 보고서를 확인하던 정성국은 놀란 표정으로 개발청장을 바라보았다.

“허. 그래? 이렇게 빨리?”

전화기를 개발해 청장들에게 시연한 것이 올 3월이었으니 고작 반년 만에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 전화선을 깔았다는 소리였기에 정성국이 놀라자 개발청장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통신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만큼 최대한 애를 쓴 결과이지요. 그리고 철도를 따라 전화선을 설치했기에 무척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고요.”

통신망 건설을 결정하고 곧바로 설치한 것도 아니고 각종 자재를 마련한 후 구간을 촘촘히 나누어 기차로 자재를 운반한 후 인력을 총동원해 딱 3개월 만에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 전화선을 깔았다고 개발청장이 덧붙이자 정성국은 질린 표정으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어마어마하군. 고생했네.”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은 빙긋 웃었고 정성국은 책상 한쪽에 놓여있는 전화기를 보며 물었다.

“그럼 바로 새진주에 전화를 걸 수 있는 건가?”

“물론입니다. 전화선이 연결된 곳에는 전화국을 설치했고 교환원도 일부 배치했으니까요.”

“그래?”

개발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 자신의 앞에 놓고 수화기를 들었다.

그러자 잠시 통화음이 들린 후 교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한성 전화국입니다. 번호를 말씀해 주십시오.”

“새진주 외무청에 연결해줬으면 하네.”

“아. 그럼 새진주 전화국으로 연결해 드릴 테니 그곳에서 외무청에 연결해달라고 다시 말씀하시면 됩니다.”

“알겠네.”

그리고 다시 통화음이 들렸고 잠시 기다린 후에 새진주 전화국과 연결이 된 듯 교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진주 전화국입니다. 어디로 연결해드릴까요?”

“외무청과 연결...아. 새진주 외무청도 회선이 여러 개인가?”

일단 새한성의 경우 관공서에는 전화선이 연결되었고 회선이 여러 개였기에 새진주도 마찬가진가 싶어 정성국이 묻자 교환원이 대답했다.

“세 개의 회선이 있습니다. 책임자급 회선과 일반 회선들이 있습니다만...”

새한성과 똑같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책임자급 회선으로 연결해주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통화음이 들려오자 정성국은 속으로 혀를 차며 생각에 잠겼다.

‘아. 이거 영 불편한데? 빨리 자동 교환기를 완성해야겠어.’

새한성 내에서 관공서와 통화하는 것은 교환원이 직접 연결해주는 터라 생각보다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지역과 통화하려면 교환원을 여러 번 거쳐야 했기에 조금 불편했고 지금이야 괜찮지만, 전화기가 민간에 보급된다면 통화량이 폭증할 테니 자동 교환기의 개발을 독촉해야겠다고 정성국이 생각했을 때 통화 연결음이 멈추고 수화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여보세요?”

“아. 웅크린 늑대. 자넨가?”

수화기에서 웅크린 늑대의 목소리가 들리자 정성국은 생각을 멈추고 반가움이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하자 웅크린 늑대가 화들짝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다.

“어? 설마...전하십니까?”

“그래. 새진주와 통신망이 연결되었다는 보고를 받고 전화한 거지.”

정성국의 대답에 웅크린 늑대는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허...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데 직접 대화를 할 수 있다니...이건 정말...”

“어? 전화를 처음 써보는 모양이지?”

정성국이 웅크린 늑대의 반응에 의아해하자 웅크린 늑대가 답했다.

“그건 아닙니다. 전선에 설치된 전화기를 사용해보기도 했으니까요. 다만 그거야 배 안에서 연결된 거라 그러려니 했는데...이건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 연결된 거라...”

전화기의 존재를 알게 된 후 군사청장은 곧바로 모든 전선에 전화선을 설치했었기에 이를 이용해보긴 했지만, 단순히 배 안에서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과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은 전혀 다르지 않으냐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피식 웃었다.

“아하. 그래서 그렇게 놀란 모양이군. 그보다 이렇게 통신망이 연결된 만큼 이제 시급한 보고는 이 전화를 이용해 바로 보고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그 후 약간의 이야기를 나눈 후 정성국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개발청장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통화 품질이 괜찮네? 거리가 멀어서 걱정했는데 말이지.”

“그렇지요? 저도 처음 통화했을 때는 무척 놀랐습니다.”

“그보다 새진주까지 연결했으니 이젠 새진주에서 보스턴까지 통신망을 연결해야겠군?”

1차로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 2차로 새진주에서 북미 동해안 지역까지, 3차로 북미 동해안 지역에서 이로쿼이 지역과 누벨 프랑스 지역까지 통신망을 연결하기로 했기에 정성국이 잔뜩 기대 섞인 눈빛으로 개발청장을 바라보자 개발청장은 슬쩍 정성국의 눈빛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만 이번과는 달리 보스턴까지 통신망 건설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야 철도가 깔려 있어 기반 공사를 할 필요 없이, 그리고 기차를 이용해 각종 자재를 운반해 손쉽게 전화선을 쭉쭉 깔았습니다만...북미 동해안 지역은 그렇지 않잖습니까.”

그나마 북미 동해안 지역의 경우 길을 정비하기라도 했지만, 새진주에서 플로리다 지역까지는 제대로 정비해둔 길도 없었기에 더 골치라는 개발청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내심 아쉬움을 표했다.

아무래도 철도로 연결된 새진주까지보다는 배를 이용해 연락을 주고받는 북미 동해안 지역의 경우는 연락이 조금 느린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처럼 단기간에 연결하는 것이 힘들 뿐이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덧붙이는 개발청장을 보고 정성국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알겠네. 개발청을 믿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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