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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425화 (425/850)

425화

안토니오 부왕은 파나마 지역에 철도가 깔리고 북미왕국의 수송선을 통해 기차가 수송되어 이 철도 위를 달린다는 보고를 받고 파나마 지역의 방문을 결정했다.

그리고 한참을 이동해 마침내 파나마 지역에 도착할 수 있었고.

안토니오 부왕은 도착하자마자 철도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기차를 바라보고 입을 쫙 벌리며 감탄했다.

“허어. 저게 바로 그 기차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부왕 전하.”

함께 파나마 지역을 방문한 에스파냐 외교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토니오 부왕은 시선을 기차에 고정하고 새삼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렇게 직접 보니 정말 엄청나군. 저 많은 물자를 싣고 이동하는 모습이라니. 단순히 이야기만 듣고 생각했던 것과 실물은 차이가 크군.”

“그...그렇습니다. 부왕 전하.”

안토니오 부왕과 마찬가지로 처음 기차를 목격한 보좌관이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화물차의 크기도 어마어마했고 저 커다란 화물차가 20개 넘게 연결되어 있고 화물차에 짐이 가득 실렸는데도 움직이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으니까.

“허. 정말 아쉬워. 저 화물차에라도 타보았으면 좋겠는데.”

안토니오 부왕은 도착하자마자 북미왕국에서 파견한 관리에게 기차에 타보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북미왕국관리는 오로지 화물차만 가져온 터라 어찌 누에바 에스파냐의 부왕을 태울 수 있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리고 워낙 짐을 많이 실었기에 이곳에서 운행되는 기차의 속도는 워낙 느렸기에 직접 기차를 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득했고.

이에 보좌관과 에스파냐 외교관이 합심해 안토니오 부왕을 설득한 덕분에 안토니오 부왕은 결국 화물차 탑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투덜거리자 에스파냐 외교관이 쓴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북미왕국을 방문했을 때 탄 기차와 비교하면 어떤가?”

안토니오 부왕의 물음에 에스파냐 외교관이 답했다.

“제가 탔던 기차는 왕실에서 보내 준 왕실 전용 기차였습니다. 그렇기에 기관차도, 객차도 깔끔하고 화려한 편이었습니다. 거기에 왕실 전용 기차는 빠르게 승객들을 수송하는 것이 목적이었고 저 화물 기차는 더 많은 짐을 수송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요.”

“쩝.”

두 기차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에 안토니오 부왕은 저 기차에 탑승하겠다는 미련은 버리고 죽기 전에 꼭 북미왕국을 방문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이제는 작은 점으로 보이는 기차의 꽁무니를 바라보다가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채를 띠며 보좌관에게서 망원경을 건네받아 눈에 가져다 대고 중얼거렸다.

“흐음. 저게 소문의 건설 장비인가?”

“그렇습니다. 부왕 전하.”

안토니오 부왕은 망원경을 통해 기차보다는 작은 건설 장비가 땅 위를 거침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확인한 후 감탄했다.

“허. 쇳덩이가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신기하군.”

“그렇습니다.”

“헌데 저건 무슨 용도로 사용하는 건가?”

“저 앞쪽에 있는 거대한 원통으로 땅을 다지는 겁니다. 북미왕국은 건물을 짓기 전이나 도로를 건설할 때 저 장비를 사용하더군요.”

안토니오 부왕의 의문을 풀어준 것은 파나마 지역의 관리였다.

파나마 지역의 관리는 1년 가까이 북미왕국 건설단이 작업하는 광경을 보아온 덕분에 건설 장비의 사용처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고.

그리고 안토니오 부왕은 관리의 대답에 망원경에서 눈을 떼고 관리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그건 사람이나 마소를 이용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렇기는 하지요. 다만 저 건설 장비의 장점이라면 수십, 수백 명의 일꾼을 동원해야 할 일을 저 건설 장비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말에 안토니오 부왕은 미간을 좁히며 다시 망원경으로 건설 장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흐음...저게 무거워 보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라고?”

“일단 저 거대한 원통만 따로 떼서 굴린다면 수십 명은 필요할 겁니다. 다만 사람은 계속해서 일할 수 없으니 쉽게 지칠 테고 계속해서 작업하려면 중간에 사람을 교체해야겠지요. 하지만 저 건설 장비는 그럴 필요가 없지요.”

“아...그건 그렇겠군.”

안토니오 부왕이 관리의 말에 수긍하자 파나마 지역의 관리는 1년 넘게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북미왕국이 가져온 건설 장비 대부분은 다 그런 식입니다. 아마 북미왕국은 사람이 부족하니 저런 기계 장치를 개발해 사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달까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그래도 북미왕국의 인구가 꽤 되지 않나?”

이에 에스파냐 외교관이 대답했다.

“예.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본국의 인구 정도는 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북미왕국의 광활한 영토를 보면 또...”

아직 에스파냐의 영토는 넓었고 에스파냐 전체 인구는 수천만에 달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식민지를 포함한 숫자였다.

그리고 흔히 에스파냐 본토라 불리는 이베리아 반도에 한정하면 800만이 조금 넘었고.

물론 북미왕국의 인구는 겨우 500만에 근접한 상황이었지만 인구수와 국력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북미왕국은 이를 비밀에 부쳤고 정보기관에선 열심히 거짓 정보를 흘린 탓에 외국뿐 아니라 북미왕국의 백성들조차 북미왕국의 인구는 1000만에 조금 못 미친다고 알고 있었다.

“하긴. 본국보다 몇 배는 넓으니. 그리고 그 땅을 조금이나마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 저런 건설 장비를 발명했다는 건가? 땅덩이에 비해 일꾼이 적기에 증기기관에 매달렸고 그 결과 비약적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일부 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곤 합니다.”

“놀랍군. 놀라워.”

에스파냐 외교관의 대답에 안토니오 부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망원경으로 굴림차를 바라보다가 멀리서 자신처럼 굴림차를 바라보고 있는 에스파냐인들을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그보다 저기 멀리서 열심히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는 학자들은 무언가 성과가 있긴 하다던가?”

“단순히 외관만 봐선 한계가 있답니다.”

안토니오 부왕은 건설 장비의 관찰로 본국에서 진행 중인 증기기관 연구에 도움이 되길 바랐지만 어림도 없다는 보좌관의 대답에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역시 그런가.”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기관인데...저 건설 장비의 경우 증기기관도 아닌 것이 확실하기에...”

“아. 증기기관이 아닌 게 확실한가?”

“그렇습니다. 연료도 다르고 증기기관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보일러가 없답니다. 거기에 물을 보충하지도 않고 기차처럼 증기를 내뿜지도 않지요. 결국, 확실히 다른 기관이고 증기기관보다 한층 더 발전한 기관 같다는 것이 학자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그것 참...”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고에 짐작은 했지만, 학자들이 직접 관찰한 결과 증기기관보다 더 발전한 형태라는 이야기에 안토니오 부왕은 고개를 저었다.

“허면 저들은 계속 이곳에 있겠다던가?”

에스파냐인들이 공사 현장 주변을 얼쩡거리는 것에 북미왕국이 항의했다는 것을 떠올린 안토니오 부왕은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철수하는 것이 나아 보여 보좌관에게 질문하자 보좌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계속 관찰해 무언가를 얻을 수도 있고 저들이 어떻게 운하를 건설할지도 무척 궁금해하는 터라...”

“그럼 항의는 계속 모른 척해야겠군. 다만 지금처럼 멀리서 망원경을 통해 관찰하라고 하게. 공사를 방해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부왕 전하.”

그 말을 끝으로 안토니오 부왕은 망원경을 보좌관에게 넘기고 주변을 둘러보다 새삼 놀랍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보다 다른 지역과는 전혀 다르군. 고작 1년 사이에 이렇게 바뀐 건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 배 위에서 바라본 파나마 북쪽의 풍경은 무성한 열대우림이 가득했지만, 이곳은 주위를 둘러봐도 나무 하나 보이지 않았다.

거기에 주변의 산도 거의 민둥산이나 다름없었고.

해서 놀랍다는 듯 중얼거리자 파나마 지역의 관리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건설 장비와 고용된 파나마 원주민들로 주변을 싹 밀어버린 결과이지요.”

그러면서 북미왕국이 어떻게 이 지역의 열대우림을 밀어버렸는지 자세히 설명하자 안토니오 부왕은 모기를 박멸하겠다고 열대우림을 밀어버리는 그 과격함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돌리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중얼거렸다.

“그럼 저기 보이는 마을들은...”

“일단은 일꾼들의 숙소입니다. 그리고 파나마 운하 건설이 끝나면 파나마 원주민들의 마을이 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 주변의 정리해둔 곳은 밭이고?”

“그렇습니다. 북미왕국에 식량이 넘쳐나긴 하는데 거리가 거리이다 보니 원주민들을 먹여 살릴 식량을 수송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마을 주변에 저렇게 밭을 만들어둔 겁니다.”

이 지역의 생산력은 무척 낮은 편이었다.

헌데 북미왕국에서 열대우림을 싹 밀어버리고 건설 장비를 동원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밭을 곳곳에 만들어두었다는 이야기에 다시 한번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허. 그것 참.”

“그리고 저기 보이는 곳은 돼지를, 그리고 저곳은 닭을 키우는 공간입니다.”

이에 안토니오 부왕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파나마 지역의 관리를 바라보았다.

“돼지에...닭까지? 설마 원주민들을 먹이겠다고?”

“그렇습니다. 고기를 먹어야 힘을 쓸 거라면서...”

“허. 도대체가.”

안토니오 부왕도 북미왕국이 고용한 원주민들을 후하게 대하는 것은 알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저기 보이는 밭에서 나는 식량만으로도 원주민들을 만족할 텐데 거기에 고기까지 제공하겠다고 돼지와 닭을 기르다니.

이에 안토니오 부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러면 운하 공사비가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것 같은데?”

공사비에서 제일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인건비였고 그렇기에 이런 대규모 토목 공사는 보통 부역으로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헌데 북미왕국은 에스파냐의 제의도 거절하고 원주민들에게 일한 대가를 지급하며 양질의 음식까지 제공하니 공사비는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단기간에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래 봐야 수십 년은 걸릴 것 아닌가. 아무리 북미왕국이 부유하다고 해도 이건...”

고개를 젓는 안토니오 부왕을 보고 파나마 지역의 관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게...북미왕국에선 3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답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린가. 아무리 파나마 지역이 짧다 해도 중간에 산맥까지 있는데 3년 만에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일단 저들은 그럴 계획이라더군요.”

이에 안토니오 부왕뿐만 아니라 보좌관이나 에스파냐 외교관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대공사를 3년 만에 마무리하겠다니.

아직 북미왕국은 운하 건설을 시작하지 않았기에 제대로 된 계획을 전달받지 못했던 안토니오 부왕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가능하다고?”

“화약과 건설 장비, 10만의 일꾼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더군요.”

“맙소사...”

* * *

정성국은 집무실을 찾아온 개발창장의 보고에 눈을 빛냈다.

“그래? 사전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었다고?”

“그렇습니다. 곳곳마다 숙소를 지어두었고 나무를 모조리 베었으며 웅덩이를 메웠습니다. 또, 철도를 모두 설치했다는 보고에 기차마저 수송선에 실어 보냈지요. 그러니 슬슬 본격적으로 운하 건설에 착수하면 될 듯싶습니다.”

그러면서 개발청장은 운하 건설을 위해 각종 물자와 기술자, 장인들을 추가로 파견하겠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보다 운하 건설 기간은 예정대로 3년인가?”

“그렇습니다.”

“가능할까?”

전생의 미국도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개발청을 믿기는 하지만 너무 무리한 일정이 아닌가 싶어 중얼거리자 개발청장은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물론입니다. 구간별로 잘게 나누어 동시에 공사할 예정이고 충분한 인력과 장비를 준비한 만큼 충분히 가능합니다.”

이에 정성국은 잠시 개발청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개발청장을 비롯한 개발청은 그동안 정성국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기에 피식 웃었다.

“...그래. 다만 이것을 명심하게. 공사 기한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일세. 그건 북미왕국의 백성이든 파나마 지역의 원주민이든 다르지 않고.”

전생에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죽은 사람이 워낙 많기도 했고 이번 사전 작업 중에도 황열병에 걸려 이미 2명이 사망한 만큼 정성국이 당부하자 개발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전하.”

“그래. 운하 공사야 처음이지만 개발청에서는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큰 사고 없이 진행했었으니 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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