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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412화 (412/850)

412화

그렇게 정성국과 해군 탐사대장이 남태평양의 일을 의논하는 와중에 시종이 간식을 가져왔고 해군 탐사대장은 따끈따끈한 호빵을 빠르게 먹어치운 뒤 다시 보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건 미시시피 탐사대가 파악한 북미 내륙의 지도입니다.”

그러면서 해군 탐사대장이 정성국에게 북미 내륙의 지도를 건네자 정성국은 이를 확인하고 중얼거렸다.

“호오. 생각보다 탐사한 영역이 넓군. 다만 그래도 탐사하지 못한 지류가 많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고.”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북미 내륙의 강 대부분은 결국 미시시피 강으로 이어지는 터라 워낙 방대해 단기간에 탐사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고 미시시피 탐사대장이 고개를 내젓더군요.”

서쪽의 로키 산맥부터 동쪽의 애팔래치아 산맥까지의 넓은 땅덩이 곳곳에 흐르는 강이 모이고 모여 결국 미시시피 강으로 흘러오는 탓에 미시시피 강의 모든 지류를 탐사한다는 것은 저 넓은 북미 내륙을 어느 정도 탐사했다는 것과도 동일했다.

당연히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에 정성국은 미시시피 탐사대장의 푸념을 전해 듣고 빙긋 웃었다.

“하하하. 아무래도 그럴 테지. 그래도 미시시피 강 동쪽으로 난 지류는 대부분 탐사한 모양이군?”

지도에는 미시시피 강을 기준으로 서쪽으로 난 지류는 모두 잘려있었지만, 동쪽으로 난 지류는 끝까지 그려져 있었기에 정성국이 묻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미시시피 탐사대가 중점적으로 탐사했으니까요.”

“아. 탐사해야 할 면적이 적어서?”

물론 중간에 로키 산맥이 있는 터라 미시시피 탐사대가 탐사할 면적은 비슷하지 않나 싶었지만, 이들은 내륙의 지형을 자세히 몰랐고 단순히 북미 대륙의 지도만 놓고 보면 미시시피 강을 기준으로 북미 서해안보단 북미 동해안이 가까운 터라 정성국이 피식 웃으며 말하자 해군 탐사대장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리고 미시시피 강 동쪽의 원주민들과는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데 서쪽의 원주민들은 그렇지 않아서 말입니다. 해서 미시시피 탐사대장은 치카소에 배치된 외무청 관리들이 미시시피 강 서쪽에 사는 원주민들과 접촉해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동안 미시시피 강 동쪽 지역의 탐사를 우선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미시시피 강 동쪽으로 난 지류를 대부분 탐사했고 외무청 관리들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해진 만큼 이젠 서쪽으로 난 지류를 탐사하겠다고 하더군요.”

이에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럽 세력을 북미 대륙에서 몰아낸 이후 이제 자신이 신경 써야 할 일은 이 넓은 북미 대륙을 탐사하고 내륙의 원주민들과 우호적으로 교류해 큰 충돌 없이 이들을 북미왕국으로 합류시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땅덩이가 워낙 넓은 탓에 막막한 감이 없지 않았다.

헌데 미시시피 탐사대가 덕분에 자신의 예상보다도 빠르게 탐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탐사대가 물꼬만 터놓으면 결국 시간이 흐른 뒤엔 원주민들도 북미왕국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정성국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거 기대되는군. 그보다 여기 보이는 표시들은 원주민 마을이라는 뜻이겠지?”

정성국이 지도 곳곳에 표시된 집 모양의 표시를 보고 질문하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북미왕국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는 부족도 있었고 몰랐기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탐사선을 경계했던 부족도 있었습니다만 말이 통했기에 비교적 순탄하게 교역을 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들은 북미왕국의 물품에 무척 만족하며 주기적으로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고요. 다만 대부분은 교역할 것이 마땅치 않은 터라 당장은 어느 정도 손해를 보며 교역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원주민과의 교역에서 그나마 가치 있는 것이 귀금속이나 모피인데 이 지역에는 별다른 귀금속도 없고 모피의 품질도 다른 북쪽의 모피에 비하면 품질이 떨어지는지라 해군 탐사대장이 말을 흐렸지만, 정성국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를 통해 이들을 북미왕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북미왕국에 가장 부족한 것은 인구였고 원주민들을 끌어들여 이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면 교역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는 태도의 정성국을 보고 해군 탐사대장이 빙그레 웃음 지었다.

“흠...쇼니 족과 체로키 족이라...”

정성국이 일리노이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 사이에서 살아가는 여러 부족 가운데 그나마 영역이 큰 두 부족의 이름을 확인하고 중얼거리자 해군 탐사대장이 입을 열었다.

“아. 쇼니 족은 범 일리노이 족이라 우리 북미왕국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군요. 그리고 꽤 우호적인 편이었고요. 그러니 교역소를 건설한 후 계속해서 교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북미왕국에 합류하지 않을까 싶답니다.”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일리노이 지역 동남쪽에 위치한 쇼니 족이 북미왕국에 우호적이라는 사실에 정성국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을 때 해군 탐사대장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체로키 족은 처음 탐사선을 무척 경계하는 눈치였다고 합니다.”

“그래?”

“예. 알고 보니 이들은 캐롤라이나 지역의 원주민들과 교류를 좀 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유럽인들이 캐롤라이나 지역에 정착한 후 천연두가 퍼졌고 이 천연두가 캐롤라이나 지역의 원주민들을 통해 체로키 족에게도 퍼진 모양이고요.”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런...그럼 피해가 꽤 컸겠군?”

“그렇습니다. 부족원의 절반 가까이가 천연두로 인해 사망했다더군요.”

다른 질병이라면 모를까 천연두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이었으니 정성국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혀를 찼다.

“쯧쯧.”

“물론 체로키 족이 명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외부인과 접촉한 탓에 전염병이 퍼졌다는 사실은 짐작했는지 처음 탐사선을 보고 경계하고 탐사선에서 탐사대원들이 내리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고요.”

“음...충돌은 없었나?”

체로키 족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에 정성국이 조심스럽게 묻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저었다.

“외형이 조금 다를 뿐이지 탐사대원들도 같은 원주민이기도 하고 이들은 의외로 이로쿼이 어를 사용했는데 다행히 탐사대원 중에는 이로쿼이 연맹 출신도 있던 탓에 충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교역을 위해 방문했다는 사실과 대화를 하던 도중 북미왕국에 천연두를 예방할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들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고요.”

그 말에 정성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음? 우리의 말을 믿던가?”

“직접 체로키 족과 접촉했던 미시시피 탐사대장의 보고에 따르면 완전히 믿는 기색은 아니었답니다. 다만 이 천연두가 퍼진 시기가 대략 10년 전쯤이고 그 이후로도 간혹 천연두가 돌아 작은 마을들이 통째로 사라지다 보니...”

그제야 체로키 족의 상황을 짐작한 정성국이 착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는 거군.”

“그런 것 같습니다.”

처음 보는 자들의 말을 믿고 싶을 정도로 체로키 족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였기에 정성국은 곧바로 말했다.

“흠...그럼 체로키 족에는 바로 우두를 접종하도록 하지. 그리고 꼭 체로키 족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고립되어 살아왔던 다른 부족들도 최소한 우두라도 접종해야겠군.”

그동안 축산 연구소가 꾸준히 수의 두수를 늘렸기에 더 많은 우두를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북미왕국의 백성들 대다수는 이미 우두 접종을 끝낸 상태였기에 정성국이 이렇게 이야기하자 해군 탐사대장은 이 명령을 무척 반겼다.

“그러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특히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이 내심 걱정스러워서 말입니다.”

파나마 운하가 건설되고 나면 각종 병균을 주렁주렁 매단 유럽인들이 남태평양 지역의 섬들을 방문해 병을 옮길 것을 우려한 해군 탐사대장이 반색하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내 따로 이야기해 두겠네.”

그렇게 해군 탐사대과 교류 중인 부족에 우두 접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해군 탐사대장은 마지막 지도를 정성국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대서양 탐사대가 탐사한 영역입니다.”

“호오. 작년에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그린란드 탐사를 끝내고 북미 대륙 북쪽까지 탐사한 건가?”

지도에는 작년과는 달리 북미 대륙 북쪽의 허드슨만 인근까지 탐사했다고 표시되어 있었기에 정성국이 감탄한 듯 중얼거리자 해군 탐사대장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날이 풀렸을 때 재빠르게 해안가를 따라 탐사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해안가 인근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은 탐사선을 보고 무척 환영하며 교역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에 정성국은 고개를 갸웃했다 상황을 짐작하고 입을 열었다.

“음? 아. 유럽의 모피상인들이 허드슨만 주변을 방문했었던 모양이군.”

영국의 탐험가 헨리 허드슨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직행하는 북서항로를 찾기 위해 탐사하던 도중 이 허드슨만을 발견했을 때가 1610년이었다.

그 후 허드슨 베이 회사가 설립되어 찰스 2세가 이 회사에 허드슨만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든 하천 유역의 모피 독점권을 주기 전까지는 일부 모피상인들이 여름에 잠깐 방문해 원주민들에게 유럽의 각종 물품으로 모피를 사들였고.

물론 전생과는 달리 북미왕국의 존재로 인해 허드슨 베이 회사는 설립되지 못했고 그래서 1671년 10월에 잉글랜드가 공식적으로 철수하기 전까지는 잉글랜드의 모피상인들이 이곳을 드나들며 모피를 거래했으리라 짐작한 정성국이었다.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그 예상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와 프랑스가 차례대로 북미 대륙에 손을 떼면서 자연스럽게 유럽의 모피상인들도 발길이 끊어진 거지요. 그 때문에 유럽의 물품에 익숙해진 원주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러다 커다란 배가 나타났으니 배의 모양은 다를지언정 유럽의 상선이라고 생각한 원주민들이 자그마한 배를 띄우고 탐사선에 접근하려 했기에 혹시 사고라도 날까 봐 북대서양 탐사대장이 기겁했다더군요.”

“하하하. 그럴 만도 하군. 쪽배에 불과했을 테니.”

원주민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는 북대서양 탐사대장으로서는 쪽배로 탐사선에 접근하는 원주민들이 혹시라도 탐사선에 의해 배라도 뒤집힐까 기겁하며 저들의 접근을 막는 모습을 상상하고 웃자 해군 탐사대장이 함께 웃음 짓고 대답했다.

“예. 그렇지요. 아무튼, 저들이 교역을 요청했고 북대서양 탐사대로서야 손해를 보더라도 이들과의 교역을 통해 북미왕국으로 합류시켜야 하니 흔쾌히 응했는데...손해는커녕 막대한 이득을 보았다고 합니다.”

“아. 아무래도 추운 곳이니 모피의 질이 무척 좋았던 모양이군?”

원래 추운 곳일수록 모피의 품질은 좋았고 이 허드슨만 인근도 여름 한 철을 제외하면 무척 추운 곳이었기에 정성국이 중얼거리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거기에 유럽의 모피상인들이 더 많은 모피를 위해 이들에게 머스킷과 화약을 넘긴 탓에 생각보다 많은 양의 모피를 모아두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경쟁자가 없기에 꽤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었고요. 덕분에 북대서양 탐사대는 2척 탐사선에 양질의 모피를 가득 싣고 복귀했다고 하더군요. 아. 그리고 이것도 전부가 아니고 원주민들과 거래할 물자가 다 떨어진 터라 저들이 비축해 둔 모피의 절반도 채 가져 오지 못했다고 하니 이들과의 교역은 우리 북미왕국에 무척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탐사선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탐사선 2척에 가득 실은 모피의 가치는 생각보다 대단했다.

특히 북쪽 지역의 모피들은 무두질만 엉망으로 하지 않는다면 못해도 상품은 되었으니.

그렇기에 해군 탐사대장은 이를 이야기하면서도 무척 기뻐하는 눈치였지만 정성국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성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이 바로 자원의 남획이었으니까.

“어휴. 모피를 통해 돈을 벌게 된 것은 좋지만 이거 그러다가 동물들이 수가 급감하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어.”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해군 탐사대장은 그제야 아차 하면서 황급히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걱정하시는 바도 알겠습니다만 그렇게 우려하실 이유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차피 허드슨 만 인근도 알래스카 지역처럼 가혹한 환경이다 보니 인구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거든요. 그리고 정 걱정스럽다면 다른 지역들처럼 거래량을 적당히 조절하면 그만이니까요.”

아이누인들이나 북미 서해안 지역의 원주민들과는 달리 북미 동해안 지역의 원주민들의 경우 그동안 유럽의 모피상인들과 거래했었기에 처음 북미왕국의 거래량 제한에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북미왕국에선 거래량을 제한하는 대신 유럽의 모피상인들이 사들이는 모피 가격보다 더 쳐주었고 저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 물품의 가격은 월등히 싼 편이었기에 이전처럼 보이는 족족 사냥하지 않더라도 비슷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니 이젠 만족하고 있었고.

이를 상기시킨 해군 탐사대장의 말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래야겠군.”

“다만 저들도 비축해 둔 모피 물량을 생각해보면 거래량 제한은 내후년 정도에 시행하는 편이 나을 듯싶습니다.”

“알겠네. 그리고 탐사대원들의 노력 덕분에 북미왕국이 더욱 부유해진 셈이니 추가로 포상해주겠네.”

정성국이 해군 탐사대의 탐사 성과에 무척 만족해 추가로 포상을 약속하자 해군 탐사대장은 활짝 웃었다.

“하하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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