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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411화 (411/850)

411화

정성국은 평소보다 무척 늦게 새한성을 방문한 해군 탐사대장을 환대하며 추위를 심하게 타는 해군 탐사대장을 위해 화로도 내어주고 커피도 내려 주었다.

그제야 추위가 좀 가신 해군 탐사대장은 멋쩍게 웃으며 보고를 시작했고.

정성국은 먼저 북태평양 탐사대의 보고를 확인한 후 조금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호오. 알래스카 지역의 탐사가 완료되었다고?”

“그렇습니다. 전하. 물론 내륙 전체를 탐사한 것은 아닙니다만...”

“아. 당연히 뱃사람들에게 내륙 전체를 탐험하라고 할 수야 없는 노릇이지.”

북태평양 탐사대는 요 몇 년간 강을 통해 알래스카 내륙을 탐사했고 그렇기에 내륙 전체의 지형을 모두 파악했다기보다는 강 유역의 지형만 파악한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장은 이것으로도 충분했기에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알래스카 지역이 그려져 있는 지도를 살펴보다가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허. 의외로 이 유콘 강이 무척 긴 편이로군. 거기에 강의 수원도 새의주 동남쪽이라 알래스카 지역을 관통하는군?”

유콘 강은 전생의 캐나다 서북부 지역에서 알래스카 지역까지 북미 대륙 서북부를 흐르는 무척 긴 강이었고 정성국이 유콘 강의 생각보다 길게 뻗어있어 놀랍다는 듯 중얼거리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그렇습니다. 해서 알래스카 내륙을 개발한다면 이 유콘 강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해군 탐사대장은 유콘강을 따라 그려져 있는 마을 표시를 가리켰고 정성국은 이를 확인 후 척박한 알래스카 내륙에도 원주민들이 마을이 꽤 있었기에 사뭇 감탄했다.

“호오...의외로 유콘 강 주변에 원주민들이 좀 사는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북태평양 탐사대장의 말로는 의외로 이들도 북미왕국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 새의주 때문인가?”

이에 해군 탐사대장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새의주에 물품들이 알래스카 지역 전체에 흘러 들어간 모양인지 처음에 탐사대를 경계하던 원주민들도 탐사대의 장비나 혹은 물품을 보고는 경계를 풀고 교역을 요청할 정도였답니다.”

“하하하. 헌데 이 표시는 뭔가?”

정성국이 유콘 강 중류의, 알래스카 지역 중앙 부근에 x자 표시를 가리키자 해군 탐사대장이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 이 지역 인근에 금광이 있긴 한 모양입니다.”

“오? 그래?”

생각해보니 이 x자 표시는 전생의 페어뱅크스와 가까운 지역이었고 페어뱅크스는 골드러시로 설립된 마을이었으니 확실히 금광이 있긴 있을 것 같아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해군 탐사대장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예. 탐사대가 이곳 원주민들과 교역할 때 원주민들은 모두 사금으로 북미왕국의 물품을 사들였다고 하더군요. 허니 이곳을 본격적으로 개발하면...”

정성국은 조금은 흥분한 듯한 해군 탐사대장을 보고 실소하며 손을 내저었다.

“한창 새의주를 개발하고 있는데 또 다른 내륙 거점을 만들자고? 거기에 내륙이라 여름을 제외하면 무척 추운 편이고 그 때문에 내륙 탐사에 지장이 많았다는 보고까지 생각하면 좀 그렇지.”

“음...그건 그렇습니다만...”

알래스카 내륙 탐사가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 이유도 내륙의 추위 때문이었고 이곳의 추위가 장난 아니라는 것은 해군 탐사대장도 잘 알기에 정성국의 말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수긍하는 해군 탐사대장이었다.

“이 지역에 작은 교역소나 하나 지어 탐사대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방문하도록 하게. 그 정도만 하면 충분할 걸세.”

어차피 교역소를 짓지 않더라도 이들이 채취한 사금은 결국 북미왕국으로 흘러들어오긴 했다.

다만 이곳에 교역소를 건설하고 매년 한 번씩만 방문하더라도 이 교역소 주변은 원주민들이 몰려들어 자연스럽게 발전할 테고 이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의 물품을 사기 위해 열심히 사금을 채취할 테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정성국의 설명에 해군 탐사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으음...그건 그렇지요. 알겠습니다. 전하. 그리고 우레건 강의 탐사도 모두 끝났고 이건 이미 행정청에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지. 이미 보고 받았으니 넘어가게.”

“예. 해서 북태평양 탐사대는 이제 시베리아 지역의 탐사에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해군 탐사대장의 이야기에 정성국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해군 탐사대장을 바라보았다.

“응? 시베리아 지역이라고?”

“예. 정확히는 알래스카해 서쪽 바다를 탐사하고 커다란 강이 있다면 그 강을 통해 내륙을 탐사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건의해왔습니다.”

봉길해 북쪽 바다이자 전생의 축치해는 북태평양 탐사대에 의해 알래스카해로 이름 붙여졌는데 북태평양 탐사대가 이 알래스카해의 서쪽을 탐사하겠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살짝 고민스럽다는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다.

“최근 러시아 차르국의 분쟁 때문에?”

“그렇습니다.”

3함대가 러시아 차르국과의 분쟁을 대비해 오호츠크해 안쪽의 해안가를 탐사했다는 것을 알게 된 북태평양 탐사대장은 마찬가지로 러시아 차르국과의 분쟁을 대비해 시베리아 북쪽 해안가와 내륙 지형을 정찰해두면 만약의 경우 바다를 이용해 물자를 나를 수 있었기에 꼭 필요한 탐사라고 건의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턱을 쓰다듬다가 결정을 내렸다.

“흠...일단은 강으로 진입하지는 말고 알래스카해 서쪽바다와 시베리아 지역 북쪽의 해안가만 탐사하라고 하게. 먼저 빌미를 주고 싶지는 않으니.”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다만 만약을 대비해 무장을 충실히 갖추고.”

정성국이 혹시나 해 당부하자 해군 탐사대장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그렇게 북태평양 탐사대의 보고를 마친 해군 탐사대장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새로운 지도를 꺼내 정성국에게 건네면서 입을 열었다.

“이건 이번에 발견한 남태평양의 섬들입니다.”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장이 넘겨준 지도를 확인한 후 무척 놀란 표정으로 해군 탐사대장을 바라보았다.

“허. 의외로...발견한 섬들이 무척 많은데?”

작년에 남태평양 탐사대가 피지와 주변 섬을 탐사했다면 올해 탐사한 영역은 피지에서 수천km나 떨어진 전생의 타히티 지역까지였으니 정성국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해군 탐사대장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파나마 운하가 건설된다면 유럽의 배들이 태평양에 진출할 수도 있으니 그 전에 더 많은 섬을 발견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돌아다닌 결과입니다.”

“하하하.”

정성국은 웃으며 고생했다고 남태평양 탐사대의 노고를 위로하며 추가로 남태평양 탐사대에 포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고 해군 탐사대장은 기쁜 표정으로 지도를 손으로 짚으며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 탐사에서 발견한 섬들은 크게 세 지역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해군 탐사대장은 피지 북동쪽의 섬들, 피지 남동쪽의 섬들, 그리고 멀리 떨어진 동쪽의 섬들을 손으로 동그라미 치며 분류하자 정성국이 흥미롭다는 듯 질문했다.

“언어나 문화가 다른 건가?”

“아닙니다. 놀랍게도 이 섬들의 원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원주민들처럼 부족별로 다투거나 한 섬을 장악한 수준이 아니라 주변 섬까지 정복해 나라를 이룬 일종의 왕국에 가까웠습니다.”

“왕국이라고?”

“그렇습니다. 이 북쪽의 섬들은 사모아 왕국의 영토였고 이 남쪽의 섬들은 통가 왕국의 영토였습니다.”

사모아 왕국이나 통가 왕국의 존재는 정성국도 알고는 있었기에 살짝 미소지으며 대꾸했다.

“호오. 이번에 접촉해서 그런 정보를 파악했을 정도면 말이 통한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이들도 하와이 제도의 원주민들과 무척 유사한 언어를 사용했기에 정확하지는 않더라도 간단한 의사소통은 큰 문제 없었습니다.”

“그래?”

하와이 제도의 원주민들과 말이 통한다면 결국 같은 폴리네시아인들이라는 뜻과도 같았기에 정성국은 고작 카누로 드넓은 남태평양을 이동한 이들 선조의 항해술에 새삼 감탄했다.

“예. 해서 이들과 접촉해 순조롭게 교역할 수 있었는데...이들은 우리 북미왕국의 단검과 도끼를 확인하고 눈을 빛내며 이를 대량으로 사들이려고 하더군요.”

이들도 선조들처럼 카누를 타고 먼 곳까지 이동해 교역하기도 한 터라 북미왕국이 보여준 단검과 도끼의 품질이 무척 대단하다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최대한 많은 단검과 도끼를 사들이려고 왕까지 나섰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거 왠지 위험하게 들리는데? 우리가 넘긴 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 아니야?”

그런 정성국의 걱정에 직접 이곳을 방문했던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도 그 점이 우려되어 수량이 많지 않다고 적당히 둘러대고 소량만 넘기고 다른 물품과 종자를 넘기는 데 주력했습니다.”

“저들의 반응은?”

“물품이 없다는데 어쩌겠습니까. 그저 아쉬워하면서도 다음에 올 때는 더 많은 무기를 가져와 달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그러면서 저희를 위해 연회를 열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이들이 강성할 때는 주변 지역을 침략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여러모로 걱정스럽더군요.”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면 피지의 원주민들이 외부인에게 적대적인 것도 한창 강성한 시절 피지를 침공한 통가 왕국이나 사모아 왕국 때문이었을 테고 이들에게 양질의 무기를 공급하는 순간 이전의 영광을 되찾겠다면서 다시 피지를 비롯해 주변 섬을 정복하겠다고 나설 수 있으니 말이다.

“끙...일단 넘어가고 동쪽의 섬들은? 설마 이곳도 한 나라가 모두 통치하는 건가?”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 그건 아닙니다. 이 동쪽의 섬들을 다른 남태평양의 섬들과 마찬가지로 단일 부족이나 혹은 여러 부족이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과도 어느 정도 말이 통했고 덕분에 꽤 많은 진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

“아. 그리고 이것을 보시지요.”

해군 탐사대장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정성국에게 건넸고 정성국은 주머니의 입구를 열어 안을 확인하고 움찔했다.

“이건...흑진주네?”

“그렇습니다. 원주민들과 교역할 때 간혹 흑진주가 나오곤 했었는데 그 흑진주들의 출처가 바로 이 섬인 듯싶었습니다. 놀랍게도 이 섬의 진주조개들은 흑진주만 생산하는 모양이더군요.”

생각해보면 전생에서 타히티 흑진주가 유명했다는 사실을 떠올린 정성국은 주머니 안에서 흑진주를 몇 개 꺼내 살펴보았고 빛을 받아 영롱한 빛깔을 뽐내는 흑진주의 자태에 정성국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허. 확실히 일반 진주보다 더 아름답긴 하군. 무척 신비한 빛깔이야.”

그런 정성국의 감탄에 해군 탐사대장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지요. 해서 이 흑진주를 생산하는 진주조개를 일부 채취해 하와이에 있는 어업 연구소에 넘겼습니다.”

“어?! 정말인가?”

정성국이 화들짝 놀라 해군 탐사대장을 바라보자 해군 탐사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만 환경이 조금 다른지라 잘 자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지역의 수온은 하와이 지역보다 조금 더 높았거든요.”

일단 남태평양 탐사대의 본거지는 오하우 섬이었던 만큼 해군 탐사대장은 간혹 어업 연구소의 진주 양식장을 방문했었기에 흑진주를 생산하는 흑접패의 존재를 알게 되자 선원들에게 명령해 이 흑접패를 채취했고 이 흑접패가 자라는 주변 환경을 측정해 기록한 후 어업 연구소에 넘겼다는 설명에 정성국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환경이 다르긴 하니 양식에 성공할지는 모르겠군. 다만 하와이의 어업 연구소에서 흑접패의 양식에 실패하면 중간 보급기지인 통가 섬이나 비슷한 위도의 다른 남태평양의 섬에서 양식을 하면 그만 아니겠나.”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의견을 제시했다.

“하와이에서 양식이 실패하면 차라리 이 섬의 원주민들과 교섭해 이곳에 양식기지를 건설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저들도 우리 북미왕국의 물품이 무척 뛰어난 것을 확인하고 자주 방문해달라고 요청했고 현재 중간 보급기지로 이용하는 통가 섬이나 이 섬이나 하와이에서의 거리는 비슷하니까요.”

“아. 그래? 그럼 그것도 고려하기로 하지. 그리고 미안진과 터발 족에는 별일 없고?”

호주의 근황을 묻는 정성국을 보고 해군 탐사대장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터발 족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식량을 확보하기 시작하자 주변 부족들도 터발 족을 따라 이런저런 작물을 심으면서 식량 사정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정성국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호주를 원주민들에게 맡기고 싶어도 원주민들의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였는데 식량 문제가 해결되면 인구야 자연스럽게 증가할 테니 말이다.

“그거 다행이군. 거기에 지금은 외무청에서 교육받고 있는 원주민들이 돌아가고 교육청에서 준비하고 있는 외국인 학교까지 문을 열고 본격적으로 터발 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을 가르친다면 이들끼리 자립할 수 있겠지?”

터발 족과 친한 해군 탐사대장은 그런 정성국의 질문에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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