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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401화 (401/850)

401화

다음날 정성국과 청장들은 냉방장치가 가동된 시원한 회의실에 앉아 이번에 합류한 범 일리노이 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거 미시시피 탐사대가 내륙을 탐사하고 곧바로 거점에 외무청 관리들이 배치되면서 짐작하긴 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원주민들을 설득해 북미왕국으로 끌어들일 줄은 몰랐군요.”

관리청장이 놀란 듯 이야기하자 개발청장은 조금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어제 전하의 말씀을 듣고 개발청 관리들에게 느긋하게 내륙개발계획을 세워두라고 이야기했었는데...”

그 말에 정성국은 실소하며 손을 흔들었다.

“어차피 당분간은 파나마 운하의 건설과 수력발전소 건설로 개발청에 여유가 거의 없는 상황이잖나. 그러니 여유를 갖고 내륙계발계획을 세우도록 하게. 개발청 관리들을 다그쳐 이른 시일 안에 계획을 세우더라도 계획대로 개발할 수도 없으니 말이야.”

“그것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개발청장은 정성국의 말에 안도했고 그런 개발청장의 반응이 다시 실소한 정성국은 고개를 돌려 행정청장과 교육청장을 바라보았다.

“개발계획이야 조금 미뤄지더라도 기초적인 교육을 할 선생들과 행정청 관리는 파견해야지?”

“물론입니다. 다행히 이들은 모두 범 알곤킨 족이고 알곤킨 어를 할 수 있는 백성들은 북미 동해안 지역에 널렸으니 그들 중 일부를 단기 교육해서 파견하면 될 겁니다.”

말이 통하지 않았다면 행정청 관리들은 해당 지역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고생하거나 외무청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말을 가르칠 선생들도 각 부족에서 뽑아 이들에게 북미왕국 말을 가르쳐 선생으로 만들어야 했지만, 범 일리노이 족은 알곤킨 어를 사용하는지라 말이 통했으니 알곤킨 어를 사용하는 원주민을 파견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행정청장과 교육청장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고 이들의 모습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아서 잘 하리라 믿겠네. 그리고 군사청장. 미시시피 강에 건설한 두 보급 거점에 주둔 중인 탐사대 일부를 빼서 이번에 합류한 부족들의 영역에 배치하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우리 북미왕국에 합류한 부족들의 경계에 배치해 만약을 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전 단총을 지급한 이후 탐사대의 화력은 가공할 정도였고 탐사대가 곳곳에 배치된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기에 정성국이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관리청장이 입을 열었다.

“헌데 전하. 원래는 이 지역 전체를 미시시피 지역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만...이 기회에 일부 지역을 분리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전생의 프랑스가 미시시피 강을 대충 탐사한 후 미시시피 강이 흐르는 땅 전체, 정확히는 로키 산맥 동쪽부터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까지 광활한 영역을 루이의 땅이라는 뜻의 루이지애나로 붙인 것처럼 정성국도 이 지역 전체를 미시시피 지역이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까지야 이 미시시피 지역은 영역만 넓을 뿐이지 온전히 북미왕국의 영역은 아니었기에 큰 상관 없었지만, 미시시피 탐사대가 미시시피 강을 따라 내륙을 탐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고 이젠 두 거점과 주변 지역이 북미왕국의 영토가 된 만큼 이 지역 전체를 미시시피 지역으로 칭하는 것은 여러모로 불편했기에 관리청장이 입을 열자 다른 청장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합류한 범 일리노이 족의 인구를 다 합치면 10만 가까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 정도의 인구면 편의를 위해 따로 분리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다른 지역도 분리하거나 새롭게 행정구역을 만드는 것이 괜찮아 보입니다만...”

이에 정성국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고. 뭐 편의를 위해 이 지역 전체를 미시시피 지역으로 정했지만 내륙 지역이 개발되고 인구가 증가하면 차츰 쪼갤 생각이었으니 현 상황이 불편하면 그냥 쪼개는 것이 맞겠지. 어디 보자...”

그러면서 정성국은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 한쪽에 걸린 지도를 손으로 짚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합류한 원주민 부족들은 범 일리노이 족이고 불리는 만큼 일단 이 지역은 일리노이 지역이라고 하세.”

정성국은 미시시피 강 북쪽 보급 거점을 포함하는 전생의 일리노이 주와 비슷한 경계를 손으로 짚으며 말했고 조용한 곰이 정성국의 의견에 동의했다.

“음. 아무래도 그편이 낫겠군요. 그리고 원주민들도 크게 반발하지는 않을 테고.”

다른 청장들도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손을 들어 그 옆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이로쿼이 지역이라고 명명하세.”

정성국이 명명한 이로쿼이 지역은 북쪽의 온타리오 호와 이리 호, 동남쪽의 애팔래치아 산맥, 서쪽의 일리노이 지역 사이의 넓은 지역이었다.

“하긴. 이 지역도 따로 분리하긴 해야 했지요. 헌데 이리 족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겁니까?”

조용한 곰의 질문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 족의 인구가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라 현재로서는 굳이 분리할 필요까진 없어 보이네.”

“그건 그렇지요.”

조용한 곰도, 다른 청장들도 동의하는 기색이자 정성국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기회에 행정청에서 보급 거점의 이름들도 정하도록 하게. 언제까지 미시시피 북쪽 보급 거점, 남쪽 보급 거점이라고 부를 수는 없잖나.”

그 말에 다른 청장들도 그건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행정청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슬쩍 정성국에게 작명을 떠넘기기 위해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직접 지어주시는 것이...”

하지만 정성국은 단칼에 이를 잘랐다.

“행정청이나 외무청에서 현지 주민들을 고려해 짓는 것이 나을 것 같네.”

그 말에 행정청장은 옆에 있던 조용한 곰과 잠시 수군거리다가 정성국에게 말했다.

“흠...그럼 두 거점 모두 여러 부족의 경계가 아닌 한 부족의 영역 안의 거점이니만큼 부족 이름을 쓰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만...”

무난한 작명법이었지만 나쁘지 않았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미시시피 강 북쪽 보급 거점은 타마로아, 남쪽 보급 거점은 치카소로 하면 되겠군.”

“그렇습니다. 전하.”

그렇게 전생의 세인트루이스는 타마로아가 되었고 멤피스는 치카소로 이름 붙여졌다.

“그리고 지금 프랑스인들이 얼마나 이주했지?”

“대략 4만 명쯤 됩니다.”

“맙소사. 아직 1년도 채 안 되었는데 4만 명이라니...”

행정청장의 답변에 정성국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북미왕국에서는 몇 년에 걸쳐 3만 명 정도가 이주하지 않을까 싶었으니까.

물론 북미왕국의 예상과는 다르게 전 프랑스 포로뿐만 아니라 위그노들이 종교의 자유를 위해 북미왕국으로 이주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론 예상보다 많이 이주하리라 판단했지만 고작 10개월 만에 4만 명은 생각보다 많았다.

이러한 정성국의 반응에 조용한 곰이 끼어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스크 지역에는 아직도 프랑스인들이 바글바글 하답니다. 태반이 위그노들이고요. 다행히 에스파냐에서는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들이 잠시 머물 공터를 내어주었고 이들을 이주시키기 위해 만든 위장 상단을 통해 식량을 비롯한 각종 물품 값싸게 푼 덕분에 이들의 상황이 썩 나쁘지는 않답니다.”

유럽의 어선만으로 프랑스인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정성국은 프랑스로부터 노획한 범선을 에스파냐로 보내라고 명령했고 이들은 이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옷가지, 담요 등을 가득 싣고 바스크 지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배에 타지 못하고 타지에서 다시 배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프랑스인들에게 값싸게 풀었고.

덕분에 프랑스인들뿐만 아니라 바스크 지역 전체가 꽤 활기차졌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헌데 바스크 지역만? 다른 지역은?”

“아. 물론 잉글랜드나 네덜란드에도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려는 프랑스인들이 있긴 한데 바스크 지역처럼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만약을 위해 잉글랜드나 네덜란드에도 협조를 요청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프랑스 남부의 위그노들은 주로 가까운 바스크 지역으로 이동하고 파리 인근에서 살던 전 프랑스 병사들은 가까운 네덜란드나 잉글랜드로 이동해 그곳에서 어선을 타고 북미왕국으로 향한다는 조용한 곰의 부연 설명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계속 신경 쓰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프랑스인들은 어디에 정착시키고 있지?”

정성국이 행정청장에게 시선을 돌려 질문하자 행정청장이 답했다.

“면담을 통해 광부가 되겠다는 이주민 가족은 주로 매사추세츠 지역과 이로쿼이 지역에 정착시키고 있고 밭을 일구겠다는 이주민 가족은 누벨 프랑스 지역에 정착시키고 있습니다.”

“개발청에서 경운차를 통해 개간한 밭을 내어주는 거지?”

누벨 프랑스 지역이 북미왕국의 영토가 된 후 개발청에서는 경운차를 누벨 프랑스 지역으로 보내 꽤 많은 밭을 개간해 이 지역 원주민들과 남아있던 프랑스인들에게 배정해주었다.

그리고 이왕 경운차를 보낸 김에 주변 지역도 계속 개간하고 있었고.

해서 묻자 행정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세인트로렌스 강을 따라 꽤 많이 개간해 두었으니까요. 솔직히 위그노들이 얼마나 오던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기야 하겠지. 하지만 농부가 되려는 프랑스인들을 모두 누벨 프랑스 지역에만 몰아넣지 말고 이로쿼이 지역에도 적당히 분산시키게.”

그러면서 정성국이 이리 호 남쪽 지역을 가리키자 행정청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예? 굳이 그럴 필요가 있습니까?”

행정청장이 생각하기에는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는 프랑스인들을 모두 누벨 프랑스 지역에 집중시켜 누벨 프랑스 지역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것이 나아 보였으니까.

“누벨 프랑스 지역의 원주민들은 가톨릭을 믿지 않나. 그리고 우리 북미왕국으로 이주하는 프랑스인 태반은 위그노들이니 개신교일 테고. 물론 종교에 관련된 법은 꽤 엄격하기에 종교가 다르다고 큰 문제가 생기진 않겠지만...위그노들을 모두 누벨 프랑스 지역에 몰아버리면 이들은 자연스레 목소리를 높일걸세.”

소수일 때는 주변의 눈치를 보고 섣불리 행동하지 않겠지만, 다수가 되면 제 의견을 내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공산이 컸다.

그 때문에 정성국은 한 지역이 동일 종교를 믿는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을 경계해 적당히 분산하고 있었고.

그러한 정성국의 의도를 파악한 행정청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허면 그 문제도 고려해 분산 정착시키겠습니다.”

“그러게.”

그 후로도 여러 문제를 논의한 후 회의를 끝냈고 청장들이 정성국에게 인사하고 하나둘 회의실을 나가려는 찰나 정성국이 군사청장을 불렀다.

“왜 그러십니까?”

“얼마나 보낼 생각인가? 이번에 파나마 지역으로?”

“아. 이번에 바로 1천 명을 보낼 생각입니다. 이 때문에 그나마 더위에 강한 텍사스 지역과 플로리다 지역 출신 병사들을 따로 빼두었고요.”

“허. 그렇게 많이?”

정성국은 보내봐야 2,300명 정도를 보내지 않을까 싶었는데 1천 명씩이나 보낼 예정이라는 군사청장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었고 이에 군사청장은 바로 이렇게 많은 병사를 보내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개발청에서는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고 거의 10만 명에 가까운 파나마인들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이 지역의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많은 병사를 보내달라는 개발청의 요청이 있었고요. 해서 에스파냐가 부담 갖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많은 병사를 보내기로 했고 외무청에서는 1천 명 정도면 괜찮을 거라고 하더군요.”

물론 상황은 이해가 되었지만, 너무 많은 병사를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정성국이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질문을 던졌다.

“근데 해군도 보낼 예정이었잖나?”

“그렇습니다. 1, 2함대 소속 지급 전선 1척과 인급 전선 2척을 태평양 방면과 대서양 방면 항구에 보내 만약을 대비할 예정이지요. 다만 이들은 내륙에 주둔하는 병사들이 아니니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다시 의문을 표했다.

“1함대도 그렇고 2함대도 그렇고 여유가 있어?”

하와이 제도가 북미왕국의 영토가 되면서 1함대 안에 분함대를 창설해 하와이 제도에 배치한 상태였고 2함대 역시 서인도 제도에 2개의 분함대를 창설해 배치 중인 상태였기에 여기서 또 전선을 빼 파나마 지역에 배치할 수 있나 싶어 묻자 군사청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뭐 대신 순찰 간격이 좀 길어지긴 하겠지요. 하지만 1, 2함대 담당구역은 안전한 편이니 큰 문제는 없으리라 판단합니다.”

정성국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흠...바로 5함대를 창설해야 하나...”

“예? 5함대요? 설마 파나마 지역에 배치할 함대를 의미하는 겁니까?”

군사청장이 놀라 되묻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하와이 제도를 모항으로 남태평양을 담당하는 함대일세. 그러면 지금 하와이 제도에 배치된 1함대의 분함대를 다시 복귀시킬 수 있겠지. 어차피 대서양 방면의 2, 4함대야 계속 함대를 늘릴 생각이니 상관없을 테고.”

“굳이 5함대를 창설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군사청장은 하와이 제도를 지키기 위해 5함대를 창설하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1함대가 하와이 제도를 담당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에 반문했고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지금이야 태평양에는 우리와 에스파냐의 배 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걸?”

그제야 군사청장은 정성국이 왜 5함대를 창설하려는지 이해했다.

“아...파나마 운하가 건설되면 다른 나라의 선박들도 태평양을 돌아다니겠군요. 그러면 자연히 여러 문제가 발생할 테고.”

“그렇지. 물론 그 전에 남태평양 탐사대가 발견한 섬에 사는 원주민들을 우리 북미왕국의 동맹이라고 유럽에 알릴 생각이기는 한데...”

“해적들이야 뒷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겠죠. 확실히 남태평양을 담당하는 함대도 필요하긴 하겠군요. 허면 바로 5함대 창설을 준비할까요?”

이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어차피 전선을 새로 건조하고 하려면 시간이 걸릴 테니 그러도록 하게. 아. 물론 규모를 그리 키울 필요는 없고. 탐사선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바로 5함대 창설 작업에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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