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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94화 (394/850)

394화

정성국은 오랜만에 궁을 나와 마차를 타고 새한성 외곽으로 이동했다.

마차가 멈춘 후 정성국은 마차에서 내려 눈앞의 거대한 건물을 바라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와우. 생각보다 건물이 근사한데?”

정성국의 마차가 도착하자 마차로 다가왔던 정평국은 정성국의 탄성을 듣고 웃으며 대꾸했다.

“그렇지요? 건물의 목적에 맞게 조금 화려하게 지어보라고 했고 장인들도 이 건물이 미술품을 전시하는 건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솜씨를 한껏 발휘한 덕분에 꽤 근사한 건물이 탄생했습니다.”

“음. 미술관으로 사용될 건물이니 오히려 어울린다고 해야 할까? 괜찮네.”

정성국은 그동안 정평국을 통해 조선과 유럽의 그림들을 사들였고 동시에 왕실에서 건설 비용을 대는 것으로 하고 미술관도 건설했다.

그리고 미술관의 건설이 끝났다는 보고와 그림을 전시했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이렇게 방문한 것이고 말이다.

정성국은 미술관의 건물이 일종의 예술품처럼 고풍스럽고도 화려하게 지어졌기에 좋은 명소가 되겠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정평국에게 질문했다.

“주변의 저 나무들도 직접 심은 거지?”

“그럼요. 아무리 건물이 멋있어도 주변이 허허벌판이니 보기가 좀 그렇더라고요. 해서 적당히 나무를 심은 거죠. 지금은 좀 엉성해 보입니다만 시간이 흐르면 무척 근사해 보일 겁니다.”

어차피 이곳은 새한성 외곽이기도 했기에 빈 땅도 많았고 미래를 생각한 정성국이 부지 자체를 무척 넓게 잡았기에 주변이 허허벌판일 수밖에 없었다.

헌데 건물은 화려하기 짝이 없어 무척 이질적으로 느껴졌고 그 때문에 부랴부랴 나무를 심고 벽돌을 깔아 산책로를 만들어 주변 전체를 일종의 공원처럼 만들었고 이것이 무척 잘 어울렸다.

마치 숲속에 있는 별궁 같은 느낌이랄까.

이에 정성국은 웃으며 정평국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럴 것 같네. 건물과도 잘 어울리고. 새한성 주민들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적당하겠는데?”

“하하하. 그렇지요? 아마 시간이 흐르면 젊은 남녀들이 만나는 장소로도 꽤 유명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일종의 데이트 코스가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정평국의 말에 정성국은 확실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해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보다 은행에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고 해서 무척 바쁠 줄 알았는데 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는데?”

최근 문을 연 은행은 돈을 맡기려는 백성들로 인해 항상 북적거렸다.

은행의 문을 열기 전부터 신문을 통해 이번에 설립된 은행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기사를 몇 번이고 내보냈고 주로 도시에 사는 백성들은 북미왕국을 무척 신뢰했기에 나라에서 재산을 대신 보호해준다고 하니 돈을 맡기려고 앞다투어 은행을 찾은 덕분에 은행 안쪽뿐만 아니라 은행 바깥쪽까지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보고는 이미 들었기에 정평국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의아했던 정성국이 질문하자 정평국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아. 대부분의 일은 이제 실무진에게 맡긴 상황이라서요. 그리고 그동안 저를 도와 국영 은행 설립 준비에 매달리던 북미은행 부 은행장을 국영 은행의 은행장 자리에 앉히고 대부분의 일은 그 친구에게 맡겼고. 그러니 은행이 바쁘더라도 저하곤 크게 상관없지요.”

“아. 그래?”

“예. 그래서 잠시 휴식을 취할 겸, 그리고 지금껏 저도 보고서로만 확인해왔었거든요. 건물의 진행 상황이라던가 그림을 사들이는 것 말이지요. 해서 이 기회에 직접 확인할 겸 이렇게 온 거죠.”

정평국의 말에 정성국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겨 미술관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묘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입을 열었다.

“호오...사진이네?”

“그렇습니다. 미술관 직원 중 일부가 아직 전시할 미술품이 많은 편은 아니고 대다수가 다른 나라의 미술품들이니만큼, 이 입구 부분은 우리 북미왕국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장식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제가 듣기에도 괜찮은 생각 같아서 허락했고요.”

어차피 초반에는 전시할 그림이 적은 만큼 공간을 채우기 위해 사진을 전시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싶었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사진들을 감상하며 말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그리고 사진작가들의 실력도 많이 좋아지긴 한 모양이네. 처음 찍었던 사진들은 그저 사진이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지 일종의 작품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데 말이지.”

전아라가 사진기에 매달리면서 조금씩 개선되곤 있었지만 아직은 조악한 편이었고 덕분에 사진 중 대다수는 여전히 풍경 사진에 불과했다.

다만 구도에 대한 개념도 없이 그저 도시나 자연 풍경을 최대한 담는 것에 주력해 무척 단조로운 느낌을 주던 기존의 사진들과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기에 정성국이 의외라는 표정을 짓자 아침에 방문해 미술관을 한번 둘러보았던 정평국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요? 물론 많은 사진을 찍으며 실력이 좋아진 것도 있겠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새한성에 온 유럽의 화가들과 교류를 나누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고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사진작가들의 실력이 부쩍 늘었고요.”

북미왕국에서 처음 사진기를 다루던 인물들은 기자들이었지만 사진기의 존재가 알려지고 사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일부는 하던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사진작가의 길에 뛰어들었다.

이를 알게 된 정성국은 그들의 행동을 응원하며 왕실 차원에서 이들을 후원해주었고.

다만 열정은 있었어도 실력은 미숙한 편이었던 이들은 유럽의 화가들이 새한성에 도착한 후 이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그 결과가 여기 걸려 있는 사진들이라는 소리에 정성국은 사진을 감상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역시 유럽의 화가들을 데려오길 잘 했네.”

“그렇지요. 아. 이쪽은 유럽의 그림들이 전시된 곳입니다.”

이곳에 전시된 그림을 하나씩 감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전시실의 입구에 도착했고 정평국의 설명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시실에 들어섰다.

“아...”

정성국은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서양 그림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고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정평국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으로 설명했다.

“일단 사들인 그림은 시대별로 구분해 전시했고 그렇기에 여기 그림들은 꽤 오래된 그림들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정성국은 가까이 다가가 그림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림에 세월의 흔적들이 보이는군. 일부는 보관상태도 썩 좋지 않았던 모양이고. 이거 오래 전시하긴 어렵겠는데?”

“뭐 차차 그림이 많아지면 적당히 교체해야겠지요.”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전시실 안을 둘러보다 중얼거렸다.

“헌데 생각외로 그림이 많네?”

정성국의 생각과는 달리 생각외로 그림을 많이 사들인 것인지 이를 전시하기 위해 꽤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었기에 정성국이 묻자 정평국이 웃으며 대답했다.

“유럽은 예술이 발달했기 때문인지 그림을 구하기도 쉽더라고요. 화상이라는 미술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상인들도 있던데요? 각국의 외교관을 통해 그들 중 믿을 만하고 유명한 화상들과 연결될 수 있었고 덕분에 괜찮은 미술품을 대거 사들일 수 있었지요.”

이에 정성국은 발걸음을 옮기며 그림들을 감상하다 슬쩍 물었다.

“바가지 쓴 건 아니고?”

하지만 정평국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적당히 바가지 쓰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래야 좋은 그림을 구하면 바로 우리에게 팔 테니.”

“...어? 그것도 그렇네?”

정성국은 호구가 되는 것을 경계했지만 이 바닥에선 적당한 호구가 되는 것도 나쁠 것 없다는 정평국의 말에도 일리는 있어 정성국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짓자 정평국이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지금 새한성에 있는 화가들의 도움도 받았는데 북미왕국 왕실이 나서서 그림을 구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인지 장난치는 화상들도 없었고요. 덕분에 괜찮은 그림들을 꽤 많이 사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 돈에 눈이 먼 화상들이 하나도 없다니. 외교관들이 제대로 된 인물들을 소개해 준 모양이군.”

“뭐 화상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불똥이 딴 곳으로 튈 것을 우려한 모양인지 아주 신신당부한 모양입니다. 그리고 화상들도 계속해서 우리와 거래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잘 알 테니까요.”

일개 북미왕국의 백성들조차 무척 부유하다고 알려져 있으니 북미왕국의 국왕은 엄청난 부를 소유하고 있을 거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거기에 북미왕국의 국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유럽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러니 화상들도 그 후환이 두려워 섣불리 수작을 부릴 엄두는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겨 유럽의 그림들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정성국도 환생하고 나서 조선의 그림들을 자주 접하긴 했지만, 전생의 기억 때문인지 오히려 조선의 그림보다는 유럽의 그림들이 더 익숙했기에 웃으며 이를 구경하다 문득 한 그림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정성국의 기억에 있는 그림은 아니었다.

전생의 정성국이 미술에 흥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미술관을 자주 방문한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헐벗은 여성을 납치하는 장면을 그린 이 그림은 한쪽에 큐피드가 그려진 것을 볼 때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그린 것 같았는데 이 그림에서 보이는 화려한 색채와 역동적인 구도가 꽤 인상적이었기에 정성국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그런 형의 반응에 정성국은 의외라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그림이 마음에 드십니까? 전 좀 남사스럽던데...”

“뭐 그럴 수야 있겠지. 이 그림은 누가 그린 건지 혹시 아냐?”

“아. 이 그림은 루벤스라는 유럽에서 무척 명성이 높은 화가가 그린 그림이라더군요. 덕분에 그림 가격도 무척이나 비싼 편이었고요.”

“역시...”

미술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정성국조차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인 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았기에 역시 거장의 그림은 뭔가 다르긴 하구나 싶어 정성국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다만 루벤스의 경우 생전에도 무척 유명했다고 알고 있었기에 정성국은 질문을 던졌다.

“헌데 이 그림을 화상이 가지고 있었다고?”

“그럴 리가요. 우리와 그림을 팔려는 판매자 사이에서 중계한 것에 가깝지요.”

“아하.”

정성국이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정평국이 덧붙였다.

“여기 있는 그림 중 절반가량이 그런 식으로 사들인 그림인데 화상들이 꽤 유능한 모양이더라고요. 귀족들과도 연줄이 있는 모양이고 덕분에 여기 걸린 그림 중 상당수는 귀족들이나 부호들이 소유하고 있던 그림들입니다.”

개중에는 북미왕국의 왕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귀족들이 판 그림도 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그렇게 전시실을 다 둘러본 후 정성국이 무척 만족스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거 괜찮은 그림이 생각보다 많은데?”

정성국의 평가에 정평국은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렇습니까? 조선의 그림과는 화풍이 너무 달라 제가 보기엔 조금 이질적으로 보이던데요.”

아무래도 서양의 그림에 익숙한 자신과 정평국은 달랐기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냐? 그럼 다른 관람객도 비슷하게 느낄 수도 있으려나?”

“글쎄요? 원주민들은 감상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

“하긴. 원주민들은 조선의 그림이든 유럽의 그림이든 똑같이 이질적으로 보일 테니.”

정성국은 수긍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정평국은 정성국을 따라오며 입을 열었다.

“그렇죠. 헌데 형님께서 그림을 보는 안목이 이렇게 뛰어날 줄은 미처 몰랐는데요?”

“음?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정성국이 정평국을 바라보자 정평국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형님께서 유심히 살펴보던 그림들 태반은 유럽에서 유명한 화가가 그린 그림들이라 무척 비싼 값을 주고 사 온 그림들이거든요.”

그 말에 정성국은 그저 실소하며 발걸음을 옮겨 다시 사진이 전시된 미술관의 입구를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동선도 나쁘지 않네.”

“그렇지요? 솔직히 미술관에 꽤 많은 사람이 몰릴 것 같아서 관람객들의 동선에 신경을 쓰라고 했거든요.”

“그래. 잘 했어. 그리고 이쪽은 아시아의 그림들이 전시된 곳이고?”

정성국은 유럽의 그림이 전시된 곳과 반대편으로 이동하며 묻자 정평국이 고개를 저었다.

“아시아의 그림들이라기보단 조선의 그림을 전시한 곳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요. 조선의 그림들뿐이니. 그리고 그렇게 한정되다 보니 전시된 그림의 수도 많은 편이 아니고요.”

나름대로 원상이 정평화나 유철 같은 북미왕국의 우호적인 인사를 통해 그림을 꽤 사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전시실을 가득 채우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정평국이 덧붙였고.

“그래?”

“예. 그나마 투로시노가 왜국에서 구해온 그림들이 없었다면 이쪽은 무척 휑했을 거예요.”

“오. 투로시노가 왜국에서 조선의 그림을 구해왔어? 왜란 시절 약탈한 그림들?”

정성국이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지자 정평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전부가 약탈품은 아니겠지만 이번에 가져온 그림 중에 분명 약탈품이 섞여 있긴 할 겁니다. 투로시노의 이야기론 조선의 그림을 가져와야만 추가로 면직물의 물량을 배정해준다는 말에 북부의 번주들과 상인들이 인맥을 총동원해 조선의 그림을 긁어모았다고 하니까요.”

그 말에 정성국은 조선의 그림을 구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던 북부의 번주들의 상황이 짐작되었기에 사악한 웃음을 터트렸다.

“큭큭큭. 계속 면직물 생산은 늘어날 테니 결국 약탈품들을 모조리 가져올 수 있겠는데.”

그런 정성국의 예상에 의외로 정평국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글쎄요.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강대한 번주들의 창고에 들어간 약탈품들은 빛을 보기 어려울 테니까요.”

왜란 당시 왜군이 약탈했던 물품들 태반은 당시 군을 지휘했던 번주들의 창고에 들어가 있을 텐데 약소한 북부의 번주들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한들 그 창고에 보관되어있는 약탈품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정평국의 말에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쩝.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러면서 정성국은 발걸음을 옮겨 조선의 그림들도 감상했고.

하지만 정성국에게 익숙한 그림은 그리 많지 않았는데 그가 기억하는 화가들은 영, 정조 기대의 화가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어쩔 수 없긴 했다.

해서 정성국은 조금 아쉬운 표정으로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보다 확실히 조선의 그림은 수가 적기에 전시실 자체가 좀 한적한 느낌이네.”

유럽의 그림들이 무척 빼곡히 걸려 있던 것에 비하면 조선의 그림들은 듬성듬성 걸려 있어 그림의 수가 적다는 것이 티가 났다.

“예. 뭐 그런 면이 있지요.”

“궁에서 보관 중인 그림들도 가져다 전시해라.”

정성국의 말에 정평국은 살짝 놀란 표정으로 정성국을 바라보았다.

“아. 그 조선 사절단의 화공들이 진상한 그림들이요? 그거 형님이 꽤 좋아하시잖습니까.”

북미왕국을 방문한 조선 사절단의 화공들은 정성국에게도 꾸준히 그림을 진상했고 정성국은 그 그림들을 궁 한쪽에 잘 전시해두고 가끔 구경한다는 사실을 아는 정평국이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정성국은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그림이 많아지고 전시할 공간이 부족하면 그때 다시 궁에 걸면 그만이지.”

“알겠습니다.”

정평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은 전시실을 둘러보고 말했다.

“아무튼, 고생했다. 왕실의 이름으로 진행하는 일이라 바쁜 와중에도 네가 어느 정도 신경을 써야 했을 텐데...잘 만들었네.”

“하하하. 그렇지요?”

“하지만 계속해서 그림을 수집해야 하는 건 알지?”

“물론입니다. 좋은 작품은 계속 사들여 전시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평국의 대답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래. 헌데 이거 언제 개관하냐?”

“일단 다음 달쯤에 개관할 생각입니다. 신문 기사들도 그때쯤 내보낼 생각이고.”

“그래? 그럼 그 전에 가족들과 한 번 방문해야겠네.”

“하하하. 그러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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