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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90화 (390/850)

390화

정성국이 집무실에서 보고서를 살피고 있을 때 갑작스럽게 김신철이 집무실로 찾아왔다.

정성국은 오랜만에 찾아온 김신철을 반갑게 맞이하며 커피를 내어주었고 김신철을 커피를 받고 예의상 한 모금 마신 후 곧바로 자신이 찾아온 용건을 이야기했다.

“그래? 거대한 철광 매장지를 발견했다고?”

옛 이로쿼이 연맹 영역에 파견되었던 개발청 직원이 주변을 탐사하다 철광석을 발견해 보고했고, 이 보고가 김신철에게 알려져 김신철이 그 지역에 묻힌 자원을 파악하기 위해 제철소 직원 몇을 옛 이로쿼이 연맹 영역에 파견했다.

헌데 제철소 직원들이 직접 이 지역을 둘러보니 매장된 철광석의 양도 많아 보였을뿐더러 가까운 곳에 조그마한 탄광이 있었으니 제철소가 들어서기 좋은 위치라고 생각해 급히 복귀해 김신철에게 보고했고 김신철을 보고를 확인 후 잔뜩 흥분하고 이렇게 정성국에게 달려온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노천 광산에 가까워 채굴도 쉬워 보이고 철광석의 품질도 무척 좋답니다.”

“그렇단 말이지?”

정성국도 오대호 인근에 철광 매장량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슬쩍 미소를 지으며 대꾸하자 김신철은 그런 정성국의 반응이 못마땅한지 목소리를 높였다.

“그뿐이 아닙니다. 옛 이로쿼이 연맹 영역의 남쪽에는 석탄이 꽤 매장되어있고 북쪽엔 온타리오 호수가 있어 물이 풍부하고 세인트로렌스 강이 있기에 배를 이용해 물자를 운송하기도 편하지요!”

그런 김신철의 열변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 제철소를 세우자는 이야기지? 입지가 좋으니까?”

“그렇습니다! 최근 강철 소모량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옛 이로쿼이 연맹 영역에서 발견된 철광산은 북미왕국의 발전을 축복하는 하늘의 선물이나 다름없습니다!”

“뭐 확실히 강철 소모량이 늘고 있기는 하지. 그래서 동쪽에도 큰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하지만 옛 이로쿼이 연맹 지역이라...”

물론 어마어마한 강철을 소모했던 철도 공사는 끝났지만 최근 각지에 새롭게 도시를 건설하고 수력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강철을 미친듯이 소모하고 있었다.

덕분에 새마포 남쪽에 건설한 제철소는 계속해서 확장공사를 하며 막대한 양의 강철을 쏟아내 북미왕국 전체로 보내고 있었지만 좀 버겁긴 했고.

거기에 철선 연구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 철선을 찍어내기 시작하면 무척 부족해질 것이 뻔했다.

해서 정성국은 북미 동해안 지역에 새로운 제철소를 건설할 생각이었고 다만 위치를 고민 중이었다.

전생처럼 막대한 석탄이 매장되어있고 앨러게니 강, 모논가헬라 강, 오하이오 강과 연결되어 북미 대륙 전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피츠버그 지역에 건설할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 건설할지.

‘이로쿼이 연맹과 주변 알곤킨 부족들이 북미왕국에 합류하면서 이리호까지 영역이 확장된 터라 남쪽으로 영역을 확장해 피츠버그 지역에 제철소를 세울 생각이었지만...그러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걸리지. 그리고 아직 운하가 없어 수운을 제대로 이용할 수도 없고. 천상 온타리오 호수 인근에 세워야겠군.’

그렇게 정성국이 생각하고 있을 때 김신철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위치가 별로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음? 아니야. 네 말마따나 세인트로렌스 강을 통해 그곳에서 생산한 강철을 북미 동해안 지역에 보급할 수 있으니 나쁠 것 없지. 다만 옛 이로쿼이 연맹 지역의 인구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라 그게 조금 걸리네.”

그 말에 김신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는 하지요. 그렇다고 주변의 원주민 부족들을 데려오기엔...”

“뭐 그동안 죽어라 싸워댔으니 조금 껄끄럽긴 하지.”

“예.”

옛 이로쿼이 연맹 영역의 주변은 모두 이전에 이로쿼이 연맹과 싸웠던 적이 있는 부족들뿐이었다.

물론 다들 북미왕국에 합류했기에 이젠 똑같은 북미왕국의 백성이었지만 그렇다고 이전에 싸웠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고 그 때문에 행정청에서도 이 점을 명심하고 세세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범 알곤킨 족들을 데려와 이로쿼이 연맹 부족과 함께 지내게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려웠고.

“쯧. 주변의 범 알곤킨 족들을 이주시킬 수 없다면 답은 하나뿐이네. 프랑스인들을 이주시켜야겠군.”

물론 이로쿼이 연맹은 프랑스와도 전쟁을 벌였지만, 이곳에 정착시킬 프랑스인들은 기존의 누벨 프랑스 지역에서 살며 이로쿼이 연맹과 싸웠던 이들이 아닌 프랑스 본토에서 이주하는 이들이었기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판단했다.

“프랑스인이요? 누벨 프랑스 지역을 완전히 비울 생각이세요?”

프랑스인들의 이주를 몰랐던 김신철이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정성국이 말했다.

“아. 전에 포로로 잡혔던 프랑스인들이 이주하고 있거든.”

“오! 그 석탄을 엄청나게 캐서 북미 동해안 지역의 석탄 저장고를 증설하게 했던 그 친구들이요?”

“그래. 주로 매사추세츠 지역이나 누벨 프랑스 지역에 정착시킬 생각이었는데 일부는 옛 이로쿼이 연맹 지역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괜찮겠네. 생각보다 이주민이 많을 것 같거든.”

“오오.”

어차피 제철소에서 일하는 인원이 필요하다기보단 철광석과 석탄을 캐낼 광부들이 필요했기에 천상 광부라 평가받은 프랑스인들을 이주시키겠다는 정성국의 결정에 김신철이 탄성을 질렀다.

이에 정성국은 피식 웃고 입을 열었다.

“그럼 그 부분은 내가 개발청과 행정청에 이야기해둘 테니 넌 제철소를 운영할 인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알겠습니다.”

* * *

날이 쌀쌀해질 무렵 해군 탐사대장이 정성국의 집무실을 방문했고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장을 반기며 커피를 대접하며 오랜만에 만난 해군 탐사대장과 잡담을 나누었다.

그렇게 티타임을 가지면서 해군 탐사대장이 먼저 북태평양 탐사대의 성과를 보고하기 시작했고.

“우레건 강 안쪽에 그런 지형이 있었다고?”

북태평양 탐사대가 발견한 지역은 바로 전생의 포틀랜드 위치였는데 이곳을 직접 확인한 탐사대가 도시를 세우기에 딱 좋은 지형이라고 평가했다는 보고에 정성국이 웃으며 질문을 던지자 해군 탐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무척 비옥해 보였다는 보고입니다. 그리고 이곳도 범 치누크 족이 자리한 곳이었기에 말도 잘 통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이들은 새남포를 드나들던 치누크 족에게 우리 북미왕국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나왔고요. 해서 북대서양 탐사대의 보고로는 이 우래건 강 안쪽에 제대로 된 거점 도시를 세우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렇겠지. 개발청의 보고로는 우래건 강 하류에 건설한 항구는 주변 지형 때문에 크게 성장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했으니.”

애당초 북태평양 탐사선 한 척을 우래건 강 탐사에 배정한 이유가 포틀랜드를 찾기 위해서였고 포틀랜드 주변에 거주하는 원주민 부족이 북미왕국에 호의적이라면 바로 포틀랜드 지역에 거점을 건설하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렇게 마음먹은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장에게 계속 보고하라고 손짓했고 해군 탐사대장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예. 그리고 북대서양 탐사대가 계속 우래건 강을 탐사했는데...의외로 우래건 강을 따라 정착한 원주민들은 북미왕국의 존재를 알고 있었답니다.”

“뭐 우리가 새남포를 건설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으니까.”

“예. 그래서 다들 탐사대의 물자를 노리고 가죽을 들고 와서 교역을 요청하는 탓에 탐사가 생각보다 지체되었다고 하더군요.”

“하하하.”

우래건 강 유역에 사는 원주민들이 북미왕국의 존재를 인지하고 교역에 긍정적이라면 포틀랜드 지역에 새 거점을 세우고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뜻이었기에 정성국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아. 그리고 예상과는 달리 우래건 강의 본류는 북동쪽으로 나 있더군요. 해서 강을 따라 이동하다 보니 다시 북미왕국의 영역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해군 탐사대장은 새남포와 우래건 강이 그려져 있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고 정성국은 이를 확인하고 실소했다.

“이것 참. 여긴 새남포 동부 지역이잖아?”

“예. 정확히는 옛 위네치 족과 주변 부족의 영역이지요. 해서 이 지역에 있던 외무청 관리가 북태평양 탐사대의 배를 확인하고 무척 좋아했다더군요.”

“하하하. 그럴 수밖에. 그동안은 육로로 물자를 수송했었는데 북태평양 탐사대가 드나들 정도면 수심도 괜찮으니 배를 이용하면 손쉽게 물자 수송이 가능하겠어. 강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그 강이 우래건 강이었을 줄은 몰랐군.”

“그러게 말입니다.”

정성국도 우래건 강이 캐나다 지역까지 뻗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았지만, 새남포 내륙 동쪽에 존재하는 강이 우래건 강이라는 것은 미처 몰랐기에 실소하며 탐사대가 새롭게 그린 지도를 살펴보다가 중얼거렸다.

“흠. 북태평양 탐사대 덕분에 이 지역의 개발이 무척 빨라지겠군.”

“예. 이 지역의 원주민들은 북미왕국에 무척 호의적이라 개발청에서 개발을 결정한다면 인력을 구하기도 쉽습니다.”

그렇게 북태평양 탐사대의 보고를 마무리한 해군 탐사대장은 새로운 지도를 꺼내 정성국에게 건넸다.

“그리고 이건 이번에 남태평양 탐사대가 탐사한 지역입니다.”

작년에 남태평양 탐사대가 탐험한 지역이 호주와 통가 섬 사이의 섬들이었다면 올해 탐사한 지역은 이 지역의 동쪽의 피지와 그 주변의 수많은 섬이었다.

정성국은 새롭게 그려진 수많은 섬 가운데 그나마 큰 섬인 피지를 가리켰다.

“여긴...”

“제가 직접 탐사한 지역인데 풍경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만...전하께서 걱정하신 것처럼 식인 풍습이 존재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정성국은 작년에 탐사한 지역에서 남쪽을 탐사하면 뉴질랜드가 나오고 동쪽으로 탐사하면 피지가 나오는데 두 곳 모두 식인 풍습이 존재했던 곳이었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주민들이 식인 풍습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넌지시 이야기했었다.

“예. 제가 탐사선을 타고 방문했을 때는 원주민들끼리의 전투가 벌어진 후였습니다. 헌데...”

해군 탐사대장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정성국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이들은 배가 고파 사람을 잡아먹기보다는 전투 후 일종의 의식을 위해 적의 살을 먹는다고 알고 있었으니 전투 후 원주민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쯧. 패자들을 잡아먹는 모습을 봤나 보군.”

“예. 망원경의 성능이 너무 좋은 것도 문제더군요.”

정성국은 혐오스러운 장면을 목격한 해군 탐사대장을 적당히 위로한 후 지도를 살펴보고 말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발견한 섬들은 모두 점이 하나만 찍혀 있는 것을 보니 이들이 적대적으로 나온 모양이군?”

“그렇다기보다는 전투 이후의 승전 축제 중이었기에 꽤 흥분한 듯 보였습니다. 해서 탐사선을 발견한 후 원주민들이 창을 들고 해안가로 몰려나왔고...분위기를 보아하니 흥분한 원주민들과 접촉해봐야 딱히 이득은 없을 것 같아 상륙하지 않고 주변만 파악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섬들은 모두 상륙하지 않았는데 아무리 봐도 식인 풍습이 존재하는 이 커다란 섬과 같은 문화권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해서 차후에 저들과 접촉해볼 생각입니다.”

“그러게. 안전이 제일이니.”

피지 족은 북동쪽의 사모아 왕국과 남동쪽의 통가 왕국과 오랫동안 싸워왔고 그 때문에 섣불리 접촉했다가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거기에 해군 탐사대장을 비롯한 탐사대원들은 식인하는 모습을 목격했을 테니 내색하지는 않아도 무의식중에 저들을 혐오스러워하는 기색을 보일 수도 있었으니 서로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 접촉하는 것이 낫겠다는 해군 탐사대장의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평가한 정성국이었다.

“그리고 미안진과 터발 족은 어떤가?”

정성국의 질문에 해군 탐사대장은 어두운 기색을 지우고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안진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곳이 우리 북미왕국인들의 주요 거점이고 철제 물품을 구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거의 한 달 넘게 걸어서 미안진을 방문하는 원주민들이 있을 정도지요.”

한 달 동안 이동해 철제 물품을 거래하고 돌아간다는 말에 정성국은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허. 그래? 주변에 소문이 제대로 퍼졌나 보군.”

“그렇습니다. 그리고 터발 족은 이번에 우리 북미왕국의 도움을 받아 밀과 감자, 고구마 등을 잔뜩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그 말에 정성국은 반색했다.

“오! 그럼?”

“예. 이제 식량을 운반할 필요까진 없어 보입니다. 거래를 통해 식량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다행이군.”

지금껏 터발 족은 제대로 농사를 짓지 못해 통가 섬에서 식량을 운반하고 있었다.

그나마 일부 원주민들이 고구마를 재배하면서 식량 부족이 문제가 조금씩 나아지곤 있었지만 아직은 식량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고.

헌데 올해 농사에 성공해 많은 식량을 생산했고 더는 배로 식량을 운반할 필요가 없다니 정성국은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요. 또한, 저들은 저희의 도움으로 풍족한 식량을 생산해 배불리 먹거나 이를 이용해 필요한 물품을 구할 수 있었기에 우리 북미왕국에 무척 호의적인 편이었습니다. 해서 일부 젊은이들은 우리 북미왕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눈치라 이들을 데리고 왔고요.”

“그래? 그들은 지금 어디 있나?”

“외무청에서 맡고 있습니다. 새김포와 새한성을 구경 후 일부는 돌려보낼 생각이라더군요.”

“음? 일부?”

정성국이 조금 의아해하자 해군 탐사대장이 대답했다.

“저들이 원한다면 이곳에서 기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줄 생각이라고 하더군요. 저들이 자체적으로 나라를 세우려면 어느 정도 교육을 받긴 해야 하니까요.”

이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다만 너무 오래 붙잡아 두면 저들이 오해할 수 있으니 속성으로 가르치라고 해.”

“하하하. 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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