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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59화 (359/850)

359화

뉴펀들랜드 섬의 외무청 관리는 쭈뼛거리며 응접실로 들어오는 어부들을 보고 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웃으면서 손짓했다.

“아. 다들 왔나? 앉게.”

하지만 외무청 관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부들은 꽤 긴장한 눈치였다.

외무청 관리는 간단하게 알릴 것이 있다며 자신들을 찾는다고 했지만, 지금껏 자신들에게 알릴 것이 있다면 선착장 게시판에 공고문을 붙이면 붙였지 이렇게 자신들을 외무청 건물로 부른 적은 없었으니 무언가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그런 어부들의 반응에 외무청 관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일단 조금은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래. 최근 고기는 잘 잡히나?”

“그렇습니다. 이곳은 고기가 무척 많은지라 그물을 던지면 한가득 올라오는 편이지요.”

“그래? 그건 다행인데...어린 물고기들은 어떻게 하나?”

그 질문에 어부들은 살짝 긴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 어린 물고기들은 무조건 놔주고 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절대 북미왕국의 권고를 무시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뉴펀들랜드 섬에 어업연구소 분소가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어부들에게 신신당부한 것이 바로 치어는 잡지 말라는 명령이었다.

처음 이 명령에 어부들은 난색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 명령에 따르려면 촘촘한 그물 대신 엉성한 그물을 사용하거나 아니면 추가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업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강경했다.

치어가 다 클 때까지 기다려야 성어가 되어 다시 산란해 이 풍부한 어장이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해서 어부들에게 지금처럼 치어까지 모조리 잡는다면 결국, 이곳의 어장도 유럽 인근 해역의 어장처럼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자 어부들은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자신들이 대서양을 넘어 이곳까지 온 이유가 바로 주변에선 제대로 고기를 잡지 못하기 때문이었고 그렇게 바다에 물고기들이 사라진 이유가 자신들 때문이라는 소리였으니까.

다만 이곳의 어장은 무척 풍부했고 이곳이 북미왕국의 영토가 되면서 이곳에서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어부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었기에 자신들이 지금처럼 잡는다 해도 이 황금 어장이 황폐해지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 슬쩍 반박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단호했고 결국 치어를 잡다 걸리면 조업권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하자 어부들은 화들짝 놀라 연구원들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외무청 관리가 이 문제를 거론하자 어부들은 급히 판에 박힌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 그렇게 북미왕국에서 이야기한 것들만 잘 지킨다면 자네들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이곳에서 어업 활동을 하며 먹고 사는 데는 큰 문제 없을 테니 항상 이를 지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했지만, 어째 더 긴장한 눈치였기에 외무청 관리는 내심 한숨을 쉬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낫겠다 싶어 입을 열었다.

“내가 이렇게 자네들을 부른 것은 자네들에게 제의할 것이 있어서 그러네.”

이에 어부들은 긴장한 눈치로 외무청 관리의 입에 집중했고 외무청 관리는 어부들을 둘러보다 말했다.

“자네들 이곳으로 올 때는 빈 배로 오지? 그리고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 가득 싣고 돌아가고?”

“그렇지요.”

“그래서 말인데...자네들. 돈을 더 벌고 싶지는 않나?”

이에 어부들은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한 덩치 큰 어부가 대꾸했다.

“혹시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외무청 관리는 덩치 큰 어부의 말에 씩 웃으며 품에서 삼태극 문양과 숫자가 새겨진 천을 꺼내 어부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이곳에 올 때 이 천을 소지한 사람들을 태우고 오게. 아무런 대가도 받지 말고 말일세. 그러면 우리가 대신 대가를 치러주지.”

“예?”

갑작스러운 외무청 관리의 이야기에 어리둥절한 어부들이었고, 이에 외무청 관리는 이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그럼 이번에 돌아간 프랑스인들이 이 천을 가지고 있다는 거군요? 그리고 그들 중 북미왕국으로의 이주하기 위해 저희에게 찾아오면 그들을 태우고 오라는 뜻이고요?”

“그렇지.”

외무청 관리의 설명이 끝나자 덩치 큰 어부가 살짝 기대감 섞인 눈초리로 외무청 관리를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대가는 북미왕국 화폐로 주실 겁니까?”

“그럴 수도 있네만...자네들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겠지?”

북미왕국의 물가는 유럽의 물가보다 싼 편이었기에 어부들은 이곳에서 파는 여러 물품을 사들여 유럽에 가져다 팔기만 하더라도 이득을 볼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북미왕국에서는 이곳에서 파는 물품의 종류와 수량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고.

하지만 식량 같은 일부 품목은 그 제한이 조금 넉넉한 편이었고 이 때문에 어부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사용할 식량이라고 이야기하며 최대한 사 가지고 돌아가 되판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기에 외무청 관리가 피식 웃으며 이야기하자 덩치 큰 어부는 살짝 헛기침하며 대답했다.

“크흠. 뭐 그렇지요.”

“알겠네. 대가는 북미왕국의 물품으로 주겠네. 도자기나 비단, 설탕 등을 준비해두지. 식량도 나쁘진 않겠지만...아무래도 부피가 있으니까.”

“헉!”

“감사합니다!”

북미왕국에서 가장 값비싼 물품들을 준비해두겠다는 외무청 관리의 말에 어부들은 무척 기뻐하며 저 천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마을에 나타나기만을 기원했다.

그때 한 곱슬머리의 어부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기...”

“아. 할 말이라도 있나?”

“관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 천은 일종의 이주 허가장 같은 느낌인데...저 천을 얻을 수는 없습니까?”

이에 어부들은 순간 조용해졌고 외무청 관리는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곱슬머리 어부를 바라보다가 되물었다.

“어...그건 북미왕국으로의 이주를 원한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이곳의 물가만 보더라도 북미왕국으로의 이주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무척 부유해 북미왕국의 백성들조차 도자기를 쓴다고 알려져 있는 북미왕국 아닌가.

해서 어부들은 꽤 기대하는 눈빛으로 외무청 관리를 바라보았지만, 외무청 관리는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으음...미안하지만 자네들의 이주는 어렵네.”

“예? 어째서 말입니까?”

“북미왕국을 공격했던 프랑스인들도 받아주시면서 저흰 왜 안 되는 겁니까.”

“저흰 딱히 문제를 일으키지도 않고 북미왕국의 말을 잘 따르고 있지 않습니까.”

외무청 관리가 한마디 하기 무섭게 떠들어대는 어부들이었고 외무청 관리는 그들에게 진정하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프랑스와는 관계가 썩 좋지 않으니 어찌 보면 이런 불법 이주민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걸세.”

“예?”

“섣불리 타국의 백성을 받아들이게 되면 외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그러니 우호적인 국가의 백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어렵다는 소릴세.”

“아...”

외무청 관리의 말을 이해한 어부들이 무척 낙심한 눈치였기에 외무청 관리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다만 자네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위에 보고해보도록 하지. 협상한다면야 자네들의 가족들을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까. 그게 아니어도...언젠가 잉글랜드인이나 에스파냐인을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 그때를 노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테고.”

“으음...알겠습니다.”

* * *

정성국은 조용한 곰의 보고에 무척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며 중얼거렸다.

“아. 그래? 그 소중한 일꾼들이 모두 귀환했다고?”

“그렇습니다. 전하.”

“하아...아쉽네. 그 친구들 덕분에 북미 동해안 지역의 석탄저장고에는 늘 석탄이 가득했는데 말이지.”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 막대한 석탄이 묻혀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이걸 캐내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워낙 인구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태반은 광부가 되기보단 농부를 택하기도 했고.

그렇기에 항상 부족하던 석탄 보유량이 3만에 달하는 프랑스 포로들 덕분에 넘쳐났기에 한숨 돌렸는데 다시 이들이 떠났으니 정성국은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가득한 것을 넘어 넘쳐날 정도였지요. 덕분에 한 4, 5년 정도는 석탄을 캐지 않아도 괜찮을 정도이긴 합니다.”

“허. 그 정도였나?”

정성국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짓자 조용한 곰이 웃으며 부연설명을 했다.

“아무래도 이곳과는 달리 북미 동해안 지역은 증기기관으로 운영되는 공방 같은 것이 거의 없어 석탄 대부분이 배를 움직이는 데만 사용되니까요.”

“아. 그건 그렇겠네. 그리고 그렇게 열심히 일해 주었던 일꾼들이 모두 사라졌으니 4, 5년 후가 걱정인데?”

“분명 포로수용소에서 석탄을 캐던 포로들은 모두 귀환했지만, 곧 가족들과 함께 북미왕국으로 이주할 겁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그 말에 정성국은 조금 회의적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얼마나 이주하겠어.”

“외무청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프랑스인이 이주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조용한 곰의 대답에 정성국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저들이 떠날 때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나 보지?”

“그렇습니다. 특히 정보기관이 움직인 것이 주효했지요. 덕분에 포로수용소의 프랑스인들을 제대로 흔들 수 있었고 그들이 무엇을 우려하는지를 파악해 대책을 세웠으니까요. 그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프랑스인이 이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음흉한 여우가 포섭했다는 프랑스인들로 바람 잡은 것 말이지?”

“그렇습니다. 전하.”

조용한 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정성국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라? 내 기억엔 정보기관의 보고로는 꽤 비관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책을 세웠다고?”

“그렇습니다. 프랑스인들이 대서양을 건널 뱃삯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정보에 매사추세츠의 외무청 관리가 대책을 세웠습니다.”

그렇게 조용한 곰이 자세히 보고하자 이를 듣고 정성국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칭찬했다.

“허. 그거 괜찮은데? 머리 잘 썼네?”

“그렇지요. 임기응변치고는 괜찮은 대책이었습니다.”

“음? 어째 자네에게 보고하지 않고 행동한 모양이지?”

이에 조용한 곰은 웃으며 대답했다.

“정보기관의 보고로 문제점을 파악한 외무청 관리가 일단 새한성에 허락을 받기 위해 보고서를 보냈습니다만...그 사이에 프랑스의 수송 함대가 도착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매사추세츠의 외무청 관리가 일단 지르고 봤다 이거지?”

“그렇습니다.”

새한성에서 다시 연락이 올 때까지 귀환하려는 포로들을 잡아둘 수도 없었고 북미 동해안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추가로 이주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매사추세츠의 외무청 관리가 책임을 미루지 않고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파악한 정성국은 씩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괜찮은 친구 같은데 잘 키워보게.”

이에 조용한 곰도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요. 헌데 그 후 뉴펀들랜드 섬에 드나드는 어부들에게 이를 알리며 이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어부들이 의외의 요구를 했다고 합니다.”

“무슨 요구?”

“자신들도 북미왕국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거죠.”

“아...”

정성국이 탄식했지만 조용한 곰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시다시피 뉴펀들랜드 섬을 드나드는 어부들은 태반이 잉글랜드, 에스파냐, 네덜란드 출신입니다. 그리고 이들 나라는 비교적 우리와 우호적이지요. 그러니 함부로 이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알리자 수긍하기는 했다고 합니다만...”

“흠. 잘 대처했군.”

정성국이 중얼거리자 조용한 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만 언제까지 제한적인 이주만 받아들이실 생각이십니까? 북미 동해안 지역의 발전을 생각하면 언젠간 유럽의 나라들과 협상해 대량으로 이주민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정성국이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조용한 곰이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그리고 북미 동해안 지역도 나름대로 안정이 된 만큼 슬슬 이주민을 모집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협상하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만...”

조용한 곰의 말처럼 북미 동해안 지역이 나름대로 안정된 상황이긴 했다.

옛 잉글랜드 식민지였던 지역들의 잉글랜드인들은 북미왕국의 통치를 별다른 불만 없이 받아들였고, 옛 누벨 프랑스 지역은 프랑스인은 극히 소수였고 태반이 원주민들이었는데 이들은 북미왕국에 합류한 후 생활 수준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지자 북미왕국의 통치를 무척 반기고 있었다.

특히 그동안 이로쿼이 연맹과 영역 다툼을 위해 싸워야 했기에 긴장하며 살아야 했는데 이젠 이로쿼이 연맹도, 자신들도 북미왕국에 합류한 터라 더는 싸울 일도 없었으니.

그리고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다른 나라와 협상하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끝날 일은 아니었기에 지금부터 협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해 정성국은 결정을 내렸다.

“그러지. 다만 협상은 시작하되 천천히 협상하게. 아직 북미 동해안 지역은 대규모 이주민을 받아들일 준비는 안 된 상태고 그곳에 파견할 관리들도 부족한 판국이니. 자네 말마따나 프랑스인들도 이주할 것을 생각해보면 단기간에 이주민을 대거 받아들여 안정된 북미 동해안 지역에 혼란해지는 것은 피해야 하니.”

“알겠습니다. 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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