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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52화 (352/850)

352화

정성국은 집무실에 찾아와 보고하는 행정청장의 이야기에 조금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허. 벌써 새의주와 인근 마을의 주민이 1만에 달한다고?”

“그렇습니다. 전하.”

알래스카 지역의 새의주는 북미왕국에서 개발하기 전까지는 허허벌판에 가까웠다.

더불어 원주민들도 거의 없었고.

헌데 북미왕국에서 새의주를 본격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한 지 단 2년 만에 거의 1만에 달하는 원주민이 새의주로 이주해 북미왕국의 백성이 되었다니 정성국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구 증가가 너무 가파른데? 작년만 해도 2천 명 정도 아니었나?”

이에 행정청장은 슬쩍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북미왕국의 백성이 되어 새의주와 인근 마을에 정착하면 먹고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뿐더러 추운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온돌이 깔린 집까지 내어주니 재작년에 새의주로 이주한 원주민들이 친척들을 불러오면서 소문이 퍼지는 통에 작년에 내륙에 사는 원주민들 상당수가 새의주로 몰려들었거든요.”

“아...”

“더불어 새의주를 방문해 교역하려던 원주민들도 새의주로 이주한 원주민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파악한 후론 자신의 부족으로 돌아가 부족원들을 설득해 이주하려 한다 하니 올해도 이주민들은 무척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요.”

새의주는 허허벌판이었고 이곳을 개발하려면 알래스카 원주민들을 불러들일 필요가 있었기에 북미왕국에서는 새의주로 이주해 북미왕국의 백성이 되려는 원주민들에게 일자리와 최소한의 식량, 그리고 그들이 살아갈 아늑한 집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새의주로 이주한 원주민들은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고 이것이 알래스카 내륙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알려지며 새의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는 보고에 정성국은 이를 의도하기는 했지만 갑작스럽게 너무 많은 원주민이 몰려드는 것이 걱정되어 질문을 던졌다.

“허면 그들에게 내어 줄 집이 부족하지는 않고?”

어차피 식량이나 각종 물자야 부족하면 새한성에서 이를 실어나르면 그만이었지만 집은 달랐기에 묻자 행정청장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알래스카 지역은 겨울이 길고 몹시 추운 관계로 개발청에서도 꾸준히 집을 비롯한 각종 시설을 충분히 짓고 있는 터라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행정청장의 자신만만한 답변에 정성국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었다.

“그럼 석탄 생산은?”

새의주 인근엔 여러 광물이 묻혀 있었지만. 난방이나 증기기관을 돌리기 위해 탄광부터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

해서 작년부터 이주한 원주민들을 일부 돌려 석탄을 채취하기 시작했고.

“충분할 정도로 많은 양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해부턴 봉길섬에 보급하는 석탄도 모두 새의주 인근 탄광에서 캐내는 석탄으로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봉길섬은 북방항로의 중간 보급로였고 수많은 이주 선단이 이곳에 들러 연료와 물자를 보급했었기에 그동안 새김포에서 봉길섬으로 석탄을 보급하느라 꽤 많은 수송선을 투입해야 했다.

허나 새김포에서 봉길섬까지의 거리에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새의주에서 석탄을 보급하기 시작하면 수송 물량에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 정성국은 무척 환영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허. 그거 다행이군. 그동안 봉길섬에 석탄을 보급하느라 꽤 고생했었는데...”

“그렇지요. 해서 이 소식을 듣고 관리청장이 무척 기뻐하더군요.”

정성국이 새의주 건설을 명령했을 때 다른 청장들보다 관리청장이 새의주 개발에 무척 관심을 보이며 개발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것을 잘 알고 있는 정성국은 피식 웃었다.

“그렇겠지.”

“아. 그리고 석탄 공급이 원활해짐에 따라 슬슬 다른 광물들도 캐낼 생각입니다.”

행정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반색하며 행정청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새의주 인근에 철광산과 구리광산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주로 철광산에 인력을 배치할 생각입니다. 철도 건설이 끝나 당분간 강철 소모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개발청장에게 듣자니 전하께서 꽤 많은 공사를 계획하고 있는 터라 당분간 강철 소모량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해서 말입니다.”

이에 정성국은 쓰게 웃은 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북미왕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공사를 미룰 수도 없으니 어쩌겠나. 그러도록 하게.”

* * *

올해 북미왕국을 방문한 조선 사절단의 정사는 기차가 마침내 새한성역에 도착해 멈추자 이제 이 기물에서 내려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는 정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조선인들이 주로 정착하는 지역을 다녀온 부사도 마찬가지 심정이었고.

하지만 언제까지 기차에서 뭉그적거릴 수야 없었기에 기차에서 내려 북미왕국 외무청에서 마련해 준 마차에 올라 숙소로 이동했다.

그렇게 마차가 멈추고 마침내 숙소에 도착하자 정사와 부사는 발걸음을 옮기며 대화를 나누었다.

“북미왕국을 다녀온 분들이 하나같이 기차는 실물을 직접 보고 탑승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충분히 이야기를 듣고 화공들이 그린 그림도 보았기에 기차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서 그 육중한 쇳덩이가 움직이니 말이 나오질 않더군요.”

부사가 맞장구치자 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물며 기차가 빠르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실제 창문을 통해 빠르게 바뀌는 바깥 풍경을 보니 놀랍더이다.”

아무래도 무관이 아닌 다음에야 전속력으로 말을 달릴 일이 없는 양반들이었기에 기차의 속도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랬지요. 그동안 북미왕국을 다녀온 분들이 하나같이 증기기관의 발전에 목을 매는 것인지 이제야 알겠습니다.”

“예.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겠더군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더이다. 정말 그 조악한 증기기관을 발전시켜 북미왕국과 같은 기차를 만들 수 있을까.”

“솔직히...그건 그렇지요. 너무 차이가 나는지라.”

처음 북미왕국을 방문해 증기기관 설계도를 얻어왔던 유철이 이야기하기로는 북미왕국에서 건네준 이 증기기관 설계도는 대략 10년 전에 북미왕국이 처음으로 개발했던 증기기관 설계도라고 설명했었다.

그렇기에 처음 조선의 장인들이 그 설계도를 이용해 처음으로 증기기관을 만들었을 때 10년 후면 유철을 비롯해 북미왕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이야기했던 대로 기차나 경운차 같은 기물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직접 북미왕국을 방문해 증기기관으로 움직인다는 기차와 경운차를 직접 확인하자 정사와 부사는 자신들이 착각한 것을 깨달았다.

북미왕국의 10년과 조선의 10년은 같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더불어 유철을 비롯한 북미왕국을 다녀온 사람들이 왜 증기기관의 발전에 목을 매며 비루한 장인들의 처우까지 개선해주려 하는지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밖에 없었고.

정사와 부사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2층의 자신의 방으로 이동했을 때 한 종사관이 정사와 부사를 보고 급히 다가왔다.

“오셨습니까.”

“아. 별일 없었나?”

“하루 만에 무슨 일이 있었겠습니까. 다만 이것 좀 보시지요.”

종사관은 들고 있던 종이뭉치를 정사와 부사에게 건넸고 이들은 어리둥절하며 이 종이를 받아들었다.

“음? 이건 뭔가? 북미신문?”

“이번에 새로 생긴 나라 안팎의 소식을 알려주는 소식지라는데...일종의 조보와 비슷합니다.”

그 말에 정사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급히 종사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조보라고? 이걸 어디서 구했나?”

“어제 새한성역 근처에서 기차를 구경하다 돌아오는 길에 새한성의 분위기를 살필 겸 찻집에 들어갔습니다. 헌데 그곳에서 그 북미신문을 팔더군요.”

이에 부사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종사관을 바라보았다.

“이거 조보라고 하지 않았나? 헌데 이걸 찻집에서 판다고?”

정성국은 처음엔 따로 신문 판매점이라도 만들까 싶었지만, 그건 낭비 같았기에, 그리고 다른 곳은 몰라도 새한성의 경우 곳곳에 찻집이 들어서 있었기에 일단 새한성에서는 찻집에서 신문을 파는 것으로 결정했다.

어차피 북미왕국의 찻집은 유럽의 커피하우스처럼 의견을 나누는 장소이기도 했으니.

“그렇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에 사는 북미왕국 백성들도 많더군요.”

종사관의 대답에 부사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탄식했다.

“허. 아무리 조선과 북미왕국의 사정이 다르다고는 하나 나라의 중요한 정보가 빠져나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큰 문제야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보도 고위 관리들에게만 배포되는 것이 원칙이나 실제로는 어지간한 사대부라면 다 돌려보지 않습니까. 그럴 바엔 저렇게 돈을 받고 팔아 조금이나마 재정에 보탤 수 있다면 나쁠 것은 없겠지요.”

조보는 원래 전직 및 현직 고위 관리들에게만 배포하는 것이 원칙이나 이 조보에는 왕의 전교를 비롯해 조정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대략 적혀있는 만큼 사대부들이 관심을 둘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원칙과는 달리 어지간한 사대부들은 조보의 필사본을 돌려보았고 정사가 이를 거론하자 부사는 그건 그렇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으음...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씀이긴 하지만...”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정보는 알려진다 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이겠지요.”

정사의 그 말에 부사는 북미왕국의 사정이 조선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긴. 최근에 벌어진 전쟁에서도 압도적으로 승리했다고 하니...”

이번에 북미왕국을 방문했던 조선 사절단이 놀란 것은 작년에 북미왕국이 유럽의 프랑스라는 나라와 전쟁을 치렀다는 것이다.

조선도 북미왕국을 통해 유럽의 각국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고 덕분에 프랑스가 유럽의 강국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놀람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년에도 조선 사절단이 북미왕국을 방문했었고 이 당시에도 북미왕국은 프랑스와 전쟁 중이었는데 조선 사절단은 이를 알지 못했었고 이는 북미왕국은 동쪽에서 전쟁을 치르면서도 수도인 새한성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었기에 조선 사절단 모두가 북미왕국의 국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흠. 매주 인쇄해 판매한다라...이거 돌아가기 전까지 꾸준히 이 북미신문을 사서 잘 보관해두었다가 전하께 바쳐야겠군요.”

북미신문의 첫 기사는 이 북미신문이 무엇인지를 알리는 글이었기에 이를 확인한 정사가 중얼거리자 부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오. 이건 최근 종전했다는 프랑스와의 전쟁에 관련된 소식이군요.”

조선 사절단이 뒤늦게 이 전쟁을 파악하고 북미왕국 외무청 관리에게 질문을 던지자 북미왕국은 굳이 큰일도 아닌데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겠느냐며 간단하게 설명한 것이 다였고.

해서 자세한 상황을 파악하진 못한 상태였는데 이 북미신문에는 왜 전쟁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전쟁이 진행되었고 어떻게 전쟁이 마무리되었는지 나름대로 설명되어 있었기에 부사가 놀라서 말하자 먼저 북미신문을 살펴보았던 종사관이 덧붙였다.

“그 뒷면에는 청나라에서 벌어진 반란에 대한 소식도 짤막하게 들어있더군요. 더불어 에스파냐가 프랑스 식민지를 공격했다는 내용도 적혀있고요.”

“허. 그래?”

이에 정사와 부사는 일제히 신문을 넘겨 펼쳤고 이 신문에는 최근 마무리했다는 새나주-새진주 철도 공사 소식 같은 북미왕국 국내의 소식부터 청나라, 에스파냐와 프랑스와의 다툼 같은 국외의 소식까지 꽤 알차게 들어있었기에 정서와 부사는 그 자리에서 정신없이 신문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문득 정사가 맨 밑에 보이는 회중시계 그림과 기차를 타려면 정확한 시간을 파악할 필요가 있으니 언제 어디서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회중시계를 사라는 글귀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허. 이건 좀 독특하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이건 국영 상단에서 판다는 회중시계 아닙니까?”

이에 종사관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건 광고라고 하더군요. 신문에 관한 기사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 무언가를 홍보하고 싶다면 돈을 지급하고 이 칸을 사용할 권리를 얻을 수 있답니다. 보면 국영 상단의 상품 광고뿐만 아니라 군사청에서 병사를 모집하니 병사가 되고 싶다면 기간 안에 훈련소로 찾아오라는 광고도 있습니다.”

이에 정사와 부사는 종사관의 말에 광고만 살펴보았고 그의 말대로 회중시계, 안경, 도자기 등의 광고도 있었지만 군사청에서 병사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독특하기도 하고 괜찮아 보입니다. 이 북미신문을 돈을 받고 팔고 이 광고도 돈을 받고 판다면 확실히 재정에 보탬이 되긴 하겠어요.”

정사의 말에 부사가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말했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돈만 있다면 자신의 주장을 광고에 실을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어? 그건 또 그렇군요?”

정사가 광고의 효용성에 놀랐을 때 부사가 덧붙였다.

“물론 조선과 북미왕국은 나라 사정이 다른 만큼 당장 조보에 광고를 실을 수도, 조보를 민간에 판매할 수도 없겠지만...이 북미신문을 계속 접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어요.”

이에 정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 차라리 외무청의 관리에게 이야기해서 대량으로 구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음...그거 나쁘지 않군요. 일단 이야기해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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