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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30화 (330/850)

330화

정성국은 집무실을 찾아온 개발청장의 보고에 잠시 멍하니 개발청장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되물었다.

“뭐? 지금 뭐라고? 그게 정말인가?”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전하. 약 2주 후면 새나주-새진주 구간 철도 공사가 완료된다는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1670년 7월에 시작한 북미왕국의 모든 역량을 동원했던 새나주-새진주 구간 철도 공사가 3년 7개월의 공사 기간 끝에 완료된다는 개발청장의 보고에 정성국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공사 완료 예정일은 올 7월이었잖아? 물론 전에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어 기간을 조금 단축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긴 했었지만...거의 반년 가까이 단축했다고?”

애당초 개발청장은 새나주-새진주 구간 철도 공사 기간을 10년으로 잡았고 정성국이 북미왕국의 역량을 총동원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테니 공사 기간을 4년으로 단축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개발청장은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정성국의 설득에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이야기했었고.

헌데 여기서 다시 5개월이나 단축했으니 정성국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 정성국의 반응에 개발청장은 묘하게 뿌듯한 표정으로 지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각 청에서 최대한 지원을 해준 덕분에, 그리고 계속해서 철도 공사에 투입되는 인원이 늘어나 현재는 초기에 배정되었던 인원에 거의 2배에 가까운 인원이 철도 공사에 매진하고 있고 이들이 점차 일에 익숙해지면서 공사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개발청장은 공사 기간 중 얼마나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고 정성국은 이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전생의 미국처럼 인력을 갈아 넣는다면 3년 안에도 새나주-새진주 철도 공사를 완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긴 했었기에 정성국은 개발청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감탄사를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허...그럼 정말로?”

“그렇습니다. 전하. 다음 주 중에 새나주-새진주 구간 철도 공사가 완료되어 새진주와 북미 동해안 지역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될 겁니다.”

개발청장의 말에 정성국은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소리치듯 말했다.

“그거야 당연하지! 그뿐만이 아니라 철도가 깔린 남부 지역 전체가 급속도로 발전할걸? 하하하! 정말 수고했네. 정말 수고했어.”

정성국이 직접 개발청장의 손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자 개발청장은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급히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각 청에서 최대한 배려해 준 덕분이지요.”

그런 반응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그런데 이 사실을 연구청에 알렸나?”

철도 부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철도를 달리는 기차의 생산도 중요한 문제였기에 정성국이 묻자 개발청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반년 전에 공사 기간이 어느 정도 단축될 수 있다고 알렸으니 연구청에서도 충분히 기차를 생산해 두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 잘 했네.”

그러면서 정성국은 이번 새나주-새진주 철도 공사가 완료되면 이번 철도 공사에 직간접으로 참여했던 노동자들에게도 충분한 대가를 지급하라고 이야기했다.

이들이 노력한 덕분에 공사 기간을 5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그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정성국의 지론에 개발청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질문을 던졌다.

“관리청장과 상의해 충분한 보상을 지급하겠습니다. 그보다 이번 철도 공사가 완료되고 나면 이 공사에 투입되었던 숙련된 일꾼을 어찌 처리해야 할지가 걱정입니다.”

전생의 미국에서야 철도 공사가 끝나는 즉시 모조리 해고해버렸지만, 북미왕국은 워낙 개발할 곳이 많고 인력이 필요한 곳이 많았기에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다만 개발청장이 아쉬워하는 것은 이렇게 철도 공사에 숙련된 일꾼을 다른 곳으로 배치해 다른 일을 시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정성국 역시 이것은 조금 아쉽다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노선을 건설할 계획은 당분간 없었기에 입을 열었다.

“흠...확실히 철도 공사에 숙련된 일꾼을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한데 이번 철도 공사를 끝으로 당분간 대규모 철도 부설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

아직 텍사스 지역과 북미 동해안 지역이 육지로 연결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북미 동해안 지역의 경우 해안가를 따라 철로를 깔아야 하는지라 이번 새나주-새진주 구간 철도 공사 이상으로 북미왕국의 국력을 기울여야 했기에 정성국은 당장 이 지역에 철도를 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새나주-새진주 구간의 경우는 내륙이라 마차를 이용해 막대한 물자를 운송하는 것엔 한계가 있어 철도가 시급했지만, 새진주에서 북미 동해안 지역의 경우는 해로로 연결된 만큼 당장 시급한 문제도 아니었고.

특히 올해나 내년 정도면 충분한 선박이 건조되어 북미 동해안 지역의 물자 운송이 가능해지니 당장 급할 것이 없었다.

“역시 그렇군요.”

정성국의 대답에 혹시나 하던 개발청장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정성국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투입된 인원이 대략 5만 명 정도인가?”

“그렇습니다. 전하. 멕시코 원주민 3만 명과 북미왕국에 합류한 푸에블로 족과 나바호 족의 청년 2만 명이지요.”

이에 정성국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최근 면직물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계속 목화밭을 늘리고는 있는데 아직도 부족한 판국이잖나. 그러니 멕시코 원주민들은 모두 남부 지역으로 보내 목화밭 개간에 투입하도록 하게.”

일단 북미왕국 백성들의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목화밭을 조성했지만, 면직물의 품질이 무척 좋고 가격도 싸다는 것을 알게 된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면직물 수입을 요청했기에 북미왕국에서는 멕시코 원주민들을 추가로 고용해 목화밭을 늘려 목화 생산을 늘렸다.

하지만, 워낙 누에바 에스파냐에서 수입하려는 양이 많아 더 많은 목화밭이 필요했기에 정성국이 이를 언급하자 개발청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알겠습니다. 허면 남은 인원들은 어찌할까요?”

이에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뭐 새진주를 비롯해 남부 지역이 급격히 발전하게 되면 새로 도시를 건설하느라 많은 인력이 필요할 테니 그쪽으로 돌리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전하.”

* * *

개발청장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성국의 집무실에 연구청장이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어서 오게. 방금 개발청장이 보고했는데 2주 안에 새나주-새진주 철도 공사가 끝날 거라고 하더군.”

정성국의 말에 연구청장은 정성국이 급히 자신을 부른 이유를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렇습니까? 전에 공사 기간이 단축될 거라고 이야기해주긴 했는데 조금 더 빠르군요. 전하께서 저를 부르신 것은 아마 기차 문제 때문이지요?”

“그렇지.”

“전에 공사 기간이 단축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차 제작의 일정을 조금 앞당기긴 했습니다. 해서 지금은 8할 정도는 준비되었습니다.”

연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확인했다.

“그래? 철도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기차 수가 80대가 넘는다는 소리지?”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객용 기차 20대는 이미 만들어두었으니 곧바로 투입할 수 있을 겁니다.”

여객용 기차는 전부 만들어두었다는 연구청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씩 웃었다.

“오. 그래? 그럼 예정대로 새한성에서 매일 새진주로 향하는 여객용 기차가 한 대씩은 배정된다는 소리군?”

이에 연구청장은 무척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전하. 그리고 기차를 타면 8일 후에는 새진주에 도착하겠지요.”

하지만 정성국은 연구청장의 대답에 조금은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흐음...나쁘지 않네.”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는 약 2800km였기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중간에 물과 연료를 보급해 빠르게 이동한다면 대략 4일 정도 걸렸다.

하지만 당장 기관사를 비롯한 승무원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그렇게 무리하다가 사고가 날 것을 우려한 정성국은 일단 야간 운행을 금지했기에 시간이 더욱 걸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새한성에서 새진주까지 이동하는 데는 기차를 타더라도 8일이 걸렸다.

그동안 마차를 타고 새나주에서 새진주까지 이동하는 데만 40일이 넘게 걸리던 것을 생각하면 이동시간이 무척 단축된 셈이지만 전생에 한 시간에 수백 킬로미터를 주파하던 고속 열차를 기억하는 정성국으로서는 좀 아쉽긴 했다.

하지만 연구청장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정성국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쁘지 않다니요. 마차를 타고 이동했을 때보다 몇 배는 빠르지 않습니까. 40일이 넘게 걸리던 이동시간을 무려 8일로 단축한 셈입니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입니까.”

정성국은 무의식중에 중얼거렸다가 펄펄 뛰는 연구청장을 보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급히 입을 열었다.

“아. 그렇지. 다만 좀 아쉬워서 그러네. 빨라지긴 했지만 왕복하면 2주는 더 걸리는 셈이니까. 새진주까지 철도가 부설된 김에 새진주까지 한번 다녀올까 했는데 너무 오래 걸리는 느낌이라서 말이야.”

정성국의 말에 연구청장은 고개를 저었다.

“전하께서 새진주를 방문하실 생각이시라면 4일이면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전하의 전용 기차엔 기관사를 비롯한 승무원이 충분하니까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말 그대로입니다. 전하의 전용 기차엔 기관사와 승무원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는 만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지요.”

이에 정성국은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지금껏 제대로 움직인 적 없는 기차에 기관사와 승무원까지 배치되어 있다고?”

물론 정성국도 처음 새한성-새나주 구간 철도를 개통하면서 연구청에서 정성국을 위해 만든 왕실 전용 기차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성국은 지금까지 일에 치여 새나주를 방문하지 못해 연구청의 장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왕실 전용 기차는 창고에 처박혀 있었고.

헌데 이 왕실 전용 기차에 기관사를 비롯한 승무원이 배치되어 있다는 말에 정성국이 당황하자 연구청장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전하께서 언제 왕실 전용 기차를 타고 이동하실지 모르는데 당연히 승무원들을 배치해두어야지요.”

물론 그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정성국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긴 하지만 왠지 인력 낭비 같은데...”

이에 연구청장은 슬쩍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시지요. 이들은 평소에 새한성역에서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아무런 일을 하지 않고 그냥 대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그렇다면야 뭐...”

정성국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연구청장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새나주-새진주 구간 철도 공사가 완료되면 전하께서 처음으로 새한성에서 왕실 전용 기차를 타고 새진주를 방문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러면 새한성의 주민들도 자연스럽게 새진주까지 철도를 타고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고요.”

이에 정성국은 잠시 고민했다.

아무리 왕실 전용 기차가 빠르다고 한들 정성국이 기차를 타고 새진주에 도착해 둘러보고 곧바로 돌아올 수야 없는 법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일정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정성국은 이 기회에 북미왕국을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여겨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전에 새나주만 한번 방문했을 뿐이지 아카풀코 조약 이후 확장한 영토를 방문한 적은 없으니 이 기회에 한 번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정성국의 대답에 연구청장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왕실 전용 기차가 제대로 달리지도 못하는 것을 무척 아쉬워하던 장인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무척 기뻐할거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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