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을 탈출하라-325화 (325/850)

325화

“전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정성국의 집무실에 들어와 정성국을 보고 90도로 고개를 숙이는 해군 탐사대장을 보고 정성국은 무척 반갑게 맞이했다.

“오. 어서 오게.”

자리에서 일어난 정성국은 해군 탐사대장의 어깨를 잡고 그를 일으킨 후 티테이블에 앉히고 직접 내린 커피를 건네주면서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번엔 복귀가 꽤 늦었군? 벌써 12월 말인데도 복귀하지 않아 조금 걱정하던 참이었네.”

보통은 9월에서 늦어도 10월 말쯤에는 새한성에 복귀해 정성국에게 보고했던 해군 탐사대장이었으니 올해는 유독 복귀가 늦었기에 이를 언급하자 해군 탐사대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저 알래스카 지역을 탐사할 때야 기온이 급격히 낮아지니 안전을 위해 빠르게 철수할 수밖에 없었지만..남반구는 아무래도 기후가 달라서 말입니다.”

남반구는 기후가 반대라 12월 말인 현재는 거의 여름 기후라는 것을 떠올린 정성국이 맞장구쳤다.

“하긴. 지금이 한창 더울 때지.”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무덥지도 않아서 탐사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고요. 해서 계속 탐사하고 싶었지만, 새한성을 떠난 지도 오래되어 탐사대원들이 정신적으로 지친 것 같다는 생각에 복귀한 겁니다.”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태평양의 탐사는 장기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만큼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래. 잘 판단했네. 탐사대원들도 가족이 있을 텐데 너무 오랫동안 외지에서 지내기는 좀 그렇지. 지금처럼 간간이 돌아와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게. 그보다 자네가 탐사하고 싶어하던 남반구의 거대한 대륙은 발견했나?”

“하하하. 물론입니다.”

해군 탐사대장은 이번에 탐사한 지역을 모두 표시한 지도를 정성국에게 건넸고 정성국은 이를 확인하고 무척 놀란 표정으로 해군 탐사대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허. 이 거대한 대륙을 모두 탐사했다고?”

지도엔 호주 대륙 전체의 윤곽선이 수정되어 있었으며 호주 대륙 해안가 전체를 탐사한 것처럼 표시되어 있었기에 정성국이 놀라 해군 탐사대장에게 확인하자 해군 탐사대장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그럴 리가요. 그저 해안가를 따라 이동하면서 대충 지리를 살핀 것에 불과합니다. 엄청나게 넓어서 그런지 대충 지형을 살피며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3달이 넘게 걸리더군요. 물론 처음 이동하는 해역인 만큼 안전을 위해 천천히 이동하기는 했습니다만...탐사선 다수를 동원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내지 않았다면 시간이 더 걸렸을 겁니다.”

그 말에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정성국은 문득 호주 동해안 지역에 곳곳에 표시된 x자 표시를 보고 질문을 던졌다.

“그렇겠지. 워낙 넓은 땅이니. 그보다 이 x 표시가 되어 있는 곳들은?”

“아. 그곳들은 원주민 마을들이 위치한 장소입니다.”

그 말에 정성국은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그래? 원주민들과 접촉해보았나?”

“그렇습니다. 다른 탐사선들이 이 대륙 외곽을 탐사하는 동안 저는 여기 동해안 지역을 탐사하며 이 지역의 원주민들과 접촉해보았지요.”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곧바로 궁금한 것을 물었다.

“원주민들이 많던가?”

“음...애초에 이들은 주로 수렵 활동을 하는지라 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아...그래?”

정성국이 알기로 잉글랜드에서 호주를 자신들의 땅으로 선포하고 이곳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내면서 호주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가져온 전염병과 이들과의 분쟁으로 그 수가 급감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 전까지는 네덜란드의 탐험가가 호주를 발견하기는 했지만, 실제 상륙하지는 않았었기에 원주민들 사이에 전염병이 돌지도 않았을 테니 인구가 많지 않을까 싶었고.

하지만 정착해 농업을 하는 것이 아닌 수렵 활동을 하는 정도라면 인구가 많을 것 같지 않았기에 정성국이 조금 아쉬워하자 이를 눈치챈 해군 탐사대장이 덧붙였다.

“다만 이 남쪽에 자리한 원주민 부족 마을 근처에 기장밭이 있는 것을 보면 이들은 농업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문에 마을 규모도 다른 곳에 비해 조금 큰 편이었고요.”

“아...그런가.”

정성국은 호주 남동쪽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의 경우 야생 기장을 수확하는 원시적인 농업과 어장과 수로를 이용한 기초적인 물고기 양식을 하기도 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유럽인들이 상륙한 적 없기에 전염병이 돌지 않은 상태라는 것만 해도 어디야. 이들에게 농업과 어업을 전수해 먹을 것이 풍족해지면 인구는 자연스럽게 증가할 테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해군 탐사대장이 정성국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해안가를 둘러본 다른 탐사선들의 보고를 취합해보아도...이 대륙의 크기를 생각해보면 인구가 많을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특히 북쪽과 서쪽은 의외로 척박한 편으로 보였고 해안가도 텅 비어 있다고 하더군요.”

애초에 물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사람이 살기 적합한 기후를 자랑하는 호주 동남부를 제외하면 비교적 척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지. 그보다 원주민들과 대화는 통했나?”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무척 아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쉽게도 거의 통하지 않았습니다. 해서 더욱 조심스럽게 접촉했고요.”

“그래? 그럼 원주민들의 반응은 어떻던가?”

“처음엔 탐사선을 보고 놀란 듯 보였고 선원들이 작은 배를 타고 상륙하자 경계했지만, 우리가 먼저 음식을 대접하자 우리가 적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경계를 풀더군요.”

그동안 말이 통하지 않는 원주민들과도 수없이 접촉해온 해군 탐사대였기에 능숙하게 호주의 원주민들을 상대했다는 이야기에 정성국은 미소지으며 질문을 던졌다.

“호오? 우리가 건네준 음식을 잘 먹던가?”

“물론입니다. 부드러운 빵과 쫀득한 떡을 무척 맛있게 먹었고 고구마의 단맛에는 정신을 못 차리던데요? 해서 떠나기 전 고구마 종자를 좀 나눠주고 심는 방법까지 알려주긴 했습니다.”

“음? 고구마만?”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조금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일단 접촉한 원주민 부족들에 떠나기 전 감자와 벼, 밀을 비롯한 각종 종자도 나누어주긴 했습니다만...저들은 대부분 고구마에만 신경 쓰는 눈치였습니다. 뭐 말이 제대로 통해야 설명할 텐데 그렇지 않다 보니...”

“흠...그거야 시간이 해결해주겠지.”

“예. 그리고 일단 외무청 관리가 선원 몇과 함께 남았으니...한 1, 2년이면 말이 통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우리에게 농사도 배워 안정적으로 식량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정성국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급히 물었다.

“음? 외무청 관리와 선원 일부가 남았다고? 원주민 마을 인근에?”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워낙 큰 대륙이니만큼 장기적으로 이곳을 탐사하기 위해선 거점이 필요하기도 하고 전하께선 이곳의 원주민들의 세력을 키우실 요량 아니십니까? 그러자면 저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급선무라 외무청 관리와 선원 일부가 이곳에 남기로 했습니다.”

정성국이 남태평양 탐사대를 창설하고 남태평양의 탐사에 무척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다른 유럽 국가와 달리 이곳을 식민지로 삼겠다는 뜻은 전혀 없다는 것을 해군 탐사대장은 잘 알고 있었다.

그저 유럽 국가들이 남태평양에 진출해 수많은 섬을 식민지로 삼을 것을 우려해 원주민들과 교역을 통해 의도적으로 저들의 세력을 키워 자체적으로 유럽인들과 맞설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그게 어렵다면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이들을 보호해준다는 구실로 유럽 국가들이 남태평양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생각이라는 것을 잘 아는 해군 탐사대장이었기에 이를 위해 원주민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고 생각해 외무청 관리를 남긴 것이다.

이에 정성국은 조금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으음...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는데 위험하지 않을까?”

“아. 이곳 원주민 부족인 터발 족은 우리가 건네준 물품에 무척 만족해하며 우리를 우호적으로 대하더군요. 해서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터발 족이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선착장과 건물을 건설하고 일부가 남겠다는 뜻을 몸짓으로 전했을 때 동의했고 선원들이 실제 선착장과 건물을 건설하는 동안 신기하다는 듯 지켜볼 뿐이지 별다른 행동도 없었습니다.”

“흐음...”

조금 성급한 것 같았지만 해군 탐사대장의 말대로라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기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해군 탐사대장이 덧붙였다.

“또한, 하와이에 대기해 있는 탐사선 한 척을 이 미안진으로 보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미안진?”

“아. 원주민들은 이 지역을 미안진이라고 부르는 듯했습니다. 해서 임시로 이름 붙였고요.”

해군 탐사대장이 가리킨 곳은 바로 호주 동해안 중간쯤에 자리한 전생의 퀸즐랜드 주의 주도인 브리즈번의 위치였다.

그리고 브리즈번은 호주에서 3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였던 만큼 위치는 나쁘지 않다고 여겨 정성국이 잠시 지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자네의 판단이 그렇다면야. 그보다 이 대륙 말고도 섬들을 꽤 발견한 모양이네?”

정성국은 이 미안진과 작년 발견한 전생의 투발루 섬 인근의 거점으로 삼은 섬 사이에도 새롭게 여러 섬이 그려져 있는 것을 확인하고 묻자 해군 탐사대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렇습니다. 통가 섬에서 남서쪽으로 항해하는 도중 발견한 섬들이지요. 일단 시간 문제로 자세한 탐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통가 섬? 아. 이전의 거점에 붙인 이름인가?”

“그렇습니다. 자신들의 마을 이름을 통가라고 부르기에 그 이름을 그냥 섬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해군 탐사대장이 통가 섬으로 부른 곳은 전생의 투발루의 나누망가 섬이었으나 어차피 섬에 이름 붙이는 것은 전적으로 해군 탐사대에 맡긴 만큼 정성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그보다 자세한 탐색을 하지 않았다면 상륙은 안 한 건가? 그럼 동판도 설치하지 않았겠군?”

이에 해군 탐사대장은 조금 멋쩍은 미소를 흘리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저 커다란 대륙의 탐사가 먼저라고 생각해서...”

해군 탐사대장의 대답에 정성국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급한 것은 아니니까. 아무튼,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전하.”

“하지만 이 대륙을 발견했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지?”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 하와이 제도로 떠나기 전 정성국을 만나 그의 뜻을 들었던 해군 탐사대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다만 원주민들의 세력을 키우는 일을 단기간에 진행할 수야 없는 노릇이라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때까지는 미얀진과 통가 섬 사이의 발견한 섬들을 탐사하고 동판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말도 안 통하는데 호주를 탐사하며 원주민들과 부딪치기보다는 일단 인근의 섬들을 탐사하겠다는 해군 탐사대장의 말에 정성국은 차라리 그게 낫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해군 탐사대장은 북태평양 탐사대에서 올라온 보고를 정성국에게 이야기했다.

이를 듣던 정성국은 손을 들어 해군 탐사대장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아. 다른 건 몰라도 새의주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은 행정청과 외무청, 그리고 개발청을 통해 듣고 있으니 일단 넘어가지. 그보다 일단 2함대의 재건이 끝났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정성국이 꺼낸 말에 해군 탐사대장은 눈을 빛냈다.

원래는 올해 새진주에서 건조되는 선박 일부를 빼서 북대서양 탐사대를 창설할 생각이었으나 갑작스럽게 프랑스와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2함대를 빠르게 재건할 필요가 있었기에 북대서양 탐사대의 창설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아...드디어! 그러면 곧바로 북대서양 탐사대를 창설할 준비를 해야겠군요!”

정성국은 그런 해군 탐사대장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북대서양 탐사대도 그렇고...미시시피 탐사대도 창설하게.”

“어? 설마...”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해군 탐사대장은 그 뜻을 파악하고 놀란 표정을 짓자 정성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최근 멕시코 지역 동쪽의 원주민 부족들이 하나둘 합류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미시시피 강 하구의 부족까지 북미왕국에 합류하면서 미시시피 강을 탐사할 수 있게 되었네. 그리고 미시시피 강은 북미 대륙 내륙으로 뻗어있으니 이곳을 탐사하면서 내륙의 여러 원주민 부족들과도 접촉해 이들을 북미왕국으로 끌어들여야 할 테고.”

“으음...미시시피 탐사대의 역할이 무척 중요하겠군요.”

지금 북미왕국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은 해안가 인근에 편중되어있는 만큼 내륙을 탐사하며 내륙의 부족과 접촉한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짐작한 해군 탐사대장이 무척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정성국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지. 그리고 북대서양 탐사대의 역할도 무척 중요하고.”

북미왕국이 군사력이 무척 강력하다는 것이 유럽에 알려지기 시작한 상태에서 뉴펀들랜드 해전의 소식이 유럽에 알려진다면 아마 다른 유럽 국가들은 북미 대륙에 진출하려는 생각을 완전히 접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린란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정성국이야 그린란드가 지질학적으로 북미 대륙과 연결된 아대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럽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테니 이 그린란드를 탐사하고 자신들의 영토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었고 그렇게 되면 여러모로 골치 아팠기에 북대서양 탐사대를 빠르게 창설해 일단 그린란드부터 탐색해 이곳을 명백히 북미왕국의 영역으로 설정할 생각이었다.

정성국이 이러한 뜻을 해군 탐사대장에게 밝히자 해군 탐사대장은 신중한 표정으로 지도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알겠습니다. 곧바로 두 탐사대도 창설하도록 하고 우선 그린란드부터 제대로 탐사하라고 지시하겠습니다.”

“그래 주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