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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탈출하라-316화 (316/850)

316화

한 전열함에서 백기가 올라온 이후 다른 전열함에서도 앞다투어 백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를 파악한 북미왕국 함대는 급히 포격을 멈추었으나 북미왕국 함대는 이미 선회하고 준비한 포탄을 즉각 발사한 뒤였다.

그리고 한 전열함에 명중한 포탄은 공교롭게 화약 주변에 떨어져 폭발해 엄청난 충격과 함께 전열함이 폭발하며 침몰해버렸고.

그 광경을 목격한 몇몇 전열함의 함장들은 북미왕국이 자신들의 항복을 받아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백기를 내리고 끝까지 저항할 준비를 하거나 함대를 이탈해 도망치려 뱃머리를 트는 등 난장판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정운은 그런 프랑스 함대의 혼란을 감지하고 즉각 백기를 올리며 전선의 속도를 줄이라고 명령했고 북미왕국 함대에 올라온 백기와 북미왕국 함대가 속도를 줄이는 것을 확인한 프랑스 함대는 그제야 조금은 진정해 불안한 눈빛으로 북미왕국 함대를 바라보았고 북미왕국 함대가 완전히 포격을 멈춘 것이 확인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포탄을 맞은 전열함과 침몰한 전열함 주변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해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선원들을 구하기 시작했다.

이정운은 그런 프랑스 함대의 움직임을 확인한 후 일단 신호를 보내 2척의 인급 전선을 이젠 점처럼 보이는 수송 함대 방향으로 보내고 조심스럽게 북미왕국 함대로 접근해 적당한 거리에서 멈춘 기함으로 짐작되는 전열함에 외무청 관리를 보냈다.

곧 외무청 관리가 돌아오자 이정운은 바로 질문을 던졌다.

“저들이 백기를 올린 것. 항복하기 위함이지?”

이에 외무청 관리는 이정운을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포로들의 안전을 보장한다면 항복하겠다는군요.”

하지만 이정운은 미소 대신 남쪽으로 이동하는 인급 전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

“그럼 저 수송 함대는 어떻게 되는 거지?”

“아. 일단 저와 대화를 나눈 사람은 저 프랑스 함대의 총 책임자인 듀케인 제독인데...듀케인 제독은 프랑스 함대 전체의 항복을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수송 함대의 경우는 무척 떨어져 있는 만큼 저들이 프랑스 함대에서 올라온 백기를 보았다면 속도를 줄이고 항복할 것이고 아니라면 자체적인 판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래?”

“다만 수송 함대의 선박은 전열함처럼 튼튼하지는 않고 무장도 빈약해 지금 쫓아가는 인급 전선을 보면 결국 항복할 테니 자비를 베풀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외무청 관리의 이야기에 이정운은 피식 웃으면서 부관을 바라보고 명령했다.

“바로 깃발 신호를 보내게. 일단은 위협 사격을 하라고.”

“알겠습니다.”

부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정운은 외무청 관리를 보고 이야기했다.

“포로들의 안전은 확실히 보장할 테니 항복하라고 전하게. 아. 다만 저들의 배는 많고 우리는 소수인 만큼 이동 중 대열을 이탈하거나 포문이 열린다면 우리를 공격하는 행동으로 간주하고 지체 없이 포격할 거라고 확실히 전하게.”

이정운의 말에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외무청 관리는 곧바로 이동하려다 문득 생각난 것이 있어 입을 열었다.

“물론입니다. 아. 하지만 포문을 닫는 것은 몰라도 당장 이동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이에 이정운은 실소하며 침몰한 전열함 인근의 작은 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 선원들을 구하고 돛을 교체하거나 해야 할 테니...시간은 충분히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게.”

“알겠습니다.”

* * *

생각보다 전장의 정리는 길어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송 함대는 자신들을 향해 조금씩 거리를 좁히는 인급 전선을 보고 곧바로 백기를 올려 항복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정운은 안도하며 전장 정리를 지켜보았고 오후 늦게야 비로소 항복한 프랑스 함대가 이동할 수 있게 되었기에 일단 남쪽에서 정박하고 있는 수송 함대와 합류하기 위해 천천히 남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정운은 복귀한 외무청 관리를 불러 자세한 사항을 보고받았다.

“몇 명이라고?”

이정운이 조금 놀란 표정으로 외무청 관리를 바라보자 외무청 관리는 웃으며 대답했다.

“대략 2만 7천 명가량이랍니다.”

“어휴. 많기도 하군. 그럼 원래는 한 3만 명쯤 되었나 보네?”

“그렇답니다. 해군 1만 명과 육군 2만 명이 타고 있었다는군요.”

외무청 관리의 대답에 이정운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알기로 유럽의 전열함에는 꽤 많은 수병이 탑승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헌데 저 정도 규모의 함대에 해군 소속 병사가 고작 1만 명밖에 안 된다는 소리에 의아했던 것이다.

“음? 함대 규모를 생각하면 해군 병사들이 의외로 적은 느낌인데?”

이에 외무청 관리는 프랑스 함대의 제독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당장 뉴펀들랜드로 2만 명의 병사를 수송해야 하는데 이들을 태울 선박을 구하기 쉽지 않아 전선에도 육군 병사들을 태운 모양입니다. 당연히 해군 병사 일부는 내렸고요.”

그 말에 이정운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다가 문득 침몰한 프랑스 선박들을 떠올리고 움찔했다.

“응? 그럼 침몰한 전열함에도...”

이에 외무청 관리는 조금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 배들에도 모두 육군 병사들이 타고 있었다는군요. 그리고 육군 병사 대부분은 헤엄을 칠 줄 몰라 그대로 익사해 생존자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외무청 관리의 대답에 이정운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쯧. 진작 항복했으면 좋을 것을...”

“그러게 말입니다. 그보다 포로의 수가 많아 저들을 관리하는데 무척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아...그건 또 그렇네.”

현재 매사추세츠 지역의 인구는 잉글랜드인과 원주민을 합쳐 대략 3만 명 정도였다.

헌데 포로만 2만 7천 명에 가까웠으니 이들을 관리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더불어 이정운 역시 군사청에 소속되어 있고 계급도 높은 만큼 아예 손 놓고 있을 수도 없을 테니 너무 많은 포로의 수에 골치 아픈 표정을 짓는 이정운이었다.

그런 이정운을 보고 외무청 관리가 질문을 던졌다.

“음...저들을 매사추세츠로 데려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야지?”

이정운이 뭘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외무청 관리가 조금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 많은 포로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유사시를 대비해 뉴펀들랜드 섬에 데려가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외무청 관리의 말은 탈출할 수도 있으니 차라리 섬에 포로수용소를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에 이정운은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내버려 두기엔 저들의 노동력이 너무 아까웠던 탓이다.

더불어 저들에게 보급해야 할 물자를 다시 뉴펀들랜드 섬으로 운송하는 것도 일이었고.

“그렇다고 저 많은 인력을 놀릴 수야 없잖아? 물론 이번 해전의 결과를 알게 되면 프랑스에서도 최대한 빠르게 종전 협상을 하려 들겠지만...거리도 있으니 못해도 반년에서 1년은 포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누벨 프랑스 각 지역에 배치된 경비대를 일부 옮길 생각이었으니...모조리 매사추세츠에 배치해야지 뭐. 거기에 뉴펀들랜드 섬의 경비대도 일부 옮기고. 아. 탐사대도 다시 불러야겠네. 못해도 1만 명은 포로수용소 인근에 주둔시킬 테니 걱정하지 말게.”

이정운의 대답에 외무청 관리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다면야 상관은 없겠군요.”

“그보다 매사추세츠 인근에서 석탄을 캐던 프랑스인들은 저 친구들을 보고 많이 놀라겠는걸?”

이미 매사추세츠에는 퀘벡에서 데려온 프랑스인 포로 1천여 명과 현재 누벨 프랑스의 상황을 모르고 누벨 프랑스로 향하려다 4함대의 공격에 결국 항복하고 포로가 된 5백여 명이 매사추세츠 인근 탄광 근처에 포로수용소를 직접 건설한 후 탄광에서 일하고 있었기에 이정운이 웃으며 이들을 언급하자 외무청 관리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럼요. 어찌 놀라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본국에서 지원이 오면 상황이 바뀔 거라고 굳게 믿는 총독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되는군요.”

퀘벡에서 항복한 프랑스인들이 포로가 되어 매사추세츠로 이동한 지도 벌써 반년째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미 북미왕국이 포로를 대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적응하며 조금 더 풍족한 생활을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며 석탄을 캐고 있었고.

하지만 모든 프랑스인 포로들이 현재의 포로 생활에 적응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적응하지 못한 포로들 가운데는 당연히 누벨 프랑스의 총독도 있었고.

특히 누벨 프랑스의 총독은 본국의 현 상황이 상황이라 곧바로 지원 병력을 보내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만약 본국에서 함대와 지원 병력을 보내는 순간 북미왕국은 결코 이를 당해내지 못할 거라고 누누이 떠들어댔기에 외무청 관리가 저 대규모의 프랑스 포로를 보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무척 기대된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이정운 역시 총독이 떠들어대는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기에 피식 웃었다.

“최소한 더는 기고만장하며 떠들지는 않을 테니 그것 하난 좋겠군.”

* * *

한발 앞서 매사추세츠로 도착한 인급 전선이 상황을 알리자 매사추세츠의 경비대들은 즉각 선착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경비대의 반응에 의아해하며 무슨 일이 있나 싶던 주민들은 멀리서 대규모 함대가, 그것도 범선으로 구성된 대규모 함대라는 것을 확인하고 현재 북미왕국이 프랑스와 전쟁 중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무척 당혹스러워했다.

“저거 프랑스 함대 아니야?”

“그러게. 저들이 이곳까지 왔다는 것은...북미왕국 함대가 패했다는 뜻인가?”

“물론 북미왕국 함대가 강력하긴 하지만...숫자에서 너무 차이가 나잖아?”

“이거 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호기심에 선착장으로 나왔던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자 이를 파악한 경비대는 즉각 북미왕국의 해군이 프랑스 해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했고 지금 보이는 선박들은 항복한 프랑스인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주민들은 그게 정말이냐며 놀라거나 이 사실을 곧장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리기 시작했고 북미왕국 함대와 항복한 프랑스 함대가 매사추세츠 선착장 근처까지 도착해 차례대로 선착장에 정박하기 위해 이동할 때쯤에는 선착장 인근은 수많은 인파로 꽉 차 있었다.

잭과 제이콥은 비교적 늦게 이 소문을 들었기에 인파를 피해 바다가 보이는 비교적 외곽 지역까지 이동해서야 프랑스 함대의 규모를 직접 확인하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와...뭐가 저리 많아...?”

“허...정말 북미왕국의 해군이 프랑스 해군을 이긴 것이 맞는 거지?”

제이콥은 프랑스 함대의 규모를 확인하자 정말 북미왕국이 승리한 것이 맞나 싶어 되물었고 잭은 그런 제이콥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었으면 경비대원들이 저렇게 선착장에서 대기하고 있겠어? 방어 준비를 하겠지.”

잭의 대답에 제이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와...북미왕국 해군이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저렇게 함대 규모에서 차이가 나는데 승리해 프랑스 함대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거야?”

“저게 바로 잉글랜드가 북미왕국과 감히 싸울 생각을 안 하고 바로 팔아버린 이유겠지. 찰스 2세는 의외로 북미왕국의 힘을 정확히 판단해 결정을 내린 거야. 루이 14세는 정반대고.”

잭의 말에 제이콥은 동감한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게. 그리고 전에 우리가 프랑스와의 전쟁을 걱정해 병영으로 몰려갔을 때 북미왕국의 높은 사람이 나와서 그랬잖아.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북미왕국은 강하다고. 그게 정말이었네.”

그 후 누벨 프랑스를 성공적으로 점령했다는 소식과 프랑스인들을 포로로 잡아 왔기에 조금 안심하긴 했었지만, 프랑스 본국이 나선다면 또 모른다고 생각해 불안해하는 잉글랜드인들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정말 그 높은 사람의 말처럼 자신들이 북미왕국의 힘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뜻과도 같았기에 새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북미왕국의 강력함에 감탄하면서 프랑스 함대와 북미왕국 함대를 번갈아 보던 제이콥은 문득 저 배에 타고 있는 병사들의 처우가 떠올라 입을 열었다.

“근데 저들을 모두 포로로 삼았으면...저들도 탄광으로 가겠네? 근데 저 정도 규모의 함대면 포로도 엄청 많을 것 같은데? 탄광에서 저 인원을 다 수용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이미 잡혀 온 프랑스인 포로들은 외곽에 위치한 탄광으로 보내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제이콥이 묻자 잭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곳곳에 분산배치 하던가 하겠지만...당분간은 이곳이 무척 북적일 것 같네. 저들을 감시하고 관리 감독하기 위해 곳곳의 북미왕국 병사들도 이곳으로 몰려들 테니.”

“아. 그렇겠네. 그럼 미리 이런저런 물품들을 좀 사둬야겠는데?”

북미왕국에 합류한 후 질 좋은 물품들을 값싸게 살 수 있었지만, 올해 초 프랑스와 전쟁이 벌어진 후 물자 수송이 줄어들면서 생필품들이 조금씩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저 광경을 보아하니 전쟁은 곧 끝날 것 같았지만 당분간은 물자가 여유롭지 않을 것이 뻔했는데 저렇게 많은 포로와 저들을 관리하기 위해 수많은 병사가 이곳으로 몰려든다면 필연적으로 물자들은 더욱 부족해질 것이 뻔했다.

어쩌면 당분간은 생필품들의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고.

해서 제이콥이 중얼거리자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당분간은 좀 그렇겠구나. 그러자. 그리고 혹시 모르니 술도 왕창 사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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